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9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98화(198/278)
198화.
요정들의 요구는 계속해서 기다리라는 것.
그들은 우리가 서쪽 숲에 들어올 때부터 지속적인 기다림을 요구했다. 그들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다르기에, 영원을 사는 그들이기에 어느 정도의 느긋함을 이해했다.
‘이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
나는 몸을 일으켰다.
릴리안이 세계수의 시험을 보러가고 이틀이 지났다. 이틀이면 정말 많이 기다려준 것이다.
“게일.”
“네, 전하.”
“준비하자.”
게일은 내 말의 의미를 곧바로 깨달았다.
켄이 나섰다.
“전하. 설마 강제로…….”
“세계수 안으로 들어간다.”
나의 굳은 의지에 켄은 더 말리지 못했다.
“릴리안이 자신의 의지로 세계수 안으로 들어갔든, 요정들의 농간에 빠져 강제로 들어갔든 중요하지 않아.”
나는 문을 박차며 말했다.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세계수 안으로 들어갔고 이틀 동안 그녀의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켄이 후, 하고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확실한 건 없지만 요정들이 상당히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무력으로 해결하는 건.”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방법 있어? 기다리는 거 말고. 요정들이 얌전히 들여보내주면 무력 충돌 같은 건 없겠지. 분위기를 보니까 무력 충돌은 당연할 것 같지만.”
소란을 들은 걸까?
밖에는 요정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의 렌이 요정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어디 가십니까?”
나는 굳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었고.
“세계수에.”
말이 짧아진 탓일까? 렌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세계수는 관리자가 허락한 존재만이 출입할 수 있습니다.”
“릴리안의 출입을 허락했으면 나도 허락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요정의 마법을…….”
나는 렌의 말을 잘라냈다.
“요정의 마법 발전을 위해서 릴리안이 희생할 이유가 있나?”
“그녀는 희생하는 게 아니죠. 요정과 계약한 겁니다. 그녀는 마법서를 볼 권한을 얻고 요정은 그녀가 해석하는 마그마의 분노를 전수받을 수 있고요.”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했어.”
나는 렌이 대답하기 전에 말을 이었다.
“그건 그대들의 사정입니다. 군주라 들었는데. 보고받지 못했습니까?”
이제 비꼬기까지 하나? 처음 렌은 이러지 않았는데. 뭐 상관없었다. 요정이 오만한 거야 전부터 겪던 일이고, 지금 중요한 건 릴리안의 행방이니까.
“세계수에 가는 것을 막을 생각인가?”
렌이 옅게 웃었다.
“소란을 키우기 싫으니 그만 들어가 기다리고 계십시오.”
렌이 말을 이었다.
“예의를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충분히 배려하고 있는데…….”
“그건 그대 생각이고.”
나도 렌을 보며 웃었다.
“서쪽 숲이 요정의 영역이고 세계수를 그대들이 지키는 건 알고 있지만, 세계수가 명했나?”
“네?”
“세계수가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관리자 요정의 허락을 받으라고 말했냐고.”
렌은 대답하지 못했다.
“맹약의 주인을 대접해드리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렌이 기세를 올렸다.
게일이 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나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세계수에게 한번 물어보는 건 어때?”
나의 말에 렌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보아하니 맹약의 주인이라는 것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은데 왠지 꼭 세계수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다는 말이지.”
렌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다른 요정들이 나섰다.
“감히 어디서 인간 따위가 세계수를 운운하는 것인가!”
“신성한 마을에서 살기라니!”
“관리자님, 저 오만방자한 인간들을!”
렌이 손을 들었다.
“좋아요. 재밌는 생각이네요.”
렌이 말을 이었다.
“세계수의 응답이라.”
렌이 몸을 돌렸다.
“따라오세요.”
요정들이 다시 한 번 반발했지만, 렌은 쉽게 무력화시켰다.
어느새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고, 묵묵히 렌의 뒤를 따랐다.
