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1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15화(215/278)
215화.
마탑 건설식은 취소가 되었다.
아무리 마탑 건설식이 중요하고, 새로운 마법 종파 개파 선언이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지만 왕국 연합과의 전면전만큼은 아니다.
적국의 기사가 내 앞에서 나의 기사를 조롱하고 나마저 깔보면서 살아 돌아갔다.
아마 오늘 일이 알려지면 내 명예는 크게 실추될 것이다.
‘내 명예는 상관없어.’
나는 침실에서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며 깊은 고민에 잠겼다.
카렌, 그 이름이 갖는 중압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희대의 천재.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재능.
신이 돕는 운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설정했기 때문에 카렌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록 현재의 카렌이 제국을 무너뜨릴 당시의 카렌은 아니지만.
‘무섭게 발전하겠지.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어나니까.’
나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전하.”
올리비아의 목소리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올리비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혹시 안 주무셨어요?”
“아니. 좀 일찍 일어났어.”
항상 올리비아가 나보다 먼저 일어나는데,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복잡한 마음이 저절로 잠을 깨웠고, 한참이나 카렌에 대해 생각했다.
올리비아가 내 곁으로 오면서 입을 열었다.
“어제 일 때문에 그러세요?”
“맞아. 카렌이라는 자는 아바마마와도 맞서 싸운 자야. 굉장한 기사였고 적국에 그런 기사가 있다는 건 불행한 일이지.”
나는 게일 이야기도 꺼냈다.
“게일도 걱정되고.”
올리비아는 이제 막 일어났음에도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그녀 나름대로 내게 힘을 주었다.
“게일 경은 괜찮을 거예요. 강한 기사니까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올리비아의 모습에 나는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그래. 게일은 이겨낼 거야.”
어제 나도 모욕을 당했지만 게일이 당한 조롱은 기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일이다.
일기토에서 패배한 것을 넘어 상대 기사가 게일을 없는 취급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더구나 상대 기사는 무명이다.
아무리 아버지와 맞서 싸웠어도 게일정도의 명성은 없다.
당시 아버지와의 전투를 목격한 이들이 많지 않았으니까.
반면 게일은 대륙의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소드 마스터가 되면서 여러 전장에서 활약했다.
이제 막 강자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게일에게 무명 기사를 상대로 패배한 일은 수치다.
‘명성에 운운하는 게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긴 하는군.’
오전에 한 번 게일을 따로 만나기로 결심했다.
“또다시 전쟁이군.”
“어쩌면 이번 전쟁이 직할령의 운명을 결정하는 전쟁이 될 것 같아요.”
올리비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언제나 그랬듯이 전하께서는 승리할 수 있어요.”
“올리비아가 있잖아.”
올리비아 싱긋 웃었다.
“그럼요.”
게일, 올리비아, 릴리안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전력이다.
상대의 주력은 제인과 에릭.
그리고 카렌이다.
세 명의 소드 마스터가 있다.
‘이쪽에는 나도 있다. 소드 마스터를 상대로도 승리할 수 있는.’
나는 어제의 일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실피드의 스킬을 막았던 카렌이었지만 나는 카렌이 나보다 강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이프리트까지 소환되었을 때 진심으로 카렌을 죽이리라 결심했고, 내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만약 카렌에게 마법 스크롤이 없었다면 반드시 죽였으리라.
‘문제는 다음이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카렌이니 다음에 만날 때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나는 카렌이라는 존재를 정의했다.
‘현재가 가장 약한 상태. 즉, 만나면 반드시 죽여야 하는 상대다.’
다음에는 마법 스크롤을 찢을 기회도 주지 않고 반드시 처리하리라 마음먹었다.
올리비아와 함께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침실을 나갔다.
올리비아는 아침 식사를 점검하겠다며 식당으로 향했고 나는 왕국 기사단이 사용하던 수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피레온 왕국에도 당연히 왕가 직속 기사단이 있었고, 왕궁 안에 수련장이 총 다섯 개를 지었다.
그중 침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침에 가볍게 몸을 풀 생각이다.
수련장이 점차 가까워지자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 기사들 같았다.
