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1화(21/278)
21화.
그림자 길드원들은 시녀와 하인의 역할을 결코 소홀하게 하지 않았다. 소리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연무장 한쪽 구석에 식탁이 차려졌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지?”
내가 묻자 소리스가 짧게 대답했다.
“연무장에서 점심을 곧바로 해결하신 뒤 수련을 지속하시죠. 지금은 시간이 부족합니다. 봄 평가는 물론이거니와…….”
소리스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나지막하게 말했다.
“최후의 순간에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의 힘뿐입니다.”
나는 소리스의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군. 자신의 길드나,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 것보다 신뢰가 가는군.’
소리스의 말은 이 세계에서 진리나 마찬가지였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결국 자신의 힘이니까.
황태자 직위를 지키고 나아가 이 제국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서는 정치, 재물, 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본신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소리스, 켄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두 사람은 극구 겸상을 사양했지만 내가 부득부득 우겼다.
굳이 나눠서 밥을 먹을 필요도 없었고, 오후에도 함께 훈련해야 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짧은 식사와 휴식이 끝나고 오후에는 켄과 대련하기 전에 소리스의 강연과 더불어 땅의 정령과 계약하기로 결정했다.
오전에는 대뜸 최상급 정령이 나오는 바람에 미처 계약하지 못했으니까.
바람과 물의 정령 모두 두 번째 부름에서는 하급 정령들이 소환되었으니 땅의 정령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소리스는 오전에 내 현재 수준을 파악하기 위하여 크게 끼어들지 않았지만 오후에는 좀 더 상세한 조언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먼저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땅의 정령을 불렀다.
연무장에 지진이 난 듯 갈라졌던 오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내 발 앞의 땅이 살짝 들썩였다.
내 무릎도 오지 않는 작은 키였지만 수염은 땅에 닿을 듯 긴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싱긋 웃으며 노인의 목소리가 내 머리에 직접 입력되었다.
-대지의 친우를 뵙게 되어 영광이오.
나는 노움에게 계약을 제안했고, 노움은 당연하다는 듯 계약을 맺어주었다.
실프 둘과 운디네 둘 그리고 노움까지 나는 총 다섯 명의 정령과 계약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계약을 끝마치자 소리스가 자신의 정령을 불렀다.
나는 다른 사람이 정령을 부르는 건 처음 보았기에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중급 바람의 정령과 불의 하급 정령이었다.
“저는 바람의 정령과 친화력이 가장 뛰어납니다. 물, 땅의 정령은 하급조차 소환할 수 없을 정도로 낮고, 불의 정령은 그나마 하급 정령 한두 마리 정도만 부릴 수 있을 정도죠.”
정령을 마치 짐승처럼 부르는 듯한 소리스의 말투가 거슬렸지만 일단 그의 말을 경청했다.
어머니의 정령술서를 읽는 것과 실제 정령사가 이야기하는 건 느낌 자체가 많이 달랐다.
‘어머니는…… 정령을 짐승처럼 표현하지 않으셨지.’
어머니와 소리스는 정령을 대하는 자세부터 차이가 났고 그게 곧 실력의 차이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당장 그 부분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소리스의 말이 이어졌다.
“보통 정령사는 두 속성의 정령과 친화력이 있습니다. 주요 속성 하나와 부 속성 하나로 나눌 수 있죠. 저는 바람이 주 속성, 불이 부 속성입니다. 그리고 전하는…… 아마도 모든 정령을 주 속성으로 부리실 수 있을 겁니다.”
소리스는 자신이 말하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어쨌든 제 눈으로 확인한 일이니…… 일단 정령 친화력은 보통 정령사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니 넘어가고, 가장 먼저 하실 일은 서로 다른 속성의 정령들을 조화롭게 부리는 겁니다.”
“조화롭게?”
내가 되묻자 소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둘렀다.
“불의 바람!”
