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3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37화(237/278)
237화.
전령의 소식에 모두가 다시 모일 수밖에 없었다.
남부 전선의 상황이 이곳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
어느 한 곳이 밀리게 되면 제국은 세 개의 전선을 모두 밀리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제임스 공작을 수도로 보낸 이유는 귀족들을 통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가 가장 유능하기 때문이다.
각 전선에 필요한 보급품을 보내고, 원군의 규모와 일정을 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지금 제국 각 전선은 팽팽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서부의 소식을 자세히 모르지만 그쪽도 뚫렸다는 소식이 없으니 적어도 방어선 유지는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남부도 마찬가지였다.
남부는 아버지가 직접 간 전선이시니까.
“베레곤 공작이 전사했다라…….”
그가 내게 했던 제안이 떠오른다.
테드에 이어 베레곤 공작까지.
애트란 가문은 멸문의 위기를 맞이했다 하더라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가문의 핵심인 가주와 가주의 후계자로 손꼽히던 테드마저 사라졌으니까.
제국을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 하나가 금이 가버렸다.
애트란 가문은 단순한 공신 가문이 아니다.
제국의 4대 수호 가문이라 불리며 제국 건국에 누구보다 큰 공을 세웠고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갖춘 가문이다.
그런 가문의 가주가 전장에서 죽었다.
후계자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남부에서 미첼의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역시 전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창밖은 어느 때보다 화창한데, 내 머리는 복잡했고, 마음은 밤보다 더 깜깜한 느낌이었다.
“젠장.”
거친 말을 내뱉어도 답답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베레곤이 없다면 전선을 유지하고 있던 균형의 추가 무너진다.
아무리 아버지가 있다 하더라도 아버지는 신이 아니다.
‘당장 이곳에서 사라진 카렌이 남부로 내려갔다면?’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만약 내가 이곳 언데드를 모조리 물리친다면?
실소가 새어 나왔다.
방어에도 급급해서 외성 성벽까지 내주었다.
내성에 숨어 두려운 밤을 기다리고 있는 내가 과연 언데드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스스스슥-!
한숨과 함께 정령들을 불렀다.
운다인이 요정으로 변하여 내 어깨 위에 앉았다.
“주인께서 고민이 많으시군요.”
“이게 정말 끝일까, 운다인?”
두서없는 말이었지만 운다인은 내 의지를 읽는 정령,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곧장 알아들었다.
“주인의 힘에 따라 저와 다른 정령들의 힘도 변합니다. 주인께서 지금이 끝이라 생각하면 제힘 역시 이것이 끝이고 주인이 더 나아갈 힘이 있다 생각하시면 제힘도 더 나아갈 여지가 있습니다.”
“나는…….”
말끝을 흐리는 나를 보면서 운다인이 잠시 미간을 좁혔다.
“흠…… 사실인가요?”
“사실?”
나는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 생각 중 유일하게 정령들이 알지 못한 게 바로 ‘시스템’의 존재와 내가 현대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운다인의 표정을 보니 심상치 않았다.
이내 운다인만이 아니라 이프리트, 실피드 그리고 클라임까지 각자 모습을 작게 만들어 내 곁으로 다가왔다.
“가능한가? 비행기? 말도 안 돼! 과학?”
이프리트는 내 생각을 읽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도 모르게 현대에 있었을 때의 생각이 마구 떠올랐다.
특히 소설 집필 부분이 떠올랐을 때 정령들의 몸이 굳어졌다.
“소설?
-미지에 머물러 있던 정보가 정령들에게 개방되었습니다.
시스템 음성이다.
실로 오랜만에 듣는 음성이었다.
정령들은 시스템 음성은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설명할 필요 없다. 알아서 모든 것들이 흘러들어오고 있으니까.”
이프리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몸속의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대체 왜 지금 갑자기?’
정령들은 왜 ‘시스템’에 대해서 몰랐을까?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왜 당연하게 여겼을까.
그 사실을 ‘인식’한 순간 모든 게 변하기 시작했다.
마나가 맹렬하게 몸속을 회전하면서 나는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지금은 다른 생각 할 때가 아니다.
몸속에서 요동치는 마나가 심상치 않았다.
고오오오오-!
나는 필사적으로 바람의 호흡을 붙들었다.
-시험이 시작됩니다.
이내 내 시야가 깜깜하게 변했다.
정령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가 없었다.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에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소리가 내 입 안에서 맴돌았다.
이내 시야가 천천히 돌아왔다.
-생각보다 늦었군요.
딱딱한 시스템 음성이 아니다.
어디선가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다.
