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2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21화(221/278)
221화.
적의 규모는 단순 도발이 아니다.
이건 전면전의 서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선봉이 카렌이다.
“사령관님.”
켄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전투에 직접 참가하는 건 오랜만이지?”
켄이 빙긋 웃었다.
“저도 기사입니다.”
켄은 이내 몰려오는 적들을 살펴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많네요. 징병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벌써 쳐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수만의 적군 앞에서도 나와 켄은 여유로웠다.
지금 내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한 병사들은 얼마나 떨리겠는가.
나는 실피드를 소환했다.
이어 이프리트, 운다인, 노아스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최상급 정령 넷이 성벽 앞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자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오늘 저들 중 누구도 이 성벽을 넘지 못한다.”
나의 말은 실피드가 일으키는 바람을 타고 모든 병사들의 귀에 울려 퍼졌다.
“내가 가장 앞장서서 감히 제국을 노리는 저 멍청이들에게 우리의 힘을 똑똑하게 알려줄 것이다.”
나는 실피드와 함께 훌쩍 성벽을 뛰어내렸다.
“사령관님!”
켄이 말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폐하께서는 항상 적군을 가장 먼저 맞이하셨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레오드의 핏줄을 이은 자로서, 황태자로서, 직할령 사령관으로서 나와 그대들의 적들을 가장 먼저 쳐부술 것이다!”
실피드와 이프리트가 적군을 향해 날아갔다.
카렌의 오러 블레이드가 치솟았지만, 두 최상급 정령은 오러 블레이드에 맞서 붉은 바람의 폭풍을 펼쳤다.
콰아아앙-! 쾅-!
오러 블레이드와 정령들의 스킬이 부딪히면서 어마어마한 충돌음이 들렸다.
나는 옅게 웃었다.
내가 왜 카렌 위에서 스킬을 펼치겠는가.
붉은 바람의 폭풍은 오러 블레이드에 반으로 갈라져 위력이 감소했지만, 바람은 검으로 가를 수 없다.
콰아아앙-! 쾅-!
반으로 갈라진 스킬이 양쪽으로 퍼지면서 병사들을 덮쳤다.
그 때 노아스가 땅을 흔들었다.
카렌은 날래게 허공을 밟으며 노아스가 일으키는 지진을 피했지만, 카렌을 따르는 병사들은 달랐다.
“모두 옆으로!”
카렌의 목소리가 무의미하게 진군하는 병사들 가운데서 지진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쾅-!
족히 수천이 넘는 병사들이 일순간 땅속으로 사라졌다.
“와아아아아아!”
내 등 뒤의 병사들, 직할령의 병사들은 끝없는 함성을 질렀다.
‘아직 미숙하군.’
카렌 본인은 나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전쟁을 몰랐다.
최상급 정령사 한 명이 전쟁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카렌이 노련한 기사였다면 내가 앞장서자마자 곧바로 내게 쇄도했을 것이다.
병사들을 지휘하는 것보다 나 한 명을 묶어 놓는 게 훨씬 이득이니까.
카렌은 너무 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다.
곧바로 나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달렸지만, 내가 굳이 카렌과 일 대 일로 상대해 줄 필요는 없었다.
다시 한 번 노아스가 지진을 일으키고 운다인이 물의 폭풍을 펼쳤다.
콰아아앙-! 쾅-!
적의 진영이 크게 무너졌다.
나는 카렌이 나를 붙잡기 전에 성벽 위로 돌아왔다.
카렌의 눈동자에 핏발이 서 있는 게 보였다.
“호오, 그냥 달려들겠다고?”
나는 감탄을 터뜨렸다.
소드 마스터 역시 전쟁에서 규격 외의 존재다.
정령사, 마법사처럼 대규모 공격을 펼칠 순 없지만 소드 마스터 한 명이 파고들어 진영을 무너트릴 수 있다.
켄이 말했다.
“저자를 사로잡을 기회입니다.”
“지금 게일, 올리비아, 제임스 공작이 없어. 저자를 홀로 상대할 수 있는 건 나뿐인데, 냉정하게 저자의 실력이 좀 더 앞서는 것 같다.”
