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0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09화(209/278)
209화.
카렌의 일이라면 보고서로 파악할 게 아니다.
나는 켄과 함께 내일 헤밀튼에게 직접 보고를 받기로 결정했다.
“일정이 되신다면 폐하께서 참석하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켄은 다시 마탑 건설식 이야기로 돌아왔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바마마께 건의해봐야지.”
“황자, 황녀들도 초청하시죠. 폐하께서 오시지 못한다면 황자, 황녀님들이 오셔서 자리를 빛내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동생들을?”
켄은 마탑 건설식 규모를 점점 더 키우고 있었다.
“네. 전하의 입지가 확고하니, 황자, 황녀들이 건설식에 참가하면 황가의 돈독함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겠죠.”
“그것뿐이야?”
내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자 켄이 싱긋 웃었다.
“황자, 황녀들을 후원하는 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황자, 황녀 본인들도 이제는 느껴야죠. 경쟁은 끝났다는 사실을.”
역시 켄은 다른 목적이 있었다.
나는 켄의 목적에 만족했다.
황자, 황녀들을 후원하며 황태자 자리에 욕심을 낸 건 분명 귀족들이었지만, 동생들 본인들도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테드와 첸은 굉장히 큰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내 자리를 위협했다.
이제 제국 내부의 경쟁은 끝났다.
아버지와의 대련을 통하여 황태자 경쟁이 끝났음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마탑 건설식과 같은 행사에서 황태자의 들러리를 선다면 귀족이나 동생들이 더 확실하게 느낄 것이다.
쓸데없는 과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황태자라는 직위는 끊임없이 자신의 영향력과 자격을 증명해야 되는 자리다.
틈틈이 영향력을 증명하는 건 필요한 일이니 나는 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좋아. 동생들에게도 초대장을 보내지. 마탑 건설식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자.”
“네, 전하.”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레니안에 와도 변하는 건 딱히 없군. 하루 종일 일만 해야 돼. 오히려 일이 더 늘어난 기분이야.”
“최대한 빨리 그레니안을 안정시키고 지방에까지 행정력을 넓히기 시작하면 더 바빠질 겁니다.”
켄이 덧붙였다.
“폐하께서도 하루종일 일만 하시죠.”
거대한 제국을 운영하는 아버지 역시 평소에는 서류에 파묻혀 사신다.
‘일이 지겨워서 전쟁터에 나가시는 건 아닐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 가지를 더 말했다.
“참, 마법사들도 건설식에 대거 초대해.”
“네. 물론이죠.”
“릴리안이 던전에서 나온 뒤 건설식을 진행하고. 얼추 시간이 맞을 거 같아.”
릴리안과 게일은 내일 오전 던전에 입장할 예정이다.
8서클 마법사와 소드 마스터의 조합이니 아무리 어려운 던전이라도 금방 돌파할 거라 생각했다.
마탑 건설식에 새로운 환상 마법 종주 릴리안이 빠질 순 없었다.
마탑 자체가 환상 마법 종파의 마탑이니까.
‘오스틴 공작이 속 좀 쓰리겠어.’
오스틴 공작을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베레곤 공작과 함께 자신의 외손주를 황태자로 만들기 위하여 가장 많은 투자를 했던 사람이다.
지금은 모든 게 물거품이 되었으니 심정이 오죽 복잡하랴.
더구나 베레곤과 다르게 오스틴 공작의 리버힐 가문은 마법사 가문이다.
새로운 마탑의 주인이 평생의 숙적이라 생각했던 릴리안이니 속이 많이 쓰릴 것 같았다.
‘베레곤과 오스틴이 황태자 직위를 포기할까?’
내가 아버지와 대등하게 대련을 했던 건 모든 귀족들에게 충격이었지만, 두 공작이 받은 충격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최상급 정령사가 되었고, 새로운 경지로 발을 디디면서 나는 최상급 정령사 마스터 그 너머를 보고 있었다.
실로 무시무시한 성장이지 않은가.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최상급 정령 넷을 동시에 소환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괜히 위대한 정령사라는 호칭이 생겼겠는가.
베레곤, 오스틴을 상대로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두 사람도 그 사실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두 공작이 황태자 직위를 포기하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바짝 엎드린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두 공작이 오랫동안 보인 야심은 쉽게 접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게 아니니까.
아버지를 상대로도 귀족파 수장으로서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이들이다.
아무리 내가 강해졌다 하더라도 모든 걸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방이 적인 건 여전히 변함이 없어.’
나는 켄을 내보낸 뒤 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켄이 있을 때 내색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카렌의 소식도 굉장히 놀라웠다.
본래 지금쯤 카렌은 제국 지방에서 한창 명성을 쌓아 점점 힘을 키울 때다.
“그건 내 소설이고.”
현실은 소설이 아니다.
카렌이 제인 가문에 있다는 사실에 놀랄 필요는 없었다.
모든 게 내가 집필한 대로 흘러갔다면 애초에 아룬은 벌써 황궁에서 쫓겨났어야 하니까.
‘카렌이 얼마나 강할까?’
카렌을 만나게 될 것 같다는 느낌.
마탑 건설식, 마그마의 분노 던전 돌파,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두 개의 큰 사건보다 카렌과의 만남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내가 집필한 소설의 주인공이라?
아버지를 처음 만났을 때는 정신이 없었지만, 카렌은 다르다.
아룬이 되어 살아가는데 많이 적응했고, 현대에는 없었던 힘과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나는 최종 보스를 집필한 사람이 아니라, 아룬 칼 레오드다.
내 정체성은 아룬 칼 레오드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똑똑-!
노크 소리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올리비아가 들어왔다.
“전하.”
“아, 무슨 일이야?”
“식사 시간이니까요.”
올리비아의 모습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까지 했는데.
