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3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36화(236/278)
236화.
나는 스킬을 쏟아부으며 켄에게 말했다.
“지휘관 일부와 병사들을 천천히 후퇴시켜.”
“전하!”
“성안에 남아있는 모든 주민들을 내성으로 들여보내도록.”
켄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금의 상황은 켄의 비상한 머리로도, 나와 릴리안의 압도적인 스킬로도 해결할 수 없었다.
끝없이 몰려드는 키메라 구울들.
정확한 명칭은 아니지만 나는 몇 마리의 구울들이 합쳐져 한 마리로 변해버린 저들을 키메라 구울이라 불렀다.
몇 마리가 합쳐졌는데 본래 생체 구울보다 족히 열 배는 더 강했다.
단순히 전력이 더해지는 게 아니라 합쳐지는 순간 훨씬 더 강해졌다.
나는 성벽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왕국 연합의 공격, 카렌의 공격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성벽인데 키메라 구울들의 공격에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콰아아앙-! 쾅-!
또다시 키메라 구울들이 성벽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거대한 폭발로 인해 성벽이 흔들렸다.
바로 저 공격!
저 자폭 공격을 막을 수 없어 성벽 방어가 쉽지 않았다.
“릴리안! 내성벽에 마법진을 그리는 데 얼마나 걸리지?”
“금방 그리지.”
“후퇴하는 병사, 기사들과 먼저 가서 내성벽에 마법진을 그려줘.”
릴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안이 전장에서 빠지자 훨씬 더 내 부담이 가중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전면 후퇴밖에 답이 없다. 해가 뜨기 전까지 성벽을 사수하는 건 불가능해.’
켄의 명령에 따라 일부 기사들이 병사들을 데리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성벽을 당장 포기할 순 없으니 차근차근 내성 안으로 후퇴하는 것이다.
‘빌어먹을.’
나는 다시 한 번 바람의 호흡법을 거세게 일으켰다.
마나가 맹렬히 회전하면서 실피드가 반응한다.
바람의 칼날이 전장을 휩쓸었다.
서걱-! 서걱-!
족히 수백의 키메라 구울들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문제는 네크로맨서 구울이였다.
그놈들이 손을 뻗자 반으로 갈라진 키메라들 중 족히 절반 이상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저놈들부터 어떻게든 죽여야 된다.’
시신을 일으킨 놈들은 검은 연기 속으로 숨어버렸다.
똑똑한 놈들이다.
올리비아와 게일이 오러 블레이드를 날리기도 전에, 내가 스킬을 사용하기도 전에 검은 연기와 함께 키메라 구울 사이로 숨어버린다.
찾아내서 요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올리비아와 게일에게 성벽 아래로 내려가 저들 진영에 진입하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콰아앙-! 쾅-!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네 속성 화합 공격은 길이 보이지 않고, 지금보다 더 강력한 스킬은 없었다.
언젠가부터 성장이 멈춰버린 게 뼈아팠다.
시스템으로 성장하는 것보다 나는 황태자로서 입지를 다지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뷔칸을 키우면서 재정적 자립을 꾀하는 데 신경 썼다.
직할령으로 기반을 다지는데 고민을 거듭했다.
그사이 내 성장은 최상급 정령사에서 멈춰 있었다.
‘최상급이 내가 오를 수 있는 최대한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 카렌처럼 그 벽을 넘어설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네 속성의 최상급 정령과 모두 계약했으니 정령사의 끝에 다다랐다고 믿었다.
‘왕이 있는데.’
나는 신경질적으로 마나를 이프리트에게 불어넣었다.
화르르륵-!
거대한 화염이 키메라 구울들의 전진을 막았다.
불의 장막을 거침없이 뚫고 나오는 놈들은 동료가 타고 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성 따위는 남아있지 않은, 말 그대로의 언데드!
“전하, 릴리안이 마법진을 모두 그렸다고 합니다!”
나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각 지휘관의 지휘 아래 체계적으로 후퇴한다. 일시에 후퇴하면 피해가 커지니까.”
