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0화(20/278)
20화.
켄을 내보낸 뒤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림자 걸음 길드를 궁으로 들이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 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황태자로서 내 본신의 능력도 모자란 편이지만 세력은 전무해. 그림자 걸음 길드는 전면에 내세울 수 없지만…… 어둠의 칼로 쓰기에는 딱인데.’
사실 내가 아는 정보만 고려하면 고민할 이유가 없는 문제다.
그림자 걸음 길드는 훗날 영웅 카렌을 도와 제국을 무너뜨리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켄이 꾸미는 음모를 누구보다 잘 수행하며 손발을 맞춘 게 바로 그림자 걸음 길드니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많은 공을 세우는 그림자 걸음 길드, 그 이름에 걸맞게 그들은 영웅 카렌의 철저한 그림자였다.
그리고 그 그림자 걸음 길드가 내 손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잡아야 되는 게 맞는데…….”
좋은 기회가 왔는데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양지의 세력보다 음지의 세력을 먼저 얻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무슨 상관이랴.
지금 내 상황에서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결론을 내리자 마음이 한결 편했다. 그림자 걸음 길드를 완전히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생각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들을 움직이는 건 켄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고…… 확실한 내 편으로 만드는 건 천천히 고민해 보자.’
단순히 함께 일하고 옆에 있다고 충성을 바치지는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간단한 것도 아니고, 충성 역시 오묘한 감정이다.
‘황제가 되기로 결심한 이상 그들에게 나는 뭔가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돼.’
켄의 마음을 얻었듯이 나는 그림자 걸음 길드원들의 마음도 얻어내기로 결심했다.
“수련은 빼 먹지 말아야지.”
물론 오늘 밤도 바람의 호흡법을 잊지 않았다. 이 세계의 가치관에서 수하의 충성심을 가장 얻기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압도적인 ‘강함’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힘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까.
후우우, 나는 숨을 몰아쉬며 마나홀을 자극했다.
* * *
다음 날, 게일이 아버지의 명령을 따라 국경으로 떠났다.
그리고 황태자궁에는 새로운 집사장이 켄과 함께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이름이 뭔가?”
내 물음에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짧게 대답했다.
“소리스입니다.”
“특이한 이름이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잘 부탁한다. 총 몇 명이 들어왔지?”
“저를 포함한 서른 명입니다. 하인으로 열다섯 명, 주방에 다섯 명, 시녀 열 명입니다.”
“아침 식사부터 부탁하지.”
“네.”
소리스가 방을 나가자 나는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소리스가 길드장인가?”
켄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길드장은 황궁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일차 파견 인원들이라 할 수 있죠.”
내가 후후, 웃음을 머금었다. 황태자궁에 하인, 시녀로 위장해서 들어오는 건 단순한 기회가 아니다.
길드장 입장에서 생각할 때 황태자와 제대로 된 선을 만들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임이 분명한데, 그는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간을 보겠다는 뜻이겠지.’
내 입장에서는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길드장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켄이 살짝 내 눈치를 살핀 뒤 말했다.
“추후에 인원 추가가 필요하니까 아무래도 길드장님께서 직접 선별하시는 게…….”
“변명하지 않아도 돼. 길드장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니까. 양날의 검이지. 황태자와 끈을 만들 수 있지만…… 그 황태자가 무능하니까.”
내가 피식 웃자 켄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소리스가 궁에 들어왔으니 전하의 진정한 면모를 길드장님도 알게 되실 거고 그때가 되면 제대로 움직이시겠죠.”
“소리스도 꽤 중견 간부 같은데?”
“부길드장입니다. 제 제안을 듣고 곧장 움직이셨습니다.”
켄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길드의 주인이 되겠군. 양날의 검 앞에서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으니.”
켄이 움찔했다.
“간 보는 사람과 과감하게 선택한 사람, 누구에게 더 마음이 가겠나?”
나는 소리스를 높게 평가했다. 날 과감하게 선택해서? 몸을 사리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림자 걸음은 행동에 앞서 정보 분석이 철저한 길드였다. 길드장이 알지 못했던 정보를 소리스는 알고 있었을 확률도 있다.
감정과 성향의 차이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정보의 차이였으리라 짐작했다.
“길드 일은 자네가 소리스와 잘 상의해서 처리해. 게일이 돌아올 때까지 하인으로 위장해야겠지만 어쩔 수 없어. 지금 황태자궁에 사람을 들일 수 있는 방법은 그게 전부니까.”
“네. 물론입니다.”
“자, 그럼 오늘도 대련하자고.”
켄이 덧붙였다.
“참, 제가 말했던 정령사가 소리스입니다.”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과연 켄이야. 집사가 황태자를 따라다니는 건 어색하지 않은 일이니까.”
켄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밖에서는 그저 집사가 전하를 수행하는 듯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정령사로서 전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아침부터 먹고 가자고.”
이날따라 밥맛이 더 좋았다.
* * *
수련은 대련으로 시작해서 대련으로 끝난다.
켄과 대련을 시작한 이후 전투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소리스가 연무장에 동행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중이었다.
켄의 검이 목에 닿았을 때 대련이 끝났다.
“정말 빨리 느시네요. 오늘은 두 번이나 공격을 허용했습니다.”
켄이 혀를 내둘렀다.
나는 쓰게 웃었다.
“결과는 내 패배지.”
“전하, 벌써부터 이기시면 제가 너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저 소드 익스퍼트입니다.”
켄이 억울하다는 듯 말하자 소리스가 주변을 살핀 뒤 슬며시 나섰다.
