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2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25화(225/278)
225화.
제임스 공작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공작님.”
“네. 전하.”
“공작님의 마음만큼은 감사합니다. 다만, 하나의 세력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모든 수하들이 충신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는 제임스 공작에게 현실을 이야기했다.
“모든 수하가 게일이나 공작님과 같은 충신일 수는 없습니다. 세력은 수장을 따르는 충신들, 적당히 자신의 이득을 위하여 합류한 자들, 눈치를 보고 대세에 합류한 자들로 이루어집니다.”
제임스 공작도 내 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네. 그럼에도 제가 릴리안을 죽이려 했던 건 그녀와 같이 중요한 인재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전하께서 더 이상 그녀에게 아무런 이득을 줄 수 없을 때 그녀는 충분히 적에게 합류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그렇죠. 하나 그렇다 하여 사람들을 가린다면 저는 큰 세력을 이룰 수 없습니다.”
나는 성벽 멀리 적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합류한 자들, 대세를 보고 합류한 자들마저 충신으로 만드는 게 군주의 능력 아니겠습니까.”
나는 제임스 공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옅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모두를 충신으로 만들 수 있는 군주가 되면 되는 것입니다.”
“네. 전하.”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숙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모두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릴리안 문제를 제임스 공작이 굳이 내게 보고할 이유는 없었다.
내가 다른 경로로 들을 수도 있겠지만, 숨기려면 숨길 수도 있었다.
제임스 공작은 스스로 릴리안의 일을 말했다. 자신의 흠마저 숨기지 않고 군주에게 정직하게 보고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왕국 연합과의 전쟁입니다. 공작님도 돌아오셨고, 올리비아, 게일 그리고 릴리안과 헤밀튼까지 무사하니 저들을 충분히 이길 수 있겠군요.”
“군사의 작전은 신묘한 데가 있으니 충분히 저들을 몰살시킬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나아가 더 큰 미래도 그렸다.
“저들을 꺾는다면 왕국 연합 수도까지 단숨에 진격할 생각입니다.”
“네.”
“그레니안으로 돌아가면 제국 상황도 한 번 점검해야 되겠군요.”
서부와 남부 소식이 무척 궁금했다.
요정들이 진격을 시작했고, 남부 연합체 야만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마지막이었다.
더불어 테드의 생사도 무척 궁금했다.
‘사실 지금 다른 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당장 눈앞에 있는 적이 십만이 넘어가는데 다른 전선을 고려할 겨를이 없었다.
“카렌과 직접 전투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대단한 자더군요. 폐하와 맞붙어 싸웠다더니 정말 강했습니다.”
“그 나이에 소드 마스터가 된 것도 대단하지만 무서운 건 그의 성장 속도입니다.”
“성장 속도.”
“네. 그는 폐하와 전투 중에서도 폐하의 움직임을 흡수하더군요. 정말 믿을 수 없는 재능이었습니다.”
제임스 공작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아마 그자와 전하는 대륙을 두고 부딪힐 운명이 아닐까요.”
제임스 공작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닐 겁니다. 그자의 재능이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왕국 연합은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이번 전쟁에서 그자만은 반드시 처리해야 됩니다.”
“네.”
카렌은 확실한 적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그와 나는 양립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제국을 ‘악의 화신’이라 생각하며 원수보다 더욱 증오하는 카렌에게 제국의 황태자는 살려둘 수 없는 존재다.
내 입장에서도 제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카렌은 죽일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죽여야 하는 적이다.
“병사들이 후퇴를 시작했군요.”
요새 남쪽으로 병사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있었다.
기사들의 지휘에 따라 병사들은 그레니안으로 방향을 잡았다.
“병사들의 후퇴를 돕기 위해서 시선을 끌어야겠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검을 뽑았다.
“공작님.”
“이제 왕국 연합을 대표하는 세 명의 소드 마스터 중 한 명만 남았습니다. 제인 가문의 가주 제인이죠.”
“제인 말씀이십니까?”
“네. 카렌이라는 젊은 소드 마스터와 어울리기에는 제 명성이 지나치게 높지 않습니까? 그자가 최근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제인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지요.”
제임스 공작이 웃으며 말을 맺었다.
“제 명성 역시 제인에 비해 떨어지지 않으니 좋은 대결이 될 겁니다.”
제임스 공작이 훌쩍 성벽을 뛰어내렸다.
곧 요새 성문이 열렸고, 제임스 공작의 말이 성문에서 나왔다.
제임스 공작은 말을 타고 적 진영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제인 가주!”
제임스 공작의 목소리가 전장 전체를 쩌렁쩌렁 울렸다.
적들만이 아니라 아군 병사들까지 큰 관심을 가지고 제임스 공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인 가주!”
다시 한 번 제임스 공작이 소리를 지르자 적 진영에서도 한 명의 남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제임스 공작은 말에서 내린 뒤 말을 요새로 돌려보냈다.
나는 바람의 정령을 보내 저들의 대화가 들리게끔 소리를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랜만이군.”
제임스 공작의 말에 제인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랜만이야. 자네가 후방을 뚫고 돌아간다는 소식을 받자마자 갔는데 이미 쥐새끼처럼 도망간 뒤더군.”
“에릭 가문을 멸문시켰으니 목적을 달성했고, 그럼 당연히 돌아가야지.”
제인의 표정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곧장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열불이 난 것 같았다.
제임스 공작의 말이 이어졌다.
“왕국 연합 나부랭이들이 자랑하는 버러지들 중 두 명이 죽었고 이제 자네 한 명 남았군.”
평소 중후한 이미지의 제임스 공작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도발은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버러지?”
제인이 검을 뽑았다.
제임스 공작 역시 검을 뽑았다.
