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1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10화(210/278)
210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그레니안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강녕하셨습니까, 전하.”
“공작님도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그레니안에서 뵈니 뭔가 감회가 남다르네요.”
베레곤 공작이 대답했다.
“저야 늘 제국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테드의 소식은 여기서도 간간이 들려옵니다. 남부 연합체와의 갈등에서 굉장한 활약을 보인다지요?”
나는 테드의 이야기로 분위기를 좋게 이어가려 했지만, 베레곤 공작은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네. 그레니안과 황도의 직통 마법진이 연결되어 있어 참으로 오고 가기가 편합니다.”
베레곤 공작은 후계자 경쟁이 싱겁게 끝나버린 사실이 썩 유쾌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베레곤 공작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방에 틀어박혀 있을 때만 하더라도 자신의 외손주가 차기 황제가 될 것이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이다.
고작 일 년 정도 만에 바뀐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겠지.
‘황가를 꿈꾸었던 사람이니까.’
베레곤 공작의 욕망은 단순히 외손주가 차기 황제가 되는 선에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애트란 가문을 새로운 황가로 만들고 싶었을 사람이다.
그는 가문의 명예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옛 피레온 왕국의 수도가 그레니안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전하의 직할령이 되었으니 황가의 명성은 이제 더욱 높아지겠군요.”
나는 빙긋 웃었다.
“어디 제 덕분입니까. 모두가 열심히 제국을 위하여 노력한 덕분이죠.”
론 칼 레오드라는 개인에 대한 열등감, 나의 재능에 대한 질시보다 나와 아버지로 인하여 올라가는 황가의 명예를 더욱 신경 쓰는 사람이니까.
속내는 굳이 내색하지 않으며 나는 베레곤 공작과 함께 왕궁으로 향했다.
한창 보수와 개조 공사를 하고 있는 왕궁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왕궁도 고치시는 모양이시군요?”
베레곤 공작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피레온 왕국 왕가가 왕궁에 지나친 사치를 부려놓았습니다. 개조 공사를 하면서 자금을 확보하고 확보된 자금으로 그레니안을 안정시킬 생각입니다. 전쟁에도 대비해야 되고요.”
왕국 연합의 전쟁 준비 역시 대전 회의 안건으로 올라갔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나는 정보를 숨기지 않았다.
역시 베레곤 공작도 알고 있었다.
“왕국 연합은 계속해서 골칫거리입니다. 제국 건국 이후 그들은 늘 문제를 일으켜 왔으니까요.”
“이번에는 왕국 연합이 사활을 걸고 침략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요.”
“애트란 가문은 언제나 황가의 편에서 적들과 싸울 것입니다.”
진심인지, 아니면 그저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나는 감사를 표했다.
“공작님이 있어 든든합니다.”
곧 왕궁 안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베레곤 공작의 숙소를 직접 안내해주었다.
“마탑 건설에 오스틴 공작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스틴이 관심이 없을 리가.
그는 마법사 가문의 가주가 아니던가.
“오스틴 공작님에게 여러 조언을 받아 볼 생각입니다. 제국에 마탑이 여럿 있지만, 건국 이후 지어지는 건 처음이니까요.”
제국에 있는 기존의 마탑들은 모두 제국 건국 이전에 지어진 것들이다.
칼페온 제국 건국 전쟁 당시 기존의 마탑들은 대부분 일찍이 아버지의 편에 서서 제국 건국에 합류했다.
일부 마탑이 반기를 들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그늘 밑으로 들어왔다.
그렇다고 마탑의 마법사들이 황제파에 속하는 세력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들은 황제파에도, 귀족파에도 속하지 않았다.
제 삼의 세력이라 할 수 있는데, 마탑의 마법사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움직였다.
지금까지 귀족파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오스틴 공작이 귀족파 수장급이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있었다.
마법사 가문의 가주가 귀족파 수장이니 자연스레 마탑들 역시 오스틴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새삼 오스틴 공작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느꼈다.
그는 대단한 가문의 가주일 뿐이 아니라 제국 마탑 소속의 마법사들에게도 존경받는 사람인 것이다.
‘릴리안이 등장했으니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베레곤 공작의 말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오스틴 공작이 제국 마법사의 수장 격이었는데 릴리안 마법사가 전하의 그늘 아래로 들어왔으니 마탑 마법사들이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렇습니까?”
