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3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32화(232/278)
232화.
희미한 달이 떠올랐을 때 헤밀튼이 신호를 보냈다.
나는 즉시 외쳤다.
“성문을 열어라!”
그레니안의 거대한 성문이 드디어 열렸다.
필사적으로 성문이 뚫리지 않기 위하여 방어했던 날들은 이제 끝났다.
나는 가장 먼저 성문을 나가며 병사들을 이끌었다.
“적장이 도망쳤다! 보급품이 끊긴 저들은 굶주렸다!”
나의 말이 전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나는 최상급 정령들을 대동하고 미친 듯 달렸다.
적들은 우리가 갑작스레 성문을 열고 나오자 당황한 듯 진영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실피드가 적 진영 위를 날았다.
이프리트가 화염을 뿜어내며 적들을 태웠고, 운다인은 폭풍으로 적 진영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클라임이 지진을 일으켜 적들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제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삼십만의 가까운 병사들이 아닌가.
저 어마어마한 병사들을 정녕 버린 것일까?
나는 절로 의문이 들었다.
제인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저들을 저렇게 버리면 왕국 연합은 결코 무사할 수 없다.
수도로 곧장 진격해도 막아낼 병사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나중 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나는 크게 외쳤다.
“검을 버리는 자들은 살려준다!”
왕국 연합도 제국이 정복해야 되는 땅이다.
그들과 한 하늘을 두고 살아갈 순 없었다. 어머니의 죽음이 그들과 연관되어 있었고, 제국과 왕국 연합은 우호 관계로 돌아서기에는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다.
하나둘 병사들이 검을 버리기 시작했다.
총사령관은 보이지도 않고 기사들 역시 전의를 상실해버린 지 오래다.
자신들의 숫자가 몇십 배는 많았지만 이미 숫자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왕국 연합 병사들에게 성문을 열고 나온 직할령의 만 명 남짓한 병사들이 수백만으로 보이고 있을 것이다.
기사들조차 크게 대항하지 않고 검을 버리자 나는 곧바로 켄을 찾았다.
“전하.”
“릴리안과 먼저 가서 함정을 해체하도록. 포로들을 분류하고 진영을 정비한 뒤 왕국 연합 수도로 곧장 들이칠 생각이다.”
“네.”
켄이 부관에게 내 명령을 전달했고, 다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입니다.”
“시간 싸움?”
“네. 제인과 카렌이 도망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나는 그게 가장 궁금했다.
“삼십만이나 되는 병력들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도망친 이유가 무엇일까?”
켄도 고민에 잠겼다.
나는 켄의 대답을 기다리면서 정화의 불꽃단을 떠올렸다.
‘그들이 아무리 전 대륙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하더라도 제국에 맞서려면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병사들을 모두 버리다니.’
왕국 연합과 정화의 불꽃단은 한 몸이나 다름없다.
정확하게는 왕국 연합 배후에 정화의 불꽃단이 있다.
남부의 야만인들을 움직이는 것도 정화의 불꽃단이며, 서부의 요정들을 진격시킨 것 역시 정화의 불꽃단이다.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대륙의 여러 세력에 큰 영향력을 끼쳐왔고 이제 그 영향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들이 지배하지 못한 건 오직 칼페온 제국뿐이었다.
론 칼 레오드를 끌어들였다면 그들은 어쩌면 훨씬 더 일찍 목적을 달성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화의 불꽃단을 론 칼 레오드, 나의 아버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원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지금 대륙은 거대한 전쟁에 휩싸였다.
나는 전쟁의 당사자 중 한 명이고.
전투는 의미 없이 끝났다.
삼십만 명 대부분이 그대로 항복했으니까.
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빨리 이곳에서 벗…….”
“아룬!”
그레니안 성 방향에서 릴리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릴리안이 하늘을 가득 메우는 빛의 구체를 만들어냈다.
고오오오오-!
순백의 빛은 그레니안 전체를 밝혔다.
달빛마저 삼킨 빛에 포로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지?”
나도 모르게 왕국 연합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몸에서 알 수 없는 연기가 흘러나왔다.
“모두 성으로 후퇴해!”
릴리안이 다시 한 번 크게 외쳤다.
켄이 말했다.
“전하, 뭔가 이상합니다. 병력을 물러야겠습니다.”
이상한 느낌은 나만이 아니라 기사들, 병사들까지 모두 느끼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그레니안 성으로 돌아간다!”
내가 말을 마친 순간 포로들의 몸에서 나는 연기가 릴리안의 구체가 뿜어내고 있는 빛을 튕겨냈다.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빛이 튕겨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눈으로 보였다.
“그으으으!”
포로의 입에서 사람의 음성이라고 할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짐승과 같은 울음소리.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 나오는 연기가 점차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켄의 얼굴이 굳어졌다.
“전하, 즉시 성안으로…….”
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포로들이 아군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게도 포로 한 명이 달려들었는데 나는 본능적으로 실프를 불렀다.
쾅-!
“컥!”
실프가 단 한 번의 충격으로 역소환 당했다.
최상급 정령사가 되면서 하급 정령이 역소환 당해도 내게 타격은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마치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포로들은 눈동자마저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곧 검은색 연기와 더불어 포로들의 피부에 붉은 반점들이 올라왔다.
켄이 검을 휘두르며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건 생체 구울입니다.”
“생체 구울?”
“네.”
켄이 이를 갈았다.
“삼십만 중 거의 전부가 생체 구울로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보통 네크로맨서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내 얼굴도 절로 굳어졌다.
* * *
성안으로 겨우 후퇴했다.
생체 구울들은 끝없이 성을 공격하다가 해가 뜨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항복한 왕국 연합 병사들이 대부분 생체 구울로 변해버렸다.
