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2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27화(227/278)
227화.
나름대로의 포부를 밝힌 뒤 그레니안 수비에 집중했다.
왕국 연합은 생각보다 무척 신중한 듯 공격을 하지 않고 있었다.
“병사들 사이에 에릭 가문 멸문이 소문났습니다. 아마도 제인은 그 여파를 어떻게 수습해야 되나 고민이겠죠.”
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기가 떨어졌으니 쉽사리 공성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 그렇다고 그냥 퇴각하자니 이미 그레니안 앞까지 왔고.”
나의 말에 켄이 웃었다.
“저들이 하루에 소비하는 군량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양일 겁니다. 전쟁이 길어지면 우리가 훨씬 유리하죠.”
십만이 넘는 병사가 하루에 소비하는 군량은 얼마나 될까?
나 역시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상당한 군량이 매일 같이 소모되고 있는 건 확실하다.
왕국 연합은 본래 피레온 왕국에 식량을 의존하던 국가였다.
제국이 피레온 왕국을 정복하고 왕국 연합은 계절마다 받았던 공물을 받지 못했으니 비축 식량을 군량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군량이 모자란 사실을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어. 병사들이 훨씬 절박하게 전투를 치를 동기가 돼. 저 성만 넘으면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라고 지휘관들이 속삭이겠지.”
“그것도 한계가 명확합니다. 공성이 길어지면 결국 저들은 제풀에 쓰러집니다.”
켄이 말을 이었다.
“릴리안 마법사님에게 함정을 부탁해야겠습니다.”
“함정?”
“네. 릴리안 마법사님이 에릭 가문을 멸문시키고 쓰러졌다는 구체적인 소문을 퍼뜨리겠습니다.”
“릴리안이 부재중이라 소문을 낸다?”
“그렇습니다. 그런 뒤 우리는 무조건 수성에만 집중합니다.”
“적들이 다급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네. 저들은 다급해지면 총공세를 할 게 분명합니다. 우리가 수성하는 사이 릴리안 마법사님이 리오덴과 함께 저들의 퇴각 경로에 함정을 설치하고 총공격이 시작되면 릴리안 님까지 가세하여 막습니다.”
“수성에 실패하면?”
“끝이죠.”
켄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켄이 진하게 웃었다.
“수성에만 집중하면 막지 못할 경우는 없습니다. 최상급 정령사에 소드 마스터 세 명이나 있으니까요. 더구나 정령사는 공격보다 수성에 더 특화되어 있습니다.”
“뭐 그렇지.”
“총공격마저 막아내면 적들은 퇴각할 겁니다. 그때 릴리안 님의 함정이 위력을 발휘할 거고, 저희는 퇴각하면서 함정에 빠진 이들을 추격해서 궤멸시키면 됩니다.”
언뜻 무척 간단해 보이는 작전이다.
하지만 켄의 작전은 철저한 준비와 적의 퇴각로를 정확하게 예상하는 정밀함, 적들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확한 타이밍이 중요했다.
‘총공세를 막아내도 여전히 적들의 숫자는 우리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다. 성문을 열고 나가는 건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돼.’
나는 켄에게 말했다.
“작전을 채택하도록 하지. 그리고 릴리안과 리오덴 그리고 헤밀튼까지 부르지. 켄, 네가 말하는 함정이 단순한 함정은 아니지?”
“네. 릴리안 마법사님이 없다면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마법사님이 계시니 제가 구상하는 함정을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을 겁니다.”
“좋아.”
켄이 이어서 입을 열었다.
“적들을 궤멸시키면 제임스 공작님, 게일 님을 선두로 왕국 연합 수도까지 단숨에 진격해야 됩니다.”
켄은 수비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
“일단 릴리안과 이야기를 해 보자. 릴리안이 네가 생각하는 함정을 구현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하니까.”
“제가 불러오겠습니다.”
켄이 곧바로 집무실을 나갔다.