나는 능청을 떨었다.
“마탑 건설식에 맞춰 릴리안 마법사가 새로운 종파 개파를 선언한다는 소식도 있어 기존 마탑 마법사들 중 그레니안으로 오고 있는 마법사들도 많으니까요.”
역시 베레곤 공작이다. 정보가 무척 빨랐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에 많은 마법사들이 오면 좋지요. 마탑 마법사들은 이동의 자유가 있으니 딱히 제가 관여할 건 아닙니다. 저는 그저 릴리안 마법사의 능력을 제국에 도움이 되게 활용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제안을 하나 드릴까 합니다.”
베레곤 공작이 걸음을 멈췄다.
나 역시 베레곤 공작 옆에 설 수밖에 없었다.
몸을 돌려 나와 시선을 맞추는 베레곤 공작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무슨 제안을…….”
나는 말끝을 흐렸다.
“많은 이들이 전하의 자리를 탐냈습니다. 충분히 차지할 수 있다 생각했으니까요.”
직접적으로 할 줄 몰랐던 말이다.
내가 무능해 보였다.
그걸 면전에 대놓고 말하다니.
그럼에도 나는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가만히 베레곤 공작의 말을 들었다.
“경쟁은 끝났습니다. 레오드 황가는 두 대에 걸쳐 상상할 수 없는 재능을 지닌 황제를 배출해내겠죠.”
성년식을 올해 치룬 나의 경지는 눈부시다 못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경악스러운 일이었으니.
“가문의 미래와 명예를 위해 이제 다른 욕심을 꾸려 합니다.”
“공작님.”
“황가를 제국 최고의 가문이라 부르지는 않습니다. 황가는 말 그대로 황가이죠. 최고의 가문의 수식어는 그 황가와 버금가는 영향력과 능력을 갖춘 가문을 말합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화이트가에게 최고의 가문 자리를 내 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레오드는 칼페온 제국의 황가로서 이어질 것이고, 애트란은 제국 최고의 가문으로 거듭날 생각입니다.”
베레곤이 말을 맺었다.
“화이트가는 전하와 가족관계로 얽혀들었으니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가문을 쳐내야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공작님.”
“최고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능력의 증명, 역사의 창출, 하지만 가장 빠른 방법은 경쟁자의 제거입니다.”
* * *
베레곤 공작과 심도 깊은 대화가 필요했다.
나는 아무도 들이지 않고 베레곤 공작과 단둘이 집무실에 자리를 잡았다.
베레곤 공작은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
“화이트가와는 경쟁하겠습니다. 이미 전하와 혈연으로 묶였으니 그들과 정치적 대립을 하거나 혹은 섣불리 제거하려 들었다가는 역풍이 불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한 번 말문이 터지자 베레곤 공작은 거침이 없었다.
그가 한때 군단을 이끌고 선두에 서서 왕국들을 짓밟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위명에 가려져서 그렇지 베레곤 공작 역시 패도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기질은 내가 차기 황제로 내정되는 순간 다시 발휘된 것 같았다.
“얀 공작과 오스틴 공작은 이제 제국을 위해서도 뒤편으로 물러날 때가 되었습니다.”
“두 가문 모두 거대 가문입니다.”
나는 섣불리 베레곤 공작의 손을 잡지 않았다.
적당히 뜸을 들였다.
“얀 공작 가문은 애매하지요. 얀 공작 본인이야 소드 마스터이지만, 후계자도 밋밋하고 가문의 세력도 약합니다. 오로지 얀 공작 한 명의 힘으로만 유지되는 가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도 그 말에는 동의한다. 그렇다고 맞장구쳐주지도 않았다.
지금은 베레곤 공작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니까.
“리버힐 가문은 대체재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없어지면 제국으로서도 큰 손실이었는데, 대체재가 나타났죠.”
“릴리안.”
나의 말에 베레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스틴 공작이 사라지면 비어버린 마법사의 수장은 릴리안 마법사가 할 수 있습니다. 그 건 전하께도 좋은 일이죠. 개인의 수하가 제국 마법사 전체에 영향력을 끼치는 일이 되니까.”
