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2화(22/278)
22화.
나는 몸에 힘을 뺐다.
실프 하나가 내 곁에서 바람을 일으켰고, 노움이 내 다리에 달라붙었다.
-새로운 스킬이 개방됩니다.
시스템 음성에 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이제 막 궁리했을 뿐이고, 어머니의 정령술서를 바탕으로 실험했을 뿐인데 시스템은 마치 마법처럼 스킬을 개방시켰다.
‘어쩌면…… 천재인가? 동기화 덕분인가?’
나는 오크 술사의 저주가 어떤 역할을 한 건 아닐까, 라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만큼 이번 스킬 개방은 모든 설정을 알고 있는 나에게도 제법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주인공 카렌의 경우를 생각하면 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는 주인공이다. 천부적인 재능과 온갖 기연들로 점철되어 있는 삶을 사는 카렌에게 스킬 개방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애초에 내가 카렌을 상식 밖의 먼치킨적인 요소로 그렸으니까.
반면 아룬 칼 레오드는 아니다. 조연 중에서도 비중이 높지 않은 조연에 불과하고 자세한 설명은 모두 생략했다.
‘편하게 생각한다. 굳이 원인을 찾을 이유는 없어.’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상태창을 살폈다.
-S 대지의 친우(Lv2)
일단 재능 중 대지의 친우 레벨이 한 단계 올랐다. 고무적인 일이다. 재능이 오른다는 건 그만큼 관련 스킬의 숙련도도 빠르게 오른다는 뜻이니까.
-A 바람과 대지의 흐름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어 있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마나홀이 뜨거워지면서 온몸으로 마나가 퍼져 나갔다. 정령들이 마나를 빨아 들였다.
몸이 마치 깃털이 된 기분이었다.
당장 켄과 대련하고 싶었다.
‘보법에 가까운 스킬이다.’
스킬은 설명이 없어도 머릿속에 각인된다. 바람과 대지의 흐름은 두 속성의 정령들이 합쳐져 내 움직임을 한결 빠르고 유려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레벨이 오르면 어머니의 정령술서에 언급되어 있는 경지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바람이 먼저 적의 살기를 읽어내고, 땅이 적의 파동을 감지한다. 적의 공격을 예측하여 피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지.’
민첩함은 공수 동시에 필요한 요소.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 스킬 효과를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척이나 넓다고 느껴졌던 내 침실은 바람과 대지의 흐름 스킬 안에서는 좁게 느껴졌다.
나는 마나홀에 마나가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스킬을 운용했다. 덕분에 땀을 잔뜩 흘렸지만 기분은 무척이나 상쾌했다.
하나씩 완성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정령사라는 직업 자체가 없는 곳에서 살다가 과학의 논리로는 정의할 수 없는 세계에서 생소한 힘을 얻게 되었다.
재능도 수준급이었고 친화력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으며 그 모든 일들이 내게는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황태자로서의 직위를 지키는 일도 머리가 아프기는 하지만 피를 끓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정령술만큼은 아니다.
‘어머니를 닮아서 그런가.’
나는 웃으며 침실에 딸린 욕실로 향했다.
‘내일이 기대되네.’
홀로 뜨끈한 욕탕에 몸을 담그니 머리가 맑아졌다.
내일 있을 켄과의 대련도 소리스의 조언도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밤.
달빛을 바라보며 바람의 호흡법도 잊지 않았다.
* * *
소설 속 카렌은 캐릭터 레벨을 바탕으로 강자들을 동료로 만들 수 있었고, 감당할 수 없는 적 앞에서는 한 발 물러설 줄 알았다.
나도 캐릭터 레벨 시스템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켄(Lv30)
-소리스(Lv33)
중급 소드 익스퍼트와 중급 정령 마스터의 레벨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캐릭터 레벨은 단순히 보유한 마나의 양이나 혹은 강함의 경지로 정해지는 게 아니야. 경험이나 지혜 혹은 직위까지도 영향을 미치지.’
켄과 소리스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게일의 레벨은 내가 수준이 너무 낮아서 볼 수 없었고…… 아버지는 뭐…… 언감생심이지.’
당장 켄과 소리스의 레벨과 스킬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도 장족의 발전이니까.
“왜 그러십니까?”
켄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카렌은 상대방의 스킬은 물론 능력을 수치로 표현하는 스탯까지도 볼 수 있었는데 나는 안 보인다. 아니면 아직 스탯을 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아니거나.’
카렌은 수하들의 충성심을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충성심 항목에서 가장 높은 수치는 100. 진정으로 충성을 바치는 이들이었다.
나는 충성심은커녕 다른 스탯도 보이지 않았다.
‘욕심 낼 이유는 없지. 지금 정도로도 충분해.’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입을 열었다.
“아, 별일 아니다. 어제 소리스의 말에서 많은 것을 느꼈어. 실마리도 잡은 것 같고.”
연무장 한쪽을 정리하고 있었던 소리스가 눈가를 좁히며 가까이 다가왔다.
“설마 서로 다른 속성의 정령을…….”
내가 웃으며 말을 잇지 못하는 소리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기술을 하나 만들었어.”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동자가 흔들리는 켄을 향해 말했다.
“켄, 바로 괜찮지?”
* * *
테드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의 곁에 있는 남자들은 그 미소에 몸을 떨었다.
친절하고 겸손한 테드의 미소는 따뜻해 보였지만, 방 안에 있는 남자들은 한기를 느끼고 있었다.
테드의 미소 뒤에는 항상 피가 흘렀다.
“아룬의 궁에서 뭐라고 하던가?”
기사 한 명이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대답했다.
“그게 아직…….”
