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0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04화(204/278)
204화.
어제 대련 이후, 귀족들의 태도가 확연해졌다.
“전하, 선물을 모두 물릴까요?”
소리스는 바쁘게 움직였다.
응접실을 가득 채운 선물들은 우습게도 모두 귀족파 귀족들이 보낸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정령사가 탄생했다는 것을 축하하기 위한 선물이다.
귀족파 귀족들은 차기 황제가 나라는 사실을 결코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아버지를 몰아붙일 정도의 실력자!
그 이야기는 내가 아버지를 제외하면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는 뜻이 된다.
칼페온 제국은 아버지의 무력을 기반으로 세워진 국가다.
즉, 무력이 황제가 되기 위한 조건 중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귀족들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선물을 보냈다.
그들이 선물을 보냈다 하여 당장 나의 수하가 되거나 혹은 황태자파 귀족으로 전향하는 건 아니다.
이번 선물은 말 그대로의 앞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위한 기반 작업이다.
그들은 여전히 귀족들의 기득권을 주장할 것이고, 나는 황가와 내 세력의 영향력을 지키려 할 것이니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베레곤 공작과 오스틴 공작까지 선물을 보내왔다.’
귀족파 귀족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마저 선물을 보내왔으니 후계자에 관한 건 이제 계획에서 제외시켜도 될 것 같았다.
“아니야. 물릴 필요는 없어. 적당히 감사 편지를 보내도록 해.”
“네.”
“선물들 중 현금화시킬 수 있는 건 현금화시키고 수도 빈민가 재건 사업에 보태도록.”
“네, 전하.”
소리스가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다른 건?”
“아침 식사 이후 대전으로 드시라는 폐하의 명이 있었습니다.”
“그래? 가지.”
* * *
대전이 아니라 내가 불려간 건 아버지의 집무실이다.
아버지는 안에 있는 신하를 밖으로 물린 뒤 나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눴다.
아버지는 대련 이후 나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굉장히 낯선 일이었다.
황후궁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난 뒤 아버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지만, 나에게 그토록 솔직한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버지를 대하는 게 전보다 더욱 편해졌다.
황태자 직위를 지키는 것도 완전히 끝났고, 남은 건 이제 제국을 지키는 일이다.
아버지는 제국을 지키는 이유 자체가 복수를 위해서였지만, 나는 아버지와 살짝 달랐다.
어머니의 복수도 복수이지만, 나는 칼페온 제국을 지키고 번영시키고 싶었다.
칼페온 제국은 나의 새로운 조국이고, 황태자는 나의 새로운 정체성이다.
과거, 현대 사회에서 살던 시절과 다르게 아룬 칼 레오드로서 삶의 목표는 언제나 한 가지였다.
황태자 자리를 지키는 것.
이제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했으니 다음 목표를 설정할 때였고, 나는 칼페온 제국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칼페온 제국은 사방이 적이다.
나는 그 점을 아버지에게 명확하게 밝혔다.
서부에서 겪었던 일을 설명하자 아버지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정화의 불꽃단…… 종교라. 골치가 아프게 되었군.”
아버지의 반응은 의외였다.
“정화의 불꽃단에 관해 알고 계시던 것 아니었습니까?”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사제라 부르는 건 일종의 기만책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정말로 신을 모시는 종교 형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정말로 신을 모시는 종교면 상대하기가 까다롭습니까?”
나의 질문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지. 대륙에는 여러 종교가 있지만 종교는 종교 자체만으로 존중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고 있고.”
아버지의 말이 이어졌다.
“국가의 권력이 종교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반대하는 귀족들도 적지 않을 거다. 요정조차 사제로 들인 놈들인데, 귀족 사제가 없을까.”
“렌이라는 요정을 아직 건드릴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내부 단속이 먼저 필요합니다.”
아버지가 내 말에 동의했다.
“너는 직할령으로 떠나라.”
“네?”
“황궁의 일은 내가 알아서 마무리 할 생각이다.”
