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3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31화(231/278)
231화.
올리비아의 오러는 병사도, 기사도 용서하지 않았다.
쾅-! 쾅-!
릴리안이 설치한 함정들은 쉼 없이 터지고 있었다.
함정과 올리비아의 공격으로 왕국 연합 병사들은 보급품을 지킬 의지조차 잃었다.
일부 병사들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공포는 전염병처럼 번졌고 거의 모든 병사들이 칼을 내려놓았다.
“하, 항복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건 기사도 다르지 않았다.
올리비아는 검을 멈췄다.
“검을 버려라. 항복하는 자들은 살려줘라!”
-행여나 작전에 성공하고, 큰 승리를 거두더라도 보급품을 빼앗을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포로도 잡지 마십시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것들을 불태우고 처단하셔야 됩니다.
켄의 말이 떠올랐지만, 올리비아는 차마 검을 버린 병사들까지 벨 순 없었다.
그래도 보급품을 가지고 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은 보급품은 모두 태워라!”
기사들과 병사들이 서둘러 보급품에 불을 붙였다.
아직 함정은 계속 터지고 있었기 때문에 보급품이 모두 소실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포로들을 끌고 그레니안으로 돌아간다!”
헤밀튼이 올리비아에게 급히 다가왔다.
“대장님, 포로들은 버려야 합니다.”
올리비아가 얼굴을 찌푸렸다.
“포로들을 버려야 한다니?”
“적 진영과 국경은 가깝습니다. 이미 저들은 기습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고 분명 원군을 보냈을 겁니다. 빠르게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자칫 그레니안으로 가는 길이 막힐 수 있습니다.”
올리비아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포로를 데리고 가지 않으면 모두 죽을 텐데.’
보급품을 지키지 못했으니 원군의 지휘관은 당연히 항복한 병사들을 죽일 것이다.
올리비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포로를 버린다.”
헤밀튼은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황태자비 전하가 포로를 잡으면 반드시 버리라고 하십시오. 버리라고 하실 때는…….
켄이 했던 말을 고스란히 전하자 올리비아는 망설이지 않고 포로를 버렸다.
헤밀튼은 켄이 어쩌면 이 모든 상황을 미리 예측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군.’
헤밀튼이 앞장섰다.
돌아가는 길은 적들이 막고 있으니 적들이 모르는 길로 가야 하니까.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산으로 접어들면 은밀히 움직이겠습니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부대장의 말을 따르도록. 후미는 내가 맡겠다.”
헤밀튼이 자신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황태자비 전하!”
“여기서 나보다 강한 기사가 있습니까?”
아무도 올리비아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올리비아가 헤밀튼에게 다시 말했다.
“서둘러 출발하도록.”
“네.”
헤밀튼은 어쩔 수 없이 길을 잡았다.
곧바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기사들이라 헤밀튼의 속도를 무리 없이 따라잡았다.
올리비아는 가장 마지막으로 뒤를 살피며 달렸다.
‘헤밀튼은 전하에게 정말 중요한 수하야.’
그와 함께 작전을 해보니 올리비아는 확실히 느꼈다.
헤밀튼은 단순히 정보 집단의 수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평생을 서부에서 살던 사람이 마치 대륙의 모든 지리에 통달한 듯 보였으니까.
노예 출신으로 대륙은 돌아다니지도 못한 사람인데, 산이면 산, 강이면 강 모든 길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토박이들도 모르는 은밀한 길까지.
“곧 산이다! 산에 들어가면 적들이 추적할 수 없도록 할 것이니 힘내서 달린다!”
헤밀튼의 말에 모든 기사들이 더욱 힘을 냈다.
올리비아도 마찬가지였다.
작전을 성공했으니 이제 아룬과 했던 약속을 지킬 차례다.
-반드시 무사히 돌아와야 한다.
올리비아는 아룬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힘냈다.
곧 산이 보였다.
올리비아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번졌다.
이번 특공대 작전은 완벽한 성공이니까.
* * *
적 진영에 소란이 생겼다.
나는 곧바로 켄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올리비아가 작전에 성공한 것 같아.”
켄이 검을 휘두르며 대답했다.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적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나는 진한 미소를 그렸다.
