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0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08화(208/278)
208화.
“용?”
릴리안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다시 한 번 올리비아에게 물었다.
올리비아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용이요.”
“아무리 봐도 그냥 가디언 같은데. 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서.”
가디언 동상에서 용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내 눈이 잘 못 된 걸까?
릴리안도 가디언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올리비아가 아무래도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았다.
올리비아는 동상 가까이 다가가면서 오른쪽 팔 부분을 쓸어내렸다.
“여기가 날개 부분인데, 이 이음새 보이시나요?”
동상에 이음새가 있다고? 무슨 옷도 아니고. 올리비아의 말이니 나는 좀 더 면밀하게 동상을 관찰했다.
“마법! 마법의 흔적이야!”
릴리안이 먼저 반응했다.
번개같이 동상에 다가가더니 올리비아가 쓸어내리고 있는 팔 부분에 손가락을 올렸다.
릴리안의 손가락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 나왔다.
고오오오오-!
동상이 연기에 휩싸였다.
두 사람은 즉시 동상에서 물러났다.
“환상 마법이었어! 이런 바보 같은! 환상 마법사 종주가 되겠다는 내가 환상 마법을 파악하지 못하다니!”
“아, 이음새가 아니라 마법의 흔적이었군요.”
“맞아.”
릴리안의 말에 올리비아가 흐뭇한 듯 입을 열었다.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네요.”
“이건 도움이 된 정도가 아니지! 내가 몇 년을 여기서 고생했는데!”
나는 슬쩍 농담을 던졌다.
“올리비아가 종파의 종주 수준이네.”
“역시 소드 마스터는 다른가. 나는 동상이 낡아서 그렇다고 생각했어. 마법의 흔적일 줄이야.”
릴리안의 말과 함께 빛이 사그라들었다.
나와 올리비아, 릴리안은 곧 입을 벌리고 놀랐다.
동상이 반으로 갈라졌고, 아주 커다란 입구가 보였다.
“어디론가 이어지는 곳 같지?”
내 말에 릴리안이 동의했다.
“던전이야. 아마도 던전 끝에 마그마의 분노가 있겠지.”
릴리안은 다른 동상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법을 해제한 동상을 제외하고 아직 세 개의 동상이 더 남아 있었다.
“아마도 저 동상들 안에도 던전이 있을 거야. 황태자 전하, 아무래도 파티를 꾸려야 되겠는데.”
“흠.”
나는 잠시 고민했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릴리안과 함께 던전 안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직할령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시점이고, 여러 사업을 벌여 놓은 탓에 나는 자리를 비우기 힘들었다.
‘올리비아도 힘들 거 같고.’
황태자가 활동하고 있는데 황태자비가 자리를 비우면 여러 가지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더구나 올리비아는 지금 사교계를 관리해야 될 상황이고.
게일은 국경 관리에서 자리를 뺄 수 없다.
릴리안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세 사람이 자리를 빼지 못하는 형국이니 나는 데이비드와 리오덴 중 릴리안에게 붙여줄 사람을 고민했다.
‘리오덴은 경험이 많으니 던전 공략에 데이비드보다 더 도움이 될 거다.’
둘 중 한 사람은 직할령 일을 도와주어야 하니 한 명만 보내기로 결정했다.
“오늘 저녁에 상의해보는 게 좋겠지만, 리오덴을 부관으로 기사, 마법사로 파티를 꾸리면 될 것 같아.”
릴리안이 동의했다.
“어차피 내가 가니까 누가 함께 가도 상관없어. 용의 흔적이 있는 던전이라 생각하면 쉽지 않을 거지만.”
릴리안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8서클 마법사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나?
어쨌든 유적지의 비밀 중 하나를 풀었으니 나와 릴리안, 올리비아는 기쁜 마음으로 유적지를 나왔다.
유적지를 나오자 마침 근처를 순찰하고 있던 게일, 그리고 켄을 만났다.
나는 두 사람에게 던전 이야기를 해주었다.
켄이 곧바로 제안했다.
“게일 경과 릴리안 님 두 분과 더불어 기사 스무 명 정도를 붙여서 빠르게 공략하는 건 어떨까요?”
게일이 켄의 말에 반대했다.
“국경 안정화가 먼저. 릴리안 마법사라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켄은 고민에 잠겼다.
