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3화(23/278)
23화.
소리스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쾅-! 쾅-!
켄의 검이 연이어 아룬을 때렸지만, 물의 정령을 이용한 실드를 뚫지 못했다.
소리스가 놀란 건 켄의 공격을 방어하는 아룬의 실드가 아니라 아룬의 움직임 자체였다.
‘소드 익스퍼트 중급인 켄의 움직임을…… 전혀 놓치지 않고 있다.’
불과 하루 전에 서로 다른 속성의 정령을 동시에 부리면서 그에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무리 뛰어난 정령 친화력을 가졌다 해도 기술을 개발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
아룬은 단 하루 만에 기술을 개발한 것은 물론 대련을 통해서 점점 더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켄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 신형을 둘로 나누었다. 일종의 착시 현상이었다.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 신형의 잔상이 남아 마치 몸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이다.
아룬은 마치 켄의 다음 움직임을 읽어낸 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검이 향하는 곳에 먼저 실드가 형성되었고, 실프의 칼날이 켄의 빈틈을 노렸다.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아룬의 움직임은 대련의 양상 자체를 흔들었다.
어제까지 켄이 적당히 아룬의 수준에 맞춰 좀 더 강한 정도로 아룬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다면, 오늘의 대련은 완전히 달랐다.
켄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전력을 다해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심하고 무능하다더니…… 완전히 반대로군. 황태자가 자신의 재능이나 힘을 숨기기 위하여 일부러 위장한 거였나?’
황궁은 물론이거니와 수도, 지방의 영주들에게까지 황태자의 무능함은 유명했다. 아버지 황제는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니었고, 같은 형제들과 비교할 때 너무나 떨어지는 능력에 황태자가 교체될 거라는 소문도 무성했다.
하지만 소리스가 직접 보고 있는 아룬은 소문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궁에 도둑 길드를 끌어들일 정도로 과감한 면도 있고, 켄은 이미 황태자에게 충성하고 있다. 켄이 누구에게 쉽게 충성을 맹세할 사람이 아닌데…… 그 짧은 기간에 켄의 마음을 얻었다는 것도 범상치 않은 일이야. 정령사로서의 재능은…… 감히 측정할 수 없을 정도다.’
길드장은 황태자에게 줄을 댈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소리스는 켄의 판단을 믿었다.
그가 궁에 들어오기를 권유했고, 황태자와 함께 일하기를 제안하면서 길드원들 중 자신의 세력이라 할 수 있는 길드원들을 데리고 입궁했다.
길드장은 가뜩이나 자신이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길드원들과 소리스가 제 발로 사지로 걸어간다고 생각하니 쉽게 보내주었다.
‘도박이었지만 성공하면 그만큼 큰 판돈을 먹는 법이지.’
소리스는 이제 켄을 밀어붙이고 있는 아룬을 보면서 옅게 웃었다.
‘황태자가 황제가 되면…… 도둑 길드가 아니라 황제의 손발이 될 수 있다. 황궁 직속 기관이 되는 것도 결코 꿈은 아니야.’
급하게 마음먹지 않았다. 소리스는 최소한 십 년 이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먼 미래를 차근차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소리스가 볼 때 아룬의 재능은 대륙에서 최고의 재능이었다.
‘태초의 맹약에 따른 계약 소환에서 최상급 정령을 소환하는 점, 정령을 부리는 기술을 단 하루 만에 만들어내는 점은 그 어떤 정령사도 해내지 못하는 일이니까.’
그 순간, 켄의 검이 아룬의 목덜미를 노렸다.
소리스가 짧게 외쳤다.
“켄!”
켄의 검이 아룬의 목젖 앞에 바로 멈췄다.
켄이 허어, 한숨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이거…… 망신이네요. 단 며칠 만에 전력을 다하게 되다니요.”
털썩 주저앉는 켄을 슬쩍 본 뒤 소리스는 아룬을 향해 말했다.
“전하에 대한 소문은 모두 헛소문에 불과했군요.”
