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1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17화(217/278)
217화.
늦은 밤, 잠이 들려는 순간 문밖에서 하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전하.”
나는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지?”
“폐, 폐하께서…….”
올리비아 역시 벌떡 일어났다.
나와 올리비아는 침실을 나갔다.
하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지금 어디에 계신가?”
“지, 집무실에서 전하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와 올리비아는 즉시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에 도착한 뒤 노크를 하자 안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도록.”
나와 올리비아가 들어갔다.
아버지는 올리비아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게 의외이면서도 살짝 미안한 듯 말했다.
“늦은 밤 찾아와서 미안하군.”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황태자비는 가서 쉬도록 하거라.”
올리비아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넨 뒤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아버지가 나를 향해 말했다.
“앉지.”
나는 집무실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급하게 오느라 미처 옷매무새를 다듬지 못했습니다. 송구하옵니다.”
“늦은 밤 갑자기 찾아온 내 잘못이지.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는 데 옷차림이 뭐가 중요한가.”
아버지가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테드의 소식을 들었다고?”
“네.”
“제국의 상황이 나쁘다는 건 잘 알고 있겠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방에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파악했습니다.”
“건국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지.”
아버지는 올 때부터 들고 오신 듯 와인병을 따며 말을 이었다.
“테드는 베레곤 공작에게 맡길 생각이다. 그라면 구해낼 수 있을 거야.”
“네.”
“왕국 연합 쪽은 자신 있나?”
“자신 있습니다. 저들의 세력이 거대하고 강자가 많다고 하나, 직할령의 세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피레온 왕국은 오랫동안 왕국 연합의 지배를 받아왔다. 아마 병사들 입장에서는 반란이라도 일으키고 있다 생각할 것이다.”
아버지는 잔에 와인을 채웠다.
내게도 한 잔을 주면서 말했다.
“그들의 사기나 실력은 좋지 않아. 반면 왕국 연합은 모두 정예병들이지.”
“아직 시간이 남았고 제게도 강자들이 많습니다. 전장의 선봉에 서서 적들을 이겨낼 것입니다.”
나는 아버지와 눈을 맞추며 덧붙였다.
“전장의 선봉은 레오드의 특징이 아니겠습니까?”
아버지는 어떤 전장이든 가장 앞서서 적들의 사기를 꺾고 가장 많은 전과를 올렸다.
인간의 한계를 넘은 강함이 아버지를 완전히 규격 외의 존재로 만들었다.
아버지의 뒤를 따르는 병사들은 마치 자신이 신과 함께 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어느 국가의 병사보다 열심히 싸웠다.
작은 시골 가문부터 시작하여 거대한 제국을 세웠던 원동력이 바로 어느 전장이든 가리지 않고 가장 앞서서 싸웠다는 사실이다.
황제가 된 이후 정복 전쟁에서도 아버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전쟁의 선두는 아버지였다.
그리고 나는 이제 황태자로서 아버지가 세운 신화에 먹칠하지 않기 위하여 결심했다.
나 역시 전장의 선봉에 서서 가장 치열한 전투를 펼치기로.
“레오드의 특징이라! 뭐 그럴 수도 있지.”
아버지가 와인을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왕국 연합은 그럼 걱정하지 않고 네게 맡기마.”
“네. 아바마마.”
“서부 쪽은…… 휘하 영주들에게 말은 해 놓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요정의 침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내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아버지가 짧게 대답했다.
“서부는 내가 갈 생각이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숲에서 잘 살아가면 될 놈들이 굳이 밖으로 기어 나와 분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으니 가르쳐 줘야지. 자신들이 숲에 있는 동안 인간들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아버지에게 베레곤 공작이 했던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
나는 어차피 아버지가 알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베레곤 공작과 했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아버지는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시각각 표정이 바뀌었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한마디를 던졌다.
“기어이 오스틴은 자신의 대에서 리버힐 가문의 대를 끊는군.”
일종의 사망 선고가 아닐까?
“베레곤의 말을 모두 믿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오랫동안 이리엘의 죽음에 대해서 추적했다.”
“네.”
“정화의 불꽃단 놈들의 수작이 분명하지만…… 그들의 끈을 잡는 게 쉽지가 않았어. 그런데 최근 정화의 불꽃단 놈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수십 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숨어서 활약하던 정화의 불꽃단이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났다.
‘내가 잘 찾아낸 게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몸을 드러내고 있다는 편이 더 맞을 가능성이 높은 추론이다.’
아버지의 말이 이어졌다.
“베레곤 공작 역시 리버힐 가문에서 정화의 불꽃단 흔적을 최근에야 발견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렇겠죠.”
“일단 얀과 오스틴은 잠시 접어두지. 두 공작은 누구보다 나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이들이다. 섣불리 움직이지는 못하지.”
이내 아버지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나를 잘 알기에 이리엘을 볼모로 잡을 생각을 했던 모양이지만.”
아버지가 몸을 일으켰다.
“오늘 온 이유는 네게 왕국 연합을 맡긴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다른 것에는 굳이 신경 쓰지 말도록.”
아버지는 내 어깨를 짚었다.
“베레곤에게는 그저 뜸만 들여놓도록. 공작 가문들을 한 번 정리하려고 했었는데…… 곧 때가 올 것이다. 지금은 외부의 적이 더 중요하니까.”
“네. 아바마마.”
아버지가 다시 한 번 내 잔을 채우며 말을 맺었다.
“그럼 부탁한다.”
아버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바마마.”
* * *
어제 아버지와 딱히 특별한 대화를 나눈 건 아니었지만, 나는 굉장한 힘을 얻었다.
아버지가 나를 신뢰한다는 것.
그 사실 자체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물론, 아버지는 내게 계속 신임을 보내주었지만 직접 찾아와서 말을 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이다.
