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화(2/278)
2화.
나는 빠르게 냉정을 찾았다.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이지만, 아룬 칼 레오드에 대하여 많이 이해했다. 해답은 상태창에 있었다.
-아룬 칼 레오드
-황태자
-동기화 50%
나와 아룬 칼 레오드와의 동기화가 절반 정도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굳이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머릿속에 아룬 칼 레오드의 기억이 차곡차곡 쌓였다.
“상태창은 영웅 카렌, 즉 주인공의 고유 설정이었지.”
영웅 카렌이 최종 보스 론 칼 레오드와 거대한 국가 칼페온 제국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상태창이다.
그가 능력 있는 동료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도, 세력을 크게 일궜던 것도, 결정적으로 본신의 능력이 론 칼 레오드마저 넘어설 수 있었던 근본도 모두 상태창이다.
“카렌이 상태창을 통하여 성장한 것처럼 아룬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되었어.”
영웅 카렌은 처음 상태창을 접했을 때 시행착오가 어느 정도 있었다.
나는 누구보다 상태창을 잘 안다. 내가 설정했으니까.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침대 머리맡에 있는 종을 쳐서 게일을 불렀다.
문이 열리고 당당한 풍채의 중년인이 들어왔다. 그는 깊게 허리를 숙이며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아침 부탁하지.”
“곧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게일이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이고 이번에는 밖으로 나갔다. 절도 있는 모습에서 몸에 밴 예의를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 가문의 사람.’
아버지인 론 칼 레오드가 일으킨 정복 전쟁의 여파로 많은 가문이 멸문했는데 어머니의 가문도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가 직접 멸문시킨 가문은 아니었지만, 정복 전쟁이 없었다면 어머니의 가문도 그럭저럭 시골 영주 지위를 유지하며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는 초반에 전국 시대가 너무 강렬했나? 뭐 그 부분에 관해서는 워낙 짧게 넘어갔으니.’
앞으로 잘 살아남기 위하여 나는 최대한의 정보를 모으기로 결심했다.
어머니의 가문에 대해 알아내는 것도 계획 중 일부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여러 황비를 들였다. 하나같이 제국의 유력 가문 여식이었다.
“다른 황자들처럼 어머니 가문의 후원을 든든하게 받지는 못하지만, 내게는 어머니가 남겨주신 약간의 재산과 정령 친화력 그리고 게일이 있지.”
나는 게일이 아침을 준비할 때까지 어머니 가문의 유산을 곰곰이 떠올렸다. 게일은 훌륭한 인재다.
황제는 철혈,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 냉혈한, 잔혹함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런 남자가 사별한 부인의 시종이었던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을 턱이 없었다.
‘영웅 카렌에서 황제의 유일한 사랑은 내 어머니라는 설정이었지.’
그럼에도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게일한테까지 배려로 이어진 건 아니다.
황제가 게일을 여전히 궁에 두는 이유는 그의 능력 덕분이다.
당장 기사가 된다면 황궁 기사단 중 한 곳의 기사 단장이 되고도 남는다.
게일은 여전히 황제에게 진심으로 충성하지 않고 오직 어머니의 가문에 충성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황제는 확실히 최종 보스다워.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지 않지만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아직도 내치지 않고 어떻게든 회유하기 위해 무능력한 아들 옆에 붙여 놓았으니까.”
냉정하다고만 하기에는 기회를 충분히 주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황제조차 기어이 황궁 밖으로 황태자를 내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당분간 사고 치지 않고 힘을 모은다.’
황제의 눈에 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능력.
어떤 능력이든 보여주면 된다.
나름의 결심을 중얼거리는 순간 게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아침 준비했습니다.”
“들어와.”
게일이 문을 열었고 곧 시녀 두 명이 아침 식사를 가져왔다.
