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1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14화(214/278)
214화.
저녁 만찬에 참가한 사람들은 무척 많았다.
당장 황자, 황녀 즉 내 동생들만 하더라도 꽤 많았고 제국의 귀족들 역시 상당히 많이 참여했다.
그리고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이나 재력가들까지 대부분이 참가하면서 왕궁은 무척이나 북적거렸다.
나는 제국 인물들과 먼저 인사를 나누었다.
“전하, 감축드립니다. 그레니안 직할령은 벌써 제국 못지않게 발전한 것 같습니다.”
5황자의 말에 나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느냐?”
“네.”
“황족으로서의 품위와 책임감을 언제까지나 잃지 말도록.”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동생들을 한 명씩 격려한 뒤 제국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제국 내의 내 입지는 확고했다.
모두가 나를 반겼다.
연회에 참가한 제국 인물들은 내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리라는 사실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오스틴도 마찬가지였다.
“전하께서는 제국을 경영하기 전에 큰 경험을 쌓게 되실 것이니, 제국에도 좋은 일입니다.”
“고맙습니다. 공작님.”
나는 오스틴 공작의 와인잔을 직
접 채워주었다.
베레곤 공작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있었지만 나는 오스틴 공작 앞에서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마탑은 리버힐 가문에서도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리버힐 가문은 마탑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 도움을 많이 청하겠습니다.”
오스틴 공작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틈이 없군.’
그에게는 정화의 불꽃단에 관한 어떤 기색도 느낄 수 없었다.
하긴 베레곤 공작에게 듣기 전까지 나는 오스틴 공작에게서 어떤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
새삼 지금 와서 오스틴 공작이 티를 낼 리도 없었다.
“왕국 연합 쪽에서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잠시 주위가 정적에 잠겼다.
연회 자리에서 전쟁 이야기라니.
그렇다고 오스틴 공작을 탓할 순 없었다.
일부 귀족들은 오스틴 공작의 말에 동감하는 듯 보였다.
“폐하께서 그레니안을 직할령으로 하사하실 때 저는 왕국 연합과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는 부드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들이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국 역사 이래 가장 큰 전쟁이 되겠지요.”
와인으로 목을 축이자 알싸한 향이 느껴진다.
어느새 모두가 내 말을 주목하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 힘들면 리버힐 가문에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내가 진한 미소를 짓자 오스틴 공작도 이내 내 말에 동조했다.
“물론입니다. 전하. 리버힐 가문은 언제든지 전하를 위하여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모두 제국을 위해서죠.”
나는 오스틴 공작에게 건배를 제의했고, 그는 와인잔을 부딪히며 말했다.
“전하의 영광이 그레니안을 넘어 제국 전체로 뻗어 갈 것입니다.”
오스틴 공작과 대화를 마무리한 뒤 나는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의 중심은 낮에도 보았던 이비드다.
이비드는 내가 다가서자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아까 봤죠?”
“네. 전하.”
나는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이비드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는 듯 눈치를 주는 귀족들이 많았다.
“궁 밖의 일로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이비드는 의외로 먼저 베레곤 공작과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막 그레니안으로 올라온 터라 전하와 공작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은 나와 베레곤 공작을 알지 못했던 점이라고 못 박았다.
이비드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이곳 귀족들의 사상이야 지겹도록 보고 느꼈으니까.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분들이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궁 밖에서도 말했지만 아직 폐하께서는 여러분의 직위를 어떻게 하실지 결정하지 않으셨습니다.”
귀족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분이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결정된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귀족이었던 자가 평민이나 혹은 노예로 전락하는 경우는 한 가지뿐이다.
바로 국가의 멸망.
귀족으로 살아가며 국가의 멸망은 겪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의 국가는 멸망했다.
전국 시대에 수많은 왕국이 몰락했어도 많은 귀족들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 시대가 아니다.
제국이 힘을 떨치는 시대.
특히 아버지는 정복한 국가의 귀족 대부분을 처형했었다.
