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3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33화(233/278)
233화.
소식을 들은 귀족들이 대전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대전에 모인 귀족들 중 누구도 나의 월권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만큼 네크로맨서의 등장은 귀족들에게도 큰 충격이라는 뜻이다.
‘얀, 베레곤까지 전장에 나가는 바람에 고위 귀족들이 보이지 않는군.’
칼페온 제국은 신생 국가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고위 귀족들은 국가 건설 과정에서 ‘전공’을 세워 공신이 되었다.
즉, 공신 대부분이 문신이라기보다 무장이라는 뜻이다.
전쟁은 무장들의 숙명, 공신이라 하여도 예외는 없었다.
오히려 베레곤, 얀 공작과 같은 공신 가문들은 전쟁이 났을 때 가장 많은 재정 부담과 병사를 징발했다.
그건 지금 상황에도 다르지 않았다.
나는 모인 귀족들 중 가장 지위가 높은 파이크 후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 모였습니까?”
파이크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하. 지금 수도에 남아 있는 모든 귀족들이 모였습니다.”
나는 곧장 입을 열었다.
“오시면서 소식은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파이크 후작이 대표로 대답했다.
“네. 심각한 상황이더군요.”
나는 귀족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네크로맨서의 출연을 숨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직할령에서 황도까지 소문이 번지는 건 찰나에 불과하겠죠.”
나는 상황이 급박한 것만이 아니라 어차피 네크로맨서의 등장을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하여 귀족들에게 알린 것이다.
귀족들 역시 내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한 명이 등장해도 제국 전체가 떠들썩한 이들이 바로 흑마법사들이다.
흑마법사 중 가장 위험한 존재가 바로 네크로맨서. 산 사람을 시체로 만들고, 시체를 일으켜 세우는 마법을 사용하는 이들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그들은 마계의 존재에게 직접 힘을 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하나 같이 강력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네크로맨서가 족히 수백.
귀족들이 기절초풍하여 달려 온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직할령의 소식은 황궁에서 계속 듣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그레니안까지 밀렸지만 적 보급품을 모조리 태우면서 반격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기아에 허덕이는 왕국 연합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죠.”
나의 목소리가 대전 전체를 울렸다.
“반격을 시작하기 직전 제인을 비롯한 적 지휘관이 도망쳤습니다. 전황이 불리하여 도망쳤다 생각했는데 그들은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럼 지금 그레니안 상황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젊은 귀족의 말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왕국 연합 병사들이 모조리 생체 구울로 변하여 성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경악이 번졌다.
병사들 모두가 생체 구울이라니!
“족히 삼십만이 넘습니다.”
어떤 이는 기절 직전까지 몰렸다.
삼십만!
생체 구울은 일반 구울보다 강력하며 죽이기도 까다롭다. 인간 병사 열 명이 고생해서 한 마리의 생체 구울을 잡을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만 삼십만의 생체 구울은 삼백만의 군대나 다름없었다.
인간 군대보다 그들은 훨씬 효율적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네크로맨서의 명령에만 절대 복종하니까.
나는 침울하게 말했다.
“제국은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서부의 요정들, 남부의 야만인들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때 대전 문이 열렸다.
파이크 후작이 소리쳤다.
“무슨 짓이냐!”
대전 신하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송구합니다. 하지만 워낙 급보인 터라.”
대전 신하 뒤로 기사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죄송합니다. 전하!”
기사가 고개를 숙였다.
“급보가 무엇인지?”
“폐하께서 보내시는 서신을 가져왔습니다.”
“아바마마께서?”
나는 곧바로 기사를 가까이 불렀다.
수신자는 파이크 후작이었다.
-대전 회의를 소집하도록.
그에게 따로 당부할 게 있어서 보내는 서신이 아니라 그가 현재 황궁에 남아 있는 귀족 중 가장 작위가 높기 때문이었다.
-남부 야만인들 배후가 따로 있다. 그들은 네크로맨서들을 양성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정화의 불꽃단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이 대륙 전체를 전쟁터로 만들 속셈이다.’
