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2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26화(226/278)
226화.
그레니안까지 무사히 후퇴했다.
그레니안 성벽은 한 국가의 성벽답게 무척이나 높고 튼튼하다.
병사들이 전보다 훨씬 표정이 좋아진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낮은 국경 성벽이나 낡아 빠진 요새 성벽에서 경계를 서다가 높고 웅장한 성벽에 망루까지 곳곳에 갖춰져 있는 성벽에서 경계를 서니 느낌 자체가 다를 수밖에.
나는 성벽 위를 돌면서 병사들을 격려했다.
적들이 성벽 너머에 진을 치고 점점 더 많은 병사들을 내려보내고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후퇴하면서 피해가 클 수도 있었는데 공작님 덕분에 무사히 그레니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나의 말에 뒤를 따르는 제임스 공작님이 아쉬운 듯 말했다.
“제인의 실력이 소신의 예상보다 훨씬 강하여 죽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제인도 왕국 연합을 대표하는 소드 마스터니까요.”
곧 병사 한 명이 급히 다가와 내게 보고했다.
“사령관님, 황궁에서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전령?”
“네.”
병사 뒤에 있던 남자가 앞으로 다가와 내게 서신을 주었다.
“자네가 서신을 들고 온 전령인가?”
“그렇습니다.”
나는 서신을 받은 뒤 전령은 잠시 성에 가 있으라고 명령했고, 서신을 펼쳐 보았다.
“서부도 전쟁이 시작되었군요.”
나의 말에 제임스 공작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국 전체가 공격당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네. 남부 연합에서…… 테드를 처형했다고 합니다.”
제임스 공작이 움찔 몸을 떨었다.
나도 잠시 서신에서 눈을 떼고 눈을 감았다.
‘테드는 벌써 죽을 운명이 아닌데 나로 인하여 미래가 비틀리면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인가?’
황궁에서 온 소식이니 테드의 죽음은 확실할 것이다.
나는 잠시 테드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지다가 이내 의문을 느꼈다.
‘아무리 남부 연합의 세가 강하다 하더라도 제국의 황자를 죽이는 건 너무 큰 부담인데.’
가만히 앞뒤를 생각하니 테드의 죽음을 온전히 믿기는 힘들었다.
“남부 연합에서 정말 테드를 처형했을까요?”
나의 말에 제임스 공작도 고민에 잠겼다.
“그들도 요정들처럼 전쟁을 일으켰습니까?”
“남부 국경에 점점 많은 병사들이 모여들고 있답니다.”
“그럼 정말 처형했을 수도 있겠군요. 그들은 야만인입니다. 상식을 기대할 수 없는 족속들이고 전쟁을 결심했다면 출전 기념으로 사로잡은 황자쯤은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무리들이죠.”
제임스 공작의 말에 나는 다시 헷갈렸다.
정말 죽었나?
엄청나게 슬픈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나와 테드의 인연이 너무 짧으니까.
동생이지만 나는 황태자였고 테드는 내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였다.
내가 압도적인 성장을 보여주면서 나름대로 뒤로 물러났던 테드였지만, 황태자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꺾지는 않았다.
‘어쨌든 큰일이 벌어진 건 사실이군.’
나는 서신을 덮으며 말했다.
“릴리안은 치료가 거의 끝나 조만간 다시 그레니안으로 온다고 합니다. 서부에서는 요정이, 남부에서는 남부의 야만인들이 전쟁을 일으켰으니 제국이 국난에 빠졌군요.”
그리고 이곳 왕국 연합과의 전쟁까지.
제국은 건국 이래에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폐하께서는 어떻게 움직이신다고 하십니까?”
“남부로 가실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서부는 다른 공작님들이 맡고요.”
객관적인 전력 측면에서는 남부의 야만인들보다 요정이 훨씬 강력하지만, 요정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서부의 전력과 얀, 베레곤, 오스틴 공작의 세력만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테드가 처형당했다고 알려졌으니 폐하께서 직접 남부의 야만인들을 응징하는 것이 좋겠지요.”