수련장에 도착하니 기사들이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게일은 베레곤 공작과 검을 나누는 중이다.
어제의 전투로 자극을 받은 건 게일만이 아니었다.
베레곤 공작도 느낀 것 같았다.
자신이 카렌보다 약하다는 사실을.
챙-!
두 사람은 수련용 목검이 아니라 진검을 사용하며 대련을 하고 있었다.
“전하.”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켄이다.
“잘 잤나?”
“잘 자긴요. 어제 그런 괴물을 보았는데 잠이 올 턱이 있나요.”
켄의 말에 내가 쓰게 웃었다.
“우리가 상대할 자야. 그리고 아직은…… 나보다 약하고.”
“그래도 전하께서 자신감이 있으니 다행이네요.”
켄이 말을 이었다.
“황궁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황궁이라면 아바마마?”
“네.”
어제의 일은 곧장 마법진을 타고 아버지께 곧바로 보고된 모양이다.
“제국에서 지원할 수 있는 병사와 기사, 마법사 숫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소드 마스터로는 제임스 공작님이 배정되었습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베레곤 공작이 여기 있는데 베레곤 공작까지 배정해 줄 순 없었나?”
“저도 한 번 문의해 보았는데 베레곤 공작님은 남부로 가실 것 같습니다.”
남부 연합체 문제가 생각보다 큰 모양이다.
베레곤 공작이 직접 파견을 나갈 정도면.
“오스틴은?”
“오스틴 공작은 서부 쪽입니다.”
“서부 귀족들에게 따로 연통을 넣어야겠군.”
내 기반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서부에 오스틴 공작이 가는 건 썩 반가운 일은 아니다.
황명에 거역할 순 없으니 일단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할령에서도 징집을 시작해야지.”
“네.”
나는 켄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비드와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을 잘 부탁한다.”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 처분 문제를 직접 하려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은 나도 매일 같이 국경 성벽에 나가야 할 처지니까.
언제 카렌이 국경에서 도발을 감행할지 모르니 숙소도 국경으로 옮길 생각이다.
* * *
전쟁 준비에 관한 건 켄과 소리스에게 맡기고 나와 게일을 필두로 전투 인력은 국경으로 향했다.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면 켄 역시 합류할 예정이었다.
라인하이드 유적지를 지나고 국경 인근 요새에 짐을 풀었다.
왕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허름한 곳이었지만 딱히 지내기에 문제는 없었다.
“국경을 지키는 병사의 숫자는 얼마나 되지?”
내 질문에 게일이 대답했다.
“대략 사천 명 정도입니다.”
“그리 많지는 않군.”
애초에 피레온 왕국과 왕국 연합의 국경은 큰 의미가 없었다.
낡은 요새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모두 정예인가?”
“이천 정도가 정예라 부를 수 있고 나머지 이천은 거의 머릿수만 채우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성벽과 요새 보수부터 시작하지.”
이천 정도의 군사로는 상시 경계를 하고 나머지 이천 명은 전면전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는 경계와 보수 작업을 모두를 도와줄 생각이다.”
정령은 다재다능하다.
“요새와 망루부터 보수를 시작하지. 삼 개월 안에는 전면전이 시작될 거야. 그 전까지 보수를 모두 끝내야 돼.”
“네. 전하.”
요새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게일은 가장 먼저 경계를 설 병사와 보수 작업에 참여할 병사들을 나누었다.
노을이 질 때쯤에야 병사들을 나누는 작업이 끝났다.
“전하. 켄에게 전령이 왔습니다.”
전령이 내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군사가 보낸 서신입니다.”
나는 곧장 서신을 읽었다. 딱히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하루에 한 번씩 상황을 보고하겠다는 말이 주된 내용이었다.
나는 전령에게 말했다.
“일정 규모의 병사들이 징집되면 곧바로 국경으로 투입하라고 전달하도록.”
“네. 전하.”
전령이 고개를 숙이며 사라졌다.
“게일.”
“네.”
“새로운 병사들이 도착하는 대로 시험을 치러서 당장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병사들만 경계 임무에 내보내도록.”
“네. 조치하겠습니다.”