생체 구울은 인간이 아니다.
두려움도 없으며 화살 한 방에 잘 죽지도 않는다.
성문을 나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왕국 연합까지 단숨에 진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다시 성으로 후퇴했다.
모두가 침울한 표정으로 회의실에 모였다.
켄이 입을 열었다.
“포로로 잡으려 했던 왕국 연합 병사들이 생체 구울로 추정되는 생명체로 변했습니다. 릴리안 님, 생체 구울과 그들이 변한 이유에 대해서는 릴리안 님이 설명해주십시오.”
“그러지.”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체 구울과 구울의 차이점은 하나. 생체 구울은 네크로맨서라 불리는 흑마법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구울, 흔히 알려져 있는 구울은 오랫동안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어둠의 기운을 흡수한 시신이 변해서 탄생한다는 사실이야.”
내가 물었다.
“왕국 연합 병사들은 생체 구울, 네크로맨서의 작품이라는 말이군.”
“맞아. 전하. 자, 문제는 저 수십만 명의 생체 구울을 만들어낸 네크로맨서가 한 명이라면 나보다 더 강한 흑마법사라는 뜻.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릴리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아마 적은 최소 수백 명 이상의 네크로맨서가 있다고 보아야 돼.”
켄이 물었다.
“왕국 연합에 네크로맨서를 수백씩이나 키울 여력이 있을 리 없습니다. 네크로맨서는 마법사와 다르게 마계의 존재와 계약을 맺어야 되지 않습니까? 각 교단들이 수백이나 되는 네크로맨서가 마계와 계약을 맺을 동안 몰랐다는 건…….”
“마왕급이면 가능하지.”
릴리안의 말에 켄이 입을 다물었다.
“마왕급은 한 명이 아니라 수백, 수천의 네크로맨서와도 계약할 수 있어.”
내가 정리했다.
“적은 수백의 네크로맨서들이 있고 그들을 활용하지 않다가 모종의 이유로 제인과 카렌이 먼저 진영을 떠난 이후 네크로맨서들로 병사들을 생체 구울로 만들었다. 현 상황은 이 정도인가?”
나는 헤밀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헤밀튼.”
“네.”
“왕국 연합에 정보원들을 더 투입해. 이건 직할령과 왕국 연합과의 전투가 아니야. 수백의 네크로맨서라면 대륙 전체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안.”
“말해.”
“오늘 방어를 맡아줘. 나는 황도에 다녀와야겠어.”
“황도?”
“아바마마께 이 사실을 직접 보고해야지. 직할령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나는 다시 한 번 수하들을 둘러보며 말을 맺었다.
“방어에 최선을 다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격려하고. 아바마마를 뵌 뒤 곧 돌아오지.”
회의를 마친 뒤 나는 곧바로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올리비아와 제임스 공작도 함께 가지 않고 수행원 몇 명만 대동한 뒤 걸음을 옮겼다.
‘마왕급이라.’
나는 걸으며 릴리안의 말을 떠올렸다.
정화의 불꽃단 존재 의미는 이 땅에 마왕을 강림시키는 것이다.
마왕이 일으키는 전란을 ‘성전’이라 표현하며 악으로 물든 세상을 정화하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한다.
그들에 대하여 알아보면서 알게 된 거의 유일한 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정말 오랫동안 준비한 듯 정화의 불꽃단은 서서히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는 존재를 숨기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일까?
생체 구울은 내게 큰 충격을 던졌다.
지금껏 내가 싸워오던 적의 정의를 바꾸어버렸으니까.
‘제국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륙에 사는 모든 인간들을 위한 전쟁이 되어가고 있다.’
“준비 끝났습니다. 전하.”
마법진에 있던 수행 마법사가 미리 소식을 듣고 마법진 발동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고 마법진을 타고 황도로 향했다.
약간의 이질감과 함께 잠시 시야가 사라졌다.
시야는 금세 다시 돌아왔고, 나는 조금 전에 서 있던 곳이 아니라 황도에 설치된 마법진 위에 도착했다.
“전하!”
황도 마법진을 관리하고 있는 마법사가 나를 발견하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대강 인사를 받은 뒤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황궁까지는 지척이다.
걸음을 빨리하자 금세 황궁 정문이 보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오는 황궁에 어떤 감회를 느낄 새도 없었다.
일이 워낙 급했으니까.
황궁 안의 신하들은 내가 등장하자 모두가 놀라서 서둘러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마침 대전 신하를 만나 나는 곧바로 말했다.
“대전으로 갈 것이다.”
“전하, 지금 폐하께서는 계시지 않습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바마마께서? 혹시 남부로 내려가셨나?”
대전 신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얼마 전에 내려가셨습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직할령 방어는 릴리안이 있으니 어떻게든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아바마마와 함께 논의를 해야 되는데.’
나는 결심했다.
“지금 즉시 모든 신하들에게 대전으로 들라 전하도록.”
“네?”
“대전 회의를 소집하겠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직할령에 관한 모든 권한을 주셨지만, 자신의 권한을 주신 건 아니다.
대전 회의는 오직 황제만이 소집할 수 있었다.
내가 대전 회의를 소집하는 건 불충을 넘어 자칫 반역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대전 신하의 굳은 표정을 보면서 나는 상황을 설명했다.
“왕국 연합에서 수백이 넘는 네크로맨서가 양성되었다. 지금 왕국 연합 병사들은 인간이 아니라 생체 구울이 되어 직할령을 공격하고 있어.”
대전 신하가 경악했다.
나는 빠르게 말을 마쳤다.
“신하들을 소집하도록.”
“네. 즉시 연락을 돌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