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9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99화(199/278)
199화.
엘라임의 물방울에 바람의 정령들이 갇혔다. 자신의 몸을 압박하는 물방울들을 바람의 정령들이 칼날로 찢었다.
엘라임이 얼굴을 굳히며 더 많은 물방울들을 만들었다.
‘쉽지 않다.’
정령 하나 처리하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
끝없이 밀려드는 정령들의 숫자를 보면서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여기서 죽거나 혹은 시험인지, 술수인지 모를 이 난관을 뚫고 나가거나.’
나는 엘라임에게 더욱 많은 마나를 불어 넣었다. 물방울의 크기가 더 커졌다.
콰아아아앙-! 쾅-!
땅은 쉼 없이 흔들렸다. 클라임들이 내지르는 주먹은 지진을 일으킬 정도로 큰 충격을 주었다.
‘그나마 희소식은 최상급 정령은 저기도 실피드 하나뿐이다.’
상급 정령의 숫자는 많지만, 최상급 정령은 바람의 정령 실피드 하나만 보였다.
만약 다른 속성의 최상급 정령마저 있었다면 버티기조차 어려웠으리라.
‘실피드.’
실피드가 나의 부름에 다시 한 번 빙하의 강풍을 펼쳤다.
고오오오오-!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건 불의 정령들, 그들이 일으키는 불꽃이 얼음 바람에 위태롭게 흩날렸다.
‘한 속성 정령이라도 무력화시킨다.’
엘라임이 나의 의도를 알아채고 비산하는 물방울을 모두 불의 정령들에게 날렸다.
펑-! 펑-!
수십이 넘는 불의 정령들 형체가 흐릿해지면서 사라졌다.
나는 희망을 엿보았다.
‘할 수 있다. 속성 간의 상극을 잘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어.’
고작 불의 하급 정령, 중급 정령 수십을 처리한 것뿐이지만 답답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벗어났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펼치며 나를 노리는 정령들의 공격을 피했다.
마나가 계속 소모되었지만 바람의 호흡법으로 어떻게든 조금씩 보충하면서 전투를 펼쳤다.
실피드는 정령들 가운데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나는 물의 정령들을 클라임 곁으로 보냈다.
물의 폭풍으로 클라임을 공격하는 상대 클라임들을 노렸다.
콰아아앙-! 쾅-!
내 클라임의 움직임이 덕분에 한결 수월해졌다.
‘클라임, 바람의 정령들을 노려.’
클라임이 내 말에 힘껏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클라임이 손을 휘두르자 흙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날아다니는 바람의 정령들을 짓눌렀다.
바람의 정령들이 땅에 처박히는 순간 나는 곧바로 대지의 포효를 펼쳤다.
무거운 흙들이 바람의 정령들을 뒤덮었다.
“이그니스!”
이그니스가 불의 장막으로 바람의 정령들을 가뒀다. 동시에 내 샐러멘더들이 바람의 정령 곁으로 가서 크게 불꽃을 피어올렸다.
바람의 정령들이 거센 바람을 일으킬수록 내 샐러멘더들의 불꽃은 더욱 커졌다.
쾅-!
마나를 절반 이상 소모했다.
아무리 바람의 호흡법으로 마나를 충전하면서 싸워도 소모되는 속도를 충전 속도가 따라잡기 힘들었다.
‘최상급에 오르지 못했으면 진작에 나가떨어졌을 거야.’
그나마 최상급 정령사가 되면서 마나 소모 효율이 극도로 좋아졌기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버티지 못했으리라.
나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파멸의 검을 휘둘렀다.
서걱-!
바람의 기운이 담겨 있는 파멸의 검을 물의 중급 정령을 반으로 갈랐다.
‘위험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나는 쓸데없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오직 전투에만 집중했다.
“엘라임!”
엘라임이 광역으로 공격할 수 있는 스킬이 두 개나 있으니 엘라임을 적극 활용했다.
비산하는 물방울, 물의 폭풍이 연이어 펼쳐졌다.
콰아아아앙-!
실피드는 정령들 사이사이를 누비면서 상급 정령들을 마치 암살하는 방식으로 상대했다.
‘중급, 하급 정령들보다 상급 정령을 빠르게 처리하는 게 좋다.’
전투가 지속되면서 터득하게 된 방법이다.
실피드는 최상급 정령으로 바람의 사슬만 펼쳐도 충분히 강한 위력을 뽐낸다.