“아직 안에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르는 던전 아닙니까. 행여나 릴리안 님 혼자 만으로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릴리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위험해도 괜찮아. 세계수의 시험도 통과했는데. 잊은 모양인데, 내가 8서클 마법사거든.”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마법서가 봉인된 던전으로 추정되는데, 얼마나 많은 마법들이 던전에 설치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릴리안 님이 마법에 대응하고 그 이외의 변수들은 게일 님이 대응하는 방식이죠.”
켄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소드 마스터와 8서클 마법사의 조합이라면 어떤 던전도 쉽게 공략할 수 있습니다.”
“국경 방어는?”
“지금의 전력만으로 충분합니다. 조만간 병사들을 충원할 예정이고요.”
게일이 나를 바라보았다.
결국 결정은 내가 내리는 것이니.
나는 켄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었다.
“켄 말대로 하지. 나도 릴리안만 보내려고 했지만, 릴리안 혼자 오랫동안 공략하는 것보다 게일이 함께 가서 공략하면 훨씬 빠르겠지.”
켄은 황태자파의 군사다.
사소한 일이라도 군사가 제안하는 일을 제지하기 시작하면 군사의 권위가 떨어질 수 있었다.
다행히 릴리안과 게일도 켄의 의견에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그럼 게일이 데리고 갈 기사 스무 명 정도를 추리고, 릴리안 내일 바로 들어갈 거지?”
“당연하지.”
“좋아. 내일 오전에 던전 공략을 시작하자고. 게일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국경 방어는 올리비아가 좀 맡아줘. 사교계 관리까지 힘들겠지만, 특수한 상황이니까.”
“물론이에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곧 왕궁이 보였다.
“저 사치스러운 것들은 반드시 떼 내고.”
쓸데없는 금장식과 보석으로 가득한 왕궁을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켄이 빙그레 웃었다.
“벌써 작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뷔칸의 입이 찢어질라 그래요. 뜻밖의 곳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 * *
왕궁으로 돌아오자 황궁에서 서신이 하나 도착해 있었다.
-직할령 소식은 매일 듣고 있다.
“아바마마군.”
아버지의 친필로 작성된 서신이다.
짧은 글이지만,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피레온 왕국 전체를 직할령으로 편입시킨다.”
물론 아직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그레니안의 안정 상황과 왕국 연합과의 전쟁 결과에 따라 공표한다고 덧붙여 놓았다.
그 전까지는 그레니안을 중심으로 지방에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면서 옛 피레온 왕국 전체를 관리하라는 내용이었다.
‘한 국가가 나의 직할령이라…….’
나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건 단순히 경영 수업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나에게 황제의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아버지는 새롭게 정복한 영토의 모든 권한을 나에게 일임했다.
나는 서신을 켄에게 보여주었다.
켄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거 점차 걱정이 되는데요.”
말은 그리하면서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자신 없어?”
“아뇨. 소리스 좀 닦달하려고요. 사람이 훨씬 많이 필요하니까.”
“피레온 왕국 귀족들 중 쓸만한 이들은 없나?”
“있을 겁니다. 피레온 왕국의 역사는 짧지 않으니까요. 왕국 연합이 생겨난 이후 그들의 밑으로 들어가면서 나라가 이상해진 거지. 나름 부국 아니었습니까?”
“부국강병은 아니고, 부국은 확실했지.”
피레온 왕국은 오래전부터 부자 국가였다.
나라 전체가 부유했지만, 그 부가 일부 귀족들에게 쏠리기 시작하면서 점차 나라의 힘이 기울었다.
아버지의 정복 전쟁으로 인하여 왕국 연합이 탄생하고, 피레온 왕국은 연합에 속하지 않았다.
대신 연합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아 속국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었다.
나라의 명운이 기운 건 그때부터였다.
그들이 부자 국가일 수 있었던 이유가 풍부한 식량 생산량 덕분이었는데, 왕국 연합으로 흘러가는 공물의 대부분이 식량이었다.
피레온 왕국과 다르게 왕국 연합의 생산량은 대륙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니까.
왕국 연합이 식량을 피레온 왕국에 의지하면서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왕국 연합은 쉽게 식량을 받으니 자체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었고, 피레온 왕국은 본래 판매했던 식량이 공물로 들어가니 나라의 재정이 악화되었다.
그리고 일부 귀족들의 횡포가 심해졌다.
“지방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가문들 중 제법 괜찮은 가문이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충신은 있기 마련.
피레온 왕국에도 사람이 영 없는 건 아니다.