“적들의 도발이 계속 이어질 거야. 작은 전투가 쉼 없이 펼쳐질 건데, 준비도 되지 않은 놈들을 전면전이 벌어지기 전에 희생시킬 순 없으니까.”
기사, 마법사, 정령사 등 전쟁에서 강자들의 역할도 있지만 당연히 병사들의 역할도 있다.
그리고 병사의 숫자가 많으면 그만큼 전쟁에서 승리하기란 쉬워진다.
왕국 연합이 얼마의 군사를 모아올지 모르겠지만, 이쪽도 최대한 준비를 하는 게 좋았다.
특히 저들은 카렌과 제인 가문 출신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도발을 자주 감행한다.
게릴라전에 강한 이들이 국경에서 설치면 쓸데없는 희생이 생길 수 있으니 아예 정예 병력만 배치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요새 건물 안에는 몇 개의 집무실과 열다섯 개 정도의 침실이 있었다.
나는 집무실 두 개를 헐어버리고 사령관 본부로 만들었다.
벽 자체도 전부 낡아서 개조, 보수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녁 식사 이후 본부에서 전체 회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 * *
“우리 쪽도 게릴라전을 펼치는 건 어떻습니까?”
기사 중 한 명의 의견에 내가 반대했다.
“저쪽 국경은 제인, 에릭, 고든 가문이 모여 있다. 즉, 왕국 연합 최정예들이 모여 있다는 뜻이지. 반면 우리 쪽 병사들은 전투에 투입하지 못하는 인원이 태반일 정도야.”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소드 마스터 가문의 정예들이 국경을 지키는 이들을 상대로 우리가 게릴라전을 펼치면 쓸데없이 병사들을 희생시키는 일이다.”
기사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쪽도 정예를 꾸려서 활동하면 됩니다. 이대로 방어만 하고 있으면 연합의 도발에 피해가 계속 누적만 될 겁니다. 병사들의 사기 문제도 있습니다.”
그의 말도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나는 게일에게 의견을 물었다.
“자네 생각은 어때?”
“제가 일부 정예들을 꾸려 적들을 도발하겠습니다.”
본부 분위기가 순간 가라앉았다.
게일은 좀처럼 나서는 성격이 아니고 나의 의견에 반대를 표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적들을 도발해보겠다는 말을 꺼낸 것이다.
“게일.”
“기사의 말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전면전이 벌어지기 전에 병사들의 사기를 위해서 작은 승리라도 누적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나는 차마 게일에게 그러다 카렌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일단 고려하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대답은 생각해보겠다, 정도였다.
나는 올리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이곳에서 황태자비가 아니라 한 명의 기사다.
“제임스 공작님은?”
“곧 도착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폐하께서 이번 전쟁에 화이트가를 배정하셨기에 정예들을 모두 이끌고 오신다고 소식을 전해오셨습니다.”
올리비아는 말투부터 둘만 있을 때와 달랐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큰 도움이 되겠군.”
나는 게일에게 다시 말했다.
“제임스 공작님과 화이트가의 정예들이 오면 우리 쪽에서도 적들을 도발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네. 전하.”
“본격적인 전시체제에 돌입했다. 군량미는 그레니안에서 직접 수급할 것이다.”
요새에 군량미를 보관하기에는 요새가 너무 작고 위험했다.
국경과 가까우니까.
그레니안과 거리도 멀지 않으니 군량미는 수량에 맞춰 하루하루 수급하는 게 좋았다.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도록. 헤밀튼.”
“네. 전하.”
헤밀튼도 하던 임무를 중단하고 요새에 합류해 있었다.
“자네와 조직원들은 적 동태를 살피도록. 전투를 벌이지 말고 오직 정찰에만 집중하라는 뜻이다.”
“네. 전하.”
요새에 도착하고 회의를 하니 진짜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카렌, 이곳이 내가 쓴 소설이라면 네가 승리하겠지만…… 제인 밑에 있는 널 보면 이곳은 내가 쓴 소설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카렌은 주인공이 아니다.
그저 강한 적일 뿐이다.
나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명심하며 말했다.
“왕국 연합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하고 직할령의 안전을 도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