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1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12화(212/278)
212화.
마탑 건설을 기념하는 축제 기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제국의 귀족들은 그레니안 내부를 구경하며 피레온 왕국을 정복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황자, 황녀들 역시 간만에 황궁을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방까지는 아직 손을 뻗지 못했지만, 그레니안 자체는 상당히 안정화 되었으니 귀족이나 황자, 황녀들이 다니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베레곤 공작에게 그레니안을 직접 안내하며 밀담 아닌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생각은 많이 해보셨습니까?”
“쉽지 않은 결정이라서요.”
나의 말에 베레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결정은 맞습니다. 저 역시도 많은 시간들을 고민했습니다.”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습니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애트란은 어머니의 죽음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겁니까? 정화의 불꽃단 흔적은 애트란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정화의 불꽃단은 건국 당시 4대 가문에 모두 손을 뻗었습니다.”
베레곤은 숨김없이 말했다.
“화이트 가는 진즉에 그들을 쳐냈고, 얀과 오스틴 공작은 그들의 힘을 이용하여 황제파를 견제했고 애트란은…….”
나는 베레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을 방치했습니다.”
“방치?”
“그들은 데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꽤 도움이 됩니다. 정화의 불꽃단은 적당히 보조를 맞춰주면 자신들이 애트란을 통째로 조종한다고 착각하여 많은 정보를 토해냈습니다.”
대단한 사람이다.
비밀 조직의 조직원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도리어 이용했다는 말이니까.
“얀과 오스틴 공작은 실제로 꽤나 휘둘리는 모양이지만 애트란은 그 두 가문과 다릅니다.”
베레곤이 말을 맺었다.
“설사 직계라 하더라도 애트란이 아닌 다른 무엇을 위하여 가문의 힘을 사용하는 이들은 언제나 처형했습니다.”
나는 끙, 신음을 삼켰다.
“일단 우리 쪽에서도 애트란을 조사하고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전하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정화의 불꽃단은 언제고 이용할 가치가 있어 방치했을 뿐 그들은 가문 내에서 아무런 영향력도 없습니다. 간혹 제가 정보가 필요할 때 적당히 이용만 했을 뿐입니다.”
베레곤이 말을 이었다.
“바로 황후마마의 일과 같은 경우가 그들을 이용해 정보를 얻은 경우겠죠.”
“얀 공작의 가문부터 제거하시죠.”
베레곤이 걸음을 멈췄다.
주변 상인들을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베레곤을 보면서 나도 괜스레 상인들에게 말을 걸었다.
남들이 볼 때는 나와 베레곤이 시장을 돌며 민심을 파악하는 고위 귀족처럼 보일 것이다.
“일종의 시험이십니까?”
“공작을 전적으로 믿기에는 아무래도 우리가 반목한 세월이 있으니까요.”
베레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 건설식이 마무리되면 황도에서 얀을 쳐내겠습니다. 리버힐 가문은 단독으로 쳐내기 무리이지만, 얀의 가문은 충분히 가능하죠.”
“얀 가문을 쳐내는 과정에서 정화의 불꽃단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역할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전하와 손을 잡는 게 생각보다 어렵군요.”
“제국 최고의 가문이 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십시오.”
베레곤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암묵적인 동의였다.
나도 나쁘지 않은 결과라 생각했다.
비록 베레곤에게 얀 가문과 리버힐 가문이 어머니의 죽음과 정확히 어떤 형식으로 얽혀 있는지 듣지 못했다.
듣고자 한다면 들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베레곤 공작이 얀 가문을 치는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내리라 예상하고 더 이상 어머니 일을 캐묻지 않았다.
‘문제는 아버지의 분노인데.’
오로지 어머니의 복수를 위하여 수 많은 정복 전쟁을 일으키고, 자신의 삶 자체를 불태우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의 아버지다.
‘얀 가문은 베레곤 공작이 아니라 아버지의 손에 무너질 수도 있어.’