이제 나는 황태자로서도, 아버지의 장남으로서도 믿음직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얼굴이 좋아 보이세요.”
올리비아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요새도 점점 더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 같아.”
“네.”
나와 올리비아는 요새 안을 순찰한 뒤 이어서 국경 성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국경 성벽은 위험지대라 나와 올리비아만이 아니라 우리 둘을 호위하는 기사들도 함께 움직였다.
‘소드 마스터와 최상급 정령사에게 호위가 필요하다는 것도 좀 이상하지만…… 사령관이 호위 한 명만 데리고 다니는 건 이상하니까.’
나는 이번 전쟁에서 총사령관을 맡았다.
당연한 일이다.
내 직할령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니까.
국경 성벽에 도착하자 게일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게일!”
“사령관님! 오셨습니까.”
수하들이 역시 전시 체제로 전환 이후 나를 사령관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성벽도 보수 작업 중이군.”
“네. 성벽 일부분은 완전히 무너져 성벽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계 병사들의 호위 아래에서 일부 병사들은 성벽 재건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의 도발은 없나?”
“간혹 기습을 감행하지만 규모가 그리 큰 건 아닙니다. 국경 밖으로 척후병도 운용하고 있어 웬만하면 기습에 당하지 않습니다.”
“다행이네.”
나는 게일과 함께 성벽 위로 올라갔다.
성벽은 그리 높지 않았다.
애초에 피레온 왕국은 왕국 연합의 속국과 다름없었기 때문에, 왕국 연합과의 국경 쪽 성벽을 높게 쌓을 이유가 없었다.
있으나 마나 한 성벽이라 방어에는 썩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보수 작업을 하는 건 조금이라도 적들의 발목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어디선가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들렸다.
게일이 급하게 말했다.
“적들입니다.”
나는 게일과 함께 바람처럼 달렸다.
올리비아도 내 뒤를 따랐다.
동쪽에서 울린 알람을 따라가 보니 수백 명의 왕국 연합 병사들과 우리 병사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실피드!”
나의 부름과 함께 실피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곧바로 전장으로 날아간 실피드가 바람의 칼날을 적들의 목에 꽂았다.
푸슉-!
카카캉-!
일부 바람의 칼날이 막혔다.
최상급 정령의 스킬을 막은 이들은 기사들이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웬만하면 생포하도록.”
나의 말에 올리비아와 게일이 동시에 대답했다.
“네.”
우리 병사들은 나와 게일, 올리비아가 전투에 참여하자 사기가 크게 올라갔다.
적 기사들은 순식간에 말머리를 돌렸지만, 그들의 앞을 노아스가 막았다.
최상급 땅의 정령이 땅을 뒤흔들자 땅이 쩍쩍 갈라졌다.
갈라진 땅을 힘껏 뛰어올라 넘어가는 기사들은 실피드가 뒷덜미를 잡았다.
쾅-!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다.
애초에 왕국 연합은 기습에 기사들을 많이 투입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신경만 건드리고 도망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게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스가 만든 균열에 빠진 기사들이나 올리비아와 게일이 검을 부러뜨린 병사들은 두려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요새로 끌고 간다.”
저들이 좋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기사들은 모두 처형해서 성벽 밖에 머리를 걸도록.”
나의 처분에 게일이 잠시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직접 검을 휘둘렀다.
서걱-!
살려달라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은 기사들을 보면서 병사들은 벌벌 떨었다.
나는 차갑게 말을 이었다.
“앞으로 도발을 감행하는 모든 적들을 참수하여 성벽에 목을 건다. 특히 기사들은 반드시 죽이도록.”
“네. 사령관님.”
“이 땅에 침입한 이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적들에게 똑똑히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나는 포로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시키는 대로!”
“저들을 데리고 요새로 복귀한다.”
나는 게일을 향해 말했다.
“경계 병사들을 교대하고 이번 전투에 참여한 이들은 따로 술과 고기를 내린다. 적들의 목을 베는 숫자만큼 직할령은 보상할 것이다.”
내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시선은 게일에게 고정되어 있고, 그에게 명령을 내리는 듯 보였지만 이쪽을 보고 있는 우리 병사들 그리고 나아가 염탐하고 있는 적들에게도 하는 말이다.
“직할령을 지키는 데 목숨을 바치면 그만한 보상이 따를 것이다. 병사 한 명마다, 기사 한 명마다 그대들은 직할령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공을 인정받는다.”
“네. 사령관님!”
병사들까지 일제히 대답하자 나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 가지.”
나는 게일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호위하는 기사 중 한 명에게 말했다.
“요새로 돌아가면 전령을 보내 뷔칸에게 요새에 한번 들르라고 전하도록.”
“네.”
올리비아가 슬쩍 물었다.
“보상 문제 때문에 그러십니까?”
“맞아. 엄밀히 말하면 우리의 사기가 적들의 사기보다 낮아. 아마 징집할 수 있는 병사의 숫자도 적을 거야.”
그렇다면 직할령 병사들에게 더 큰 동기를 부여하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이 시대의 병사들에게 가장 큰 동기는 바로 먹고사는 문제다.
어쩔 수 없이 전장에 끌려 나왔다면 남은 가족들이라도 국가가 잘 보살펴 줄 것이라는 믿음.
나는 그 믿음을 병사들에게 주기로 결심했다.
“뷔칸이 고생 좀 하겠어. 이제 막 돈 좀 벌려던 참일 건데.”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대답했다.
“제임스 공작님께 도움을 요청해보십시오. 아마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올리비아의 말은 화이트 가의 재산도 사용하라는 뜻이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올리비아가 옅게 웃었다.
“화이트 가는 리버힐 가문만큼이나 부유한 가문입니다. 공작님은 직할령을 위하여 분명 나서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