“드디어 시작이군.”
“저들은 다시 보급품을 보내올 것입니다.”
그 순간 적 진영에서 퇴각 신호가 울려 퍼졌다.
성벽을 공격하던 기사와 병사들이 물러가고 원거리 공격을 감행하던 마법사와 정령사의 공격이 멈추었다.
아군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나는 성벽 위에 털썩 앉았다.
“위험하십니다.”
켄이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럼 자네는?”
“저야 기사니 이 정도 높이에서도 가뿐히 뛰어내릴 수 있지만 전하께서는 그대로 다리가 부러지실 겁니다.”
“나도 정령들이 있으니 괜찮아.”
켄은 적들이 물러가는 것을 보며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겁니다. 지금 당장은 보급품 손실만 생각하겠죠. 하지만 지휘관들은 쉽게 간과합니다.”
“뭘?”
“병사도 사람이라는 사실을요.”
“사람?”
“먹어야 싸고, 먹고 싸야 사는 사람이요.”
켄의 미소가 진해졌다.
“왕국 연합은 사흘 간격으로 보급품이 충원했습니다. 그러면 사흘 동안 저들이 잘 먹고 잘 잤느냐? 그건 아닙니다.”
나는 흠, 하고 고민했다.
켄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왕국 연합 병사들은 최소한의 보급품만 받고 있었습니다. 사흘 중 마지막 날은 거의 굶었지요. 즉 사흘이라는 기간은 저들이 충원받은 보급품으로 겨우겨우 버틸 수 있는 최대한의 날들입니다.”
“그렇군.”
“보급품이 충원되지 않으니 저들은 계속 굶게 될 겁니다. 이미 하루를 굶었고, 내일이면 이틀, 그다음 날은 사흘…… 병사는 기사가 아닙니다. 사흘만 지나면 공격하지 않아도 픽픽 쓰러지는 병사들이 많아지겠지요.”
켄의 미소는 어딘지 모르게 섬뜩했다.
‘내 사람이라 다행이다.’
나는 켄을 얻을 것을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저들은 이제 공격할 힘도 없을 겁니다. 파상공세는 끝났고, 앞으로는 보급품 충원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니 자연스레 군은 나뉘게 될 겁니다.”
켄이 몸을 일으켰다.
“이틀입니다.”
“이틀?”
“네. 저들은 이틀 정도 공격하는 시늉만 하다가 퇴각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성문을 열고 나가면 됩니다.”
켄이 말을 맺었다.
“릴리안 님에게 함정을 두 군데 설치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첫 번째는 보급품을 터뜨릴 함정, 두 번째는 퇴각하는 적들을 노리는 함정.”
* * *
“퇴각해야 됩니다.”
카렌의 말에 제인이 고개를 저었다.
“적들의 숫자가 처음보다 절반은 넘게 줄었어. 그런데 퇴각이라니?”
“보급품이 모두 불탔습니다.”
“배고픔은 병사들 모두 익숙해. 며칠 굶는다고 공격할 수 없는 건 아니야. 그리고 무엇보다 카렌 자네.”
제인이 후, 하고 숨을 몰아쉬며 카렌의 어깨를 단단하게 부여잡았다.
“자네가 있으니 충분히 할 수 있어.”
카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대사제께서 전령을 보내셨습니다. 그만 퇴각하라고요.”
“대사제께서?”
제인의 물음에 카렌이 말했다.
“네. 제게 남부로 빨리 내려와 달라고 하셨습니다. 악의 근본이 바로 그곳에 있다고요.”
“악의 근본이라면?”
“황제 말입니다.”
제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황제가 직접 남부로 내려갔나?”
“이황자가 교단에 귀의했습니다. 대사제께서 직접 가르침을 내려주셨습니다. 감복한 이황자가 순수한 남부인들을 데리고 진격하고 있는데 그걸 막기 위해 황제가 직접 남부로 내려갔다 합니다.”
카렌의 설명에 제인이 표정을 구겼다.
“이곳의 희생도 만만치 않은데 아무런 성과 없이 물러나라는 뜻인가?”
“악의 근본 황제만 없앨 수 있다면 이런 전쟁을 겪지 않아도 됩니다.”
“대사제의 결정이시니 어쩔 수 없지.”