“혹시 전하께서는 의식으로 정령을 부리십니까?”
정령을 부린다, 라는 표현이 나는 묘하게 거슬렸지만 딱히 반발하지 않고 대답만 내놓았다.
“의식으로 부린다는 뜻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굳이 정령에게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내 생각대로 움직인다.”
소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하께서는…… 대륙의 모든 정령사들이 부러워할 재능을 지니셨군요.”
“재능?”
“저는 정령에게 구두로 명령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령사들이 그렇죠. 정령에게 기술을 사용하게 할 때, 움직이게 할 때 모두 말을 통해 그들에게 전달하죠.”
어머니의 정령술서에 따르면, 의식만으로 정령과 소통할 수 있다면 차원이 다른 정령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처음 정령을 소환했을 때부터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내 생각만으로 정령들은 움직였다.
소리스에게 그 사실을 고백했다.
“그…… 하급 정령도 말을 할 수 있나?”
내 질문에 잠깐 눈가를 좁힌 소리스가 이내 내 말의 의미를 깨달았는지 경악하며 물었다.
“설마 실프와 운디네의 목소리를 들으셨습니까?”
“처음에 계약할 때 잠깐.”
소리스가 허허, 하고 허탈한 듯 웃었다.
“어쩌면 저는…… 대정령사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겠군요.”
아무리 내가 집필했다 하여도 칼페온 제국의 모든 문화, 사람들의 의식, 생각을 아는 건 아니다.
소리스는 멀뚱히 서 있는 날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전하께서는 어떤 의미이신지 모르시는 것 같군요.”
“그게…… 처음부터 그랬고 내가 스승을 만난 것도 처음이니까.”
“이런 재능은 제국이 아니라 대륙을 넘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너무 과한 칭찬에 나도 모르게 할 말을 잃었다.
“지금 바람의 정령, 물의 정령과 계약하셨습니까?”
“그렇지.”
소리스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나는 숨을 고르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곧 소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불의 정령, 땅의 정령과도 계약 하십시오. 켄과의 대련을 봤을 때 마나홀 크기 자체는 추가로 계약해도 모자라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친화력인데…… 켄의 말과 전하의 오늘 모습을 미루어보아 모든 속성의 정령들과 친화력이 있으실 겁니다.”
내가 질문했다.
“왜 그렇게 확신하지?”
“계약하는 순간 전하께 목소리를 전했다는 건 정령과의 친화력이 어마어마하게 높다는 뜻입니다.”
딱히 손해 볼 것도 없는 일이니 나는 소리스의 말대로 불의 정령, 땅의 정령과 계약을 결심했다.
확실히 정령사가 있으니 도움이 되었다.
나는 먼저 땅의 정령을 불러냈다.
연무장에 널린 게 흙이니까.
정해진 계약의 주문을 외우자 땅이 잠시 들썩였다.
‘설마 최상급 정령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바람의 정령, 물의 정령의 경우가 반복되면 곤란하다.
그때보다 마나홀이 배는 커지고 넓어졌지만, 아직 내 몸은 최상급 정령이 빨아들이는 마나를 버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고오오오오-!
“이런!”
소리스가 즉시 내게 다가와 등에 손을 얹었다.
‘미친! 또야?’
나는 이제 놀라지도 않았다.
등 뒤에서는 뜨거운 마나가 몸을 타고 흘러왔다. 소리스가 크게 외쳤다.
“집중하십시오.”
켄은 애써 침착하게 물었다.
“소환을 멈추는 게 좋지 않습니까?”
소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최상급 정령이 태초의 맹약에 응하는 건 계약자도 막을 수 없는 일.”
다급한 와중에도 나는 소리스의 말 속에서 또 하나의 상식을 깨달았다.
‘그래서 중간에 최상급 정령의 소환을 멈추지 못했던 거군.’
그사이 지진이 난 듯 땅이 크게 갈라지고 그 위로 골렘과 비슷한 거대한 동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골렘은 몸에서 끝없이 흙을 흘려대고 있었다.
곧 번쩍 눈이 떠지고 골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허허, 소문으로만 듣던 친구가 날 언제 부르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땅의 최상급 정령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나는 거센 마나의 폭풍을 감당하기에도 벅찼다.
소리스가 계속 마나를 주입하고 있지 않았다면 벌써 기절했을 것이다.
소리스 역시 이미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많이 모자라는군. 다음을 기약 할 수밖에. 대지의 친우여.
곧 땅의 최상급 정령이 사라졌고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소리스는 피를 토했다.
“소리스.”
내가 깜짝 놀라자 소리스가 피식 웃었다.
“역시…… 제가 도박에서는 언제나…….”
소리스는 그것으로 의식을 잃었다. 켄이 재빨리 다가왔다.
“괜찮습니다. 마나를 단시간에 너무 무리하게 운용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옮기죠.”
벌써 세 번째로 최상급 정령을 소환한 덕분일까? 아니면 소리스의 마나 주입 덕분일까. 나는 생각보다 멀쩡했다. 마나홀이 텅 빈 것만 빼면 약간 피곤한 느낌일 뿐이었다.
-보너스 스탯이 주어집니다.
시스템 음성을 가볍게 무시하고 켄을 향해 말했다.
“그래. 쉬도록 해.”
땅의 정령과 계약은 소리스가 깨어난 뒤로 미루고 나는 켄을 따라 다시 궁으로 향하면서 상태창을 살폈다.
-S 대지의 친우(Lv1)
또 하나의 재능. 어김없이 S급이었다.
나는 이제 확신했다.
‘최고의 정령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