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0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06화(206/278)
206화.
릴리안이 마법진을 안정화시키고, 뷔칸이 마법진을 통해 비축한 식량을 가져오기까지 딱 하루가 걸렸다.
“그레니안의 기아부터 해결한다.”
나의 명령에 따라 수하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올리비아까지 나서서 식량 배급에 신경 썼다.
황태자비인 올리비아까지 실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 그만큼 수하들이 더 열심히 일할 것이고, 백성들 역시 내가 자신들을 신경 쓰고 있다 느낄 거니까.
나는 뷔칸과 켄을 따로 불렀다.
“비축한 식량은 정확히 어느 정도나 되지?”
나의 질문에 뷔칸이 자신감 넘치게 대답했다.
“그레니안에 사는 사람들 전체가 일 년 정도는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양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당장 시급한 건 그레니안의 민심을 다독이는 일이니까.”
빈곤은 식량만 해결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빈민들을 지원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이 없어 나는 그들의 자구책을 마련해주기 위하여 고민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마탑 건설이다.
기존에도 세웠던 계획인데, 왕국 연합의 도발과 모자란 식량 문제로 지지부진했다.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마탑 건설까지 추진할 여력이 없었지만, 내가 온 이상 기존의 계획들을 모두 실현할 예정이다.
“마탑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뷔칸 상단 단독으로는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몇 개의 상단을 더 끌어들이고자 합니다.”
켄이 반대했다.
“참여하는 상단이 많아지면 그만큼 이권도 많이 챙겨줘야 됩니다. 자금이 모자라면 차라리 뷔칸 상단이 다른 상단에게 돈을 융통하는 형식을 취하세요.”
뷔칸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켄의 의견에 동의했다.
“켄의 말이 맞아. 마탑 건설의 주가 되는 건 어디까지나 뷔칸 상단이야. 다른 이들까지 끼어들면 곤란해.”
“제 신용으로는 많은 자금을 빌리기가 어렵습니다.”
뷔칸의 말에 나는 다소 단호하게 대답했다.
“방법을 찾아. 내 영향력을 이용해도 좋아. 그러라고 하나의 상단만 받아들인 거니까.”
뷔칸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귀족과 상단은 서로의 이득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지. 나는 마탑 건설 자금이 필요하고 뷔칸은 상단을 더 키울 정치적 영향력이 필요해.”
나는 뷔칸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정치적 영향력은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해. 식량 비축도 훌륭한 일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내 영향력을 낭비한 감이 있지 않나?”
켄이 나의 말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전하의 영향력이 한참 올라가고 있죠. 상단주님은 아직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있어요. 다른 상단들이 고위 귀족의 영향력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참고하면 좋은 방법이 나올 겁니다.”
뷔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하.”
“무거운 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뷔칸의 어깨를 두드렸다.
“부탁한다.”
뷔칸을 내보낸 뒤 나는 집무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댔다.
“결국 돈이군.”
“본래 모든 일에는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나마 그레니안에 식량을 공급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뷔칸 상단주의 공이죠.”
“맞아. 최근 뷔칸 상단주와 헤밀튼에게 일이 집중되고 있어. 그 문제도 해결해야 되는데.”
켄이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이 맡은 부분은 오로지 두 사람의 몫입니다. 굳이 누군가를 두 사람에게 붙여줄 필요는 없어요. 이미 두 사람 모두 충분한 인력을 가지고 있죠.”
켄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전하께서는 그레니안 민심을 다독이는데 최선을 다하십시오. 외부 행사를 빡빡하게 잡겠습니다.”
“외부 행사?”
“네. 마탑 건설 소식도 발표하시고, 건설과 동시에 지급되는 임금 등 빈민들의 자구책 마련도 직접 발표하시는 겁니다.”
“보여주기 식인가?”
“옛 피레온 왕국 귀족들을 초청하여 연회를 여는 것도 필요하죠.”
“이 시국에 연회를 연다고? 굶어 죽고, 전염병이 돌아 죽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의 반발에 켄이 반박했다.
“전하, 연회 역시 민심을 다독이는 일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연회와 켄이 생각하는 연회 의미가 다른 것 같았다.