어쨌든 나는 얀 공작의 문제는 베레곤에게 맡기기로 결심했다.
그의 말에 진정성을 엿보기 위해서는 말이 아니라 그의 행동을 볼 필요가 있으니까.
저녁까지 그레니안을 돌아다닌 뒤 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돌렸다.
“길을 터라!”
거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엎드려! 이비드 후작님이시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비드 후작?’
제국의 후작 중 이비드라는 이름을 가진 후작은 없었다.
곧 백마를 타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고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한 놈이라도 땅에서 눈동자를 떼면!”
앞서서 백성들을 꿇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베레곤이 말했다.
“옛 피레온 왕국 귀족들인 모양이군요.”
베레곤은 지금 벌어지는 소동에 큰 감흥이 없는 듯 보였다.
나는 한숨이 새어나왔다.
“공작님도 이동하실 때 사람들을 앞세워 백성들에게 예의를 갖추게 합니까?”
“귀족의 품위란 자신의 영향력과 명망에서 나옵니다. 사람들을 앞서 보내 백성들을 꿇릴 게 아니라 자신을 알아본 백성이 스스로 무릎을 꿇고 귀족에 대한 예의를 보이게 만드는 게 바로 귀족의 품위이죠.”
베레곤 역시 결과는 백성들이 귀족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저 이비드 후작이라는 사람과 다르게 스스로의 명성과 영향력으로 백성들에게 예의를 갖추게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베레곤은 고위 귀족으로서, 명망가의 가주로서 특권 의식이 분명 있었다.
더불어 그는 귀족의 의무도 항상 가슴에 새겨 놓은 것 같았다.
“그만 돌아가시죠, 전하.”
“거기!”
백성들을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있던 남자가 나와 베레곤 공작을 발견했다.
“지방의 귀족들인 모양인데, 이비드 후작님이 오시고 계신다. 너희도 예의를 갖춰라!”
살다보면 참 별 일이 다 생긴다.
그리고 저런 눈치 없는 부류는 꼭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나와 베레곤 공작이 밀담을 위하여 수행원 한 명 데리고 나오지 않았어도 제국의 황태자와 공작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저 남자의 오해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뭐 내 얼굴이 유명한 것도 아니고.’
“건방지게 서 있는 저 둘은 누구지?”
백마를 타고 나와 베레곤 공작을 내려다보는 이비드 후작의 목소리였다.
“후, 후작님!”
“먼저 가서 길을 정리하라고 했는데? 귀족인 것 같은데 엎드릴 필요까지는 없지만, 후작이 길을 지나는데 당연히 무릎 정도는 꿇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베레곤 공작은 이 상황이 재밌는 모양이다.
진하게 웃으며 물었다.
“귀족이니 엎드릴 필요도, 무릎을 꿇을 필요도 없소. 귀족은 황제 폐하께도 죄를 짓지 않는 이상 무릎을 꿇지 않는데 후작은 무슨 권리로 같은 귀족인 나에게 무릎을 꿇으라 강요하는 것이오?”
이비드의 표정이 굳어지자 남자가 얼굴을 붉히며 나섰다.
“이 촌뜨기 귀족 놈이!”
“자네는 작위가 무엇이지?”
베레곤 공작의 목소리가 서늘해졌다.
나는 굳이 끼어들지 않았다.
베레곤 공작이 저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매우 궁금해졌으니까.
* * *
켄은 오늘도 집무실에서 서류에 파묻혀 있었다.
소리스가 없으니 그레니안 행정에 관한 대부분을 켄이 홀로 담당했다.
“많다. 많아.”
켄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 들어오세요.”
게일이다.
“오, 게일 님!”
좀처럼 자신의 집무실까지 찾아오는 법이 없던 게일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자, 켄이 몸을 일으켰다.
“바쁜가?”
“바쁘죠.”
