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1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16화(216/278)
216화.
요새에 화이트 가의 정예들이 도착했다.
제임스 공작은 손수 그들을 이끌고 왔다.
“전하!”
제임스 공작은 나를 보고 깊게 허리를 숙였다.
본래 제임스 공작은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지만, 전장이기 때문일까?
평소보다 훨씬 더 절도 있게 행동하는 제임스 공작을 보면서 나 역시 마냥 제임스 공작을 편하게 대하지 않았다.
“잘 오셨습니다.”
나는 화이트 가의 기사들을 둘러보았다.
하나 같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내는 기사들을 보면서 든든함을 느꼈다.
“화이트 가의 충성이 제국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나와 제임스 공작은 본부 안으로 들어갔다.
제임스 공작에게 자리를 권한 뒤 나 역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화이트 가의 정예들이 전장에 투입된 건 정말 오랜만 아닙니까?”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실전 경험이 부족한 편이라 걱정이 됩니다.”
제임스 공작의 엄살에 나는 빙그레 웃었다.
“모두 기사들 아닙니까? 더구나 명가 중 명가의 기사들인데 오랜만에 전장으로 투입되었다고 해도 충분히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차분하게 물었다.
“중앙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중앙은 왕국 연합보다 남부 연합체, 그리고 서부에서 올라오는 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황태자 직할령의 전쟁은 제국 내에서 큰 흥밋거리가 아닌 모양이다.
“왕국 연합이 전면전을 준비하는데 다른 일에 더 관심이 많다는 건 그쪽 일은 이미 다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겠죠?”
“테드 전하가 실종되었습니다.”
제임스 공작의 말에 나는 절로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베레곤 공작은 테드의 일을 전혀 말하지도 않고, 내색도 없었다.
자신의 외손자가 실종되었는데 베레곤 공작은 나와 오직 미래에 관한 이야기만 나누었다.
“테드가 실종되었다는 말씀이십니까?”
나는 믿기지 않다는 듯 되물었다.
제임스 공작의 표정도 심각했다.
“네. 지금 여러 의견이 나뉘고 있지만 실종 쪽으로 의견이 기우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된 것입니까?”
제임스 공작이 설명을 시작했다.
“테드 전하가 국경 밖에서 남부 연합체와 국지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 전투에서 패배했다고 합니다. 살아남은 병사들은 남부 연합체 놈들이 전하를 끌고 갔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럼 실종이 아니라 납치 아닙니까?”
“폐하께서 직접 남부 연합체에 사람을 보내 경고했습니다. 테드를 돌려보내라고요. 문제는 남부 연합체의 반응이었습니다. 자신들이 납치한 건 순순히 인정했는데…….”
제임스 공작도 일련의 일들이 믿기지 않는 듯 설명을 하면서도 어처구니없다는 기색이 느껴졌다.
“테드 전하가 탈출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이 복잡해지는 모양이군요?”
“네. 지금 황도는 그 문제 때문에 무척 바쁩니다. 베레곤 공작이 직할령으로 가버리자 그에 대한 말도 많고요.”
나는 제임스 공작에게 베레곤 공작이 했던 제안에 관하여 설명했다.
내 이야기를 모두 듣고 제임스 공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 역시 굳이 제임스 공작의 반응을 재촉하지 않고 테드에 관하여 생각했다.
‘굳이 국경 밖까지 나가서 싸울 이유가 있었을까? 그리고 납치를 당했는데 탈출하는 게 쉬웠을까?’
남부 연합체의 말을 신뢰하기가 힘들었다.
그들도 테드가 인질로서 갖는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었을 건데, 테드를 철저하게 감시했을 것이다.
‘왕국 연합이 백만 대군을 끌고 오지 않는 이상 중앙의 화제는 테드의 행방이 되겠군.’
굳이 관심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제국이 많은 병사를 지원하는 건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았다.