나의 말에 제임스 공작이 동의했다.
“네. 그나저나 베레곤 공작이 걱정됩니다.”
제임스 공작의 말에 나는 베레곤 공작을 떠올렸다.
그는 황태자 직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내 치하에서 화이트 가를 넘어서 자신의 가문을 제국 최고로 만들려 했었다.
하지만 외손주인 테드가 죽었다.
아무리 그가 욕심을 버렸어도 개인적으로는 혈육이 야만인 손에 죽었으니 분노를 감추지 못하리라.
“어쩌면 베레곤 공작님은 폐하와 함께 남부로 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서부에 파견되는 공작님들의 이름이 서신에 나와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말했다.
“남부의 야만인들이 큰 대가를 치르겠군요. 그나저나 그들은 야만인이라 상식은 없다지만 두려움은 있었는데…… 제국의 황자를 죽이고 전쟁을 일으켰다니 좀처럼 믿기가 힘듭니다.”
“자세한 상황은 추후에 밝혀지겠지죠.”
나는 남부 야만인 뒤에 정화의 불꽃단이 있다고 짐작했다.
그들이 아니면 남부에서 만족하며 살고 있던 야만인들이 날뛸 이유가 없었다.
“제국에 큰 우환이 닥쳤습니다. 이곳마저 밀리면 직할령을 빼앗기는 것을 넘어서 제국이 삼면으로 공격을 당하는 형국입니다.”
내 말에 제임스 공작이 결의를 다졌다.
“직할령은 무사할 것이고 왕국 연합은 그 짧은 역사를 마감하게 될 겁니다.”
제임스 공작의 말에 나는 큰 힘을 얻었다.
릴리안까지 돌아온다고 했으니 나는 이 전쟁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제인보다 카렌이라는 소드 마스터가 더 강할지도 모릅니다.”
카렌의 이야기에 절로 표정이 굳어졌다.
“직접 맞붙어 본 카렌은 분명 강하지만…… 제인마저 넘어섰다면 공작님보다도 더 강하다는 뜻이십니까?”
“제 생각은요.”
나는 한숨을 머금었다.
“공작님보다 강한 소드 마스터라니 골치가 아프군요.”
“그자의 무서운 점은 성장이 빠르다는 것…… 이 전쟁을 느긋하게 끌고 갈 여유는 없습니다. 언제 그자가 폐하마저 넘어설지 모르니까요.”
제임스 공작은 카렌에 대해 날카롭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약간 방심하는 듯 보이자 다시 한 번 상기 시켜 준 것이다.
“단 한 명의 소드 마스터가 전쟁의 판도를 바꿉니다. 대륙의 역사에서 그 일을 가장 많이 하셨던 건 바로 폐하이십니다. 폐하 한 분으로 인하여 제국은 이기지 못할 전쟁도 언제나 승리했지요.”
제임스 공작이 성벽 너머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폐하와 같은 재능은 전하 이외에는 없을 줄 알았지만, 역시 대륙은 넓다는 말이 실감이 됩니다.”
* * *
다음 날, 릴리안이 마법진을 타고 그레니안으로 돌아왔다.
릴리안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나는 그녀가 에릭 가문으로 떠나기 전 했던 말을 떠올렸다.
-9서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거야.
“9서클은…….”
“아직 9서클에 도달한 건 아니야. 음, 고리가 반 정도 생기다가 말았어.”
마법사가 아니기에 릴리안의 말만으로 현재 그녀의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순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녀가 전인미답의 경지인 9서클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이다.
“좋은 일이군.”
나의 말에 릴리안이 옅게 웃었다.
“뭐 마법사로서 좋지. 그레니안 상황은 이미 들었어.”
“그레니안은 나쁘지 않은 상태죠. 몸은 완전히 회복한 겁니까?”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즉시 수하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 * *
그레니안 왕궁 집무실에 모두가 모였다.
나와 군신 관계를 맺은 이들과 함께 이번 전쟁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했다.
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현재까지 왕국 연합에서 십 오만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직할령 국경을 넘었습니다.”
