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2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24화(224/278)
224화.
운다인의 대답은 간단했다.
-알 수 없습니다.
언제나 현명하고 나에게 길을 알려주던 운다인이 모른다고 하자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전하!”
다급한 외침에 나는 수련을 마무리하고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인가?”
“제임스 공작님이 돌아오셨습니다!”
“공작님이?”
나는 병사와 함께 성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모두 무사한가?”
“릴리안 마법사님은 많이 좋지 않아 보이셨습니다. 황태자비 전하와 제임스 공작님 그리고 게일 기사님도 썩 멀쩡한 상태는 아니십니다. 모두 피범벅이셨습니다.”
성안으로 향하는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들어가자마자 게일이 보였다.
“게일!”
게일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몸은 병사 말처럼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괜찮나?”
내 말에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모두 적의 피입니다. 적진을 돌파하느라 조금 무리를 하였지만 다친 곳은 거의 없습니다.”
올리비아와 제임스도 위층에서 내려오는 게 보였다.
“올리비아!”
게일의 말을 들었음에도 게일과 같이 땀과 피로 몸을 적신 두 사람의 모습에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하!”
“전하.”
두 사람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 뒤로 헤밀튼도 보였고 그는 다른 이들보다 그런대로 멀쩡한 모습이다.
“헤밀튼은 괜찮나?”
세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네.”
“릴리안은?”
“아무래도 황궁으로 보내야 될 것 같습니다.”
제임스 공작의 말에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좀 쉬시죠. 아무리 전시라 하여도 적진을 돌파하고 왔는데 곧바로 전투를 치를 순 없는 노릇 아닙니까.”
“네.”
“올리비아, 얼른 들어가.”
묻고 싶은 게 산더미 같았지만 나는 일단 올리비아를 비롯한 이들을 돌려보냈다.
올리비아가 먼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고, 헤밀튼과 게일 그리고 제임스 공작 역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급히 달려 온 켄과 함께 다시 성벽으로 향했다.
“제임스 공작님이 돌아왔으니 마음 놓고 후퇴해야 되겠군요.”
켄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라고? 겨우 요새까지 퇴각했고 어떻게든 잘 지켜야 된다고 했으면서 퇴각한다고?”
“네. 그레니안으로 후퇴해서 그레니안 성벽을 의지하여 싸우면 됩니다.”
켄의 눈빛이 빛났다.
“그리고 그레니안까지는 끌어 들어야 저들을 몰살시킬 수 있습니다.”
“몰살?”
“네. 왕국 연합군이 그레니안까지 진격하면 자연스레 후퇴하는 경로도 길어집니다.”
“자세한 설명은 성벽 위에 가서 듣지.”
나는 켄과 함께 성벽 위로 올라갔다.
여전히 적들은 개미 떼처럼 많이 보였다.
보기만 해도 질리는 숫자다.
“병사들이 많긴 많네.”
나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저들을 전부 몰살시킬 계획이 있다고?”
켄이 아까 했던 말은 분명 그런 뜻이었다.
우리의 정예가 돌아왔으니 충분히 저들을 몰살시킬 수 있다고.
릴리안이 돌아왔다는 건 에릭 가문의 멸망을 의미했다.
나는 굳이 그들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카렌이라도 홀로 우리를 막아낼 순 없다.’
자신감과 함께 걱정이 생겼다.
“내가…… 저들을 모두 몰살시킬 자격이 있을까?”
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자격 같은 건 없습니다. 결과만 있을 뿐이죠.”
“결과?”
“저 개미 떼 같은 병사들이 몰살하고 항복하면 왕국 연합은 자연스레 전하의 수중으로 떨어집니다.”
켄이 말을 이었다.
“저들의 몰살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전하의 수중에 떨어진 왕국 연합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겠죠. 단순한 정복욕인지 아니면 대륙에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을 위한 희생이었는지.”
나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이곳에 온 지도 제법 되었는데 여전히 현대에서의 의식이 모두 지워지진 않았다.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일이다.
평범하게 글을 쓰던 사람이었는데 성벽 위에 서서 십만이 넘는 목숨을 결정하는 사람이 되었다니.
전쟁은 이미 벌어졌다.
감상은 전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전쟁에서 승리는 자신하고 있어. 에릭 가문마저 멸문했다면 저들의 정예는 반이나 깎인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켄이 동의했다.
“제인이 저들을 이끌고 있지만 우리의 정예가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병사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밀리니 그레니안으로 후퇴하는 건 어색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 요새를 버리는 것까지는 이해했지. 그레니안까지 적들을 끌어들여 저들의 보급 경로와 후퇴 경로를 길게 만든다는 말이지?”
“네.”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켄은 성벽 위에 지도를 펼쳤다.
“여기가 제인 가문, 여기가 에릭, 그리고 여기가 고든 가문입니다. 모두 국경을 보호하는 형국이었는데 두 가문이 무너졌습니다.”
고든도 죽었고 에릭 역시 죽었을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왕국 연합은 일차적으로 모든 보급품을 제인 가문에 모아 놓습니다.”
켄이 빙그레 웃었다.
“그레니안까지 적들을 끌어들인 뒤에 일부 병력을 돌려 제인 가문을 직접 공략할 생각입니다.”
“또?”
“위험한 일이 아닙니다. 일종의 기만책이니까요.”
“기만책?”
“네. 처음에는 후방 게릴라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런 뒤에는?”
“적들이 익숙해지게 만들 겁니다. 아, 제국이 병사 숫자가 부족하여 게릴라전만 하는구나, 성벽에만 의지하여 그레니안 방어를 하면서 오직 흔들기 작전만 쓰는구나.”
켄이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게 적이 익숙해졌을 때 은밀히 병사들을 빼돌려 적 후방에 침투시킨 뒤 양쪽에서 일제히 덮치면 반드시 적들을 몰살시킬 수 있습니다.”
