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0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01화(201/278)
201화.
“릴리안은 무사히 세계수 시험을 마칠 거야.”
“안에서 만나셨습니까?”
숙소로 돌아와서 앉자마자 하는 나의 장담에 켄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만나지 못했어. 하지만 안에서 여러 일을 겪었고 릴리안이라면 충분히 시험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지.”
나는 의문을 표하는 일행들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세계수로 들어간 건 요정들의 의도를 의심했기 때문이야.”
올리비아가 물었다.
“요정들 속셈이 뭔가요?”
“관리자 요정 렌은 정화의 불꽃단 사제야.”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계수 안에서 시험을 치르고 여러 가지 능력을 얻었어. 덕분에 렌이 정화의 불꽃단 사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켄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문제가 심각하군요.”
“맞아. 릴리안이 나오는 대로 요정 마을을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내 실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올라갔고 소드 마스터 두 명과 릴리안이 있지만 그럼에도 요정 마을은 위험하다.
렌을 비롯하여 다른 요정들이 만만한 것도 아니며, 당장 렌이 정화의 불꽃단 사제라는 사실을 다른 요정들에게 밝힐 증거도 없다.
우리만으로 모든 요정을 상대할 수 없다. 요정의 정점에 서 있는 렌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소수 정예가 아니라 군대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건 렌이 정화의 불꽃단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게 좋지만.
그 일은 품이 너무 많이 들고 성공 확률도 장담할 수 없었다. 차라리 요정 마을에서 빠져나간 뒤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다.
나는 말을 이었다.
“릴리안은 마그마의 마법서에 관한 시험을 치고 나올 거야. 일단 마을을 나간 뒤 서부의 방어를 공고히 하고 황도로 돌아가야겠어.”
서부의 일을 해결하고 직할령을 향할 예정이었지만, 정화의 불꽃단을 만났다.
아버지에게 먼저 보고한 뒤 움직일 생각이다.
“네. 이건 폐하께 대면 보고를 드려야 될 사안입니다. 제국의 적에 요정도 포함될 수 있으니까요.”
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정리하자고. 릴리안만 나오면 요정 마을을 빠져 나간다. 렌도 섣불리 우리를 공격하지는 못할 거야.”
나는 켄에게 말했다.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 봐. 렌은 릴리안이 나오면 정화의 불꽃단 문제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려고 할 거니까.”
“애초에 인간과의 협력 자체에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군요.”
상황이 그렇다. 렌은 호의적으로 우리를 받아들인 게 아니다. 정화의 불꽃단 사제인 렌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요정과 인간을 한데 묶으려하는 중이다.
관리자 요정인 렌의 의지를 다른 요정들은 반대하지 못하고 따라가니 요정족 전체의 의중이 렌의 말 한 마디에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많이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게일의 말에 나는 세계수에서 겪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내 말이 길어질수록 듣는 이들의 놀라움도 점점 더 커졌다.
“그나저나 렌은 속이 꽤 쓰리겠어. 렌은 세계수가 나를 부를 줄도 몰랐고, 안에서 그런 좋은 일을 겪을 줄도 몰랐겠지.”
“아마 전하의 성장을 알면 그렇겠죠. 하지만 렌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게일이 말을 이었다.
“저 역시 전하의 말씀을 듣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마나를 갈무리하는 느낌이랄까? 실력을 숨기는 게 훨씬 부드러워진 느낌이야.”
올리비아가 말했다.
“소드 마스터조차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이니 전하의 진짜 실력은 이제 전하가 직접 선보이지 않는 이상 누구도 모르겠군요.”
나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글쎄.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아침부터 긴장했을 텐데 쉬자고. 릴리안이 돌아올 때까지는 마음 편하게 있자.”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여유롭게 있으면 도리어 렌이 조급해져 뭔가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으니까.”
아홉 번째 사제.
정화의 불꽃단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진짜 마왕을 강림시키려는 놈들이 있었다니.’
나는 올리비아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설정 자체가 이제 완전히 달라져서 내 미래 지식의 가치는 도리어 떨어졌다. 카렌의 운명도 크게 바뀌었을 거야. 당장 제인의 가문에서 아버지와 카렌이 만날 운명은 아니었으니까.’