다른 황자, 황녀 등은 모두 식당에서 황제와 함께 식사를 한다. 그들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황제와 매일 아침을 함께 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황제의 눈에 한 번이라도 더 들고, 황제의 지나가는 한 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서지. 나도 아침 식사 자리를 이용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소심함의 극치를 달리던 나는 언제나 황제를 두려워했다. 쏘는 듯한 눈빛과 차가운 목소리만 들으면 심장이 벌렁거려 밥이 얹히고 사레가 들렸다.
나는 아룬 칼 레오드, 내 등장인물과는 다른 이유로 방에서 아침을 먹었다.
‘당분간은 튀는 행동을 삼가자.’
오크 술사의 저주를 받은 지 고작 이틀이 지났다. 멍청하고 소심한 내가 사고를 쳤으니 두려워 방에 숨는 건 자연스러웠다.
시녀들이 공손히 허리를 숙이고 나갔다. 보육원을 나온 후에는 라면으로 대충 때우는 날이 많았는데 휘황찬란한 진수성찬에 나는 벌써 군침이 돌았다.
어느새 생각을 멈추고 포크를 들었다. 나는 음식을 최대한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다.
언제나 무표정한 게일은 내가 아침 먹는 꼴이 이상했는지 나지막하게 물었다.
“전하 어디 불편하십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자주 체하잖아? 앞으로 음식은 천천히 꼭꼭 씹어 먹을 생각이야. 아침, 점심, 저녁 거르지 않고 세 끼 모두.”
지금 내 말을 누군가 듣는다면 별 시답지 않은 말을 길게 한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포크를 들고 있는 내 가느다란 손목은 내가 보기에도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아버지를 닮아 이목구비는 뚜렷하지만 툭 건드리면 쓰러질 정도로 나약하니까.
‘살부터 찌운다.’
새삼 나는 아룬 칼 레오드가 힘을 얻는 과정을 쓰지 않고 넘어간 게 아쉬웠다.
황궁에서 쫓겨나 고생이란 고생을 다하는 모습만 열심히 쓰고서 갑자기 후반부에 튀어나와 제국을 엿 먹이는 것만 썼지, 막상 힘을 키운 과정은 생략했다.
‘네크로맨서였는데…… 다시 그 재능을 꽃 피우면 역적으로 몰리기 딱 좋고. 애초에 내가 설정한 등장인물처럼 살아갈 생각도 없고. 게일과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군.’
게일은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그가 날 키운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나는 여전히 밥을 천천히 먹으며 말했다.
“다 먹고 차나 한잔하지, 게일.”
내 말이 의외였는지 게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긴, 내가 게일에게 직접 뭔가를 요구한 건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니까.
“황궁을 나가시는 건 안 됩니다.”
황궁 밖을 둘러보고 싶다는 핑계로 북쪽 숲으로 갔다가 오크 술사의 저주를 받아 생사를 헤맸으니 게일의 걱정은 당연했다.
내가 옅게 웃었다.
“그런 일 아니야.”
* * *
난 정통 판타지, 퓨전 판타지, 게임 판타지, 무협 등 온갖 소재를 모두 끌어다 썼다.
이것도 저것도 좋아 보였고 주인공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무한대로 가져오다 보니 결국 형체를 알 수 없는 소설로 전락했다. 지금은 그 설정들이 나름 도움이 되고 있지만.
‘게임 시스템의 상태창은 현재 나와 주인공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니까.’
주인공 카렌은 상태창을 훌륭하게 사용하면서 성장하지만 원래 아룬 칼 레오드는 상태창이 없었다.
네크로맨서가 되었으나 중급 정도까지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그래도 네크로맨서라는 특수성 덕분에 제국을 제법 곤란에 빠뜨렸지만, 종국에는 카렌의 동료들에게 토사구팽할 구실을 주었다.
아룬 칼 레오드가 된 나는 다르다.
네크로맨서, 시체를 일으키고 흑마법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그 능력도 탐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대놓고 사용할 순 없지. 사람들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을 떠나서 제국의 법에 어긋나니까.’