제인이 한숨과 함께 말했다.
“퇴각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자네까지 빠진다면야…… 밤을 틈타 은밀히 가게.”
“네.”
“병사들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져나가야 돼. 자네가 없으면 병사들의 사기가 잔뜩 떨어지니까.”
카렌이 고개를 숙였다.
“반드시 악의 근본을 처치하여 연합이 교단과 함께 큰 뜻을 이루도록 돕겠습니다.”
* * *
켄의 예상은 놀랍도록 딱딱 들어맞았다.
적들은 분명 공격을 하고 있었지만 전처럼 적극적이지가 않았다.
마법사의 마법은 빈약했고, 정령사의 정령들은 힘없이 날아다녔다.
성벽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궁수만을 동원하여 공격했다.
그래서 막기가 쉬웠다.
병사들은 할 일이 없었고 나는 성벽에 앉아 최상급 정령들만 내보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까.
“시늉만 해도 정도껏이지 곧 퇴각하겠다고 아주 대놓고 티 내는구만.”
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병사들은 물론이거니와 기사들 얼굴에도 조급함이 보여.”
“이제 슬슬 성문을 열고 나갈 때가 되었습니다. 황태자비 전하만 오시면 곧바로 진격하시죠.”
“좋군. 참, 릴리안은?”
“여전히 9서클에 심취해 계십니다.”
릴리안은 카렌과의 전투 뒤 일종의 폐관 수련에 들었다.
홀로 방 안에 틀어박혀 수련만 하고 있었다.
켄이 흠, 하고 고민을 말했다.
“릴리안 님이 합류하면 왕국 연합 수도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갈 수 있는데 그게 걱정입니다.”
“릴리안이 없어도 가능하지 않아?”
“더 적은 희생을 위해서입니다.”
“하긴 릴리안이 있으면 우리의 전력이 한층 올라가니까.”
나는 최상급 정령들을 다시 정령계로 돌려보냈다.
적들이 진영을 물리고 있었으니까.
“오늘 헤밀튼을 적진에 침투시켜주십시오.”
켄의 요구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카렌의 이목을 속일 순 없어. 매우 위험해.”
“카렌이 아무래도 적 진영에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켄에게 시선을 돌리며 놀랐다.
“카렌이?”
“카렌은 몇 번의 공격 속에서 압도적인 신위를 선보였습니다.”
“그렇지. 소드 마스터 두 명, 최상급 정령사 한 명을 홀로 묶어 두었으니까.”
“카렌은 왕국 연합 병사들이 굶주림에도 버틸 수 있었던 버팀목이었습니다. 제인이 아니라 카렌이요.”
“그야 뭐, 마치 아바마마의 신위와 비교될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었으니까.”
“아무리 저들이 퇴각을 결심했어도 사기가 떨어진 게 보입니다. 식량이 부족하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저토록 급속도록 사기가 떨어진 모습은 카렌의 이탈 말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나는 급히 물었다.
“그럼 지금 당장 성문을 열고 가는 게 어떤가?”
“한 번 확실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헤밀튼을 잠입시켜 달라 요청드린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켄의 통찰력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
‘자칫 카렌이 있다 하더라도 헤밀튼이라면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헤밀튼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그는 적이 우글거리는 성에 잠입하여 소드 마스터를 벤 사람이니까.
“좋아. 헤밀튼을 부르지.”
켄이 즉시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헤밀튼은 내가 있는 성벽까지 금세 왔다.
“전하, 찾으셨습니까?”
“오면서 군사가 대강 설명했지?”
헤밀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만약 적 진영에 잠입했을 때 카렌이 진영에 있는 것이 확인되면 즉시 빠져나와.”
“물론입니다.”
나는 헤밀튼의 어깨를 두드렸다.
“곧 출발하겠습니다.”
“데리고 갈 수하들은 직접 뽑아서 데리고 가.”
“혼자 다녀오는 게 편합니다. 적 진영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그저 지휘관의 존재 유무만 확인하는 것이니까요.”
켄이 말했다.
“카렌의 부재가 확실하면 적 진영 인근에서 은신하여 신호를 보내주십시오. 신호가 올라오면 성문을 열고 즉시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