“병사 숫자가 너무 부족한데?”
나의 말에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간에도 병사는 충원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드 마스터 세 명, 9서클을 넘보는 마법사, 최상급 정령사라면 충분히 비등하게 싸울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기세이죠.”
켄이 말을 맺었다.
“게릴라전이 아무리 기만책이라 하더라도 제인 가문을 공격하면서 적의 보급을 원활하지 못하게 만들면…… 저 개미 떼가 같은 병사들은 그저 허수아비에 불과하게 될 거니까요.”
* * *
릴리안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해 급히 그레니안으로 옮겼다.
“릴리안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스스로 털고 일어날 겁니다. 어디가 딱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 무리한 마법사용의 후유증이니까요.”
제임스 공작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복귀한 이들을 포함하여 요새에서 지휘관 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기사들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밝았다.
소드 마스터 세 명이 복귀한 건 병사들만이 아니라 기사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이제 적들을 쳐부술 때가 왔습니다.”
“네! 성문을 열고 나가 적들을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기사들의 흥분한 목소리에 켄이 찬물을 끼얹었다.
“오늘부터 부대를 나누어 그레니안으로 후퇴합니다. 모든 요새에 같은 명령을 전달하십시오.”
기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켄에게 모였다.
믿기 힘들다는 표정의 기사들을 보면서 켄이 말을 이었다.
“일제히 후퇴하면 적들이 빨리 알아차릴 수 있으니 최대한 은밀히 그레니안으로 후퇴합니다.”
“아니, 지금 공작님도 오셨는데 후퇴라니요? 전하께서도 폐하 못지않은 위력을 보여주시면서 전쟁을 잘 이끌어 오시지 않았습니까? 후퇴하면 사기만 떨어질 겁니다.”
기사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켄은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레니안으로 후퇴하는 이유야 간단합니다. 왕국 연합을 병사를 몰살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왕국 연합 수도까지 밀고 올라가기 위함입니다.”
“아니, 후퇴를 하신다면서요.”
켄이 옅게 웃었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지휘관 기사들은 의심하지 말고 군령에 따르십시오.”
내가 켄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군사에게 좋은 작전이 있으니 그레니안까지 후퇴하도록.”
내 말에 기사들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작전은 추후 지휘관들에게 세세하게 전달할 생각이다. 아직 보안이 중요하여, 그레니안 후퇴까지는 말을 줄이는 것이 좋았다.
나는 제임스 공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제 릴리안 마법사와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헤밀튼의 안내로 에릭 가문 인근에 도착한 뒤 릴리안 마법사가 지옥의 불길이라는 마법을 펼쳤습니다.”
모두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지옥의 불길, 헬 파이어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그 이름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유명한 마법이었다.
9서클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마법!
나는 나지막하게 물었다.
“성공했습니까?”
“성공했습니다. 에릭 가문 본가는 물론 그 주변이 모두……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말을 이었다.
“저희조차 그 마법의 여파를 피하기 힘들었습니다. 만약 휩쓸렸다면 무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에릭이 본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니 에릭은 반드시 죽었을 겁니다.”
소드 마스터조차 재로 만드는 마법.
나는 새삼 릴리안의 위력을 깨달았다.
“릴리안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한 뒤 기절했고 저들은 이미 전면전을 감행한 뒤였습니다. 자연스레 저희는 고립되면서 적진을 돌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네. 힘들었지만 다행히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제임스 공작은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지만, 이내 입을 다물었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군사의 작전에 따라 그레니안으로 후퇴한다. 각 지휘관들은 최대한 병사들이 적들의 공격에 노출되지 않게 은밀히 움직인다. 게일.”
“네.”
“자네가 후퇴 작전 책임을 맡아 진행해.”
“네. 전하.”
내가 몸을 일으켰다.
“그럼 시작하지. 나와 올리비아를 비롯한 최고 지휘관들은 가장 마지막까지 성벽 경계를 선 뒤 후퇴한다.”
병사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함도 있지만, 후퇴를 하면서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자신들이 후퇴하는데 황태자, 황태자비가 성벽에서 지켜주고 있다면?
후퇴를 하더라도 병사들이 느끼는 감정은 크게 절망적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휘관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
기사들이 모두 해산한 뒤 나는 가장 먼저 성벽으로 향했다.
제임스 공작이 뒤따랐다.
올리비아와 켄도 항상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지만, 어쩐 일인지 제임스 공작의 묘한 분위기에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곧 제임스 공작과 단둘이 성벽에 올라가게 되었다.
“릴리안이 기절했을 때.”
제임스 공작이 잠깐 말을 멈추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녀를 죽이려 했습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몸을 돌려 제임스 공작을 바라보았다.
제임스 공작의 표정에서 아무런 생각도 읽을 수 없었다.
나는 애써 담담하게 물었다.
“릴리안을요?”
“네. 그녀의 마법을 본 뒤 반드시 죽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녀가 전하의 앞길에 방해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죽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내가 태연하게 묻자 오히려 제임스 공작이 놀라는 눈치였다.
“제 앞길에 방해가 되고 반드시 죽이실 생각이었는데 왜 죽이시지 않았습니까?”
제임스 공작이 이내 쓰게 웃었다.
“모두가 말렸습니다. 황태자비 전하도, 게일도.”
“그렇군요.”
제임스 공작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릴리안과 전하의 관계는 여전히 애매한 측면이 많습니다. 지금은 그녀가 전하에게 충성하고 있다고 하나, 그녀와 전하는 거래 관계이지 군신 관계가 아닙니다.”
제임스 공작이 말을 맺었다.
“거래 관계에서 이득을 얻을 수 없다면 깨지기 마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