“다음에 올까?”
“아닙니다. 이쪽에 앉으세요.”
켄은 게일에게 자리를 권한 뒤 물었다.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세요?”
“이번에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이 지방에서 대거 올라오지 않나?”
“네.”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켄은 아룬의 이름으로 모든 귀족들에게 반드시 참가하라는 초대장을 돌렸으니 웬만하면 모두 올라오리라 생각했다.
피레온 왕국은 이미 멸망했고, 이제 이곳은 제국의 영토다.
그리고 피레온 왕국 수도가 직할령이 된 것은 물론, 조만간 피레온 왕국 영토였던 곳 전체가 직할령으로 편입될 것이다.
지방 유지들 역시 론이 아룬에게 어마어마한 권력을 몰아주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느낄 것이다.
적어도 피레온 왕국 영토였던 곳은 황제의 권력보다 아룬의 권력이 더 크게 영향을 끼칠 예정이다.
권력의 향방에 민감한 귀족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도 없으니 이번에는 그레니안으로 모두 올라오리라.
“문제라도 생겼나요?”
“이비드 후작이라는 자가 있다.”
“이비드 후작이요?”
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작이라면 상당히 높은 작위인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그자가 무슨 문제라도 일으켰습니까?”
“아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켄의 표정에 게일이 말을 이었다.
“헤밀튼의 보낸 조직원이 이비드에 관한 소식을 전해왔고, 바쁜 듯 보여 내가 직접 자네에게 전달해주러 왔네.”
“이런. 굳이 그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헤밀튼 조직원이 뭐라고 했습니까?”
“이비드 후작이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의 중심이라더군. 마흔 명에 가까운 귀족들을 모아 그레니안으로 올라왔다고.”
* * *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구경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엎드려 있던 사람들 역시 슬쩍 눈길을 돌렸다.
“뭐, 뭐라고?”
“네놈의 작위가 무엇인지 물었다.”
베레곤 공작의 말에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내 베레곤 공작의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귀족도 아닌 자가 감히 귀족에게 언성을 높인 것도 모자라 놈이라니? 주둥이를 잘라야겠구나!”
남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제야 그는 자신의 위치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이비드 후작과 다르게 남자는 그냥 이비드 후작 휘하의 수행원일 뿐이다.
심지어 남자는 기사로도 보이지 않았다.
베레곤의 시선이 이비드 후작에게 돌아갔다.
“후작가 사람이오?”
이비드 후작은 어느새 웃는 얼굴이었다.
“여봐라, 저자를 끌어내라.”
기사들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우락부락한 기사들이 자신을 붙잡자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후, 후작님! 저는!”
“닥치지 못할까! 감히 귀족에게 그따위 망발을 부리다니!”
이비드가 베레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멍청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범한 무례이니 그대가 적당히 이해해주게. 내 저자의 주둥이를 반드시 잘라 자네에게 보내주지. 이름이 무엇인가?”
베레곤이 말했다.
“베레곤 드 애트란.”
“그래. 애트란의 베레곤이었군. 애트란이라…… 들어본 적은 없는데. 혹시 어디에 있는 가문인지 알 수 있나?”
이비드의 말에 베레곤은 아주 친절하게 설명했다.
“칼페온 남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가문이오.”
“칼페온 남쪽?”
이비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레온 왕국에 칼페온이라는 지명이 있었나?”
저자는 바보일까,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일까.
나는 이쯤에서 적당히 나섰다.
“공작.”
“네, 전하.”
베레곤 공작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곧이어 이비드는 물론이거니와 주위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
그들은 드디어 칼페온 제국의 수호 가문 애트란 가문의 베레곤 공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만 가시죠. 할 일이 많습니다.”
나는 이비드 후작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이비드.”
이비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는 더 이상 후작이 아니야. 피레온 왕국을 멸망시키면서 폐하께서는 아직 기존 귀족 작위에 대한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으셨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