나는 침묵하고 있는 귀족들을 향해 말했다.
“남부 야만인들에게 배후가 있고 네크로맨서를 양성했다고 합니다.”
“그럼 네크로맨서가…….”
파이크 후작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왕국 연합 병사들을 생체 구울로 만든 네크로맨서들이 남부로 이동하여 활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서로 다른 네크로맨서들인지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습니다.”
나는 차분해지려고 노력했다.
“갑자기 이렇게 네크로맨서가 나타났다는 건 그들이 모두 한 세력에 속했다는 뜻. 그리고 왕국 연합, 남부 야만인들 모두 그 세력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나는 이제 제국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두려워하고 있는 귀족들에게 알려줘야 된다.
지금 모든 힘을 동원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부와 명예 그리고 특권이 단숨에 사라짐을.
“아바마마와 함께 오랫동안 조사한 것이 있습니다. 어마마마의 죽음부터 시작된 조사입니다.”
내 입에서 황후의 이야기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듯 귀족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크로맨서들을 양성한 세력은 정화의 불꽃단이라 불리며 종교를 가장하고 오랫동안 민간에 숨어 있었습니다.”
귀족들과 정화의 불꽃단 정보를 공유하는 건 내 독단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바마마의 재가를 일일이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직할령은 물론이거니와 남부에도 원군이 필요한 상황이니까.
나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대전의 분위기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귀족들은 이제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제국이 진짜 위기임을.
내심 아버지가 있다면 그 어떤 적도 두렵지 않았는데, 그런 아버지조차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묘수가 없다는 사실을.
제국은 언제나 공격하는 입장이었다.
건국 과정부터 그랬다.
다른 국가를 멸망시키고, 항복시키며 건국했으니까.
건국 이후 진행되었던 전쟁은 모두 ‘통일 전쟁’이라 이름 붙였지만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전쟁이었다.
그런 제국이 처음으로 공격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격에서 제국은 멸망을 거론해야 될 정도다.
나는 모든 설명을 끝낸 뒤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상황은 모두 알았을 것이니 이제부터 대책을 논의해 봅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직할령은 삼십만의 생체 구울을 막아내고 있으며, 남부에서는 야만인은 물론이거니와 시체들이 일어나 제국을 공격하고 있으니까요.”
* * *
“게일, 저쪽 저놈 좀 처리해줘!”
릴리안의 말에 게일이 즉시 몸을 날렸다.
생체 구울 중 유독 머리가 큰 놈이 있었다.
생전에 왕국 연합 기사였던 모양인 듯, 기사 갑옷을 입고 있었다.
게일은 생체 구울들의 머리를 밟으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게일이 지나갈 때마다 생체 구울들의 머리가 몇 개씩 바닥을 굴렀다.
릴리안은 그사이 다시 한 번 성벽 밑으로 마법을 날렸다.
콰앙-! 쾅-!
9번째 서클 고리가 완전히 생긴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형태는 갖추었다.
오늘 릴리안은 혼자 족히 오만 마리가 넘는 생체 구울을 죽였다.
성벽에 미친 듯 달라붙고 있는 생체 구울들은 병사들과 기사들이 죽을 힘을 다하여 죽이고 있었다.
콰아아앙-! 쾅-!
제임스 공작과 올리비아는 릴리안 근처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보통 구울이 아니다. 보통 구울은 지능이 낮지만 이들은 인간과 거의 비슷한 지능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공작은 순백의 오러를 뿜어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조금 전 게일이 처리한 생체 구울은 지휘관이나 다름없었다.
성벽의 약한 곳을 찾아내어 공격하고, 기사들을 위주로 집중 공격하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릴리안을 죽이기 위해 노력했다.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구울과는 완전히 다른 지능이다.
제임스 공작과 올리비아는 릴리안이 오직 공격에만 몰두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호위를 맡았다.