엘라임이 큰 공격으로 시선을 끌고 클라임이 내 주위를 방어함과 동시에 이그니스가 보조한다.
그리고 실피드는 바람의 정령 특유의 은밀함을 뽐내기 시작했다.
서걱-!
실피드는 바람의 칼날을 한 번 펼칠 때마다 반드시 상급 정령 하나를 쓰러뜨렸다.
특히 가장 까다로운 상대인 클라임들을 적극적으로 노렸다.
서걱-! 서걱-!
마나 홀은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피드에게 더 많은 마나를 불어넣었다.
실피드가 수백 개의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냈다.
엘라임에게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남은 마나 한 방울까지 쥐어짜냈다.
엘라임의 형체가 더욱 진해졌다. 엘라임은 이제 완전히 진한 푸른색이 되었고 비산하는 물방울들은 거대해졌다.
파파파팟-!
이그니스 역시 불의 장막을 하늘 위에 뿌렸다.
불의 장막이 서서히 내려앉으며 하늘에서 마치 불의 구름이 내려앉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클라임은 지진을 일으켰다.
실울펜은 실피드와 함께 바람의 칼날을 더하면서 내 공격은 유례없이 강하게 펼쳐졌다.
콰아아아앙-! 쾅-! 쾅-!
마나 홀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나는 입술이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끝없이 연속적으로 정령들에게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면서도 파멸의 검을 들고 휘둘렀다.
바람과 대지의 흐름으로 피하는 게 아니라 상대 정령들을 직접 공격했다.
서걱-!
콰아아앙-! 쾅-!
마지막 힘을 쥐어짜낸 덕분일까?
많고 많던 정령들이 그나마 줄어든 것 같았다.
‘빌어먹을.’
좋지 않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기서 끝인 건가?
‘마나가 모자랐던 상황이 한두 번도 아니고.’
마나 부족 현상은 전투할 때마다 겪는 어려움이다. 매번 전투가 치열했고, 항상 나보다 강한 상대와 싸웠다.
압도적인 승리를 경험한 건 많지 않았다.
나는 후우, 숨을 몰아쉬었다.
일단 상급 정령들을 위주로 유지하면서 하급, 중급 정령들은 정령계로 돌려보냈다.
“어?”
아니,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정령들이 돌아가지 않았다.
“뭐야. 이건.”
마나는 계속 소모되고 이제 완전히 동났다. 그런데 정령들이 역소환당하지 않았다.
‘뭐지?’
궁금증을 느끼는 사이 실피드가 다시 한번 바람의 칼날을 펼쳤다.
마나가 없는데도!
대신 마나 홀에서 어마어마한 고통이 느껴졌다.
* * *
이런 경우는 처음 보았다.
마나가 없는데 정령들이 유지되었다. 스킬도 사용하고 있었다.
마나 소모가 고통으로 치환된 걸까?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지만 죽을 순 없다. 고통을 참으며 정령들의 스킬을 유지했다.
실피드가 활약하면서 상대 정령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상급 정령들이 사라지니 중급, 하급 정령들 처리는 쉬웠다.
콰아아아앙-!
마지막 정령까지 사라졌을 때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몸에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고, 마나 홀이 찢어지거나 하는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다.
그저 순수한 고통!
그 고통의 여파로 나는 숨을 거칠게 몰아 쉬었다.
팟-! 팟-! 팟-!
빛이 모이면서 다시 정령들이 형성되고 있었다.
나는 아, 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더 이상 싸울 힘이 없는데. 또 정령이라고? 그렇게 열심히 처리했는데?
대체 이 세계수는 뭔가. 무슨 시험이 이 모양일까. 원망과 짜증이 치밀어 오르려는 순간 정령들이 한 군데로 뭉치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정령들이 모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곧 하나의 형상으로 합쳐진 정령의 모습이 드러났다.
인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맹약의 주인이여.”
선명한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에 대답했다.
“그래. 내가 맹약의 주인이지.”
처음 정령술을 접했을 때부터 나는 맹약의 주인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정령과 첫 계약 당시 최상급 정령이 소환되어서 말해주었으니까.
“그대의 정령술은 잘 보았습니다.”
“세계수인가?”
나의 말에 정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세계수의 여러 의지 중 하나. 중간계의 균형을 수호하는 나무의 의지는 넓고 깊으며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저는 그중 정령의 힘을 가진 존재.”
