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1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18화(218/278)
218화.
올리비아의 조언에 따라 나는 제임스 공작에게 자리를 청했다.
화이트 가의 정예와 직접 함께 온 제임스 공작은 국경 수비에 매진하며 이번 전쟁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요새에 있는 작은 집무실에서 제임스 공작은 투구를 벗으며 내게 예를 표했다.
“오셨습니까? 그쪽에 앉으세요.”
나는 제임스 공작에게 자리를 권한 뒤 시원한 차를 준비했다.
“지난번 폐하와 함께 연합의 소드 마스터 가문을 공격했지만 당시에는 전쟁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임스 공작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전투가 아니라 폐하의 심기를 거스른 자들을 징치하는 느낌이었죠. 반면 이번에는 실로 오랜만에 전장에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저는 아바마마와 같은 압도적인 무력을 갖추지는 못했으니까요.”
제임스 공작이 서둘러 손을 저었다.
“사령관께서 폐하에 비하여 미욱하여 그렇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폐하와는 정예로만 움직였고 지금은 국가 간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으니 규모 자체가 달라 느낌도 다르다는 뜻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국 연합에서 대규모 징집을 하고 국경을 지속적으로 노리니 아무래도 그에 걸맞은 대비를 할 수밖에 없지요. 어쩌면 제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전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임스 공작이 내 말에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나는 본론을 꺼냈다.
“적들의 도발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국경에서 매일 같이 작은 전투가 일어나는 중입니다.”
끊임없는 왕국 연합의 도발로 인하여 우리 군사들은 피로가 누적되었고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잦은 전투에서 생각보다 많이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제 도발을 감행한 왕국 연합의 기사들의 목을 베어 효수했고, 포로들을 잡아 요새에 가둬 두었습니다.”
나의 말에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전면전이 일어나기 전에 잦은 국지전이 일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 국지전에서 계속 승리하면 병사들의 사기도 올라갈 겁니다.”
“병사들에게 보상을 내걸었습니다.”
“보상 말씀이십니까?”
“네. 기사와 연합의 병사들을 죽일 때마다 병사들에게 적절하게 보상할 생각입니다.”
제임스 공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너무 용병들을 운영하는 것처럼 군대를 운영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생각은 있지만 지금 요새 상황을 한 번 보십시오.”
나는 집무실 창문을 열었다.
“국경을 방어하는 병사보다 요새 보수, 성벽 보수를 하는 병사들이 더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수 작업에 참여하는 병사들은 경계에 내보낼 수준이 되지 않습니다.”
제임스 공작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곳은 제국이 아닙니다. 제국은 여러 전쟁으로 인하여 기사들만이 아니라 병사들도 강병들입니다.”
건국 이후 아버지는 수많은 전쟁을 일으켰다.
건국 이전에도 제국 영토에 살던 이들은 모두 아버지와 함께 전쟁에 참여했다.
건국 전쟁, 정복 전쟁, 통일 전쟁 등 저마다 이름은 달랐지만 모두 전쟁이었다.
처음에는 농사를 짓다가 끌려왔다면, 두 번째 전쟁에서는 전투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게 된다.
세 번째 전쟁, 네 번째 전쟁 그렇게 계속 전투에 익숙해지면 어느새 기사처럼 강해지지는 못하더라도 강병이 되는 것이다.
한 명의 병사가 훈련받지 않은 세 명, 네 명의 병사를 이길 수 있는 그런 강병!
제국의 병사들은 대부분이 그런 강병이었고, 아버지가 전쟁을 나갈 때마다 승리할 수 있는 이유였다.
아버지의 강함도 강함이지만, 뒤를 받쳐주는 기사들, 병사들까지 모두 강하니 치르는 전쟁마다 승리할 수밖에.
제국의 강병은 이곳에 없다.
“피레온 왕국은 오랫동안 전쟁을 치른 적도 없었고, 왕국 연합의 속국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군사 훈련에 자원을 투자하지도 않았습니다.”
제임스 공작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곧바로 알아들었다.