그리고 게일은 중간중간 릴리안이 지적하는 생체 구울을 직접 처리하면서 성벽 전체를 누볐다.
콰아아앙-!
다시 한 번 릴리안의 마법이 터지는 순간, 제임스 공작이 크게 외쳤다.
“곧 해가 뜬다! 조금만 버텨라!”
병사들이 있는 힘을 다하여 창을 휘둘렀다.
인간 병사였다면 창으로 어디를 찔러도 치명상을 입겠지만 생체 구울은 달랐다.
목이 잘리지 않으면 이들은 끝없이 움직였다.
푸슉-! 푸슉-!
여러 개의 창이 몸에 꽂혔음에도 움직이고 있는 생체 구울을 보면서 병사 한 명이 질린다는 듯 창으로 생체 구울의 목을 꿰뚫었다.
“그르르륵!”
생체 구울은 병사가 창을 휘두르자 그제야 목이 잘려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서서히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처참한 시체의 모습에 병사는 두려움에 질린 듯 몸을 떨었다.
제임스 공작이 주저앉은 병사를 거칠게 일으켰다.
“한 번이라도 창을 더 휘둘러라! 내 뒤에 있는 가족들이 이 꼴이 되는 것을 보고 싶나? 아니면 이놈들의 먹잇감이 되는 꼴을 보고 싶나?”
“아닙니다!”
제임스 공작의 오러가 병사 뒤에 있던 생체 구울의 목을 잘랐다.
“모든 힘을 짜내라!”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전투에 합류했다.
이내 누군가가 크게 외쳤다.
“해가 뜹니다!”
그 말과 동시에 생체 구울들이 번개처럼 성벽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그들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조금 전까지의 전투가 마치 꿈이었다는 듯 병사들이 하나, 둘 쓰러졌다.
기사들도 자리에 주저앉았고, 제임스 공작 역시 숨을 몰아쉬었다.
참으로 다행인 건 생체 구울들은 오직 밤에만 활동하는 것이다.
해가 떠 있는 이상 생체 구울들은 모두가 모습을 감추고 해가 질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점 하나만큼은 왕국 연합 병사들과 싸울 때보다 편했다.
방어 시간과 휴식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제임스 공작 곁으로 릴리안이 다가왔다.
“공작, 상황이 심각해.”
“그래도 오늘 많이 죽였소. 십만은 넘게 죽인 것 같은데.”
“네크로맨서가 전장에 합류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야.”
“어떻게?”
“죽은 자들도 일으켜 세우겠지. 생체 구울 역시 목이 잘렸어도 자신의 목을 집어 들고 다시 일어날걸?”
릴리안의 말을 이었다.
“그나마 생체 구울로만 만들어 놓고 명령을 입력한 뒤 어디론가 떠나서 다행이야. 저들을 네크로맨서가 직접 지휘했다면 그레니안은 벌써 밀렸겠지.”
“뭔가 방법이 없겠소? 당신은 에릭 가문마저 단숨에 멸망시켰는데.”
“나 없이 반나절 버티는 게 가능은 해?”
제임스 공작이 쓰게 웃었다.
릴리안이 반나절 동안 마법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켜줄 힘이 없었다.
그녀가 없다면 그레니안은 진즉 무너졌으니까.
제임스 공작은 실로 오랜만에 무력함을 느꼈다.
“그래도 전하께서 무슨 방도를 가지고 오시지 않겠습니까?”
게일의 말에 릴리안이 고개를 저었다.
“전하도 딱히 방도는 없을 거야. 네크로맨서를 찾아내 죽이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인데 소재조차 찾기 힘드니.”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곧 돌아오시겠죠.”
올리비아는 씁쓸한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제 병사는…… 처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리고 생체 구울에 대한 소문은 무섭게 번져 왕국 연합의 공격에도 끝까지 그레니안을 지켰던 주민들이 하나, 둘 밤을 틈타 성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키는 게 의미가 있을까?’
올리비아는 아룬이 오면 직할령을 버리는 것 역시 고려해보라고 말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