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1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13화(213/278)
213화.
한바탕 소란을 겪고 난 뒤 나와 베레곤 공작은 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옛 피레온 왕국 귀족들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더군요.”
베레곤 공작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나와 제국이 만만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나는 헛웃음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어디까지나 그들은 자신들 국가의 멸망을 방치했던 이들입니다. 옥석을 골라내려고 불렀는데…… 이비드 후작과 그 계파를 보니 딱히 골라낼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켄은 행정력의 부재와 지방에 대한 중앙의 영향력을 염려하여 일부 귀족들의 지위를 인정해주자고 말했다.
나 역시 켄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하나의 국가를 정복했다고 기존 귀족들을 모조리 처형한다면 혼란이 오래 갈 수 있으니까.
궁 안에도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황자, 황녀들 그들을 수행하는 인원들, 귀족들과 그들이 데려온 하인들로 넓은 궁이 꽉 찬 것 같았다.
나와 베레곤 공작을 발견한 이들이 하나같이 허리를 숙였다.
“저녁 만찬 때 뵙죠.”
“네, 전하.”
나는 베레곤 공작을 숙소로 배웅한 뒤 나 역시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에는 켄과 게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켄의 말에 내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저녁 만찬에 참여하는 황족, 귀족 명단을 가져왔습니다.”
켄은 들고 있는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나는 게일에게 시선을 돌렸다.
“게일은?”
“저는 아무래도 국경으로 복귀해야 될 것 같습니다.”
“고생이 많네.”
나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축제인데 즐기지도 못하고.”
게일이 옅게 웃었다.
“축제를 즐기는 성격도 아니고, 마탑 건설식에 마그마의 분노까지 찾았으니 왕국 연합이 돌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켄이 동의했다.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왕국 연합인데, 마탑 건설식을 틈타 강력한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게일 국경을 부탁해.”
“네, 전하.”
게일이 고개를 숙인 뒤 나갔다.
나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허리를 깊숙하게 묻으며 말했다.
“베레곤 공작과는 손을 잡기로 결정했어.”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베레곤 공작이 나를 이용하고자 속이는 것일 수 있다.
켄은 그 점을 염려했다.
정화의 불꽃단 흔적이 애트란 가문에서도 발견된 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베레곤 공작의 말을 모두 신뢰하기는 힘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과감한 결정을 내린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기회는 기회야. 얀과 오스틴 공작이 진정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 있다면 그들은 반드시 쳐내야 되니까.”
“폐하가 직접 나서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곧바로 내전이야.”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는 단 한 명도 살려놓지 않기 위하여 전면전을 벌이실 거야.”
두 가문이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 있다는 증거가 나오면 아버지는 얀 가문, 리버힐 가문에 생존자를 단 한 명도 남기시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두 가문 역시 멸문을 피하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나는 다르다.
“나 역시 두 가문이 진정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 있다면 용서할 생각은 없지만…… 개미 한 마리 남기지 않고 죽일 생각은 없어. 책임질 놈만 나오고 그들 가문의 힘을 약화하는 것으로 만족할 생각이지.”
나의 말에 켄이 흠, 하고 고민에 잠겼다.
“얀, 오스틴 두 공작만 책임을 져도 두 가문의 힘은 급격히 약화 돼.”
“전하께서 나서도 두 가문은 끝까지 저항할 겁니다.”
“아마도.”
어찌 되었든 내전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건 나도 직감하고 있었다.
단지,
“나는 왕국 연합과의 전면전을 완전히 승리로 이끈 뒤 내전으로 돌입해도 돌입해야 된다는 입장이야.”
“폐하께서는 외부의 상황과 관계없이 내전을 일으키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맞아.”
아버지는 어머니에 관한 일이면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 가지 일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모든 걸 한 번에 처리할 순 없으니 차근차근해내 가자고. 지금은 마탑 건설식이 가장 중요하지.”
“네. 전하.”
“오늘 만찬에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도 참여하는군.”
나는 서류를 들었다.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 중 가장 윗자리에 이름이 적혀 있는 사람은 이비드 후작이었다.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비드 후작이라.”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어. 궁 밖에서 이비드 후작과 잠시 마찰이 있었어.”