“본래 소문이라는 게 그렇지. 실체도 없고…… 진실이 아닌 경우도 허다하고.”
아룬의 말에 소리스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켄의 제안을 받고 입궁했지만 전하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 본 전하의 모습은 제 인생을 걸어도 부족하지 않겠다고 느껴졌습니다.”
“인생을 건다라…….”
“전하와 함께 보다 큰일을 도모하고 싶습니다.”
소리스는 내심 아룬이 거부하지 않으리라 짐작했다.
황태자는 아무런 세력도 없고 인재도 게일과 켄, 둘뿐. 황태자라는 직위는 물론이거니와 목숨을 지키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세력이다.
본인의 재능이 대단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
‘현재 황태자는 직위와는 다르게 권력에서 가장 멀어져 있는 인물. 지금이 적기다. 황태자의 재능이 널리 알려지면…… 줄을 대는 인물이 더 많아질 거고 그때가 되면 나 정도의 인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어.’
아룬의 대답은 금방 나오지 않았다.
소리스는 그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기다렸다.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도와주는 사람을 잊기란 쉽지 않지. 지금 황태자의 선택을 받으면 그가 황제가 되었을 때 나는 개국공신이나 다름없는 입지를 다지게 될 것이다.’
“하나만 묻죠.”
아룬의 목소리에 소리스가 고개를 들었다.
“네, 전하.”
“지금 나를 선택하는 건 어쩌면 목숨을 건 도박이야. 그건 알고 있지?”
소리스는 부정하지 않았다.
아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소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묘한 아룬의 눈빛이 자신을 꽁꽁 묶은 느낌 때문이었다.
“너와 네 길드원의 능력을 보겠다. 선택은 그대가 아니라 이 나라의 황태자인 내가 할 것이니.”
소리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 *
규칙적인 생활과 훈련 덕분인지 한 달 만에 내 몸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하긴 열일곱 살이면 한창 성장기이지.”
나는 욕실에서 거울을 보면서 옅게 웃었다. 거울에 비친 나는 얼굴도 얼굴이지만, 몸 역시 상당히 훌륭했다.
뼈밖에 없는 마른 몸에 탄탄한 근육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키도 처음 칼페온 제국에 왔을 때보다 조금 더 자란 것 같았다.
달라진 건 육체만이 아니다. 몸 내부의 마나홀은 바람의 호흡법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었다.
나는 대충 몸을 모두 닦은 뒤 욕실에서 나왔다.
켄이 시녀, 하인들과 함께 분주하게 식사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나오셨습니까.”
켄도 이미 깨끗이 씻은 모양인 듯 갈색 머리카락이 물기에 반짝거렸다.
“응. 그대도 같이 먹지.”
“네.”
켄은 내 제안을 거부하지 않고 자리를 잡았다.
시녀, 하인들이 나간 뒤 나는 문을 슬쩍 보며 말했다.
“다들 도둑 길드 출신인데 일에 익숙하네.”
켄이 피식 웃었다.
“살기 위하여 하지 않은 일이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림자 걸음 길드에 들어온 뒤로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지만, 전에는 모두 평범한 평민이나 노예들이었죠.”
“그런가.”
나는 새삼 계급 사회의 현실을 느꼈다.
조만간 진짜 하인들이 들어오면, 그림자 걸음 길드원들은 지금 하는 일에서 벗어나게 해 줄 생각이었다.
그 점은 켄에게도 말했다.
“저들이 내 선택을 받으면 적당한 조직을 만들지. 시기는 봄 평가 뒤로 하고.”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봄 평가 대회까지 암살 시도를 막은 공을 적당히 치하하여 내보낼 생각이고.”
자신이 속한 길드였고, 소리스와의 친분도 상당한 듯 보였지만 켄은 내 결정에 큰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엄격한 잣대를 내밀었다.
