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0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05화(205/278)
205화.
아직 마법진이 불안정하여 그레니안까지는 말을 타고 갔다.
릴리안은 그레니안에 도착하자마자 마법진을 안정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말을 타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전쟁이 끝난 뒤 옛 피레온 왕국 지방의 민심도 살펴볼 수 있고, 제국민이 된 그들의 삶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름이 넘게 걸려 그레니안에 도착했다.
그레니안 성문을 통과하는 나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는데, 덕분에 수하들이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성문을 지나가고 있었다.
전쟁으로 인해 무너진 성벽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지방이나 그레니안이나 사람들의 피골이 상접한 건 같았다.
‘처참하군.’
저절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옛 피레온 왕국 민심은 최악이다.
대륙 최대 곡창 지대라는 피레온 왕국에서 굶어 죽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전염병도 돌았다.
“차라리 예전이 좋았어.”
“맞아. 제국의 그 어린 황태자 놈만 아니었어도.”
“괜히 남의 나라에는 쳐들어와서.”
수군거리는 목소리에 수하들이 나서려고 했지만, 나는 가볍게 손을 들어 제지했다.
나는 아무런 목소리도 듣지 못한 척 그레니안 성으로 향했다.
피레온 왕국의 왕궁을 보수한 성은 여전히 화려한 자태를 뽐냈다.
나는 한숨과 함께 성 안에 들어가자마자 말했다.
“각자 짐을 푼 뒤 모두 모이도록.”
현재 치안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와 리오덴이다.
나는 그 둘을 보내며 단순히 치안만 살피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민심을 돌보라고 요구했다.
피레온 왕국 지방 지역까지는 힘들어도 그레니안 안에서의 민심은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민심은 당장 반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올리비아와 함께 방으로 향했다.
“전하.”
올리비아가 시녀들의 도움 없이 홀로 짐을 풀면서 입을 열었다.
“화가 많이 나신 듯한데 괜찮으세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 괜찮지 않아. 데이비드와 리오덴에게는 시간이 많았어. 자원도 있었고. 적어도 그레니안 민심은 다독였어야지.”
나는 두 사람에게 실망했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민심을 방치하는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민심을 돌보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화가 났다.
두 사람을 믿고 그레니안을 맡겼는데 마탑 건설은커녕 기본적인 민심 통제도 되지 않고 있었다.
“어쨌든 이유를 들어봐야지. 화가 나는 건 화가 나는 거고. 이유도 듣지 않고 문책할 순 없으니까.”
나는 마음을 다스렸다.
올리비아가 나를 위로했다.
“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예요.”
“가자. 하루 종일 표정이 좋지 않아 수하들이 눈치를 보던데, 화가 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나도 힘들고 수하들도 힘드니까.”
“네.”
나는 올리비아와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로 향하는 중에도 왕궁의 화려함은 지속되었다.
‘모조리 떼어서 처분해야겠어.’
그림, 보석, 금 등으로 장식된 왕궁을 나는 철저하게 개조하기로 결심했다.
단순히 사치스러워서 왕궁을 개조하는 게 아니라, 피레온 왕국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 왕궁을 개조할 필요가 있었다.
‘데이비드라면 왕궁 개조도 할 줄 알았는데. 이 모든 걸 그대로 두다니.’
피골이 상접한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토록 사치스러운 왕궁을 개조하면서 얻는 물건들만 처분해도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구매가 가능하다.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애써 눌렀던 분노가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나는 굳은 얼굴로 회의실 문을 열었다.
이미 모든 수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석에 올리비아와 함께 자리를 잡은 뒤 입을 열었다.
“오랜 여정으로 피곤하겠지만 곧바로 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일단 내가 보름 동안 그레니안으로 오면서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하여 말했다.
“민심이 매우 심각하다. 당장 반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 지방은 물론이거니와 이곳 그레니안도 마찬가지다.”
켄이 내 말에 동의했다.
“생각보다 빈곤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지방 귀족들은 전하를 맞이하면서 그런 문제들을 숨기려 했지만, 그게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지요.”
켄이 말을 이었다.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가고, 굶주린 이들이 영지의 탈출을 감행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게일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문제는 그 모든 것들이 모두 전하가 원인이라고 지목되는 데 있습니다.”
켄이 즉시 게일의 말을 거들었다.
“네. 그게 가장 큰 문제지요. 본래 피레온 왕국은 무너져가던 왕국이었습니다. 왕가의 지나친 사치와 귀족들의 사치 그리고 왕국 연합에 매해 바치는 엄청난 공물들.”
켄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망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왕국은 제국과의 전쟁으로 결국 멸망했습니다.”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아직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수하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심각했다.
“피레온 왕국 왕가, 귀족들에 대한 원망이 이미 하늘같이 쌓인 상황에서 전하는 오히려 한줄기 희망이라 하는데, 전하의 민심이 좋지 않다는 건 분명 의외의 일입니다.”
나는 드디어 리오덴과 데이비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
“네, 전하.”
동시에 대답하는 두 사람을 향해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물었다.
“상황이 왜 이 모양이지?”
데이비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레니안에 도착한 이후 가장 먼저 본 건 약탈이었습니다.”
“약탈?”
“네. 전쟁이 끝난 이후 일부 피레온 왕국 병사들은 무장을 해제하지 않고 마적단으로 돌변했습니다.”
나는 혀를 찼다.
“정신이 나갔군.”
“그들을 토벌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리오덴이 그레니안이 이 꼴이 되어버린 원인을 꺼내 들었다.
“왕국 연합, 귀족들 두 세력이 원인입니다.”
“왕국 연합? 귀족?”
