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2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22화(222/278)
222화.
“아버지!”
올리비아가 제임스 공작을 제지했다.
“기사도에 여러 가지 덕목이 있지만 이건 두 가지나 어기는 일이에요.”
제임스 공작의 기세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현실에서 기사도는 중요하지 않다.”
올리비아는 그럼에도 고집을 꺾지 않고 말했다.
“무방비 상태의 적, 심지어 릴리안은 적도 아니죠. 동료잖아요. 전하를 위해 싸운 뒤 정신을 잃은 릴리안을 죽이는 건 매우 비겁한 일이죠.”
제임스 공작의 눈빛이 점점 더 강렬해졌다.
올리비아의 말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전하의 수하를 전하의 명령도 받지 않고 아버지께서 임의로 죽이시는 건 전하를 거역하는 일이에요.”
게일이 나섰다.
“공작님, 이성을 찾으십시오. 모든 걸 떠나서 릴리안은 전하의 수하입니다. 그녀의 처분은 전하의 권한이지 공작님의 권한이 아닙니다.”
게일은 검까지 뽑았다.
게일의 흉흉한 기세에 제임스 공작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기어이 나를 막을 참인가? 이건 오직 전하를 위해서네.”
올리비아는 지금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언제나 현명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
물론 올리비아도 릴리안의 마법을 보고 놀랐다.
소드 마스터조차 피할 수 없는 마법이라니. 일단 마법에 직격당하면 그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지 못한다.
릴리안이 지옥의 불길 마법을 완전히 터득하여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면?
그녀는 황제를 넘어 대륙 최강자가 되리라.
근데 그게 아룬에게 문제 될 것이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그녀가 적도 아니고 아룬의 수하다.
아룬에게 좋은 일이면 좋은 일이지 결코 그녀를 죽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리비아도 검을 뽑았다.
“저도 게일 경 말에 동의해요. 이건 아버지 권한 밖의 일이고 황태자비로서 나아가 황태자 전하의 수하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딸까지 검을 뽑자 제임스 공작의 눈가가 떨렸다.
“감히…… 고작 둘이서 나를 막아설 수 있다고 생각하나?”
게일이 짧게 답했다.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제임스 공작이 한동안 게일과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이내 정신을 수습한 헤밀튼도 깨어났다.
“이게…….”
헤밀튼도 뛰어난 기사였지만, 세 소드 마스터가 동시에 피워내는 기세를 감당할 수 없었다.
얕은 신음과 함께 겨우 몸을 빼려는 찰나, 제임스 공작이 한숨을 내쉬었다.
“황태자비 전하와 게일 경이 그토록 반대하니 검을 거두겠소.”
올리비아에게도 말투에 예를 갖추었다.
두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뜻이고, 자신도 황태자의 수하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올리비아가 아버지의 뜻을 즉시 파악하고 검을 거뒀다.
제임스 공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일은 내가 전하께 죄를 청할 것이니 두 분께서는 따로 전하께 고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일이 나섰다.
“공작님, 굳이…….”
올리비아 역시 아룬이 이 일을 굳이 알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
“아버지, 전하께는…….”
“황태자비께서는 제게 기사도를 일러주며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주군을 속일 수 없는바, 제 죄는 전하께 받겠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헤밀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릴리안 마법사를 잘 챙기게. 이제 곧 국경이야. 위험한 일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네. 공작님.”
이내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일도 굳이 더 말하지 않았다.
제임스 공작과 일행들은 다소 어색한 분위기로 걸었다.
아무래도 적진이다 보니, 조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국경이 가까워질수록 소드 마스터 세 사람의 예민한 귀에 전투 소리가 들렸다.
“공작님.”
“나도 듣고 있네. 분명 이건 전투 소리야.”
게일과 제임스 공작이 얼굴을 굳혔다.
“제가 먼저 가서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게일이 빠르게 국경 쪽으로 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게일은 금세 모습을 드러냈고, 표정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국경 전체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왕국 연합이 대규모 병사들을 동원한 것 같습니다.”
“전면전이 벌어졌다고?”
제임스 공작이 놀라 물었다.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임스 공작이 생각에 잠겼다.
‘이곳은 적의 후방이다. 적들이 전면전을 벌였다면 제인도 있을 것이고 병사들의 숫자도 적지 않을 터. 전하 홀로 감당하기에는 어렵다.’
자신과 올리비아, 게일 그리고 릴리안까지 빠져 있었다.
‘폐하와 맞섰던 그 젊은 기사 역시 소드 마스터다. 전하께서 위험하다.’
제임스 공작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고든이 죽고, 에릭마저 죽었지만 여전히 제인은 건재하다. 그리고 폐하와 맞섰던 젊은 소드 마스터 역시 만만치 않을 터. 길을 서둘러 전하께 가야 한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헤밀튼이 나섰다.
“이곳은 이제 적의 후방입니다. 국경은 모두가 전쟁터이니 돌파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병사들로 뒤덮인 국경을 직접 돌파하는 것보다 우회하는 게 더 낫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올리비아도 거들었다.
“왕국 연합은 오래전부터 징집에 나섰고 병사들 역시 사기가 높습니다. 반면 직할령은 징집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국경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게 왕국 연합과 제국이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전하께서는 직할령 병사들을 이끌고 싸우고 계실 겁니다.”
“황태자비 전하의 말씀이 맞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게일까지 정면 돌파를 지지하자 헤밀튼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최단 거리로 돌파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길이 있나?”
제임스 공작의 말에 헤밀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위험할 겁니다. 아직 마법사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셨고…… 적 소드 마스터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대답했다.
“어떻게든 돌파한다. 우리가 가지 않으면 전하께서 위험하시니까.”