“테드가 실종되었으니 제국에 많은 병사들을 지원받기란 어려울 것 같군요. 아무래도 남부 연합체 쪽에 투입될 것 같으니까요.”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폐하께서는 실제로 남부 국경에 병사들을 투입하고 계십니다. 아마도 이쪽의 병사 지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직할령 징집 병력만으로 왕국 연합을 상대할 생각이었습니다. 폐하께서도 직할령을 인정하실 때 왕국 연합 상대를 맡기기도 했고요.”
“그레니안의 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직할령은 그레니안만이 아닙니다. 피레온 왕국 전체지요.”
제임스 공작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네?”
“따로 폐하께 언질을 받았습니다. 공식 발표는 아마도 전쟁이 끝난 이후가 되겠죠. 지금 권한만 받은 상태입니다.”
“폐하께서는…… 확실히 전하를 신뢰하시는군요.”
나는 빙긋 웃었다.
“아바마마의 신임을 받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어쨌든 병력 충원은 직할령에서 하면 되고…… 제국의 지원은 공작님이 오셨으니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나는 금세 미소를 지우고 덧붙였다.
“테드의 일이 터졌으니 아무래도 황궁은 그쪽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여러 가지 일이 얽히고 있습니다. 제국은 건국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서부에서 올라오는 소문은 뭐죠?”
“요정들이 서쪽 숲을 나와 인간과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나는 등을 깊숙하게 기댔다.
아무래도 소문이 아니라 사실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요정들을 이끄는 요정은 보통 요정이 아니다.
정화의 불꽃단 사제니까.
“아마도 사실일 가능성이 큽니다.”
“요정은 수백 년 동안 서쪽 숲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인간과의 전쟁이라뇨?”
“아바마마를 뵈어야겠습니다. 나름대로 혼자 해결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아바마마와 상의가 필요하겠군요.”
“소문이 사실이라고 믿으십니까?”
나는 서부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제임스 공작에게 간략히 설명했다.
“전하께서는 정말 많은 일을 겪으셨군요.”
“왕국 연합과의 전쟁은 하나의 조각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마치 대륙의 모든 세력이 제국의 멸망을 원하는 듯 일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서부에서는 요정이, 남부에서는 남부 연합체가.
그리고 동북부에서는 왕국 연합까지.
제국이 아무리 거대하고 강한 국가라 하더라도 세 방향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상황은 그 불가능을 해내야 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 *
“미친놈들, 이러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하나?”
“그럴 거라 생각하겠나? 무려 황제의 아들을 납치했는데.”
테드는 비릿한 피를 삼키며 말했다.
“너희는 시신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처참하게 죽을 것이다. 너희만 그럴까? 너희의 아내, 자식 역시 세상에서 가장 비참히 죽게 되겠지.”
테드를 끌고 가는 남자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네놈들은 남부 연합체 놈들이 아니야. 그놈들이 막무가내 야만족이긴 해도 선이라는 게 있거든. 그런데 너희는 그 선을 넘었다.”
여전히 말 없는 남자들을 향해 테드는 절규했다.
“감히 제국의 이황자를 납치하다니. 절대로, 절대로 무사하지 못할 거다.”
남자들 중 리더로 보이는 이가 테드를 향해 다가왔다.
“그래. 우린 남부 연합체가 아니지. 그 야만인들을 통제하는 사람들이야.”
테드가 입을 열려는 찰나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남부의 야만인들, 서부의 요정들, 북부의 왕국 연합까지. 우리가 통제하는 집단들이다.”
테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믿기지 않지?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지. 우리와 우리 가족들이 처참, 비참하게 죽을 거라고?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남자의 깊은 눈동자 속에 일렁거리는 기이한 열기에 테드는 흠칫 몸을 떨었다.
“하지만 더러운 이 땅의 모든 것을 정화시키기 위하여 죽는 것이기에 우리는 아무도 후회하지 않는다.”
남자가 테드의 어깨를 강하게 부여잡았다.
“이제 조용히 따라와라. 네가 인질로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기에 발악하는 것 같은데…… 분명히 말하지만 네가 없어도 아주 문제는 벌어지지 않는다.”