나의 물음에 리오덴이 대답했다.
“그들이 보통 견제를 하는 게 아닙니다.”
* * *
“국경에서 도발하는 건 가장 기본적인 겁니다.”
나는 리오덴의 설명을 들었다.
“변명으로 들리실 수도 있지만, 하루에 한 번이 아니라 하루에 족히 두세 번은 국경에서 게릴라전이 벌어집니다.”
나는 흠, 하고 신음을 삼켰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묘하게 가라앉았다.
리오덴의 말이 이어졌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같이 벌어지는 왕국 연합의 도발에 병사들이 무척 지쳤습니다.”
데이비드도 나섰다.
“무시할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간혹 왕국 연합이 꽤 큰 규모로 도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자칫 무시했다가 그레니안 북쪽 경계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죠.”
듣고 보니 확실히 큰 문제다.
그러나 켄은 그 와중에도 빈틈을 발견했다.
“왕국 연합의 도발이 큰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경계를 튼튼히 하고 병사들을 충원하면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우리의 방비가 완벽하여 저들이 계속 손해만 본다면 자연스레 도발 횟수도 줄어들 수 있었습니다.”
리오덴이 한숨을 머금었다.
“병사 백 명 죽는 건 우습게 알고 손해를 보더라도 계속 도발하는 게 문제입니다.”
켄의 표정이 굳어졌다.
“손해를 지속적으로 보아도 계속 도발하는 겁니까?”
“같이 죽자는 식으로 매일같이 국지전을 유도해. 마치 우리가 다른 곳에 신경 쓸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켄이 눈가를 좁혔다.
“그레니안이 안정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작전이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왕국 연합의 지속적인 도발. 다른 문제도 있나?”
“귀족들의 협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족들의 협조?”
“네. 망국에 대한 처벌을 받은 건 옛 피레온 왕국의 왕가와 주요 고위 귀족들뿐입니다.”
“그렇지.”
아버지는 피레온 왕가와 주요 귀족들만 처벌하고 나머지 귀족들은 제국에 충성하는 조건으로 기존의 지위를 인정해주었다.
점령 국가에 모든 귀족들을 일시에 처벌하면 점령 후 관리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피레온 왕국의 경우 의외로 많은 귀족들이 지위를 보전했다.
대부분이 제국에 충성을 맹세했으니까.
‘충성 맹세를 했는데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
데이비드가 자세히 설명했다.
“국지전이 매일 벌어지니까 자연스레 병사의 숫자가 모자랐습니다. 그레니안에서 자체적으로 징집하는데 한계가 있어 지방에 요청했습니다.”
“설마 거절했나?”
데이비드가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거절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병사들이 올라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징집하는 병사도 소규모이고요.”
켄이 후, 한숨을 머금었다.
“아마도 그들 역시 징집에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굶어 죽는 이들도 많고 전염병마저 돌고 있으니.”
총체적 난국이다.
데이비드가 켄의 말에 한 가지를 더했다.
“행정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괴뢰 국가를 세웠어도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리오덴과 데이비드 말을 들어보니 충분히 두 사람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었다.
“다른 문제는 없나?”
“귀족들이 협조를 안 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지위와 재산 보전에만 급급한 상황입니다.”
나는 헤밀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헤밀튼.”
“네. 전하.”
“주요 귀족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네.”
나는 릴리안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법진을 먼저 완성시키도록. 유적지 조사는 그 뒤에.”
유적지 이야기가 나오자 리오덴이 끼어들었다.
“전하, 유적지에 관해서도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유적지?”
“네. 왕국 연합 놈들이 유적지 근처에서는 유독 전투를 크게 벌입니다.”
“유적지 근처에서?”
“다른 곳에서 백 명 단위로 전투를 벌인다면 유적지 근처는 족히 오백은 동원합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을까 의심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런, 하고 중얼댔다.
‘정보가 샌 모양이군.’
어디서 정보가 흘렀을까? 알 수 없었지만 왕국 연합의 유적지 집착은 확실히 이상한 점이 많았다.
그들은 유적지에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릴리안이 피레온 왕국에서 유적지를 연구할 동안 발견한 건 없었다.
피레온 왕가를 수하처럼 부렸던 왕국 연합이니 당연히 유적지의 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새삼 유적지에 집착하는 건 뭔가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게일, 유적지를 중심으로 북쪽 국경을 맡아줘.”
“네, 전하.”
소드 마스터가 경계 지휘로 간다면 왕국 연합도 쉽게 도발할 수 없으리라.
나는 뷔칸에게 말했다.
“여유 식량이 얼마나 있지?”
“그레니안부터 구휼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방 일부에도 구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축해 놓았습니다.”
“마법진이 완성되면 식량부터 옮긴다.”
“네, 전하.”
일단 나는 민심부터 안정시키기로 결심했다.
“데이비드와 리오덴은 치안을 맡아.”
“네, 전하.”
나는 두 사람을 문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이 나름 힘들었던 이유가 있었고, 그들은 확실히 최선을 다했다.
외부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그레니안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건 알겠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건 사실이야.”
“죄송합니다, 전하.”
“치안을 안정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줘.”
가볍게 한 마디 하는 것으로 문책을 끝냈고, 나는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제는 예전과 달라. 그레니안은 내 기반이 되어줄 곳이야. 이제는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질 때가 아니야.”
나는 굳은 다짐을 담아 말했다.
“차기 황제로서 내 기반을 닦을 때이지. 아바마마가 북방에서 세력을 키워 일어나셨듯, 나 역시 서부와 그레니안을 기반으로 제국에서의 영향력을 키워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