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9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97화(197/278)
197화.
아침 일찍 일어나 바람의 호흡법을 통해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최상급 정령사가 된 이후 수련에 게을렀던 것을 반성했다.
‘끝이 아닌데.’
이제 막 최상급 정령사에 올랐을 뿐, 세상에는 강자가 널려 있으니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수련하기로 했다.
여전히 발전해야 되니까.
나는 후우우, 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세계수가 있는 마을이라 그런가? 마나의 양이 다른 곳보다 풍부했다.
“전하.”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올리비아가 눈을 떴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뒤 침대에서 내려왔다.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가자 켄이 보였다.
“벌써 일어났나?”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다소 급한 일이라.”
“아니야. 일단 나가지.”
나와 켄은 걸음을 옮겼다.
요정들이 숙소로 내어 준 곳에 방은 여덟 개 정도가 있었는데, 각 방에서 조금만 걸으면 중앙에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일종의 거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장소다.
거실에는 아주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었다. 테이블은 마치 나무뿌리가 얽혀서 올라온 듯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테이블 위에 요정들이 준비해준 과일열매들이 한가득 있었다.
나는 물 한 잔을 마신 뒤 과일을 자르며 물었다.
“급한 일이 뭐야?”
켄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릴리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릴리안이? 지금 릴리안이 요정 마을에서 사라질 이유는 하나도 없다. 마그마의 분노를 얻고 싶어 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릴라인이 가장 크니까.
“릴리안이? 잠깐 나간 거 아니야?”
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제 저녁에 나간 뒤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요정들을 만나야겠군.”
켄은 릴리안이 단순히 외출한 것 같지 않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요정들과 관련 있을 겁니다.”
“요정들을 섣불리 의심할 필요는 없어. 일단 밝혀진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
“네.”
켄의 대답이 끝나는 동시에 각 통로에서 올리비아, 게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하.”
올리비아의 목소리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일어났어?”
“네. 들었어요. 릴리안이 보이지를 않는다고요?”
“어제 저녁에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대.”
게일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전하, 일단 한 번 찾아봐야 될 것 같습니다.”
게일의 말에 켄이 자신의 생각을 더했다.
“어제 요정들과 갈등 아닌 갈등이 생겼습니다. 그들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곳은 요정 마을이니 그들이라면 릴리안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겁니다.”
나는 곧장 나무 밖으로 나갔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밖에서 맞이하는 요정들이 보였다.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면 외출은 삼가주십시오. 오늘은 관리자 분들과…….”
내 앞을 가로막는 요정의 말을 나는 전부 듣지 않았다.
“릴리안은 어디에 있습니까?”
“네?”
“이렇게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는데,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어제 저녁에 밖으로 나온 것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정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릴리안이라면 마법사 인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내 대답에 요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라면 어제 저녁 관리자님과 만났습니다. 아마도 관리자님이 행방을 아실 겁니다.”
요정은 내 말이 시작되기 전에 말을 이었다.
“들어가서 기다리고 계십시오. 당신들은 초대되었지만,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권한까지 받은 건 아닙니다.”
올리비아가 한 마디 하려고 나서는 순간, 요정이 걸음을 옮겼다.
나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고, 켄이 짜증나는 듯 말했다.
“부른 이유를 모르겠군요.”
오랜만에 게일도 감정을 드러냈다.
“무례한 정도가 심합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흥분을 가라앉혔다.
“릴리안에게 별일 없을 수도 있어. 일단 기다리자고. 당장 요정들과 칼 들고 싸울 건 아니니까.”
나의 말에 모두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나무 안으로 들어갔다.
“요정들은 관리자 렌을 제외하고는 우리에게 무척 적대적인 느낌이 들어요.”
올리비아의 말에 켄이 현 상황을 진단했다.