만약 함부로 네크로맨서가 되었다가 황제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황제의 검에 목숨을 잃기도 전에 다른 황자와 황녀들, 황비들의 거센 항의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게일.”
아침을 모두 먹고 차까지 어느 정도 마신 뒤에야 입을 열었음에도 게일은 여전히 차분했다.
“네, 전하.”
“어머니는 뛰어난 정령사였지?”
내가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질질 짜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다.
똥멍청이, 소심함의 대명사 등 온갖 찌질한 별명을 다 가진 나였지만 그중 핵심은 바로 갓난쟁이였다. 어머니를 찾으며 우는 게 꼭 갓난쟁이 같다는 조롱이었다.
한 달만 있으면 새해, 그리고 내 나이 열일곱이다. 아무리 일찍 어머니를 잃었어도 매일같이 울고불고 난리를 칠 나이는 아니라는 뜻이다. 더구나 일반 시민도 아니고 황태자라는 직위를 가진 자가 아니던가.
게일이 내 말에 살짝 놀라는 듯했다. 내 입에서 나오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언제나 ‘보고 싶어’, ‘나도 데려가’, ‘아버지가 무서워’였으니까.
‘그 정도면 마마보이 수준을 넘어섰지.’
그나마 열일곱까지 황태자 지위를 유지한 건 순전히 내가 그렇게 ‘설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게일은 담담히 답했다.
“네. 대륙에 몇 없는 상급 정령사셨습니다.”
나는 본론을 꺼냈다.
“폐하는 검술, 마법, 정령술에 정통하시고 심지어 흑마법에도 조예가 깊으시지.”
게일은 더 이상 표정을 관리하지 못했다.
“전하!”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황제의 이야기를 꺼낸 건 처음이었으니까.
더구나 마치 황제를 평가하는 것 같지 않은가?
칼페온 제국의 절대자를 평가하는 듯한 발언은 위험했다.
벌떡 몸을 일으킨 게일을 향해 내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앉아, 게일. 다른 누가 듣는 것도 아니고 내가 폐하를 욕보인 것도 아니잖아.”
그제야 내 말에 너무 과민반응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게일이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가며 엉덩이를 붙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른 게 아니야. 내년이면 성년이 되고 이제 슬슬 나도 뭔가 사람 구실을 해야 되잖아. 폐하는 말할 것도 없고 어머니도 상급 정령사이셨으니 나도 어느 정도 정령 친화력이 있지 않을까?”
게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람이 충격을 연속으로 받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법이다.
나는 게일이 마음을 수습할 때까지 기다렸다. 내심 게일에게 던진 말에 대한 근거도 있었다.
‘최종 보스 론 칼 레오드는 못 하는 게 없지. 주인공이 최대 적수니까. 온갖 설정은 다 갖다 붙여 놓은 괴물이 내 아버지라고. 거기에 한 줄만 나오지만 내 어머니도 상급 정령사라는 게 분명하고. 그럼 당연히 이 몸에도 정령 친화력이 있을 게 분명해.’
유행하는 모든 설정을 집어넣었으니 당연히 정령사도 있었다.
정령사가 되기 위한 문턱은 높게 설정했고, 정령 친화력은 유전적 요인이 굉장히 크다고 적었다.
소드 마스터, 7서클 마스터, 상급 정령 마스터까지. 믿기지 않는 칭호들을 지닌 아버지, 론 칼 레오드. 게다가 어머니는 상급 정령 마스터.
‘이쯤이면 내 설정에 근거해서 내가 정령 친화력이 없는 게 이상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일한 혈육. 나는 분명 그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소심한 성격과 멍청할 정도의 지능, 허약한 육체 때문에 무시받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먼저 정령사가 된다. 상태창이 있으니 성장은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쉬울 것이다.’
나는 게일에게 결심을 털어놨다.
“정령 친화력은 유전적 요인이 크니까.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령술 수련을 해보려고. 이 몸으로 검을 들기는 무리니까.”
게일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