아버지가 집무실 책상에 지도를 펼쳤다.
제국 지도다.
“동북부로는 왕국 연합, 서부로는 요정, 남부로는 남부 연합체. 제국은 사방이 적이다.”
“요정도 적입니까?”
“수장이 정화의 불꽃단 사제이니 적으로 규정하는 게 상식이지.”
“요정까지 적으로 규정하면 제국은 완전히 고립됩니다.”
“본래 우리는 고립되어 있었다. 많은 왕국들은 신생 제국인 우리를 배척하고 있지. 혹은 두려워하거나.”
아버지는 내 직할령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새롭게 편입된 제국 영토 중 옛 피레온 왕국 수도. 지금은 그레니안이지?”
“네.”
“이곳이 정말 중요하다. 왕국 연합은 곡창 지대를 포기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지금쯤이면 그들 역시 그레니안이 네 직할령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겠지.”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가서 직할령을 안정시키고 완전한 국경 도시로 성장시켜 보거라.”
아버지가 당부했다.
“황궁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네 자리를 노리는 놈들은 없을 거고…… 황태자 직위를 꿈꿨던 귀족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할 다른 방법을 강구할 거니까.”
아버지가 직접 황태자 직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자, 나는 얼떨떨한 기분이다.
대련 이후 어느 정도 예상했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직접적으로 들은 건 처음이니까.
“마왕을 강림시키려는 미친놈들이 이리엘의 원수다. 그들은 요정마저 끌어들일 정도로 힘이 있어. 지금의 제국 힘만으로 그들을 소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지.”
아버지의 말이 차분하게 이어졌다.
“황가의 힘은 오로지 내 무력으로만 지탱되었다. 이제는 내 무력만이 아니라 네 무력도 추가되었지.”
아버지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너는 무력에 정치력도 어느 정도 갖췄다. 그리고 이제는 기반을 닦을 때지.”
“네.”
“요정 일은 내가 맡지. 남부 연합체도. 왕국 연합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그레니안에서 네 세력을 크게 키워라.”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피레온 왕국 전체를 네 영향력 아래에 놓아도 상관없다.”
* * *
나는 저녁에 수하들을 소집했다.
제임스 공작도 초대했다.
황궁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마이크 후작 역시 불렀다.
황태자궁 식당이 사람들로 꽉 찼다.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제임스 공작은 사위인 내가 아버지와 버금가는 강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굉장히 기쁜 것 같았다.
“전하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건 눈으로 보아도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나는 제임스 공작의 와인잔을 채우며 대답했다.
“많은 이들이 도운 덕분이죠.”
“성년식과 결혼식 이후 전하의 자리는 공고해졌지만, 어제의 대련은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마이크 후작도 동의했다.
“서부에서 오크와 싸우실 때도 느꼈지만 전하의 강함은 실로 놀랍군요.”
나는 옅게 웃었다.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한동안 제임스 공작과 마이크 후작의 칭찬이 이어졌다.
나는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된 이후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폐하께서 직할령으로 가기를 명하셨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왕국 연합 견제를 명분으로 제가 더 큰 세력을 일구기를 기대하시는 듯합니다.”
제임스 공작이 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폐하께서 더 큰 세력을 직접 언급하셨습니까?”
“네.”
제임스 공작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권력이 양분화되는 건 좋지 않은데 폐하께서 직접 전하께 자신의 권력을 나누는 모양새로 가고 있습니다.”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제임스 공작의 말에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권력은 자식과도 나누지 않는다.
하지만 곧 나는 아버지가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동료를 찾고 있었습니다.”
나의 말에 켄이 나섰다.
“정화의 불꽃단을 혼자 상대하기란 어렵다고 판단하신 모양이군요?”
역시 켄이다.
나는 아직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마이크 후작을 위하여 지금까지의 상황을 한 번 쫙 정리했다.
마이크 후작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헤밀튼이 말했다.
“카렌이라는 기사가 있지 않습니까?”