나의 말에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일기토가 아닙니다. 저자가 홀로 성벽을 향해 돌진하고 있으니 우리 모두가 나서도 체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 시대의 암묵적인 룰 중 하나가 바로 일기토다.
상대 기사가 일기토를 신청하는데 거부하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진다.
우리 편 기사를 병사들이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이 카렌은 성벽과 한층 가까워졌다.
그가 뭐라 입을 열기 전에 나는 곧바로 실피드를 날렸다.
‘정식으로 일기토를 신청하기 전에 잡아야 한다.’
콰아아앙-!
오러 블레이드로 실피드가 부리는 바람의 칼날을 막아낸 카렌의 모습에 나는 크게 외쳤다.
“데이비드, 리오덴!”
데이비드와 리오덴은 물론이거니와 남아 있는 모든 기사들이 일제히 카렌을 향해 쇄도했다.
동시에 나도 모든 정령들을 소환했다.
카렌의 경험 부족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었다.
만약 혼자 쇄도했다면 충분히 일기토 신청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는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에게 별다른 명령을 내리지 않은 듯 보였다.
카렌과 함께 온 기사들은 병사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성벽을 넘어라!”
“카렌 님이 선봉에 계신다! 모두 힘을 내라!”
켄이 말했다.
“소드 마스터라고 전쟁을 잘하는 건 아니죠.”
“그렇지.”
“데이비드.”
“네. 군사.”
데이비드의 대답에 켄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
“동쪽 성문은 베레론 산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산기슭에 수천의 병사들과 매복하세요.”
켄은 리오덴에게 고개를 돌렸다.
“리오덴 기사는 서쪽 성문을 열고 나가 계곡에 매복하시면 됩니다.”
켄의 눈빛이 빛났다.
“사령관님과 저는 전쟁을 모르는 저 애송이 기사에게 확실히 알려주도록 하죠.”
나는 정령들을 모두 카렌에게 날려 보냈다.
* * *
아룬이 카렌을 맞이한 시각, 릴리안은 모든 준비를 끝냈다.
릴리안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어마어마한…… 마나야.”
제임스 공작의 말에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릴리안 마법사님이 저희만 데리고 온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올리비아의 말이 이어졌다.
“소드 마스터가 아니면 저 마나의 파동을 견뎌낼 수 없으니까.”
세 사람은 마나의 파동 속에서 헤밀튼을 보호하고 있었다.
게일은 경이로운 눈빛으로 릴리안을 바라보았다.
“인간이 맞는지 의심조차 갑니다. 폐하를 여러 해 동안 보았지만…… 지금의 저 마나는 폐하가 전장에서 한창 활약하실 때보다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좀처럼 말을 길게 하지 않는 게일의 감탄에 제임스 공작이 동의했다.
“9서클 마법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니까. 그리고 폐하께서는 한 번도 전력으로 다해 싸운 적이 없으시네. 상대를 만나시지 못했기 때문에.”
릴리안도 칭찬하고, 론 칼 레오드도 칭찬하는 말이었다.
릴리안의 마법 지팡이가 거칠게 흔들었다.
“이제 에릭이 눈치챌 것 같은데요.”
올리비아의 말이 끝나는 순간 릴리안의 마법 지팡이에서 작은 회오리가 생겨났다.
이내 회오리는 붉은 기운을 품기 시작했고 곧 에릭 가문 본가를 향하여 날아갔다.
날아가는 회오리가 점점 몸집을 키웠다.
릴리안이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졌다.
“빠, 빨리 도망쳐야 돼.”
릴리안은 말을 마치고 정신을 잃었다.
게일이 릴리안을 업었다.
제임스 공작이 헤밀튼을 거칠게 옆으로 둘렀다.
“고, 공작님.”
“이해하게. 지금 저 마법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 전부 타 죽을 테니까.”
세 사람은 즉시 국경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앙-!
한 번 시작된 폭음은 이내 끝을 모르고 번져 나갔다.