“병사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그들에게는 먼저 전쟁에 대한 동기가 필요합니다. 제국의 강병들은 아바마마의 대의명분 아래 뭉칠 정도로 훈련이 잘되어 있지만 직할령의 병사들은 다르니까요.”
나의 말에 제임스 공작이 쓰게 웃었다.
나는 현실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그들은 피레온 왕국에 대한 충성심도 없었습니다. 하물며 제국에 대한 충성심으로 그들을 전쟁에 세우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죠.”
“그래서 보상을 정하신 겁니까?”
“네. 먼저 병사들 스스로 싸울 이유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피레온 왕국이 피폐했던 게 이럴 때는 다행이군요.”
기가 막힌 현실이다.
피레온 왕국이 피폐했기 때문에 병사들에게 그나마 보상 정책이 통할 거니까.
그들이 배부르고 편안하였다면 보상 정책 같은 건 전혀 먹히지 않았겠지.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뷔칸이 일차적으로 부담하겠지만 아무래도 병사들 숫자가 숫자인지라, 뷔칸 혼자만으로는 힘듭니다.”
“화이트 가문의 지원도 필요하겠군요.”
제임스 공작의 말에 나는 애써 웃었다.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사령관님. 제국의 공작 가문으로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전쟁인데 당연히 도움을 드려야지요.”
“화이트 가가 나서준다면 다른 공작 가문들을 압박할 명분도 섭니다.”
얀 가문, 리버힐 가문은 장차 쳐내야 될 적이지만, 끝까지 그들 가문의 힘을 소모 시킬 수 있을 만큼 소모 시킬 생각이다.
“다른 가문에게도 지원을 부탁하실 생각이십니까?”
“명령을 내릴 생각입니다. 어디까지나 이 전쟁의 사령관은 저이고 아바마마에게 받은 권한이 있으니 십분 활용할 생각입니다.”
제임스 공작이 동의했다.
“전하의 뜻이 그렇다면 제가 잠시 황도로 가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 보겠습니다.”
“제국 사방이 곤란에 빠졌는데 모든 가문이 발 벗고 나서야죠. 직할령의 힘만으로 왕국 연합을 상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국의 지원을 아예 받지 않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반발이 있겠지만 얀 공작과 베레곤 공작, 오스틴 공작도 마냥 직할령을 외면할 순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공작님.”
“응당 해야 될 일이지요.”
제임스 공작의 약속을 받은 나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세 공작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지만 아주 작은 지원이라도 받아낼 생각이니까.
* * *
병사들 사이에서 보상에 대한 소문이 번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부 의욕이 넘치는 병사들이 있었다.
“젠장, 배운 건 하나도 없지만 창질, 칼질 한번 잘하면 식구들은 먹고살 수 있다는 거 아냐?”
성벽 보수를 하고 있던 청년의 말에 다른 청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보수 작업해보았자 겨우 내 입에 풀칠이나 하지 집구석에 애들 굶는 건 매한가지다.”
“그래, 차라리 경계병으로 지원하자.”
“그래! 제국 놈들 중 강한 기사들이 떼거리로 왔다며? 기사들 밑에서 구르다 보면 운 좋게 왕국 연합 병사 한 명쯤 죽일 수 있지 않겠어?”
나는 병사들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들으며 켄에게 물었다.
“분위기가 다들 저런가?”
“아뇨. 일부만 그렇죠. 여전히 전투를 두려워하는 병사들이 더 많습니다. 저렇게 적극적인 병사들은 대부분 처자식이 있거나 병든 노모를 모시고 있는…… 전형적인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죠.”
“그렇군.”
나는 젊은 병사들이 보수 작업을 그만두고 우르르 경계병을 지휘하고 있는 기사에게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켄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도 의지가 있으니 조금만 훈련 시키면 한 명 몫은 해낼 사람들입니다. 가뜩이나 징집이 잘 진행되지 않는데 한 명의 병사라도 더 모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인들 못 하겠습니까.”