제임스 공작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폐하께서 재능을 눈 여겨 보았던 왕국 연합의 기사 말인가?”
“네.”
헤밀튼이 고개를 끄덕인 뒤 말을 이었다.
“제인 가문의 식객으로 머물고 있던 카렌이 최근 제인의 후계자로 임명되었다고 합니다.”
미래가 완전히 뒤틀렸다.
‘카렌이 제인의 후계자라고?’
제인이 물론 후계자가 없지만 외부인을 후계자로 선정할 정도로 핏줄이 없는 건 아니다.
이 시대의 귀족들은 핏줄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데.
제인 역시 카렌의 재능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세력으로 완전히 묶어두고 싶은 모양이었다.
“제인 가문 영지에 정화의 불꽃단 사제로 추정되는 인물이 두 명이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카렌과 잦은 만남을 가졌구요.”
헤밀튼의 말에 켄이 말했다.
“카렌이라는 기사가 이미 정화의 불꽃단 손에 떨어졌을 수도 있겠군요.”
마이크 후작이 물었다.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닌가?”
켄이 고개를 저었다.
“놈들은 각국에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다레트는 피레온 왕국에서 후작까지 해먹었고, 요정들 중 정점은 아예 사제입니다.”
켄은 정화의 불꽃단 전력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사제 숫자가 많지 않을지 몰라도 그들의 영향력은 제국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당장 제인 가문 영지에 두 명의 사제가 있다는 건 그들이 제인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게 그리 확대될 수 있는 사안인가? 나는 곧바로 물었다.
“단순히 머물고 있을 수 있어. 제인은 정화의 불꽃단 사제에게 별 관심이 없을 수 있잖아.”
“물론 그럴 수 있지만 지금까지 그들은 아무에게나 영향력을 끼치는 건 아닙니다. 아마 제인을 어떤 형식으로든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그에 대한 결론은 하나였다.
“놈들이 왕국 연합 왕가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뜻이군. 제인은 현 왕국 연합 왕의 사위이기도 하니까.”
고든이 죽으면서 왕국 연합의 소드 마스터는 두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중 제인의 영향력이 더 컸다.
‘카렌까지 합류했으니.’
내가 입을 열었다.
“직할령을 갈 준비를 서두르고, 릴리안.”
릴리안과 시선이 마주쳤다.
“유적지 조사 준비해.”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켄, 뷔칸.”
뷔칸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화들짝 놀랐다.
아직 뷔칸은 이런 자리가 어색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뷔칸 역시 내 사람 중 한 명이라 생각했다.
그의 영향력은 황태자파 내에서 결코 적지 않다.
자신감을 좀 가졌으면 좋다는 생각에 말을 덧붙였다.
“직할령에서 뷔칸이 할 일은 많아. 일단 먼저 식량부터 쌓아 놓지.”
“군량미로 말씀이십니까?”
역시 척하면 척이다.
왕국 연합과의 전쟁까지 각오하고 있으니 군량미 비축은 매우 중요했다.
“맞아.”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밤늦게까지 수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넌지시 직할령만이 아니라 내가 피레온 왕국 전체를 관리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후계자의 권력을 키워주는 수준이 아니다. 거의 자신과 대등한 사람으로 성장해서 동료로서 도움을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생각이다.
* * *
한편, 아룬이 식당에서 수하들과 직할령을 회의하는 시각, 론도 자신의 수하들을 불렀다.
“정화의 불꽃단이 서서히 양지로 올라오려는 중이다.”
론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살기가 진하게 묻어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황태자 전하는…….”
그림자 중 한 명의 말에 론이 짧게 대답했다.
“아룬을 계속 키운다. 나와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직할령을 중심으로 기반을 만들 동안 너는 서부 영주들을 관리해라. 그 쪽이 황태자파 귀족들 주류니까.”
론이 덧붙였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군. 기대하지 않았던 아들이 빨리 일을 마치고 쉬라는 듯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