살짝 낯뜨거운 외침이었지만 나는 외면하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는 마법사는 마법 캐스팅을, 정령사는 정령의 기술을 외치는 게 당연하니까. 심지어 기사들도 자신의 기술을 외치면서 싸우는데.’
단순한 기합이 아니다. 기술을 말하는 행위 자체만으로 마나홀은 좀 더 빠르게 자극되고 기술이 강화되는 효과를 지닌다.
‘내가 설정한 거니까. 다행히 나는 의식만으로도 정령과 소통이 되니 기술을 외치면서 싸울 필요는 없겠어.’
소리스의 불의 바람 위력은 상당했다.
바람의 중급 정령 실페레가 크게 바람을 일으켰고 그 위에 불의 하급 정령 샐러맨더가 화염을 뿜어냈다.
두 속성의 정령이 만나 새로운 유형의 공격을 만들어냈다.
나는 감탄을 터뜨렸다.
쾅-!
불의 바람이 연무장 바닥에 부딪치면서 큰 소리를 터뜨렸다.
소리스가 설명했다.
“단순히 바람의 중급 정령만 부리거나 불의 하급 정령만 부리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상대를 까다롭게 만들 수 있죠. 정령사의 장점은 바로 다양한 공격 조합에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두 속성의 정령들을 서로 조합하여 공격 기술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을 잡습니다. 검은 극을 이루기에는 어렵지만 적당히 강해지기에는 가장 쉬운 무기이니까요. 마법은 애초에 입문 자체가 힘든 학문이고 정령은 친화력이 없으면 계약조차 불가능하니까요.”
소리스의 말에 켄도 동의했다.
“네. 여러 강자들은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지만 검이 가장 많습니다. 전하께서는 먼저 검사들을 상대하는 방법부터 익히시는 게 좋습니다.”
나는 두 사람의 조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스킬을 개방할 수밖에 없는데.’
* * *
저녁을 먹고 계속해서 서로 다른 속성의 정령이 합쳐진 스킬에 대해서 궁리했다.
‘스킬을 개방시킬 수 있는 방법은 보너스 스탯을 많이 얻어 개방하는 방법뿐이야.’
내가 설정한 시스템 창에서 스킬을 개방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앞서 생각한 것처럼 보너스 스탯으로 개방하는 방법, 두 번째는 바로 퀘스트를 수행해서 받는 보상이다.
“이 세계는 살아 있는 세계…….”
미래의 일도 내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당장 아룬 칼 레오드의 운명만 하여도 이미 비틀리고, 이 시기의 황궁 분위기 역시 내가 집필한 짧은 몇 줄과는 완전히 다르다.
상태창도 마찬가지다. 꼭 내가 설정한 것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일단 있으면 좋은 스킬이 뭘까?’
스킬 개방을 위한 노력을 하기 전에 나는 먼저 좋은 스킬을 구상했다.
‘소리스의 말처럼 이 세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을 사용한다. 소드 마스터가 절대적인 강자로 받아들여지는 세계니까. 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나는 켄과의 대련을 차분하게 복기했다.
‘나와 켄의 차이는…… 마나 운용 능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움직임이야.’
켄은 소드 익스퍼트답게 무척이나 빠르다.
검을 찌르는 속도를 내 스킬이 따라 갈 수 없을 정도다. 켄의 검이 몸을 찌르기 직전에 물의 장벽를 사용할 수 있는 건 그나마 내가 정령과 의식으로 소통하는 덕분이다.
아차, 하는 순간 이미 켄의 검은 항상 내 몸 가까이 닿아 있었다.
‘좀 더 천천히.’
나는 눈을 감고 그림을 그렸다. 켄의 검만이 아니다.
‘결국 발놀림인가? 나는 최대한 거리를 벌리는 게 유리하고 켄은 나를 검의 사정거리 안에 두는 게 유리하다.’
정령사는 기사보다 훨씬 사정거리가 길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정령은 마나만 충분하다면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호흡을 맞출 수 있으니까.