나는 홀로 남아 켄이 릴리안을 불러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병사 한 명이 급히 문을 두드렸다.
“전하!”
“무슨 일인가? 들어오게.”
병사가 문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전하, 적들이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나는 곧바로 몸을 일으킨 뒤 집무실을 나가 바람처럼 성벽으로 달려갔다.
집무실이 있는 왕궁과 성벽은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지만 스킬을 사용하며 달리자 금세 도착했다.
콰아앙-!
“막아라!”
성벽, 망루에서는 병사들을 독려하는 기사들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정령들을 소환했다.
운다인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면서 물의 폭풍을 펼쳤다.
콰아아아아아아-!
성벽 앞의 병사들을 쓸어버리는 운다인의 모습에 아군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내 옆으로 게일이 어느새 다가왔다.
“전하.”
“왔나? 적 소드 마스터를 예의 주시하게.”
“네.”
올리비아, 게일, 제임스 공작은 제인과 카렌을 맡아야 한다.
저들이 성벽 한쪽을 공략하여 뚫기 시작하면 기사나 병사들로는 막을 도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켄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릴리아 님은 성에서 쉬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시간이 맞지 않아 릴리안이 이번 전투에 참여했다면 세웠던 계획이 무너질 뻔했다.
나는 쉼 없이 스킬을 펼쳤다.
정령들에게 공급하는 마나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아났다.
최상급 정령 넷을 동시에 소환했지만 무리가 없었다.
내 경지가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최상급 정령들이 새로운 정령왕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전투에 더욱 집중했다.
정령들과 더 세밀하게 감응하고 스킬을 사용함에 있어서도 전보다 더욱 상세하게 소통하면서 정밀한 공격을 펼쳤다.
콰아아앙-! 쾅-!
내가 막고 있는 성벽은 적군이 다가오기를 두려워하는 게 눈에 보였다.
쾅-!
이프리트가 펼친 불의 장막을 가르며 한 남자의 신형이 성벽과 가까워졌다.
나는 곧바로 모든 정령들을 남자에게 날려 보냈다.
카렌이다.
‘아주 그냥 날 찾아다니는구만.’
굳어 있는 카렌의 표정에서 나는 어떤 승부욕을 느꼈다.
제인과 카렌은 올리비아, 제임스 공작, 게일의 몫임에도 나는 망설이지 않고 카렌과 부딪혀 나갔다.
* * *
“어떤가?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기분은?”
노인의 말에 테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노인은 빙긋 웃었다.
“과연 제국의 황자다운 결개로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죽겠다는 건가?”
죽음을 언급하는 노인의 말에 테드의 몸이 살짝 떨렸다.
노인은 그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
“죽음이 두렵나?”
“가지고 노는 건 그만두고 그만 죽여라. 날 어디까지 끌고 다닐 셈이냐.”
드디어 말문이 터진 테드의 모습에 노인은 반가운 듯 대답했다.
“가지고 놀다니. 제국의 황자를 가지고 놀 이유가 어디 있겠나?”
노인의 말이 이어졌다.
“한 가지 더 말해주자면 아버지도 자네를 버렸지만, 자네의 외조부도 자네를 버렸네.”
테드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것도 믿을 수 없었다.
‘이들은 남부 야만인이 아니다. 야만인들을 조종하는 놈들이야.’
처음에는 이들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지금은 언뜻 짐작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들이 테드를 끌고 다니면서 했던 대화를 테드 역시 들었으니까.
남부에서 무엇인가를 획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테드는 내심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나는 자랑스러운 칼페온 제국의 황자다. 폐하는 물론이거니와 네가 말하는 네 외조부는 제국의 공작이시니 대의에 따라 결정하셨을 터. 나에게 들을 것도, 얻을 것도 아무것도 없으니 그만 죽여라.”
생을 포기한 듯한 테드의 말에도 노인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정말 죽여도 괜찮겠나?”