“사람을 선택하는 건 언제나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됩니다. 황궁 암투는 결국 믿을 수 있는 세력이 가장 중요한 법입니다. 특히 그림자 걸음 길드의 특성을 생각했을 때 양지의 세력이 아니라 음지의 세력으로 쓰셔야 됩니다. 음지의 세력을 선택하는 건 양지의 세력을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일이니까요.”
나도 켄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 소리스는 나름대로 인생을 건 도박을 하고 있지만…… 권력에 줄을 대는 건 원래 위험을 동반하는 법이지.”
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의 주제를 슬쩍 바꾸었다.
“전하처럼 성장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이제 제가 저절로 전력을 다하게 되더군요.”
“그런가?”
솔직히 나는 내 성장이 얼마나 말도 되지 않는 일인지 실감하지 못했다.
영웅 카렌의 기연과 성장 속도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에 비해 내 성장 속도가 엄청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뭐 내가 워낙 괴물같이 설정해 놓아서…….’
미래에 그가 제국의 적이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고, 나는 그의 적이 될 칼페온 제국의 황제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중이다.
즉, 최종 보스의 아들인 이상 카렌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켄은 그런 내 모습을 그저 겸손함 정도로 받아들였다.
“네. 전하와 같은 분은 들어 본 적도 없습니다. 소리스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정령사로서 전하의 가능성을 본 것이죠.”
“권력에 줄을 댈 때 생각해야 될 점이 많은데…… 그가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선택했을 정도로 정령사로서의 내 재능이 대단하다는 뜻인가?”
“물론이죠.”
켄의 아부 아닌 아부를 들으며 본격적으로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했다.
“그림자 걸음 길드가 어쨌든 입궁했어. 이제 그들을 활용해야지. 게일이 돌아오기 전에 일은 분명히 벌어질 거다.”
내가 말하는 ‘일’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켄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칠황자 궁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파악했습니다.”
내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벌써?”
“네. 시녀 중 몇 명은 이황자, 칠황자 궁의 주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황궁은 하나의 도시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황궁 주방만 하더라도 수십 개다. 그 중 가장 위에 있는 게 바로 황제의 식사를 담당하는 곳이고 그 아래로 황제의 직계 가족의 식사를 담당하는 주방들이다.
황태자 주방 역시 황제의 식사를 담당하는 주방 아래 기관이라 할 수 있었다.
테드와 첸의 궁 주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방은 많은 정보가 오가는 곳입니다. 시녀들은 그곳에서 황족들 욕을 하기도 하고 은밀한 정보를 자신도 모르게 떠들기도 하죠. 상대를 파악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곳을 공략하면 효과적입니다.”
나는 짧게 말했다.
“좋군.”
“첸은 최근 마음이 급한 모양입니다.”
켄은 칠황자 궁에 대해 파악한 정보들을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난 암살 실패 이후 전하가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니 도리어 불안해진 모양입니다. 칠황자 첸의 성격은 욕심이 많고 급하며 거만합니다. 전하를 적수라고 여기지도 않았는데 한번 부딪쳤고 전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셨죠. 그리고 봄 평가에 대결하기로 약속했는데…… 첸의 성격을 고려하면 봄 평가에서 전하를 만나는 자체를 수치로 생각할 겁니다.”
“그렇지.”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켄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래서 뱀의 독 길드를 섭외했는지 본래 칠황자 세력이 관리하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들을 이용해 전하를 해치려 했고 실패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했다.
“전하의 저의가 궁금하지만 폐하의 명령 때문에 황태자궁에는 접근도 할 수 없죠. 그래서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뱀의 독 길드는 자신의 길드 명예를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겠죠.”
켄이 나와 눈을 맞췄다.
“흔들리고 다급한 적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전하.”
나는 대충 짐작이 되었지만 켄이 어떤 방식으로 말할지 궁금하여 고개를 저었다.
“무엇이지?”
“바로 미끼를 던지는 겁니다. 그리고 첸에게 던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미끼는 전하입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역시, 내가 썼고, 알고 있는 켄이다. 돌아가는 법이 없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내가 미끼가 되라는 뜻인가?”
켄이 짧게 대답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