‘검을 휘두르는 속도를 떠나서 몸놀림 자체가 나는 켄보다 훨씬 느리다.’
나는 책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협 설정도 넣어서 보법이 있을 건데.”
정말 많은 설정을 조합한 ‘영웅 카렌’.
새삼 독자들이 욕할 만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
설정 지식이 풍부하고 새로운 능력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알고 있으니까.
“아, 무협 설정은 남대륙까지 가야 되는데…….”
나는 노트를 덮으며 입맛을 다셨다. 무협 설정의 보법만 익힐 수 있다면 기사보다 더 뛰어난 몸놀림을 보여줄 수 있다.
주인공 카렌은 모험 중 우연히 남대륙에 가게 되고 거기에서 보법과 내공에 관한 지식을 얻는다.
상태창을 바탕으로 무협 설정들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중앙 대륙의 소드 마스터들과는 한 차원 다른 강함을 손에 넣게 된다.
“당장 내가 남대륙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카렌이 남대륙에 갈 수 있었던 것도 우연이었으니.”
칼페온 제국이 있는 중앙 대륙만 하더라도 지구의 아프리카보다 넓은 대륙이다.
남대륙과 중앙 대륙의 거리는 상당하고 중세 시대에 그 먼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선박 기술은 없었다.
카렌도 순전히 우연과 마법사들의 도움에 의거하여 남대륙에 다녀왔을 뿐이다.
나는 그것을 주인공의 기연으로 포장했다.
‘내가 글의 주인공도 아니고 이곳은 소설 속도 아닌 현실이니까.’
남대륙에 가는 건 깔끔하게 포기했다. 무림의 고수들이 득실거리는 남대륙에 한 번쯤 가면 좋겠지만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다.
“일단 해결 방안은 찾았어. 보법과 비슷한 스킬을 개방시켜야 되는데.”
일단 물의 정령은 제외했다.
물의 정령 특징은 방어다.
각 정령마다 특징이 있다.
바람의 정령은 공격과 민첩함, 불의 정령은 공격, 땅의 정령은 방어 등 각 속성마다 좋은 효율을 발휘하는 분야가 다르다.
나는 민첩함 특징이 있는 바람의 정령과 방어와 함께 민첩함에도 효율이 좋은 땅의 정령을 떠올렸다.
두 속성의 정령을 적절하게 조합하면 좋은 스킬이 나오지 않을까?
“문제는 이걸 어떻게 조합하느냐인데.”
아무래도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역시 소리스에게 방법을 묻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가 나의 정식 스승은 아니지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소리스 뿐이다.
나는 어머니의 정령술서도 잊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어머니의 정령술서를 살폈다.
어머니는 정령들을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셨다.
과연 상급 정령 마스터라는 사실이 시간이 갈수록 강하게 느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던 내용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현재까지 내가 어머니의 정령술서 중 이해한 부분은 초반부.
중반부로 넘어가기 전, 어머니는 ‘움직임’이라는 표현으로 내가 필요한 정령 활용 방법을 기술해 놓으셨다.
“과연.”
-바람에 몸을 맡기고 땅에 도움을 받으면 소드 마스터보다 더 빠르고,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단다.
결론만 놓고 보면 정령사도 충분히 소드 마스터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정령과의 소통이 더 긴밀해지면 바람은 적의 살기를 읽어내 내 몸을 먼저 밀어내고, 땅은 적의 미동을 포착하여 가장 유리한 위치에 나를 옮겨 줄 거야.
실로 놀라운 말이 아닌가.
“이런 경지가 가능한가?”
의문을 갖기 전에 나는 실프를 소환했다.
내 의식을 읽어내린 덕분일까? 실프는 큰 눈을 끔벅거리며 바람을 일으켰다.
나는 책상에서 벗어난 뒤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는 느낌으로 걸었다.
“어?”
-새로운 길을 보았습니다.
시스템의 목소리와 함께 바람이 내 몸을 감싸 안았고, 바닥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