“잘 찾아서 협력해. 그레니안만이 아니라 옛 피레온 왕국 전체를 관리하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니까.”
“네.”
“황도에서도 사람을 요청해야겠습니다.”
“황도?”
“네. 제임스 공작 가문이죠. 그리고 황태자파 귀족으로 분류되는 이들 중 충성심이 강한 이들의 가문에서도 인적 자원을 요청하고요.”
제임스 공작은 확실한 우군이다.
황태자파 주류 귀족들은 모두 서부 귀족들이다.
“서부 귀족들은 여력이 없겠지만 황태자파 귀족들이 서부 귀족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하긴. 뭐…… 많지.”
“황태자파에 합류하고 싶은 모든 이들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모든 이들을 쳐낼 필요도 없습니다. 주류가 될 수 있는 귀족들 중 옥석을 골라 전하의 그늘 아래 두어야죠.”
켄은 지금이 기회라 생각하는 듯 말했다.
“좋은 상황입니다. 인적 자원 교류가 일어나면 확실히 황태자파 세력은 더 커질 겁니다.”
황태자파에 발만 걸치고 있는 귀족들이 인적 자원을 보내기 시작하면 완전히 황태자파가 되는 것이다.
켄은 그 점을 노리고 일부 귀족들을 내게 추천했다.
나는 딱히 망설이지 않고 모두 승인해주었다.
“이제 직위에 대한 걱정은 완전히 덜었어.”
혼자 생각했던 내용인데 켄에게 말했다.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내 직위가 불안 불안했잖아? 그때 켄이 했던 도박이 성공했군.”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빨리 황태자 직위가 확실해질 줄 몰랐습니다. 고생 좀 할 거라 생각했는데.”
“고생은 지금부터지.”
나와 켄은 서로를 마주 보며 진하게 웃었다.
“일단 마탑 건설식부터.”
얼마 전 축제가 있었기 때문에 마탑 건설식을 생략할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아버지의 서신을 받고 마음을 달리 먹었다.
“건설식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폐하께서 전하를 확실히 밀어주시니 이럴 때 전하의 위용을 과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켄이 말을 이었다.
“황태자파 세력의 규모를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까요.”
“맞아.”
“마법진이 있으니 제국과 이곳을 오가는 건 편합니다. 옛 피레온 왕국 귀족들만이 아니라 제국의 귀족들도 초청하는 게 좋겠죠.”
“제국의 귀족들도?”
“네. 그들을 모두 초청하여 전하의 위용을 실감하게 만드는 겁니다. 마탑 건설식을 대략 한 달 뒤로 잡으면 그레니안도 많이 안정될 거니까요.”
켄은 마법사들의 체신도 고려했다.
“릴리안 님이 새로운 종파를 선언했으니 관심 있는 마법사들이 많을 겁니다. 건설식과 함께 종파 개파식까지 겸행하면 전하의 위용이 더욱 크게 드러날 것 같습니다.”
“좋아. 그리 준비하지.”
나는 이내 헤밀튼이 올려온 보고를 살펴보았다.
헤밀튼은 꾸준히 정보를 수집하는데, 매일 같이 새로운 보고서를 올렸다.
특별한 내용이 없어도 보고서를 올리면서 내가 최신 정보 흐름을 잘 파악하게 도와주고 있었다.
“정화의 불꽃단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군.”
켄도 헤밀튼이 제출한 보고서를 읽었다.
“네. 그놈들이 가장 문제죠.”
켄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전하, 잠시만.”
나는 입을 다물고 서류를 뒤적이는 켄을 기다렸다.
이내 켄이 입을 열었다.
“이놈들 라인하이드 유적지를 탈환하기 위해 준비하는 거 같은데요?”
“정화의 불꽃단이?”
“정확하게는 왕국 연합을 움직여서 라인하이드 유적지를 공격할 생각인 거 같습니다.”
나는 헤밀튼의 보고서에서 그런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
켄이 보고서 두 장을 내게 주었다.
“거기 보시면 최근 왕국 연합 국경 변경백의 행보인데,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왕국 연합의 변경백이라면 제인?”
세 명의 소드 마스터. 고든이 죽었으니 이제 두 명이 남았다.
“카렌이라는 그자. 지금 그자를 중심으로 제인 가문이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카렌, 주인공이다.
그리고 나는 예감했다.
카렌을 직접 만날 날이 머지않았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