노인의 눈동자에 기이한 보라색이 물들었다.
테드는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듯 말했다.
“자랑스러운 칼페온 제국의 황자로서 죽는데 무엇이 두렵겠나.”
“아니, 그대는 두려워하고 있어. 그리고 배신감도 느끼고 있고. 자신을 버린 아버지, 외조부에게.”
“나는…….”
테드가 이내 발악적으로 외쳤다.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배신감도 느끼지 않아. 야만인인 너희 따위는 전혀 모르는 자긍심이라는 것을 나는 태어날 때부터 교육받았다. 제국의 황자는 야만인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다.”
노인의 눈동자 색깔이 더욱 진해졌다.
테드의 몸이 점점 더 거세게 떨렸다.
“네 아버지는 네 형이 벌이는 전쟁에는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더군. 서부에서 침략하는 요정들을 막기 위하여 어마어마한 군대를 출병시켰고.”
테드의 눈동자가 점점 흐릿해졌다.
“직할령이라 부른다지? 애초에 네 아버지의 구상에 너 따위는 없었다. 오직 네 형만 있었지.”
“아룬 형님은…….”
“더욱 놀라운 건 네 외조부가 네 형에게 가서 무릎을 꿇었다는 거지. 충성을 바치겠다고.”
테드의 몸이 이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렸고, 눈동자는 완전히 멍하게 변해버렸다.
“모두가 너를 버렸지.”
“나는…….”
“하지만 널 버리지 않은 존재가 계시다. 그분은 모두를 사랑하시지.”
“나를 버리지 않은?”
“그래. 네가 제국의 황자든, 야만인의 인질이든 상관없이 너를 사랑하시는 분.”
노인의 눈동자에서 새어 나간 보라색 빛이 테드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그분께 힘을 얻어라. 그리고 너를 배신한 이들을 응징해라.”
노인의 목소리가 두꺼워졌다.
“네가 힘이 없다고 버린 아버지, 네 세력이 미비하여 더 이상 너를 후원하지 않고 구원하지도 않은 외조부 그리고 네가 갖고 싶었던 제국.”
“내가 가지고 싶었던 제국…….”
“그분은 네게 제국을 선물할 것이다. 황태자가 아니라 황제가 되는 것이다.”
“황제!”
테드가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곧 문이 열리고 중년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레트다.
“대사제님.”
노인, 대사제는 한숨을 쉬었다.
“정화의 신께 한 명, 한 명 귀화시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다레트가 진하게 웃었다.
“그래도 대사제님 정도로 믿음을 강화시키는 분은 없습니다.”
“이 자를 지휘관으로 남부의 야만인들을 통솔하게 하면 됩니다.”
“자질은?”
“네크로맨서가 될 자질이 충분합니다.”
다레트가 감탄을 터뜨렸다.
“오!”
“론 칼 레오드의 핏줄이라 그런지 확실히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사제의 말에 다레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자가 깨어나면 진격시키겠습니다.”
“네. 다레트 사제님은 다시 왕국 연합으로 돌아가 카렌 님을 보좌해주세요. 에릭 가문이 멸문했다고 합니다.”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그새 왕국 연합에 큰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다레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릭 가문이 말입니까?”
“릴리안 마법사의 짓이라고 하더군요.”
다레트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레트 사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릴리안을 회유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다 신의 뜻이 있겠죠.”
“대사제님 정화의 신 강림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대륙에 거대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내뿜는 악의는 하늘에 닿을 것이고 그때 우리의 힘은 더욱 강화될 겁니다.”
“인간의 사악한 악의가 우리의 신을 강림시키고 강림한 신께서 세상을 정화하시면 모든 게 새로이 시작되겠죠.”
대사제가 따뜻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 우리는 신을 보좌하는 새로운 대륙을 이끌어 나갈 겁니다.”
대사제는 속의 말은 하지 않았다.
‘유일한 인간으로서 나는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