“연회에서 귀족들이 마시고 즐기는 건 사실이지만, 큰 규모의 연회는 자연스레 평민들도 마시고 즐깁니다.”
“무슨 말이지?”
“큰 규모의 연회는 일종의 축제나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나는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축제는 단순히 귀족들만 즐기는 게 아니라 켄의 말처럼 평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평민들이 평소에 먹기 힘든 술과 고기가 지급되니까.
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즐기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을 줄 수 있다.
“귀족들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시간도 필요하니 연회를 여십시오.”
“지방에서 사람들이 그토록 죽어 가는데 영주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한 번 보긴 봐야지.”
그레니안에 오는 길을 서둘러 지나가는 영지들의 영주들은 자세히 살피지 않았다.
머물러도 고작 잠을 자는 것에 불과했고, 보름이 넘는 기간 중 대부분을 노숙했으니까.
“연회는 올리비아에게 맡기지.”
켄이 동의했다.
“본래 사교계는 황태자비께서 관리하시는 게 맞죠.”
“올리비아에게는 내가 따로 말해 놓을 게.”
켄이 한 가지 걱정을 더했다.
“황태자비께서는 왕국 연합과 국지전에 참여하고 싶어 하실 것 같은데 잘 설득해주십시오.”
내가 피식 웃었다.
‘하긴, 소드 마스터인데.’
사교계보다 전장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 올리비아다.
하지만 지금은 올리비아가 가지고 있는 황태자비라는 정치적 타이틀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명분은 연회이고, 은밀한 말이 오가는 곳은 연회보다는 사교계 모임이다.
‘연회로 올리비아가 귀족 부인들과 면을 트고, 모임을 주관하면서 자세한 사정들을 알아보는 형식이 되겠어.’
한동안 팔자에 없는 사교계 귀부인 행세를 해야 되는 올리비아였지만, 나는 그녀가 잘해내리라 믿었다.
“일단 큰일은 마무리되었으니 내일 곧바로 마탑 건설에 관한 내용을 직접 발표하시죠.”
“내일?”
“네.”
* * *
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나는 그레니안 전체를 직접 돌아보고 있었다.
내 옆을 올리비아가 황태자비인 동시에 호위 기사로서 철통같이 지켰다.
“본래 귀족들의 저택가가 있었던 곳인데 전쟁 당시 모두 도망치고 지금은 텅 비어 있습니다. 귀족들이 집을 비운 뒤 사람들이 약탈하여 지금은 완전히 폐허나 다름없는 곳이 되었죠.”
리오덴이 나와 올리비아를 안내했다.
“폐허를 어느 정도 정리하면 마탑 건설 부지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귀족들 저택가라 자리 자체는 매우 좋아.”
리오덴이 동의했다.
“네.”
“뷔칸 상단주도 알고 있겠지만, 저택가 중 자신들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귀족들이 있습니다.”
나는 절로 눈을 찌푸렸다.
“전쟁통에 버리고 떠난 놈들이?”
“전쟁이 끝났으니 다시 그레니안으로 돌아와 본래 집을 복구하고 산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들었는데, 그들 중 일부가 용병을 고용하여 떠도는 유랑민들을 내쫓고 있습니다.”
나는 리오덴에게 정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무슨 말이지?”
“폐허가 되었으니 빈민들이 저택가 근처로 들어와 살기 시작했는데, 그들을 힘으로 내쫓고 있는 겁니다. 사병을 동원할 수 없으니 용병들을 부리는 모양입니다.”
나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저택가에 자리를 잡았던 사람들은 모두 쫓겨났나?”
“기존의 빈민가에서도 밀려났던 사람들이 저택가 폐허에 자리를 잡았던 건데, 여기서도 밀려났으니 아마도 거리를 떠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나는 일단 용병들 문제부터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레니안에 용병 길드 지부가 있나?”
“네.”
“자네가 직접 가서 지부장을 데려와.”
용병을 고용한 귀족들을 부르는 것보다 용병들에게 직접 증언을 받을 생각이었다.
‘마탑의 부지가 될 곳이다. 이곳의 권리를 주장하는 귀족 놈들이 있으면 곤란해.’
귀족들의 사유 재산은 황제라 하더라도 쉽게 빼앗을 수 없다.