“버러지는 너처럼 황제한테 무릎 꿇고 가문을 통째로 바쳐 부귀영화나 탐하는 놈들을 버러지라고 하는 거다.”
“긴말은 필요가 없겠지.”
“그래.”
곧 두 사람의 검이 허공에서 만났다.
챙-!
나는 내 곁에 있는 기사를 향해 말했다.
“공작님이 일기토를 하시는 동안 최대한 많은 병사들을 그레니안으로 후퇴시키도록.”
* * *
내가 있는 요새만이 아니라 국경 인근 모든 요새들에 같은 명령이 전달되었을 무렵, 제임스 공작과 제인의 대결은 점차 치열해졌다.
콰아아앙-!
올리비아과 게일도 소식을 듣고 내 옆에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게일에게 불안한 듯 물었다.
“공작님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건가?”
내가 정령사라 그런지 기사들끼리의 대결을 보는 안목이 부족했다.
“공작님께서 약간의 우위를 점하고 계시기는 하지만 승부를 장담할 순 없습니다.”
오러 블레이드가 허공에서 만나고 두 기사의 움직임은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찰나의 순간에 수십 번의 공방이 이루어졌다.
지켜보는 병사들도 점점 지칠 무렵, 제인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세가 터져 나왔다.
성벽에서 보고 있는 나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실로 막대한 기세였다.
제임스 공작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기세를 뿜어냈다.
제임스 공작의 검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아!”
올리비아의 탄성에 내가 급히 말했다.
“무슨 문제가 있나?”
“저건 화이트 가문의 비전 검술의 진수라 할 수 있어요.”
“진수?”
“네. 처음에 화이트 가문은 화이트가 아닌 다른 성을 사용했어요. 하지만 칠 대 가주님께서 처음으로 검술을 완성하시면서 그때부터 성이 화이트로 바뀌었고 가문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죠.”
제임스 공작의 변화는 극심했다.
검만이 아니라 제임스 공작의 온몸에서 백색 빛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저건 대체…….’
제인이 검을 그었다.
수백 개가 넘는 오러 블레이드의 향연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질리게 만들었다.
저 오러 블레이드 폭풍 속에서 살아남는 게 가능할까?
콰아아앙-!
쾅-!
쾅-!
제인의 오러 블레이드와 제임스 공작의 순백의 빛이 부딪히면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검술이 맞기는 한 거야?’
폭발은 점점 더 강해졌고, 곧 두 사람의 마나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쾅-!
제임스 공작과 제인이 동시에 쓰러졌다.
나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
“게일!”
게일이 성벽을 뛰어내려 제임스 공작을 향해 달려갔다.
적군 진영에서도 기사 한 명이 흑발을 날리며 다가왔다.
‘카렌.’
적군 진영에서 나온 건 카렌이다.
곧 게일이 제임스 공작을 등에 업었고, 카렌 역시 제인을 업었다.
승부는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런 말 없이 자신의 동료를 아군 진영으로 데려왔다.
나는 급히 성벽에서 내려가 성문 안으로 들어오는 게일을 향해 물었다.
“괜찮나?”
“힘을 모두 소진하여 정신을 잃으신 것뿐 큰 부상은 없으십니다.”
“다행이군. 안으로 모셔라.”
나는 올리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황태자비가 공작님을 살펴주십시오.”
“네.”
아버지가 쓰러졌으니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게일과 올리비아가 성안으로 들어가자 켄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절반이 넘는 병사들이 후퇴했습니다. 오늘 밤 일제히 후퇴하시죠.”
“오늘 밤?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저쪽도 제인이 당장 깨어나지는 못할 것이니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켄의 말이 옳았다.
제국의 지휘관은 나이지만, 왕국 연합의 총사령관은 제인이다.
총사령관이 쓰러졌으니 당연히 휘하 기사들과 병사들은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레니안으로 무사히 후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제임스 공작이 만들어 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좋아. 기사들에게 전달하도록.”
“네.”
켄이 지시를 전달하기 위하여 자리를 비우자 나는 곧바로 성안으로 걸음을 돌렸다.
* * *
달빛조차 별로 없는 밤이다.
구름이 잔뜩 낀 덕분에 주변은 평소보다 훨씬 어두웠다.
그럼에도 기사들과 병사들은 그레니안으로 향하는 걸음에 거침이 없었다.
적들은 조용했고,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성벽 위에 있다가 모든 병사들이 요새를 빠져나간 뒤 올리비아와 함께 요새를 나왔다.
“적들이 금방 눈치챌 겁니다.”
게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속도를 올린다.”
적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속일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적들이 추격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아니나 다를까, 요새 쪽에서 왕국 연합 기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요새가 비었다!”
나는 가볍게 말했다.
“그레니안으로 곧장 달린다.”
나는 최상급 정령들을 소환하여 요새 쪽 경계를 맡겼다.
적들이 혹시 추격대를 편성했을 때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나에게는 단 한 명의 병사도 소중한 상황이니 마나가 다소 소모되더라도 병사 보호가 중요했다.
‘그레니안까지 멀지 않으니.’
최상급 정령들이 나타나 요새를 덮치자 적군들이 혼란에 빠졌다.
모두가 도망간 것도 이제 알았는데, 도망간 줄 알았던 내가 정령을 통해 공격하고 있는 거니까.
나는 낡은 요새 성벽을 위주로 스킬을 사용했다.
적들이 요새를 거점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낡은 요새라도 야전 천막보다는 좋다.
점차 날씨도 추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요새를 거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건 의외로 차이가 크다.
‘다른 요새들은 마지막으로 빠져나가는 병사들에게 불을 지르라고 했으니까.’
전쟁은 점차 무르익고 있었다.
직할령이 멸망하느냐, 왕국 연합이 멸망하느냐의 기로가 점차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