남자가 말을 맺었다.
“내 인내심을 시험한 건 그 정도로 충분했다.”
테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대체 이놈들…… 누구지?’
평소처럼 남부 연합체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국경 밖으로 나간 건 별로 없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었던 일도 아니다.
간혹 전투를 하다 보면 남부 연합체 놈들을 국경 밖까지 추격하는 일이 있었으니까.
그날은 국경 밖으로 제법 많이 나간 날이었다.
추격을 중단하고 돌아가려는 찰나, 도망치던 남부 연합체가 돌연 말을 돌렸다.
‘그놈들이 도망치다 다시 싸운 것부터 이상했다. 애초에 나를 납치할 생각이었어.’
도망치던 놈들은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붙잡혔고, 지금까지 어디론가 끌려가는 중이다.
테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남부로 내려와서 큰 공을 세우고 싶었다.
형 아룬을 상대로 황태자 직위를 빼앗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졌지만, 그래도 황자로서의 영향력을 잃고 싶지 않았다.
아룬이 황제가 되었을 때 형제들을 제거할 수도 있으니 그에 대한 대비 차원이었다.
지금부터 세력을 다지고 기반을 닦아놓아야 아룬이 황제가 되어도 자신을 쉽게 무시할 수 없으니까.
외조부에 대한 기대는 접은 지 오래였다.
미첼을 만나자마자 테드는 깨달았다.
애트란 가문이 진정으로 원했던 건 자신이 황제가 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가문이 황가로 바뀌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미첼은 노골적으로 테드를 배척했고, 남부에서 자리를 잡는 것을 훼방 놓았다.
역경 속에서 테드는 성장했다.
실력으로 병사들의 마음을, 기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생사도 장담할 수 없다.
적들의 손아귀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테드는 씁쓸함을 느꼈다.
‘젠장.’
묶여 있는 상태로 끌려가니 몸도 힘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탈출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고, 테드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도착했다.”
남자의 말에 테드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처음 보는 곳이다.
‘대체 여기는 어디지?’
허름한 건물처럼 보였는데 무슨 장소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사제님.”
건물 안에서 나온 노인이 남자를 반겼다.
남자가 노인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임무는 성공했습니다.”
“레오드의 피가 필요했는데 정말로 잘하셨습니다.”
노인이 테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뱀이 온몸을 기어가는 듯한 느낌에 테드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렸다.
노인은 테드를 보면서 진하게 웃었다.
“이리엘의 아들이 아닌 것은 아쉽지만 어쨌든 론의 피를 이었으니 연구가 곧 끝날 것 같습니다.”
“세계가 정화될 날이 머지않았군요.”
남자의 말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은 멸망할 것이고 연구가 끝나면 신께서 이 땅에 강림하시니 이제 오염된 대륙이 정화되겠지요. 이 나이까지 살아 있는 이유가 오직 그 일을 위해서였고…… 결과가 머지않았으니 이제야 대사제님을 뵐 면목이 생겼습니다.”
테드는 남자와 노인의 대화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똑똑히 알아들었다.
‘이리엘이라면…… 황후마마다. 론은 당연히 아버지이고.’
대체 이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끌고 가라.”
남자의 말에 다른 이들이 테드를 끌고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젠장.”
건물 안은 외관과 다르게 깔끔했다.
그리고 괴상한 것들이 많았다.
‘키메라?’
몬스터의 사체는 물론이거니와 사체들이 합쳐진 기이한 생명체도 보였다.
“안에서 좀 기다려라. 그래도 황자이니 하루 정도는 쉴 시간을 주지. 내일부터는 꽤 힘든 나날이 될 거야.”
노인이 사라지면서 문이 닫혔다.
노인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테드는 기어서 벽에 등을 기댔다.
‘죽겠군.’
노인은 아무래도 흑마법사 같았다.
테드는 자신이 살아 돌아갈 가능성을 포기하고 허탈하게 웃었다.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