콰아아앙-! 쾅-!
제임스 공작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숨이 막혔다.
‘모든 생명체가…… 전부 타버리겠군.’
지옥의 불길, 9서클 마법은 제임스 공작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릴리안이 반나절이나 마법을 준비한 이유, 마법 구현이 끝나자마자 도망치라고 말한 이유를 모두 알게 되었다.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9서클 마법 범위 안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했다.
아마 오늘이 지나면 대륙 마법 역사가 바뀌리라.
파파팟-!
“속도를 올려야 됩니다.”
게일의 말에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단순히 불길만 문제가 아니다. 지옥의 불길은 모든 것을 태웠다.
생명체만이 아니라 공기, 마나마저 태우는 불길이었다.
제임스 공작은 게일이 업고 있는 릴리안을 보며 고민했다.
살아 있기에는 너무나 강한 마법사다.
9서클 마법을 에릭 가문에 펼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제임스 공작은 이런 고민을 추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마법의 위력을 눈으로 확인하니 불안한 마음이 확 들었다.
이토록 강한 마법사라니.
더구나 릴리안은 9서클 마법을 한 번 사용해보는 것으로 9서클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에는 정신을 잃었지만 분명 깨닫는 바가 있었을 터.’
제임스 공작은 마법에 문외한이지만, 기사의 길이나 마법사의 길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마법이라는 학문이든, 검이라는 것이든 결국 깨달음의 문제다.
제임스 공작은 소드 마스터의 벽을 처음 깰 때가 생각났다.
아주 작은 깨달음이 소드 마스터로 이끌어 주었다.
‘죽여야 한다.’
제임스 공작의 마음에 살기가 일어났다.
무엇보다 릴리안은 게일이나 자신처럼 아룬에게 충성하지도 않는다.
이해관계가 맞아 함께 하는 것일 뿐이다.
그 뜻은 다른 이와 이해관계가 맞으면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이고, 만약 지옥의 불길이 제국 수도에 떨어진다면?
릴리안은 적이 될 여지가 충분히 있는 마법사였다.
올리비아를 황태자비로 보내기로 마음먹었을 때, 제임스 공작은 론에 이어 대륙의 절대 강자는 아룬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어디에도 본 적 없던 재능.
인간이 믿기지 않는 재능의 소유자가 아룬이었고, 그래서 딸을 맡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누구도 넘보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재능을 뛰어넘는 이가 나타났다.
아룬 역시 최근 최상급 정령 마스터 이상을 엿보고 있지만, 깨달음을 얻으리라 장담할 수 없었다.
반면 릴리안은 한 번의 마법 구현을 통해 분명 무엇인가를 느꼈다.
기절하기 직전 그녀의 얼굴에 번진 미소는 단순히 마법 구현에 성공했기 때문에 웃은 게 아니었다.
제임스 공작이 결심을 굳혔다.
‘이 자리에서 죽인다.’
아직은 마법 범위를 벗어나는 게 더 중요하다.
제임스 공작은 살기를 억누르고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콰아아앙-!
여전히 멀리서 폭음이 들려왔지만, 마법 범위는 확실히 벗어났다.
제임스 공작이 달리는 걸 멈췄다.
게일과 올리비아도 멈추며 숨을 돌렸다.
“겨우 벗어났습니다.”
게일의 말에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검을 뽑았다.
“공작님?”
“릴리안 마법사를 내려놓게.”
게일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제임스 공작의 눈동자에 살기가 물들자 곧 게일과 올리비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공작님.”
분명 말리는 듯한 목소리에 제임스 공작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살려두면 너무 위험하네.”
올리비아가 나섰다.
“아버지.”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항상 공작, 가주 등 칭호를 사용했던 올리비아가 게일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아버지라 부름에도 제임스 공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하를 위한 일이야. 이해해 주리라 믿네.”
이내 제임스 공작이 올리비아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너도 잘 알아 두도록 해라. 감당할 수 없는 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은 미리 싹을 잘라두는 게 좋다.”
제임스 공작의 검이 날카롭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