“네.”
“주민들은?”
“모두 대피했습니다.”
애초에 왕국 연합 병사들이 구울이 되어버렸을 때 많은 주민들이 다른 지방으로 도망쳤다.
나는 굳이 그들을 막지 않았다.
남아서 혼란이 가중되는 것보다 차라리 다른 지방으로 도망치게 두는 것이 편했다.
그들 중 병사가 될만한 사람들도 없으니까.
올리비아가 다가왔다.
“전하.”
“올리비아.”
“괜찮아요?”
“괜찮아. 나는 마지막에 후퇴한다. 올리비아는 기사들을 독려해서 병사들의 후퇴를 도와줘.”
올리비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는 기사들도 할 수 있어요. 저는 전하와 함께 후퇴할게요.”
나는 굳이 올리비아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의 검에서 순백의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서걱-!
‘정화의 불꽃단.’
나는 이 일의 원흉을 생각했다.
정화의 불꽃단의 목적은 인간의 멸망!
그들을 막지 못하면 제국이 멸망하는 건 물론 내가 아끼는 사람들까지 왕국 연합 병사들처럼 언데드로 전락할 것이다.
“운다인!”
나의 외침과 함께 운다인이 물의 폭풍을 쏟아냈다.
콰아아앙-!
마나가 점점 소모되어 이제는 바닥이 보였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의 다 후퇴했어요.”
확실히 성벽 위까지 올라오는 키메라 구울들이 많아졌다.
일부 성벽은 아예 무너졌다.
“가자.”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펼쳤다.
최상급 정령들로 여전히 스킬을 사용하면서 올리비아와 함께 내성으로 향했다.
콰아아앙-! 쾅-!
이제는 그레니안 성벽 전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끝이 아니다.’
릴리안이 그린 마법진은 키메라의 자폭 공격도 어느 정도 막아 줄 것이다.
외곽 성벽에 미리 마법진을 그려놓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이미 지나간 상황이다.
그녀가 마법진을 그릴 시간을 벌었으니 되었다.
내성에서부터 다시 시작이다.
* * *
해가 떴다.
나는 한숨 돌리고 오랜만에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스킬을 개방할 수 있는 포인트도,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퀘스트도 보이지 않았다.
‘젠장.’
지금까지 내가 강해질 수 있었던 근본은 어디까지나 시스템이다.
그 장점이 사라져버려 무기력해졌다.
‘어떻게 해야 되지?’
시스템을 등한시한 것과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건 다르다.
여전히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지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건 시스템의 일부였다.
포인트!
스킬 개방과 퀘스트에 필요한 포인트를 모을 수가 없었다.
‘요지부동이군.’
심각한 내 표정에 올리비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전하,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
지금으로도 나는 충분히 강하다.
대륙의 어떤 정령사보다 강하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 난관을 헤치기에는 부족하다.
카렌은 이미 소드 마스터의 벽을 뛰어넘었고, 끝도 없는 언데드의 행렬은 최상급 정령사의 능력으로 막기에 부족하다.
9서클에 오른 릴리안도 막아내지 못하고 있으니까.
‘완전한 9서클은 아니지만.’
돌파구가 필요하다.
나는 곧장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켄, 전령을 보내서 황궁에 사제들을 요청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기사들이 필요하다고.”
“네.”
제임스 공작이라면 전령이 전하는 소식을 듣고 사제를 보충해 줄 것이다.
지금으로서 당장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은 신성 기사단이 최고다.
언데드를 상대로는 신성력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니까.
“외곽 성벽을 다시 구축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언데드들이 모두 사라졌으니까요.”
기사 한 명이 나에게 제안했다.
나는 기사의 제안을 무시하지 않고 대답했다.
“외곽 성벽은 연이은 전투로 인하여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이제는 완전히 무너졌으니 재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내성 성벽도 튼튼한 편이고 릴리안이 직접 마법진을 그려 넣었으니 충분히 버틸 수 있다.”