나는 켄에게 베레곤 공작과 겪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딱히 특이한 일은 아니군요. 귀족이라면 누구나 그렇죠.”
“내가 원하는 귀족의 유형은 아니야.”
“전하께서 원하는 귀족은 찾기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타협을 하시죠.”
켄이 말을 이었다.
“이비드 후작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귀족입니다. 그를 휘하에 두면 피레온 출신 귀족들은 자연스레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를 옥죄면 다른 귀족들 역시 쉽게 옥죌 수 있다는 뜻이군.”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해석되기도 하는군요.”
“일어나지. 곧 만찬인데.”
나와 켄은 집무실을 나왔다.
켄은 직접 만찬 준비를 점검하기 위하여 식당으로 향했고, 나는 올리비아가 있는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나름 귀족들이 모두 참석하는 만찬인데 격식 있는 옷을 입고 가야 하니까.
* * *
그레니안에서 마탑 건설식을 겸한 축제가 시작되는 시각, 왕국 연합 국경에서는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저 악의 무리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게.”
제인의 말에 카렌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거리를 나가봐서 알겠지? 하루, 하루 굶고 병들어 죽는 사람들 천지인데 저들은 저렇게 먹고 마시며 즐기지.”
카렌 옆에는 다레트도 있었다.
검은색 사제 옷을 입은 다레트는 진정 슬프다는 듯 말했다.
“신의 자비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입니다. 백성들이 굶고 병들어 죽는 것보다 자신들의 탐욕스러운 뱃살만 늘어나기를 바라는 이들 아니겠습니까.”
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황제도, 황태자도 귀족까지 책임감이라고는 하나도 없지. 제멋대로 침략하여 왕국을 멸망시키고 풍요로운 피레온 왕국의 식량을 오로지 자신들이 먹고 마시는 데 소비하고 있으니.”
카렌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제국은……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사악한 집단이군요.”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서 사치를 부리다가 그조차 모자라 주변 국가까지 침략하는 놈들이지. 황제가 왜 정복 전쟁에 혈안이 되어 있겠나?”
카렌은 제인의 말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제국이 가진 것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다레트 후작이 거들었다.
“황제가 건국 전쟁이랍시고 수많은 사람들을 전쟁의 파도 속으로 몰아넣을 때부터 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하나였습니다.”
카렌이 다레트 후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엇입니까?”
“통일. 명분은 그럴듯하지요. 대륙을 통일하겠다. 하지만 제국이 대륙을 통일하면 어찌 되겠습니까? 이 땅에 신의 자비는 사라지고 오직 탐욕스러운 귀족들만이 백성들을 빨아 먹으며 지옥이 펼쳐질 겁니다.”
“그리되게 놔둘 순 없습니다.”
“신께서 사제님을 보내신 건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제인이 동의했다.
“사제의 말이 맞네. 왕국 연합은 제국에 대항하여 백성들을 구원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국의 전력에 비하여 부족해.”
다레트 후작이 빙그레 웃었다.
“전부 신의 자비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량미보다는 식량이 부족한 백성들을 위해 구휼을 펼치고, 귀족들의 사치가 아니라 백성들의 안전을 위해 전염병을 예방하는데 많은 예산을 쓰니까요.”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합이 더 성장해야 된다. 피레온 왕국을 복권 시키고 연합의 전력을 키워 제국에 대항해야 돼.’
카렌은 국경을 바라보며 결심했다.
‘사제님 말씀이 맞다. 신께서 내게 힘을 주신 건, 악의 무리를 처단하기 위해서다.’
제인이 입을 열었다.
“피레온 왕국이 멸망하면서 연합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자네와 같은 인재가 나타나 다행이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전면전을 통해 피레온 왕국을 복권 시키고 황태자만큼은 반드시 죽여야 되네. 론 칼 레오드만큼이나 사악한 자더군.”
다레트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최근 황태자에 대한 소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모든 속성의 최상급 정령을 부린다더군요.”
제인도 그 점을 걱정했다.
“론 칼 레오드만으로도 벅찬데 그 아들마저 인간의 한계를 넘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고작 이제 성년식을 치렀는데.”
“악마는 언제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열세 번째 사제님이 있습니다.”
제인이 다레트 후작에게 물었다.