강자의 숫자는 우리 쪽이 더 많다.
게일, 올리비아, 릴리안 그리고 나까지.
제임스 공작님도 왔으니 당장 소드 마스터만 세 명이다.
왕국 연합 역시 제인과 에릭 그리고 카렌까지 세 명의 소드 마스터가 있지만 나와 릴리안을 상대할 절대 강자가 없었다.
일견 우리에게 유리해 보인다.
“왕국 연합 국경으로 십만이 넘는 병사가 모였답니다. 그리고 계속 모이고 있고요.”
나는 혀를 내둘렀다.
“어마어마한 숫자군.”
“적군이 최소 삼십 만이라고 생각해야 됩니다.”
릴리안과 같은 고위 마법사가 다수를 상대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하더라도 머리 숫자에서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우리는 얼마나 모였지?”
“만 명 정도가 모였습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비드와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은?”
“협조를 약속했습니다.”
이비드의 처분은 켄에게 맡겼는데, 잘 해결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피레온 왕국 귀족 출신 처리까지 내가 맡기에는 이미 내 권위가 너무 높았다.
황태자이자 직할령의 수장, 군의 사령관이 일일이 나설 일이 아니었다.
켄의 선에서 귀족들 처분이 마무리되었고, 나는 결과만 보고 받았다.
“작위는 유지하고 기존의 재산을 어느 정도만 남긴 뒤 모두 직할령 본부에 기부하기로 했죠. 사병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징집에 보내기로 결정했고요.”
“그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건데.”
켄이 피식 웃었다.
“죽고 싶으면 저항했겠죠. 하지만 저들도 눈과 귀가 있고 지금 이 전쟁이 어떤 전쟁인지 잘 알고 있는 이상 협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켄은 스산하게 덧붙였다.
“일말의 충성심도, 귀족으로서의 품위도 없는 자들을 배려할 정도로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니 그들의 처지를 잘 알려주었습니다.”
아마도 힘으로 해결한 것 같았다.
나는 딱히 켄의 방법에 대해 나무라지 않았다.
지금은 피레온 왕국 출신 귀족들을 쥐어짜서라도 물자와 병사를 모아야 하니까.
켄과 함께 성벽 위를 걸으며 순찰도 할 겸 작전을 논의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훌쩍 릴리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태자.”
갑작스레 등장한 릴리안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달라졌다.
눈빛이 깊어져 있었고 본래 금발이었던 머리 색깔은 이제는 흰 부분이 더 많이 보였다.
백발 마녀도 아니고, 나는 릴리안을 향해 물었다.
“무슨 일이지? 그리고…… 괜찮은 건가?”
라인하이드 가문 유적에서 마그마의 분노를 얻은 릴리안이다.
한층 더 강해질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한동안 자신의 숙소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오늘 모습을 드러냈는데, 나는 걱정이 앞섰다.
“갑자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얼굴이 좋지 않은데?”
“무리는 했어. 인간의 몸으로 8서클을 돌파하고 9서클에 도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그래서 황태자한테 하나만 부탁하려고.”
“뭔데?”
“게일, 올리비아, 제임스 공작까지 호위로 붙여줘.”
“호위?”
소드 마스터 세 명을 전부 호위로 붙여달라고 하니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그건 어려운 일은 아닌데 왜?”
“지금까지 도발만 당했으니 우리도 도발해야지. 9서클 마법 하나를 드디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시험해보고 싶어서.”
너무나도 경악스러운 말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9서클 마법?”
“마그마의 분노에 있는 마법 중 하나야.”
릴리안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은 내부 마나가 불안정한데 이 마법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 같아.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려면 오래 걸리고 황태자가 마법사도 아니니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그, 그래.”
“이 마법을 사용하면 한동안 움직이기도 힘들 거야. 그래서 호위가 필요하고…… 제인 가문을 불태울 생각인데, 당연히 소드 마스터 세 명은 호위로 데려가야 살아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생각해?”
켄이 빙긋 웃었다.
“제인 가문 말고 에릭 가문으로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