기사가 곧장 수긍하고 물러났다.
외곽 성벽은 애초에 릴리안이 마법진을 그려 넣을 수 없었다.
일단 길이가 내성 성벽보다 훨씬 길었고, 그 정도 긴 성벽에 마법진을 그려 넣으려면 반나절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
족히 한 달은 걸릴 정도인데, 지금까지 그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
그나마 내성 성벽에 마법진을 그려 넣은 것도 릴리안이 뛰어난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도록.”
명령을 내린 뒤 궁으로 돌아갔다.
궁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북적였다.
“귀족들의 저택도 모든 주민들을 수용하기에 부족하여 궁에 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귀족 저택에 머무는 주민들도 모두 궁으로 데려와라. 궁이 가장 안전하니까.”
“네. 전하.”
켄이 슬쩍 끼어들었다.
“궁이 복잡할 건데요.”
“복잡한 게 중요한 건 아니지. 내성 성벽이 무너지면 마지막 보루는 궁이니까.”
내 말에 올리비아가 동의했다.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죠.”
“기사들도 충분히 쉬고. 해가 지면 다시 언데드들이 몰려올 거니까. 그리고 헤밀튼과 켄, 릴리안은 따라오도록.”
나는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올리비아에게도 쉬라고 먼저 보냈다.
집무실에 앉자마자 나는 릴리안을 향해 말했다.
“분명 네크로맨서가 있어.”
릴리안도 내 말에 동의했다.
“어디선가 언데드들을 통제하고 있겠지. 그 어떤 마법이라도 생체 구울 스스로가 네크로맨서의 능력을 사용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해. 지근 거리에서 통제하고 있는 거야.”
헤밀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수하들을 데리고 주변을 수색해. 국경 너머까지도.”
“네. 반드시 네크로맨서를 찾겠습니다.”
“신성 기사단이 오면 그중 몇 명은 자네 수색대에 포함 시켜.”
“네.”
나는 켄에게 물었다.
“왕국 연합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수뇌부 정도만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 왕국 연합 국민들은 정화의 불꽃단에 희생당하고 있을 거고?”
“네.”
“그들을 끌어들일 수 없을까?”
내 말에 켄이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리오덴과 데이비드에게 더 많은 지원군을 보내라고 하는 게 나을 겁니다.”
나는 곧바로 받아들였다.
“좋아. 방어와 네크로맨서 찾는 일에만 주력하지.”
지금은 힘을 나눌 때가 아니니까.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헤밀튼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밤새 싸웠는데 쉬고 출발해. 해가 지기 전에 출발해서 언데드들이 출몰하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가 낮에 수색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헤밀튼은 금세 수긍했다.
“네.”
“릴리안, 마법 함정을 설치해줘.”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지.”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어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는 게 좋으니까.
나는 세 사람과 이야기를 마무리한 뒤 침실로 향했다.
올리비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네크로맨서가 어디선가 언데드들을 통제하고 있는 게 확실해.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왔어.”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무리 강력한 언데드라 하더라도 네크로맨서의 능력을 사용하는 건 이상한 일이니까요.”
“후, 힘들군.”
내가 지친 얼굴로 말하자 올리비아가 날 꼭 안아주었다.
“힘내세요. 많은 이들이 전하만을 바라보고 있어요.”
나는 올리비아의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너지면 끝장이다.
이미 병사들은 한계를 아득히 넘어섰고, 기사들 역시 하루, 하루 지쳐가고 있었다.
그나마 사령관인 내가 가장 전면에 나서서 전투를 치르니 그들 역시 죽을 힘을 다하여 방어에 나선 것이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전하! 전령이 돌아왔습니다.”
조금 전에 보냈던 전령이 벌써?
나는 올리비아와 함께 문을 열었다.
전령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모든 교단의 성직자들이 남부로 파견을 나갔다고 합니다.”
“모두?”
전령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건 그 때문인가?
이어 상상하기 힘든 말이 나왔다.
“베레곤 공작님이 전사하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