현재 시점에서 나는 내가 카렌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카렌은 갓 소드 마스터가 된 수준인데 나는 세계수의 시험을 통해 소드 마스터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모르지. 모든 게 달라졌으니 카렌도 훨씬 더 무섭게 성장했을지도.’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올리비아가 따뜻하게 안겨왔다.
창문 밖은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었다.
올리비아의 향기와 함께 편안한 마음을 먹으니 하루의 피곤이 몰려왔다.
‘릴리안이 돌아오면 곧바로 빠져 나간다. 모든 계획을 수정해야 돼. 중간계에 마왕을 강림시킬 순 없으니까.’
카렌은 적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마왕은 다르다.
마왕이라는 존재는 제국이 아니라 중간계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렌의 말 중 사실인 건 마왕의 강림은 중간계 종말을 의미한다는 것뿐이다.
‘정화의 불꽃단이라.’
적이 선명해졌다.
* * *
아침에 일어나 숙소 거실로 나왔을 때 반가운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황태자 전하 일어났네?”
“릴리안!”
릴리안을 부르자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SS 마그마의 분노, 첫 번째 여정완료.
두 번째 여정 : 용의 흔적.
└마그마의 분노를 열람한 릴리안을 따라 잠든 용의 흔적을 찾으십시오.
몇 번째 여정까지 있을까?
어쨌든 보너스 스탯이 지급되었다.
지금은 퀘스트보다 릴리안의 무사 귀환이 더욱 중요했다.
“무사했군.”
“뭐. 그럭저럭 어려웠지만 나쁘지는 않았어.”
잠시 뒤 켄과 게일도 거실로 나왔고 두 사람도 릴리안을 반겼다.
릴리안은 모두 모이자 세계수 안에서 겪었던 일을 설명했다.
“요점은 하나야. 마그마의 분노는 용이 집필한 게 맞고 세계수 안에 있었던 건 서장에 불과해.”
“서장?”
“응. 마법서마다 다르지만 일부 마법서 중 서장은 마법서를 집필한 마법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는 것이 있거든. 마그마의 분노도 그랬어. 집필한 용에 대한 설명이 전부였어.”
릴리안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마법이 없는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용의 정체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니 소득이 없는 건 아니야.”
릴리안의 미소가 진해졌다.
“다레트가 헛발질을 제대로 했어. 피레온 왕국 수도에 있는 유적지. 그곳에 마그마의 분노 첫 번째 장이 있거든. 내가 조사하던 그곳에.”
“피레온 왕국의 수도 유적지라면 라인하이드 가문의…….”
“맞아. 용은 마그마의 분노를 대륙전체에 퍼트려 놓았어. 서장에는 용에 관한 설명과 첫 번째 마법이 집필되어 있는 제1장에 관한 위치만 나와 있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정과 공유한 뒤 떠난다.”
볼일이 끝났으니 굳이 이곳에 머물 이유는 없었다.
“마왕 강림 어쩌고 하면서 요정과 협력하는 거 아니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설명은 천천히 하지. 마그마의 분노를 요정과 공유하기로 한 건…….”
“돌아온 뒤 필사해 두었어. 어려운 내용은 아니니까. 마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릴리안이 말을 이었다.
“애초에 공유하는 조건으로 세계수의 시험을 받은 거니까.”
켄이 릴리안이 작성한 양피지를 들었다.
“가시죠.”
“좋아. 돌아간다.”
짐이라고 챙길 것도 없었다. 나와 일행들은 곧바로 밖으로 나온 뒤 근처 보이는 요정에게 렌을 찾았다.
금세 렌이 우리 숙소 앞으로 찾아왔다.
“나오셨군요.”
릴리안이 세계수 안을 나왔다는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다.
렌의 말에 켄이 나섰다.
“약속한 마그마의 분노 마법서입니다.”
렌은 양피지를 받은 뒤 눈을 찌푸렸다.
“마법이 아니라…….”
릴리안이 렌의 말을 끊었다.