무력 충돌까지 각오했지만 렌과 의외로 이야기가 빨리 끝나 나도 나름대로 마음이 편했다.
‘칼부림은 좀…….’
게일, 올리비아를 믿었지만 관리자 요정들의 레벨은 보이지도 않았다.
‘나보다 높다는 뜻이겠지.’
최상급 정령사보다 레벨이 높은 요정이 두 명이다.
물론 게일과 올리바아 역시 나보다 레벨이 높다.
거기에다 수많은 요정들까지.
무력 충돌은 피를 봐야만 하니 나는 일단 한 번 참았다.
‘세계수에 물어보겠다고 했으니.’
렌은 세계수가 나를 거부하리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세계수는 정말 말이라도 하나? 곤란하라고 던진 말이었는데, 설마 진짜 물어보라 할 줄이야.
세계수가 보였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세계수는 끝이 보이지도 않았다.
“저, 저게 세계수?”
이미 멀리서 보기는 했지만, 게일마저도 감탄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렌이 어깨를 으쓱였다.
“세계수는 중간계의 균형을 지키는 존재입니다. 맹약의 주인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알고 있지만, 세계수의 응답은.”
렌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나와 시선을 맞췄다.
“나도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관리자 요정, 세계수의 기운을 가장 많이 받은 요정도 세계수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런가?”
나는 렌을 지나치고 세계수 앞으로 향했다.
문은 보이지 않았다.
“세계수를 부르면 되는 건가?”
“세계수 안으로 들어가는 건 오직 관리자인 나의 힘으로만 가능합니다.”
“응답도 못 들었다면서 어떻게 가능해?”
“태어났을 때부터 받은 힘입니다. 세계수가 스스로 열어주지는 않지만 내가 열 수는 있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를 수도 있지.”
세계수 앞으로 다가갔다.
* * *
-맹약의 주인이여.
“이런.”
솔직히 진짜 막무가내로 왔지만 목소리가 들릴 줄은 몰랐다.
-맹약의 주인이여.
“그…….”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 걸 용기도 나지 않나요?”
“안 들렸나?”
나의 말에 렌이 눈가를 찌푸렸다.
“무슨 말이죠?”
“듣지 못하는 모양이군.”
“지금 설마 세계수가 말이라도 한다…….”
렌은 말을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했다.
거대한 세계수가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렌은 물론이거니와 요정들 그리고 올리비아와 게일, 켄까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맹약의 주인이여!
이제는 목소리가 점점 선명해졌다.
-운명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내 몸이 붕 떠올랐다.
세계수가 크게 흔들렸다.
하늘까지 닿아 있는 나무가 흔들리자 마치 세계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나뭇잎들이 흘러내려왔다. 회오리치는 나뭇잎 사이로 정령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맹약의 주인이시여.
정령들조차 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뭇잎들이 나를 감싸 안으며 공중으로 띄웠다.
이내 물컹거리는 느낌과 함께 시야가 사라졌다.
‘아.’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서 나는 어디론가 계속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뭐지?’
점점 빨라지는 속도를 느꼈다.
이내 시야가 확 밝아졌다.
눈부신 빛이 쏟아지면서 눈동자가 아팠다.
* * *
“세계수가 열렸습니다.”
다레트의 말에 대사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제님이 심어 놓은 요정이 일을 아주 잘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네.”
똑똑-!
노크 소리에 다레트가 짧게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대사제의 얼굴이 어느새 노인에서 청년으로 변한다. 그 기적 같은 상황에도 다레트는 놀라지 않았다.
카렌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사제님들.”
청년으로 변한 대사제가 카렌을 반겼다.
“카렌 군, 저녁은 먹고 오는 길입니까?”
“네. 제인 가주님이 먹을 건 잘 챙겨 주시니까요.”
“밥 한 끼, 물 한 모금 모두 신께서 주시는 양식입니다. 신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어 밥 한 끼조차 먹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네.”
“그들을 생각하며 항상 감사하세요.”
카렌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제님들을 만난 뒤부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저 근데…….”