제임스 공작이 릴리안에게 슬쩍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까지 그녀를 죽이겠다고 말했지만, 마음을 바꾼 제임스 공작은 다짐하듯 말했다.
“릴리안 마법사를 반드시 보호하면서 돌파한다.”
* * *
카렌을 결국 사로잡지 못했다.
그는 본진에서 들리는 북소리에 후퇴했다.
그러나 병사들은 후퇴하지 않았다.
카렌이 지휘하던 것과 다르게 제인이 직접 나서자 병사들의 움직임은 달라졌다.
수만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많은 것인지, 나는 새삼 느끼고 있었다.
최상급 정령사가 되었고, 최상급 정령이 넷이나 되었지만 몰려오는 적들은 여전히 많았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나가 늘어났지만, 종일 최상급 정령 넷의 스킬을 사용할 순 없었다.
“전하 동쪽 성벽이 밀리고 있습니다. 요새까지 후퇴해야 됩니다.”
켄의 말에 나는 즉시 동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곳은…….”
“제인이 직접 공격하고 있습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카렌의 부주의함에 적의 선봉을 꺾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수만 명이 아니라 십만은 넘는 것 같다.’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이대로 후퇴하면 오히려 쭉 밀릴 가능성이 높지 않아?”
“차례로 후퇴시키십시오. 전하께서…… 마지막까지 후퇴하는 병사들을 엄호해주셔야 됩니다.”
켄은 말을 하면서도 검을 휘둘렀다.
어느새 내가 지키는 성벽 역시 적의 병사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명령을 전달하도록.”
켄은 즉시 기사들을 불러 모아 후퇴 명령을 세세하게 내렸다.
국경 성벽은 성벽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낮고 허름했다.
그나마 이 정도까지 버틴 건 내가 전력을 다해 싸웠기 때문이다.
‘카렌을 사로잡지 못한 건 아쉽지만.’
나는 실피드와 이그니스로 화염의 바람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킨 뒤 성벽을 뛰어내렸다.
사방에서 병사들이 후퇴하고 있었다.
“모두 소속된 요새로 후퇴한다!”
비록 후퇴하지만 병사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주고 싶었다.
“요새를 굳건히 지켜라!”
그나마 국경 성벽보다 주요 요충지에 세워져 있는 요새들이 적군을 막기에 수월하니까.
나는 켄과 함께 요새로 향했다.
왕국 연합 병사들은 성벽을 넘은 기세로 요새까지 모조리 점령할 듯 밀려왔다.
켄이 나와 함께 나란히 달리며 말했다.
“곧 제임스 공작님 일행이 올 겁니다.”
“이미 국경은 왕국 연합이 점령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공작님이 뚫고 오실 수 있을까?”
소드 마스터 세 명과 8서클 마법사 한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였지만 왕국 연합 병사들은 십 만에 이른다.
아무리 강해도 그 많은 적군을 모두 죽일 순 없는 노릇이니까.
“헤밀튼이라면 길을 알고 있을 겁니다. 지금 중요한 건 제임스 공작님이 오시기 전까지 반드시 요새를 사수해야 된다는 겁니다.”
나는 켄에게 내 의견을 말했다.
“차라리 요새를 버리고 그레니안 성안에서 막는 건 어때?”
켄이 고개를 저었다.
“요새에서 일차적으로 방어를 한 뒤 그래도 막아내지 못하면 성안으로 후퇴해야 됩니다. 지금 성안으로 들어가면 옛 피레온 왕국 귀족들이 배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직할령 병사들의 사기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질 거고요.”
켄이 나지막하게 말을 맺었다.
“요새에서 최대한 버텨야 됩니다. 다행히 요새는 군데군데 퍼져 있고 저들 역시 한 점 돌파가 아니라 모든 요새를 점령한 뒤 그레니안을 공격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확신하나?”
“네. 요새를 모두 점령하지 않으면 저들은 후방에 적을 두고 적진으로 침투하는 꼴이 되니까요.”
켄이 덧붙였다.
“보급로를 안전히 확보하려면 반드시 요새를 모두 점령해야 됩니다.”
“다행이군.”
곧 요새 성문이 보였다.
나를 뒤따르는 병사는 고작 수천에 지나지 않았다.
국경 근처에는 많은 요새가 있었는데, 요새 하나가 수용할 수 있는 병력은 많아야 오천 정도였다.
애초에 요새는 수도 그레니안으로 내려가는 주요 길목에 세워져 있는 일종의 관문이다.
왕국 연합과 피레온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들이 요새를 제대로 세웠을 리가.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 요새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곧바로 요새 성벽에 경계병을 세운 뒤 나와 켄 역시 성벽 위로 올라갔다.
아직 왕국 연합 병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적들이 아직 보이지 않는군.”
“재정비하는 모양입니다. 국경까지 돌파했으니 보급로를 확보할 겁니다.”
“전면전이군.”
카렌과 싸울 때까지만 하더라도 규모가 큰 정도의 국지전이라 생각했다.
전면전이 벌어질 때를 대비한 일종의 간 보기랄까.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왕국 연합은 이미 전면전 준비를 모두 끝내고 단숨에 그레니안을 정복한 뒤 옛 피레온 왕국 영토를 모두 수복할 생각인 것 같았다.
십 만의 병사를 필두로 저들의 병사는 왕국 연합에서 계속 충원될 것이다.
“네. 예상보다 훨씬 빨리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제임스 공작님이 올 때까지 최대한 버텨야겠군.”
켄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공격 때 카렌과 제인 둘 모두 이 요새를 공격하면 그 때는…….”
“그 때는?”
“전하께서는 요새를 버리시고 즉시 그레니안으로 돌아가신 뒤 마법진을 타고 황궁 수도로 가십시오.”
켄의 말에 나의 표정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