테드가 진하게 웃으며 쥐고 있던 컵을 산산조각 냈다. 손에 피가 흘렀지만, 누구도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공식 방문 요청마저 무시하고 있다는 말이지?”
방 안에 있는 기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기사가 나섰다.
“황태자궁을 건드릴 때가 아닙니다.”
테드의 눈빛에 살기가 들었다.
묵직한 기운이 휘돌자, 기사들은 테드의 기세를 견디지 못해 주춤거렸다.
노년의 기사가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진정하시지요.”
테드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실론.”
“공작님도 당분간 황태자궁을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론이라 불린 노년의 기사가 강하게 말했다.
“폐하가 직접 황태자궁에는 신경을 끄라고 명령하셨죠.”
테드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숨길 수 없는 분노가 가슴에 끓어올랐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거칠게 창문을 열며 실론을 향해 말했다.
“아바마마께서 대체 무슨 바람이 부신 거지? 천한 계집의 아들을 장남이랍시고 황태자로 올린 것만 해도 괴이한 일인데…… 그 성격에 그토록 싸고 도신다니.”
실론이 빙그레 웃었다.
“이그니에 가문은 변두리에 있었지만 나름 명문이었습니다.”
테드가 기어이 실론에게 쏘아 붙였다.
“그대는 나의 기사인가 아니면 머저리 아룬의 기사인가?”
실론은 짧게 대답했다.
“전 애트란 가문의 기사이죠.”
실론의 대답에 테드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하긴, 실론 자네는 애트란의 개이지. 외조부의 충실한 개.”
손자뻘인 테드의 지독한 모욕에도 실론은 여전히 웃음기를 지우지 않았다.
아무리 연극으로 자신을 치장한다하여도 실론은 테드의 실체를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수많은 전쟁을 겪고 애트란 가문이 제국 최고의 가문이 되는 일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실론에게 테드의 정치는 어린 아이 장난에 불과했다.
“전하, 지금은 흥분하실 때가 아닙니다. 황태자는 변했고 그 변화를 폐하는 짚어내셨죠. 폐하께서는 결코 이유 없는 호의를 베풀 분이 아니십니다.”
테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애써 숨을 고르며 진정하는 테드를 보면서 실론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년식도 치르지 않은 아이가 벌써 소드 익스퍼트 상급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제 아버지와 외조부의 재능을 빼닮았어. 아직 미숙하기는 하지만 정치력도 상당하고.’
적어도 테드는 대외적으로 누구보다 황태자에 어울리는 인재로 손 꼽히고 있었다.
애트란 가문이라는 외가의 배경을 제외하고서라도 제 능력만으로 이미 많은 귀족들에게 인정받았다.
실론은 테드의 성과 자체를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자신의 주군의 철두철미함을 조금 더 닮았으면 하고 바랬다.
‘그건 경험과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실론은 테드가 황태자가 되리라는 사실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주군께서도 굳이 황태자궁의 일을 알아보시지 않는 이유가 바로 폐하의 명령 때문입니다.”
외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테드의 흥분은 한결 가라앉았다.
개인적으로는 혈육인 동시에 검술 스승인 외조부를 테드는 누구보다 존경하고 있었으니까.
“공작님께서는 조만간 입궁하신다고?”
“네. 서부 국경의 일을 모두 끝내고 오시는 중이라 들었습니다.”
제국의 소드 마스터 중 한 명이 직접 나설 정도로 서부 국경은 최근 시끄러웠다.
그 부분은 테드의 관심사가 아니었고, 당연히 그 이야기는 금세 끝났다.
“어쨌든 봄 평가 대회까지는 꼼짝없이 내 기사들이 갇혀 있는 것을 기다려야 되는군.”
실론이 넌지시 제안했다.
“첸이 있지 않습니까.”
“첸?”
“네. 최근 재밌는 짓을 많이 하더군요. 첸의 외가 역시 성격 급하기로 소문난 인간들이고…… 이미 한 번의 암살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테드가 호오, 감탄을 터뜨렸다.
“봄 평가 대회 전에 머저리 아룬을 죽일 생각인 모양이지?”
“아무래도요.”
“아직 죽었다는 소식이 없다는 건 암살 시도가 실패했다는 거고.”
실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룬에게는 게일이 있으니까요.”
테드가 피식 웃었다.
“이제 게일은 없지. 이거 굳이 내가 나설 필요도 없겠는걸? 봄이 오기도 전에 죽겠군.”
실론의 주름진 얼굴에 진한 미소가 번졌다.
“지켜봐야겠죠. 어쨌든 첸 쪽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겠습니다. 추후 첸의 암살 시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테드가 동의했다.
“첸 따위야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지만 그의 외가는 무시할 만한 곳은 못 되지.”
테드가 이내 혀를 찼다.
“아무리 제국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여러 귀족들의 힘이 필요했다지만 아버지가 너무 많은 자식을 보셨어.”
실론이 이번에는 테드의 의견에 반대했다.
“폐하께서는 귀족들의 조력 없이도 충분히 제국을 안정시키실 수 있었습니다. 단지 시간을 절약하신 것뿐이죠.”
테드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실론도 외조부도 항상 같은 느낌을 주었다.
동경, 질투, 그리고 두려움.
테드는 애써 그 부분을 짚어내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어쨌든 첸은 아버지의 명령을 이미 어겼으니 틀림없이 다시 움직이겠군.”
“아마도요.”
테드가 말했다.
“실론, 다음 암살 시도를 파악할 수 있겠나?”
실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첸과 그의 외가가 대단하긴 하지만 아직은 애트란 가문의 손바닥 안이니까요. 저급한 수는 얼마든지 미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테드가 짧게 말했다.
“좋아. 머저리 아룬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의 위치를 실감시켜 주고 기사들도 적당히 빼 올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