‘전쟁 당시 귀족들이 저택을 버리고 도망쳤을 때 사유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용병을 고용하여 평민들을 내쫓은 건 엄연히 불법이고.’
나는 두 가지 사실을 이용하여 마탑 건설 부지를 무리 없이 내 사유재산으로 편입시킬 생각이었다.
그레니안은 직할령이고, 나는 이곳에서 변경백 지위를 보장받았으니 영주나 다름없다.
내 영지에서 다른 귀족 놈들의 사유재산을 인정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지켜야 될 때는 버리고, 막상 다시 평화가 찾아오니 제 것이라며 찾아가려는 귀족들에게는 더더욱.
폐허가 된 저택가에서 벗어나 도시를 계속 순회했다.
만나는 이들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대부분이 배고픔, 추위를 호소했다.
나는 식량 배급이 계속 이루어질 예정이며, 그레니안은 곧 도시의 정상 기능을 회복할 것이라고 위로해주었다.
“왕궁도 뜯어 고친다.”
화려한 왕궁의 사치스러운 물품들을 모두 처분해 되도록 현금화하라고 명했다.
마탑 건설로 빈민과 평민을 고용하고, 축제를 열어 전쟁으로 피폐해진 심신을 위로하리라 공표하니,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하루 종일 사람들을 상대하고 궁으로 돌아오니 피곤함이 몰려왔다.
“정말 일이 많군.”
올리비아가 내 옷을 받아주며 말했다.
“아무래도 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똑똑-!
“전하, 게일입니다.”
나는 편안한 상의를 걸친 뒤 대답했다.
“들어와.”
게일이 모습을 드러낸 뒤 꾸벅 고개를 숙였다.
“국경 근처를 순찰했다며?”
게일 역시 오늘 하루 종일 바빴다.
데이비드와 함께 유적지를 비롯하여 북쪽 국경을 모두 살펴보고 왔으니까.
그레니안은 수도였지만, 국경이 맞닿아 있는 도시다. 왕국 연합과 특수한 관계였던 피레온 왕국이기에 수도가 국경을 끼고 있는 형태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게일의 역할이 막중하다.
그가 국경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지휘관이니까.
“네. 모두 둘러보았고 왕국 연합의 도발이 있었지만 잘 처리했습니다.”
나는 허, 하고 탄식을 터뜨렸다.
“오늘도 도발이 있었나?”
“수십 명 정도가 국경에서 도발했고 제가 직접 검을 들었습니다.”
게일이 직접 죽였다는 뜻이다.
“두 명 정도는 살려 보내 제 존재를 왕국 연합에 각인시켜 놓았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게일이 있다면 더 이상 쉽게 도발할 순 없겠지. 유적지는 어때?”
“유적지 부근에 지휘관 숙소를 설치할 생각입니다. 릴리안 님이 연구에 들어가면 아마도 왕국 연합 쪽에서 더 거세게 도발할 수도 있으니까요.”
“고마워, 게일.”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게일은 언제나 든든한 사람이다.
“오늘은 가서 푹 쉬어. 병사 징집 건 등 자세한 문제는 내일 이야기하자고.”
“네, 전하.”
게일이 꾸벅 고개를 숙인 뒤 나갔다.
창밖은 벌써 노을이 지고 있었다.
“영지 하나 꾸려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야.”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는 그래서 전하께 직할령을 내리신 건 아닐까요? 제국을 경영하기 전에 일종의 경영 수업으로요.”
“수업 치고는 일이 지나치게 많고 크지만 뭐…… 올리비아 말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해.”
나는 올리비아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연회 주최를 맡기고 귀족 부인들 관리를 일임해서 미안하게 생각해.”
올리비아가 싱긋 웃었다.
“황태자비로서 당연히 할 일이에요. 너무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검을 들고 국경에 나가기를 바라세요? 위험하게?”
“음, 적들이 위험하지 않을까?”
농담과 함께 오늘 하루의 피곤함을 날려 보냈다.
여러 문제점들이 있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나저나 귀족들이 몇 명이나 돼?”
“이백 명이 넘어요.”
“수도에 살던 귀족들이?”
제국 수도에 살고 있는 귀족 숫자와 거의 비슷하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마도 쉽지 않은 연회가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