며칠 사이 병사는 오만 명이나 늘었다.
릴리안이 혀를 내둘렀다.
“에릭 가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병력을 더 동원했다고?”
“네.”
나 역시 켄의 보고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에릭 가문이 사라졌다면 왕국 연합이 조금 주춤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병사들의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진 느낌이다.
곧바로 헤밀튼에게 물었다.
“왕국 연합 내부 사정은 어때?”
“징집에 큰 불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왕국 연합은 피레온 왕국의 조공을 받지 못하면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국가입니다. 병사들은 굶어 죽느니 징집에 응하여 밥이라도 먹고 풍요로운 직할령을 빼앗으면 굶주림을 면할 것이라는 귀족들의 약속을 믿는 것 같습니다.”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 전쟁터에 나선다라…….”
내 중얼거림에 켄이 말했다.
“굶주림의 고통은 그 무엇보다 큰 법입니다. 굶어 죽어가는 자식을 위해 전쟁터에 나가지 않을 아버지는 없죠.”
올리비아가 의견을 냈다.
“그건 이쪽 직할령에서도 내세우는 명분이에요. 식량 배급과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징집을 독려하고 있으니까요.”
“왕국 연합 쪽이 더 절박합니다. 피레온 왕국 출신 병사들은 풍요로운 땅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귀족들에게 수탈을 당했죠. 지금은 그 귀족들이 대부분 직위를 잃었습니다.”
켄이 말을 이었다.
“전하께서 직할령을 맡으신 이후 기존 귀족들이 가지고 있는 영토를 백성들에게 나눠 주겠다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반면 왕국 연합은 식량을 빼앗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 라는 명분으로 징집하고 있지요.”
게일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저쪽이 더 필사적일 수밖에 없군요.”
“네. 전하의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면서 도리어 좋지 않게 작용했습니다. 피레온 출신 병사들은 전쟁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리오덴이 오랜만에 의견을 제시했다.
“병사들의 동기가 중요합니까? 전하의 명령인데.”
“중요합니다. 전쟁의 명분에 병사들이 감응하지 못하면 탈영병이 많이 생길뿐더러 사기도 낮죠.”
내가 나서서 일차적인 문제를 정리했다.
“왕국 연합 병사들에 비해 우리 병사들의 절박함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인가?”
“네.”
켄의 말에 나는 뷔칸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축한 군량이 얼마나 되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리오덴, 데이비드 그리고 뷔칸은 직할령 지방을 돌면서 귀족들의 재산을 몰수하도록.”
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하.”
“그들을 품고 가려고 했지만 상황이 변했다. 그들은 여전히 귀족의 직위를 누리면서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으려 한다. 직할령에 귀족은 필요 없어.”
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그레니안만이 아니라 옛 피레온 왕국 지방도 모두 내 직할령이다. 기존 귀족들을 받아들여보았자 분란만 일어날 뿐…… 쳐낼 것은 쳐내고 가야지.”
나는 이어서 뷔칸에게 명령을 내렸다.
“귀족들에게 몰수한 재산으로 군량을 충원하여 그레니안으로 자원한 병사들과 그 가족에게 지급한다.”
“전하.”
켄의 목소리에 나는 손을 들었다.
“저쪽이 병사들의 절박함을 이용한다면 우리는 병사들에게 자부심을 준다. 자신의 것을 지키려고 싸우는 자가 먹고살기 위해서 싸우는 자보다 훨씬 더 강병으로 거듭나는 법이니까.”
이어서 나는 전쟁이 끝난 뒤 정책도 내놓았다.
“몰수한 재산만이 아니라 영토 역시 전쟁이 끝난 이후 기존 영지민들에게 합당한 방식으로 나눠주겠다. 자신의 경작지는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의 꿈이니까.”
켄은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내 파격적인 결정에 침을 꿀꺽 삼켰다.
“켄.”
“네, 전하.”
“십 오만이지만 저들을 몰살시킬 방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
켄이 그제야 웃으며 대답했다.
“네. 이제 릴리안 마법사님까지 돌아오셨으니 반격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