“제인 가주님이 어려운 부탁을 하신 모양이군요?”
대사제의 말에 카렌이 한숨을 내쉬었다.
“네. 저는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한때 복수, 그리고 대륙을 악의 제국으로부터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카렌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제님들을 만난 이후로는 그 모든 게 의미가 사라졌습니다. 이 땅에 굶어 죽고 추위로 얼어 죽고 악에 물들어 영혼조차 쉬지 못하는 사람이 그토록 많은데.”
“그래서 카렌 님과 우리가 만난 겁니다.”
“네?”
“카렌 님은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재능도 있죠. 우리는 소외받는 이들을 돕고 카렌 님은 힘과 재능으로 미처 정화되지 않은 곳을 정화하는 역할을 부여받으셨죠.”
“제가요?”
“말씀하신 대로 제국은 이 땅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제국의 황가는 악의 무리들로 이 땅의 정화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소외받는 이들을 더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대사제의 말에 카렌은 점점 빠져들었다.
* * *
세계수 안은 특별한 게 없었다.
그저 드넓은 초원이었다.
-자격을 증명하게 될 겁니다.
세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넓은 초원 위에 셀 수 없는 정령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엘라임이 입을 열었다.
“주인이시여, 반드시 살아남으셔야 됩니다.”
나는 황당함에 눈을 돌렸다.
“설마 저 정령들과 싸우라는 건 아니지?”
말이 끝나는 순간 어마어마한 바람이 불어왔다.
셀 수 없이 많은 바람의 정령들이 나를 향해 쇄도했다.
“실피드!”
실피드가 전면으로 나서며 바람의 칼날을 펼쳤다.
동시에 이그니스가 나섰다.
“꼴도 보기 싫은 바람의 정령 놈들이 득실하네.”
이그니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꽃이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퍼져나갔다.
콰아아앙-! 쾅-!
바람과 불이 부딪쳐 큰 폭음이 들렸다.
불의 장막이 흔들리면서 나에게도 큰 충격이 왔다.
실피드가 바람의 사슬에 이어 빙하의 강풍도 펼쳤다.
스스슥-! 슥-!
엘라임도 물의 장벽으로 나를 보호했다. 나는 클라임과 함께 대지의 포효를 사용하면서 쉼없이 움직였다.
드드드득-!
땅이 흔들리며 여러 클라임이 나의 클라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거 살아남는 게 가능한가?’
나는 진심 이게 시험인지 의문이 들었다.
시험이 아니라 렌이 나를 죽이기 위하여 수를 쓴 건 아닐까.
상급 정령 넷과 최상급 정령 하나, 그리고 중급 정령, 하급 정령들. 나와 계약한 정령들은 소수이지만 초원에서 나를 향해 달려드는 정령은 셀 수도 없다.
하급, 중급 정령들도 아니고 상급 정령만 하더라도 쉽게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당장 내 클라임의 몸이 비틀거렸다.
거대한 클라임들이 내 클라임의 몸을 붙잡고 던져버렸다.
“클라임!”
나는 클라임에게 마나를 불어 넣으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여기서 쓰러질 순 없지.’
렌의 술수든 세계수의 시험이든 여기서 고꾸라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는 파멸의 검을 뽑았다.
정령검술은 정령술보다 훨씬 떨어지는 실력이지만 지금은 무엇이라도 해봐야 하니까.
고오오오오-!
나는 상대 클라임을 향하여 검을 휘둘렀다.
이그니스의 기운이 담겨 있는 파멸의 검은 클라임의 팔을 갈랐다.
서걱-!
너무 쉽게 베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클라임의 잘린 팔은 곧 흙이 뭉치면서 금세 재생되었다.
“주인이시여! 방어부터!”
엘라임의 말에 나는 바람의 호흡법을 강하게 운용했다.
마나 홀이 미친 듯 회전하면서 모든 정령들에게 마나를 불어 넣었다.
엘라임이 손을 펼치며 비산하는 물방울을 펼쳤다.
고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