베레곤 공작의 제안은 무척 매력적이다.
그와 손을 잡으면 나머지 공작 가문 두 곳을 손쉽게 쳐낼 수도 있었다.
얀 가문과 리버힐 가문이 귀족파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 둘이 사라지면?
귀족파 귀족들은 무너진다.
베레곤 공작은 나와 손을 잡는 순간 귀족파 귀족들을 버리고 황제파에 투신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지금도 아버지가 절대적인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데, 중앙 정치에서 황제파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
제국은 유례없는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로 재탄생된다.
그리고…… 그 국가의 중심은 내가 되는 것이다.
베레곤 공작은 지금 나를 그 달콤한 열매로 유혹하고 있었다.
“제국은 여전히 건국 초기입니다. 건국 초기에는 권력을 한곳에 모아 강력한 정책을 펼칠 때 입니다.”
“지금도 제국은 안정화 되어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귀족파에게도 많은 양보를 하고 계십니다. 언뜻 절대 권력을 가지고 계신 듯 보이나, 귀족파 귀족들과의 본격적인 대립에서는 한발 물러나 주시는 경향이 분명히 있습니다.”
베레곤 공작이 덧붙였다.
“물론 폐하 개인이 강력하게 밀어붙이시는 안건 같은 경우 일말의 양보도 없으시지만.”
나는 중요한 문제를 꺼냈다.
“설사 공작님과 제가 정치적 동반자가 된다 하더라도 두 가문을 쳐낼 명분은 없습니다. 설사 명분이 있어도 두 가문을 쳐내려 한다면 당장 내전으로 이어질 겁니다.”
“정치적 동반자는 아닙니다. 황가에 충성하는 최고의 가문이 되겠다는 뜻이죠.”
나는 진심으로 놀랐다.
지금 베레곤 공작은 내게 충성 맹세를 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제임스 공작보다 더 굽히고 들어오는 것이다.’
제임스 공작은 나를 위해 올리비아를 소개해주었다.
정략결혼을 추진한 건 다름 아닌 제임스 공작이니까.
나와 제임스 공작은 정치적 동반자라 할 수 있다. 누군가가 우위에 있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그런데 베레곤 공작은 내 밑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표현했다.
“제국 최고의 가문이 되겠다는 말은 허언이 아닙니다. 제국 최고의 가문이 되기 위해서 황가에 대한 충성심은 기본 전제니까요.”
“공작님의 진심은…… 일단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베레곤 공작을 완전히 신뢰하기는 힘들었다.
“두 가문을 동시에 쳐내야 합니다. 전하와 제가. 명분은 정화의 불꽃단 사제.”
“설마?”
“황후님과도 관련이 되어 있는 일입니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굳어버렸다.
“공작님, 지금 그 말…….”
“대륙 반대편에서 저주를 걸면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황후께서는 뛰어난 정령사셨죠. 당연히 가까운 곳에서 저주가 걸렸어야 합니다.”
“오스틴 가문과 얀 가문이 어머님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이 문제가 알려지는 순간 나와 베레곤 공작이 문제가 아니다.
두 가문은 절대자의 분노를 결코 피해갈 수 없으리라.
“증거는 찾아야 합니다.”
나는 허탈해졌다.
“공작님.”
“하지만 확실한 정황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아바마마께 보고 드리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 문제는 저와 공작님이 해결할 게 아닙니다.”
베레곤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황후마마의 일을 폐하께 보고 드리면 그 즉시 내전입니다.”
나는 피식 웃었다.
“내전이라고요? 공작님, 폐하께서는.”
“네. 홀로도 두 가문을 상대하실 수 있겠죠. 하지만 두 가문을 상대로 내전이 일어나고, 남부에서는 남부 연합체가, 동북부에서는 왕국 연합이, 서부에서는 요정들이 동시에 제국을 공격하면?”
나는 입을 다물었다.
‘뭐 이리 많이 알아?’
베레곤 공작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요정 일까지 알고 있다는 건 정말 의외였다.
아직 아버지만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정화의 불꽃단을 추적한 건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베레곤 공작이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경쟁자가 될지도 모르는 이들의 약점을 알아 놓는 건 기본이니까요.”
나는 직감했다.
‘이 자와 손을 잡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