“안에서 본 건 그게 전부야. 고대어도 그대로 적어 두었으니 해석에 이견이 있다면 그건 어쩔 수 없고. 분명한 건 내용은 그게 전부라는 거지.”
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수 안에 있는 건 서장 같다는 정보는 요정 마법사들도 짐작하고 있던 바지만 확실히 당신은 뛰어난 마법사이군요. 풀지 못했던 고대어들을 완벽하게 풀이했어요.”
“서장 자체에도 마법이 깃들어 있으니까. 그 마법을 해제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는 글자들도 있고. 어쨌든 약속은 지켰어.”
릴리안의 말에 나도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지금 돌아간다.”
렌의 표정이 굳어졌다.
“인간들 중 마왕을 강림시키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맹약의 주인을 초대한 건…….”
“알고 있다. 그래서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렌의 눈동자에 의문이 떠올랐다.
“인간들 중 마왕을 강림시키려는 놈들은 각국에서 활약 중이다. 겉으로 드러나 활약하든, 숨어서 활약하든. 중요한 건 그들은 꾸준히 마왕 강림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지.”
나는 쉬지 않고 말했다.
“당장 나의 제국에서부터 그놈들을 색출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제국이라는 거대한 힘 자체가 마왕 강림에 이용당할 수 있으니까.”
“그 문제를 논의하고자 당신들을 초대한 겁니다.”
“요정은 요정 나름대로 노력하도록. 만약 필요하다면 협력을 요청하겠다. 그대도 인간의 힘이 필요하면 요청하도록. 내가 이곳에 있을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독히 이기적이군요. 역시 인간이란.”
나는 굳이 렌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저자에게 조금의 정보라도 더 주면 안 된다. 당장 제국이 정화의 불꽃단을 색출하겠다는 정보를 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나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풀었다.
렌은 요정이다. 다른 정화의 불꽃단 사제와 다르게 인간 사회에서 활동하는데 제약이 있다.
“그럼 이만. 그대들의 호의에 감사한다.”
나는 곧바로 돌아섰고, 렌은 굳이 우리를 잡지 않았다.
우리를 성토하는 요정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그걸 들어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요정 마을을 나오고, 요정의 흔적이 보이지 않을 때쯤 나는 바람으로 소리를 차단했다.
“서부로 돌아간 뒤 서부 연합체 수장 영주를 임명하고 황도로 돌아간다.”
일행 중 릴리안을 쳐다봤다.
“릴리안.”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도로 단번에 돌아갈 수 있는 마법진 같은 건 없나?”
“있어. 근데 그리는데 하루 정도는 걸려.”
“일주일 거리를 하루로 줄일 수 있다면 좋은 거지. 마법진으로 이동한다.”
황도로 빨리 돌아가 아버지와 상의를 할 생각이다.
‘카렌도, 요정도 중요하지 않다. 정화의 불꽃단이 중요하지.’
나는 켄에게 말했다.
“황도로 돌아가면 베레곤 공작과 얀 공작, 오스틴 공작 쪽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그들 중 정화의 불꽃단이 숨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올리비아.”
“네.”
“제임스 공작님을 만나서 정보를 공유해. 지금 내 세력이라곤 제임스 공작님과 마이크 후작님이 전부니까.”
“네. 곧바로 아버님께 연락을 드릴게요.”
마지막으로 릴리안에게 한 번 더 말했다.
“릴리안, 곧바로 직할령으로 가. 가서 마그마의 분노 첫 장을 반드시 요정보다 먼저 확보해야 돼.”
“요정보다?”
릴리안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렌은 분명 피레온 왕국 수도로 올 거야. 마그마의 분노…… 마지막 용의 흔적. 그 흔적은 왠지 마왕 강림에 연관이 있을 것 같지 않아?”
릴리안이 고민에 잠겼다.
“그럴 수도. 마그마의 분노 마법서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니까. 그 힘을 흑마법으로 치환한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마왕 강림까지 가능하지.”
“정화의 불꽃단 놈들이 어떤 방식으로 마왕 강림을 시도하려 하는지 알아봐야 돼. 마그마의 분노 마법서에 내재되어 있는 힘을 이용하는 것도 그놈들이 생각하는 방법 중 하나일 거야.”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