무슨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냐, 라는 말을 간신히 참았다.
“중간계 전체에 뻗어 있는 세계수의 의지 안에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악이 느껴졌습니다.”
마왕 추종자 놈들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세계수라는 존재마저 알 정도면.
렌이 마냥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세계수가 정화의 불꽃단으로 추정되는 놈들을 직접 언급했으니, 확실히 그들이 위험한 것 사실이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마왕을 강림시키려는 놈들? 그놈들과 내가 정확히 무슨 관계지.”
정화의 불꽃단과 내 관계를 세계수의 의지라는 존재에게 묻는 게 우스웠다.
내 문제를 남에게 물어서 뭐하겠는가. 그럼에도 내가 질문을 참을 수 없는 건 맹약의 주인이라는 칭호 때문이다.
칭호가 주는 묘한 느낌과 무게감이 세계수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계의 마왕이 중간계에 강림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극에 달한 혼란, 하늘에 닿을 듯 커지는 사악한 에너지.”
정령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중간계는 본디 혼란의 세계. 세계수는 그 혼란의 균형을 유지하는 존재이죠. 마족의 사악한 힘과 천족의 정화의 힘 그리고 정령이 가진 순환의 힘이 만나 균형을 유지하는 세계가 바로 중간계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세계의 힘들이 이곳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는 뜻인가?”
내 말에 정령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이해하셨습니다. 하지만 작금의 중간계는 사악한 힘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세계수가 균형을 유지하지 못할 만큼.”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꼭 상관없지는 않지만 어쨌든 일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큰 이야기다.
내 솔직한 말에 정령이 대답했다.
“맹약의 주인은 정령이 가진 순환의 힘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존재. 당신이 중간계의 균형을 맞추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내 운명에 대해 논하는 정령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건 쓴 적도 없고, 생각한 적도 없다. 내 설정이 어긋나는 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니, 나는 짧게 물었다.
“내가 균형을 유지하는 존재, 즉 사악한 힘을 물리쳐야 한다는 뜻이지?”
결론은 정화의 불꽃단을 처리하라는 뜻 아닌가. 어차피 이들이 권하지 않아도 나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들과 양립할 순 없었다.
“그건 어차피 할 일이었고. 세계수 안에 들어온 내 수하는?”
“그녀는 세계수의 다른 의지의 시험을 받고 있습니다.”
시험을 보긴 보는구나. 렌을 오해했나? 그렇다면 조금 미안하다.
하지만 정령은 내 오해를 말끔히 해소했다.
“세계수는 자격을 갖추지 않은 자가 들어오면 영원히 안을 헤매게 되며 세계수의 일부가 됩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왔지만 자격이 있었죠.”
“요정들이 그 사실을 몰랐나?”
“요정은 세계수에서 태어나는 존재들. 그들만큼 세계수를 잘 아는 존재들은 없습니다.”
정령이 말을 이었다.
“요정이 정령과 친화력이 뛰어난 것도 바로 세계수에서 태어나기 때문이죠.”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렌은 릴리안이 안에서 영원히 헤매게 될 가능성을 알고도 들여보냈다.
시험을 가장해서.
나는 이왕 잘 대답해주는 정령을 만난 김에 물었다.
“내가 치른 시험은 끝인가?”
“정령술 기본에 대한 시험은 끝났습니다.”
“또 남은 게 있나?”
“이제 맹약의 주인으로서 정령에게 태초의 힘을 부여하는 그대가 진정 자격이 있는지 검증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뭐든 빨리하자고.”
마나 홀이 찢어질 듯한 고통은 이미 사라졌다.
릴리안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정령이 직접 그녀가 자격이 있다고 했으니 시험을 잘 치르리라 믿었다.
‘마그마의 분노를 얻고 왔으면 좋겠군.’
정령에게 마그마의 분노에 관한 것을 물어볼까, 했지만 정령은 이미 손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이제 태초의 왕들이 그대를 점검할 것입니다. 그대와 함께하는 정령도.”
“태초의 왕?”
내가 묻자마자 시야가 푹, 하고 꺼졌다.
이거 세계수는 시야를 없애는 게 취미인 것 같았다. 어디론가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이니 당황하지 않았다.
이제 기대가 되었다.
태초의 왕이라, 뉘앙스는 정령왕을 말하는 것 같은데 정말 정령왕일까?
강한 궁금증이 들었다.
시야가 점차 돌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