나는 아룬 칼 레오드다.
내가 집필한 아룬 칼 레오드가 아니라, 내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있는 아룬 칼 레오드.
“그래. 일어나야지.”
올리비아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 * *
“전면전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헤밀튼의 얼굴은 심각했다.
“전면전?”
“네. 왕국 연합의 주요 기사들과 마법사, 정령사들이 제인 가문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켄이 끙, 하고 신음을 터뜨렸다.
“언제쯤 쳐들어올 것 같습니까?”
“시간은 어느 정도 남았습니다. 주요 전력부터 제인 가문으로 모은 중이고 징집이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그럼 최소 석 달은 걸리겠군요. 문제는 여기가 바로 국경이라는 거고요.”
헤밀튼이 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자리는 릴리안, 게일, 리오덴을 제외하고 모두가 모여 있는 자리다.
올리비아가 헤밀튼에게 물었다.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파악 중인데 최소 십만 명은 징집할 것 같습니다.”
내 얼굴도 구겨졌다.
“보통 전면전이 아니군. 사활을 걸었어.”
“제인이 왕국 연합 수뇌부를 직접 설득한 것 같습니다.”
헤밀튼의 말에 켄이 자신의 분석을 내놓았다.
“왕국 연합은 자체 식량 생산량으로 국가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였죠. 피레온 왕국이 왕국 연합의 식량 창고나 마찬가지였는데, 제국에 완전히 넘어왔지 않습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켄의 말이 이어졌다.
“얼마간은 버티겠지만 왕국 연합은 결국 피레온을 다시 탈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거기에 라인하이드 유적지에도 뭔가 있고요.”
헤밀튼이 그 부분도 대답했다.
“라인하이드 유적지에 정화의 불꽃단이 찾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정확한 건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마법서 말고 다른 게 있는 모양이군요.”
올리비아의 말에 헤밀튼이 네, 하고 대답했다.
‘마왕 강림에 관련되어 있는 물건인가?’
릴리안과 게일의 역할이 갑자기 더 중요해졌다.
“저들이 우리가 라인하이드 유적지에서 던전을 발견한 건 알고 있나?”
헤밀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전하. 라인하이드 유적지 정보에 관한 건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습니다.”
“좋아. 핵심은 저들이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전면전은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다. 이 정도군.”
황도에 보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가 직접 폐하께 보고드려.”
“네, 전하.”
나는 아버지께 헤밀튼을 보내기로 결정한 뒤 수하들을 둘러보았다.
“제국에서는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가정한 뒤 대책을 짜본다.”
켄은 짐작했다는 듯 말했다.
“최근 남부 문제가 점점 격화되고 있고…… 서부의 요정들도 심상치 않으니 직할령 자체의 힘만으로 막아내라는 명령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데이비드의 말에도 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레니안만이 아니라 피레온 왕국 전체가 전하의 직할령입니다.”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직 공표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켄의 말처럼 아바마마께서 그런 서신을 보내신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전면전을 미리 예측하시고 옛 피레온 왕국 영토를 모두 직할령에 편입시키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전하께서 왕국 연합을 홀로 막으실 수 있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켄이 덧붙였다.
“아니면 반드시 혼자 막아라 정도로 생각하고 계실 수 있죠.”
나는 켄의 뒷말이 더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예측하시고 내게 전부 맡기신 것 같다.”
“징집부터 시작해야 되겠군요.”
켄이 뷔칸에게 시선을 돌렸다.
“뷔칸 상단주님.”
“네.”
“군량미부터 마련해야 될 것 같습니다.”
켄은 일단 전면전을 전제로 모든 작전을 수립했다.
“어느 정도나 생각하십니까?”
“최대한 많이. 옛 피레온 왕국 백성들은 직할령에 대한 충성심이 거의 없습니다. 그들을 징집하려면 일단 그레니안에 최대한 많은 식량을 끌어와야 됩니다.”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군량미를 보상으로 지방의 병력들을 끌어모으실 생각이시군요?”
“네, 전하.”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굶고 병들어 죽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징집에 응하면 먹고자는 건 문제없다는 사실을 퍼트릴 생각입니다.”
그 전에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었다.
“데이비드.”
“네, 전하.”
“지방을 돌면서 귀족들을 모두 그레니안으로 모아오도록. 폐하의 서신을 직접 받아줄 거니까. 직할령 소속이 되었다는 점을 알려주고 그들이 내 휘하에 들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힌다.”
나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제 영지 주민들이 그레니안으로 징집을 위하여 오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일단 징집에 대한 명분부터 바로 세운다.”
첫 번째가 왕국 연합의 전쟁 준비.
적이 전면전을 준비해야 우리도 대규모로 징집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왕국 연합이 아주 큰 규모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니 전국적인 징집에 대한 명분은 확실했다.
두 번째가 징집에 대한 권한이다.
“옛 피레온 왕국 전체가 나의 직할령이고, 변경백이자 직할령의 수장인 나는 당연히 징집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귀족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도록.”
“네, 전하.”
“분명 징집에 반대하고, 그레니안으로 소환을 거부하는 귀족들도 있을 것이다.”
내 말에 모두가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직접 말하지는 못했지만 귀족들이 반발할 거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나는 다소 차갑게 말했다.
“명령을 거부하는 귀족들은 전시 상황 지휘관에 대한 불복종으로 처분해도 좋다.”
“전하.”
“지금은 전시 상황이다. 징집령이 발동하는 순간 직할령은 전시 체제로 전환되는 거니까.”
데이비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전쟁이다.
그레니안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전쟁부터 하게 생겼지만, 나는 확고하게 밀어붙였다.
‘전쟁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나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말도록. 이번 전쟁에서 패배하면 겨우 정복한 피레온을 모두 잃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