아마도 이들은 그 사실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나는 이쯤에서 이들에게도, 제국 귀족들에게도 나의 새로운 권한을 밝히기로 했다.
“폐하께서는 그레니안에 이어 피레온 왕국 영토를 황태자 직할령으로 선포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연회장에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퍼져나갔다.
나의 목소리는 모두의 귀에 똑똑히 울려 퍼졌다.
“그대들에 관한 처분은 내게 맡겨졌고 나는 고민 중입니다.”
나는 이비드와 눈을 맞췄다.
이비드의 눈동자에 경악이 서려 있었다.
“그대들의 작위를 그대로 인정해줘야 하는 어떤 명분도 나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회에 그대들을 모두 초대한 것입니다. 내 눈으로 그대들을 직접 보고 결정하려고.”
“전하.”
이비드가 힘겹게 말했다.
“소신들은 모두 오랫동안 피레온 왕가에 충성을 바치면서…….”
나라를 위해 노력했다.
귀족으로서의 의무를 지켰다.
뭐 이런 말들을 하려는 모양인데 나는 차갑게 잘라냈다.
“왕가에 충성을 바친 것 치곤 내가 왕국을 정복하러 왔을 때 느꼈던 저항은 거세지 않았습니다.”
왕국 연합과의 전쟁을 위해서는 이들의 힘이 필요하다.
지방에서 가지고 있는 이들의 영향력은 작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적당하게 이들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이들이 철저한 기득권자라서?
특권 의식을 버리지 못해서?
나는 그런 명분으로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을 압박하지 않았다.
귀족들의 특권 의식은 내가 바꾸려 해도 바꾸기 힘든 부분이다.
수백 년, 천 년 동안 내려온 신분제도를 혼자만의 힘으로 타파할 순 없다.
나는 그런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더구나 내가 황태자로서 신분제도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내가 이들을 압박하는 명분은 간단했다.
충성심.
노예도, 평민도, 귀족도 모두 똑같이 가져야 하는 마음.
귀족이기에 더 크게 가져야 하는 태도.
이들은 자신들이 충성을 바친 왕가를 외면했다.
나는 그 점을 명확하게 지적함으로써 완벽한 명분으로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의 목줄을 죄었다.
“이미 나약한 충성심을 증명한 이들을 작위를 내가 그대로 인정해주는 게 의미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왕국 연합과의 전쟁이 코앞인데 그대들이 지난번과 같이 전쟁을 외면하면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이비드의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전쟁을 외면하는 것을 넘어서 왕국 연합에게 통째로 직할령을 넘기려 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저, 전하!”
이비드가 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동시에 연회장 바깥에서 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급보입니다!”
* * *
이렇게 갑작스레 만나게 될 줄 몰랐다.
게일과 싸우고 있는 흑발의 청년.
쉽게 게일의 검에 맞서는 저자는 바로 카렌이다.
나의 주인공.
나는 성벽 위에서 심각한 얼굴로 게일과 카렌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렌이라는 자입니다. 폐하와 맞서 싸웠던 소드 마스터죠.”
어느새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베레곤 공작의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청년 같은데 놀랍군요. 역시 대륙은 넓고 인재는 많은 모양입니다.”
내 입으로 하기에 다소 부끄러운 말이다. 당장 나는 카렌보다도 어리니까.
성년식을 치르고 최상급 정령 넷을 부리는 사람의 입에서 젊은 사람이 참 대단하네, 라는 말이 나온 거니까.
부끄러움 느낄 새는 없었다.
게일과 카렌의 전투는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카렌에게 여유가 보였다.
“게일이 위험합니다.”
베레곤 공작은 내게 결정을 내리라는 듯 말을 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말끝을 흐리는 베레곤 공작의 모습에 켄이 나섰다.
“일기토에 끼어들면 앞으로 왕국 연합과의 전쟁에서 두고두고 밀릴 겁니다.”