“카렌에게 특별한 힘이 숨겨져 있다고?”
“물론입니다. 사제님은 저희 교단에서 예언된 분입니다. 사제님을 통해 신께서 강림하시고 이 땅에 퍼진 악의 무리를 정화 시키실 겁니다.”
카렌이 고개를 숙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병사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어. 고든은 죽었지만 나와 에릭은 여전히 건재해. 우리는 연합의 운명을 걸고 피레온 왕국 복권에 나설 거야.”
“네.”
“비록 왕가는 모두 멸망했지만, 연합에 망명했던 왕가의 후손이 있으니 피레온 왕국 영토에서 제국을 몰아내고 그 자에게 다시 국왕을 맡기면 되니까.”
다레트는 조심스럽게 제인에게 말했다.
“공격 시점은 언제 잡으실 생각이십니까?”
“족히 한 달은 걸리겠지. 징집에 시간이 걸리고 식량도 더 준비해야 되니까.”
“정화의 불꽃단이 왕국과 함께할 겁니다. 필요한 군량미를 지원하고 사제들도 이번 성전에 나설 겁니다.”
제인이 크게 만족한 듯 웃었다.
“그래. 이건 성전이야. 왕국 연합은 정화의 불꽃단 교단을 대륙의 유일한 교단으로 인정했지. 종교와 국가가 협력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정화의 불꽃단만큼 백성을 생각하는 종교는 없으니까.”
다레트가 진하게 웃었다.
“사악한 제국의 무리들을 신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니까요. 신께서는 연합을 선택하셨고, 우리는 신의 뜻에 따를 뿐입니다.”
다레트가 카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지 않습니까? 사제님?”
“네. 이번 성전,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인이 카렌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직 황제가 움직였다는 소식은 없어. 저들은 방심하고 있네. 자네라면 충분히 황태자를 상대할 수 있으니까.”
제인의 말이 이어졌다.
“올리비아, 게일은 이제 막 소드 마스터에 오른 애송이들. 내가 그들을 맡겠네. 릴리안은 에릭에게 맡기면 되겠지.”
전력은 비슷하다.
그리고 제인은 나름대로 연합 쪽에 승산이 있다고 여겼다.
‘황제는 지금 남부의 야만인들을 정리하는 것도 바쁘다. 그리고 정화의 불꽃단에 따르면 요정들조차 성전에 참여한다. 제국은 사방에서 적을 맞는 거야.’
황제가 없는 전장이라면 제인은 승리를 자신했다.
‘황태자가 변수지만…… 그 역시 애송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힐끗 카렌을 바라보는 제인의 눈동자에 기이한 열기가 맴돌았다.
‘이 자는 내 가문에 머문 뒤로도 실력이 급상승했어. 황제와 막상막하로 싸울 때부터 알아보았지만.’
당시 황제가 카렌을 봐준 건 제인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카렌의 나이에 황제와 검을 나눌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이다.
제국에 계속 인재가 나오고 있지만 왕국 연합 역시 신성이 등장했다.
카렌.
‘이제는 나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
제인은 고작 몇 달 만에 카렌이 자신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토록 무섭게 실력이 느는 사람은 제인은 본적이 없었다.
론을 떠올리는 제인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황제, 네 놈만이 신이 내린 재능을 가진 건 아니다. 이제 연합에도 신께서 보살피는 기사가 탄생했다.’
제인은 론보다 자신이 떨어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카렌은 다르다.
‘이 자는 황제를 넘어설 수 있는 인간이다. 피레온 왕국을 복권 시키는 전쟁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면 그다음 전쟁에서…… 이 자는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왕국 연합이 정화의 불꽃단을 연합 유일의 종교로 인정한 이유.
바로 카렌 때문이다.
‘정화의 불꽃단만 잘 통제하면 언제까지고 이 자를 왕국 연합의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제인 역시 국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냥 축제를 즐기게 둘 순 없지. 카렌.”
“네. 가주님.”
“가볍게 신경전을 유도하게. 마침 국경에 게일이 왔다고 하는데 그자와 겨뤄보는 것도 좋겠군.”
“적 소드 마스터 말씀이십니까?”
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카렌이 짧게 대답했다.
“적 소드 마스터 한 명을 줄일 기회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