“아마도 우리를 마을로 끌어들인 건 렌이라는 요정의 의지가 매우 강한 것 같습니다. 전하를 맹약의 주인이라 부르며 요정 마을에 초대한 명분을 만든 것도 렌이라는 요정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렌과 필이라는 요정? 두 관리자 요정의 영향력 덕분에 우리가 요정 마을에 올 수 있었지.”
“축제를 할 때도 요정들은 저들만 즐길 뿐 우리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축제의 명분 자체가 요정 역사에서 최초로 인간이 마을에 들어왔다, 라는 것이었는데요.”
켄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우리의 존재 자체를 불쾌해하고 있습니다. 뭐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요정들은 인간들을 혐오하니까요.”
켄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요정 마을에 인간이 들어오는 건 매우 큰일입니다. 렌과 필이라는 요정은 요정 사회에서 굉장한 권력자입니다. 외부 인원을 데려 오면서 내부 분위기를 정리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켄은 잠시 숨을 골랐다가 의문을 표했다.
“마치 우리에게 보라는 듯 내부 분위기 정리는 하나도 하지 않고, 일단 마을 안으로 우리를 들인 느낌입니다.”
똑똑-!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켄의 말에 어떤 대답을 하기 전에 나는 일단 방문자부터 맞이했다.
“들어오도록.”
렌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제 저녁 릴리안과 만났나?”
“네.”
* * *
“세계수의 시험이라.”
릴리안은 입맛을 다셨다.
어제 저녁 렌과 만나 대화를 나눈 게 떠올랐다.
-마법서를 찾고 있다 들었습니다.
렌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는지도 신기했지만, 숨길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솔직히 대답했다.
-맞아.
-마그마의 분노는 중간계의 마지막 용이 작성한 겁니다. 용은 라인하이드 가주에게 전했고, 라인하이드 가주는 다시 요정에게 선물로 주었죠.
-그리고 요정은 마그마의 분노에 나와 있는 마법을 익히지 못했습니다. 어렵고 난해하지만 영원을 사는 우리는 천천히 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연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죠.
-당신이 아주 고위 마법사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수의 시험을 받으시죠.
-마그마의 분노를 외부 인간에게 공개하는 것은 모험이지만…… 용의 마법서를 언제까지 연구만 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니까.
-요정은 대대로 정령술과 검술에는 능하지만 마법 쪽의 능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니까요. 당신을 한 번 믿어보죠. 세계수의 시험을 통과한다면 다른 요정들의 반발도 없을 겁니다.
렌의 설명을 듣고 릴리안은 흔쾌히 동의했다.
렌과 필을 제외한 요정들이 인간들을 멸시하는 건 충분히 느꼈다.
무엇보다 서쪽 숲에 온 목적 자체가 마그마의 분노 때문인데 렌의 제안은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아룬에게 말한 뒤 나올 생각이었지만, 렌의 한 마디에 막혀 버렸다.
-가시죠. 세계수의 시험은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마침 오늘이 달이 가장 밝은 날, 달빛의 세계수가 몸을 여는 때만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어제 저녁 노을이 질 때 쯤 들어 온 세계수의 안.
세계수, 릴리안은 이 나무의 이름이 어째서 세계수인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하나의 세계가 나무 안에 있어.’
그리고 느껴지는 불쾌한 기운.
릴리안의 얼굴이 굳어졌다.
* * *
“세계수의 시험을 권해드렸습니다.”
“일단 앉아서 듣지.”
나는 렌에게 자리를 권한 뒤 나도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켄과 게일은 굳은 표정으로 렌을 바라보았다.
올리비아의 역시 눈빛이 날카로웠다.
“세계수의 시험?”
내 말에 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그마의 분노 때문에 숲에 들어 온 것이 아니던가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아직 마법서 이야기는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렌이 빙긋 웃었다.
“숲에 있는 모든 생명은 제게 이야기합니다. 바람, 나무, 흙…… 숲은 생명이 가득한 곳이고 나는 숲의 생명을 관리하는 세계수의 아이이죠.”