“그러다 소드 마스터 한 명을 잃을 수도 있죠. 지금은 전면전 상황이 아니라 국지전에서 일기토로 전환된 상황입니다.”
베레곤 공작과 켄의 의견이 나뉘었다.
그래서 나는 베레곤 공작에게 물었다.
“공작님이라면 어떨 것 같습니까?”
“네?”
“적장과 일기토 중이고 적장은 신성이라 칭할 수 있는 소드 마스터입니다. 모든 수하들이 보고 있는데 적장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아군이 도와주기를 바라겠습니까?”
나는 기회라 생각하고 있었다.
카렌을 죽일 기회.
아무리 찾아봐도 제인이나 다른 강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카렌과 그가 이끄는 병사들만 보였다.
대략 천 명 정도?
나와 베레곤 공작 그리고 오스틴 공작에 릴리안까지.
이쪽의 강자들은 수도 없이 많다.
하필 제국의 많은 귀족들이 왕궁에서 연회 중이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카렌과 그 부대를 전멸시키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이게 카렌을 가장 쉽게 죽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다.
나의 주인공은 규격을 벗어나는 괴물이다.
오늘 게일과의 전투가 끝나면 또다시 성장할 것이다.
최초로 론 칼 레오드, 나의 아버지마저 넘어서는 인물이니까.
제국을 무너뜨리는 운명을 타고난 남자.
살기가 절로 넘실거렸다.
내 주위의 이들이 ‘웃’ 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공작님 어떠실 것 같습니까.”
다시 한번 묻는 나의 목소리에 베레곤 공작이 쓰게 대답했다.
“누구도 끼어들기를 원하지 않을 겁니다. 기사로서 적장과의 일기토에 아군의 도움을 받는 것만큼 치욕은 없으니까요. 차라리 적장의 검에 죽는 게 명예를 지키는 길이니까요. 그게 바로 기사의 명예이자, 검을 든 자의 운명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끼어들지 않겠습니다.”
설사 게일을 잃더라도.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게일은 점점 더 밀리고 있었다.
게일의 기사로서 명예를 지켜주기로 굳게 결심했지만, 막상 실시간으로 게일이 점차 죽음에 가까워지니 몸이 들썩거렸다.
정말 이게 맞는 건가?
지금이라도 나가서 구해야 되는 것 아닌가?
“전하.”
켄이 재빨리 말했다.
“기사로서의 명예도 중요하지만 게일 경은 전하의 충신…….”
켄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카렌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오러 블레이드가 게일을 압박했다.
동시에 카렌은 허공을 밟으며 단숨에 성벽 근처까지 날아왔다.
베레곤 공작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감히!”
카렌은 일기토의 암묵적인 규칙을 어겼다.
게일을 내팽개치고 나를 직접적으로 노린 것이다.
베레곤 공작의 검이 카렌에게 닿기도 전에 실피드가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콰아아아앙-!
카렌의 검과 실피드의 바람의 칼날이 만나며 큰 폭발을 일으켰다.
나는 카렌과 눈이 마주쳤다.
허공에 떠 있는 카렌이 입을 열었다.
“그대가 악의 무리를 이끄는 황태자이군요.”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 카렌은 게일을 죽이는 것보다 더 큰 모욕을 주었다.
일기토에서 상대를 무시한 건 당하는 기사에게 더할 나위 없는 치욕이다.
나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실력만큼 인성이 뛰어나진 않군.”
“악을 징치함에 있어 인성 같은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 당신을 보았으니 큰 수확입니다.”
카렌의 말을 들으며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죽인다.
카렌은 게일을 죽음보다 더 큰 모욕으로 게일의 명예를 더렵혔으니까.
실피드에 이어 이프리트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제인 가주께서 당신을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었군요. 오늘은 당신을 본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카렌이 품에서 스크롤을 꺼냈다.
두 최상급 정령이 공격하기도 전에 카렌은 스크롤을 찢었다.
카렌의 모습이 사라졌고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런 만남이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직할령은 전시체제로 돌입한다.”
모두에게 내리는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