우리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완곡한 표현일까? 어쨌든 렌은 우리의 목적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마그마의 분노는 중간계 마지막 용이 집필한 마법서입니다. 요정들이 보관하고 있죠.”
“그래서 세계수의 시험이 뭐지?”
나는 이야기가 빙빙 도는 것을 원치 않았다. 다소 짜증스러운 나의 말투에도 렌은 여전히 차분하게 대답했다.
“마그마의 분노는 아무에게나 공개할 수 없는 마법서입니다. 하지만 이왕 인간과 협력하기로 결심했고, 릴리안이라는 마법사는 요정 최고의 마법사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이니 마법서를 한번 보여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요정들의 결정인가 아니면 당신의 결정인가?”
내 질문 속에 담긴 의미를 렌은 정확하게 파악했다.
“최근 일련의 제 결정들에 대하여 요정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결정이 곧 요정 전체의 결정입니다.”
“당신의 권력이…….”
켄의 말을 렌이 중간에 끊었다.
“권력이 아니라 권한입니다. 세계수의 아이들 중 오직 단 한 명만이 받는 권한. 전 요정 전체를 대변하는 이이며, 숲을 지키는 관리자입니다.”
“좋습니다. 그래서 릴리안에게 당신은 마법서를 보여주기로 결정했고, 아무에게나 마법서를 보여줄 수 없으니 세계수의 시험을 권했다. 이 말입니까?”
“네.”
“그 시험은 대체 뭡니까?”
렌은 대답했다.
“시험은 세계수가 정하는 것. 관리자는 그저 시험을 볼 수 있게 세계수의 문을 열어주는 게 고작입니다.”
렌이 말을 이었다.
“시험은 시작되었고 여러분의 목적은 마그마의 분노를 얻는 것이었으니 기다려주시기를 바랍니다.”
렌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당분간은 이곳에 계십시오. 시험이 끝나면 그때 인간과 요정의 협력을 통해 중간계를 악으로 물들이고 있는 세력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하죠.”
몸을 일으키려는 렌을 향해 켄이 말했다.
“릴리안이 전하께 보고도 하지 않고 시험을 받으려 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든데요.”
“인간의 근본에 의심이라는 깊은 감정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의심이 아니라 합리적인 의문입니다. 우리는 어제 요정들이 우리를 적대하는 것을 목격했고, 릴리안은 전하께 보고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켄의 말이 렌을 찌르듯 터져 나왔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당신은 그녀가 세계수의 시험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죠. 마그마의 분노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고.”
“지금…….”
“인간의 근본에 의심이 자리 잡고 있다 했습니까? 인간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의심을 살 필요가 있었습니까? 세계수의 시험은 전하께 말한 뒤 진행해도 늦지 않았을 것 같은데.”
렌은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과의 공조는 역시 쉽지 않군요.”
나는 렌에게 물었다.
“릴리안이 세계수의 시험을 받으러 간 것이 확실합니까?”
“관리자 요정의 명예를 걸고 말씀드리죠. 확실합니다.”
“좋습니다.”
나는 렌과 눈을 마주쳤다.
맑은 렌의 눈동자에서 거짓의 기색을 읽을 수 없었다.
렌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주 좋은 일이다.
그래서 먼저 감사를 표했다.
“릴리안에게 기회를 줘서 고맙군요.”
“그녀가 뛰어난 마법사이기에 기회를 준 것뿐입니다. 마그마의 분노 마법서를 해독할 수 있다면 요정에게도 아주 좋은 일이니까요.”
“릴리안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죠.”
렌은 내 말을 듣고 몸을 일으켰다.
켄이 뭔가 말하려 했지만 나는 켄을 막고, 렌이 나가는 것을 확인한 뒤 실피드를 불렀다.
‘소리가 나가는 것을 막아줘.’
실프가 아니라 실피드를 부른 이유는 렌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실프로는 부족하다.
나는 켄과 올리비아, 게일을 향해 말했다.
“요정들을 조사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