기억 한 편에서 목소리의 주인이 되살아났다.
‘당신은…….’
-이제 좀 글을 잘 쓸 준비가 되었나요?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칼페온 제국에 온 지 1년, 아룬으로서 고작 일 년밖에 살지 않았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내 시야 앞에 홀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아룬 칼 레오드의 모습과 한 편으로는 원룸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동시에 보였다.
-나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그 기회 속에서 선택지를 주지요. 당신도 마찬가지.
어떤 대답을 하기도 전에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신의 정령들이 내 시스템을 인식한 순간 주어지는 선택지입니다.
‘내가 다시 현대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면 어떻게 되지?’
목소리의 주인은 웃는 것 같았다.
-칼페온의 시간은 멈추지 않습니다. 당신의 글을 나는 하나의 ‘세계’로 만들었습니다. 대륙의 시간은 계속 흐를 겁니다.
‘그럼 올리비아와 아버지는?
-저들이 당신에게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아버지였나요? 등장인물이 아니라?
‘난 저런 인물들을 쓴 적이…….’
-나는 세계를 만들 뿐, 그 안의 모든 것들은 세계가 스스로 살아 움직이며 만들어갑니다.
-당신이 현대로 돌아가면 칼페온의 시간은 당신의 집필하는 대로 흘러가겠죠.
‘아룬은, 아룬은 어떻게 되는 거지?’
-당신이 아룬입니다. 당신이 돌아가면 당연히 아룬의 존재는 사라지죠.
말 그대로 선택이다.
내가 돌아가서 칼페온의 승리를 집필하면?
내 눈앞에 수많은 이의 죽음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 * *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동기화가 시작됩니다.
정신을 잃은 아룬의 귓가에 선명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내 아룬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제 다른 글들을 읽어볼까?”
천진난만한 목소리와 함께 아룬의 몸에 어마어마한 빛이 스며들었다.
* * *
눈을 떴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그리고 내 곁을 지키던 수행원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전하!”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집무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밤인가?”
“네, 전하! 당장 이 사실을…….”
“괜찮다. 전투 중인가?”
“네!”
“내 직접 성벽으로 갈 터이니 자네도 임무를 수행하도록.”
“네. 전하!”
나는 즉시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 어느 때보다 몸이 가벼웠다.
‘최상급 정령사가 끝이 아니다.’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자 성벽까지는 금세였다.
콰아아앙-! 쾅-!
어마어마한 폭음이 들렸다.
한창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질 시간이다.
달이 중천에 떴을 때 언데드의 힘은 어느 때보다 강해지니까.
그리고 그 달을 가리는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피드다.
실피드가 일으키는 바람에 그레니안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즉시 성벽을 뛰어오르며 외쳤다.
“오늘 전쟁을 끝낸다.”
가장 먼저 올리비아가 다가왔다.
“아, 아룬!”
나는 올리비아를 보면서 싱긋 웃었다.
처음이었다.
그녀가 내 이름을 불러 준 건.
실피드가 바람의 칼날을 일으켰다.
파파팟-!
서걱-!
족히 수백 마리의 언데드들이 목을 잃었다.
실피드는 여전히 최상급 정령이지만 전과는 분명 달랐다.
한층 더 강해졌다.
실피드도 그리고 나도.
‘정령왕은 아니지만 점차 가까워졌다.’
운다인과 노아스, 이프리트도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전장을 휘감았다.
콰아앙-! 쾅-!
생체 구울도, 네크로맨서의 능력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네 명의 최상급 정령은 나와 함께 전장을 휩쓸었고, 놀라움도 잠시뿐 올리비아, 릴리안, 게일도 나를 도왔다.
서걱-!
“아룬, 어떻게 된 거야? 정신을 잃어서…….”
“벽을 넘었어.”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내가 나타났을 때만큼 놀랐다.
“최상급 그 너머에 있는 경지의 갈피를 잡았어. 아무래도 좀 무리해서 수련하느라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
시스템이 사라졌다.
사라진 시스템은 내 안의 무언가를 변화시켰다. 나는 마치 영혼이 육체와 합쳐진 느낌을 받았다.
나는 진짜 ‘아룬’이 된 것이다.
본래 이 육체에 깃들어 있던 영혼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보여주었던 흐릿한 신형은 아주 익숙한 신형이라는 사실이다.
매일 같이 거울로 보던 몸이랑 비슷했으니까.
나는 기억을 접어 두었다.
지금은 기억이 아니라 현실에 집중할 때니까.
실피드와 이프리트 그리고 노아스, 운다인의 힘이 하나로 뭉쳤다.
바람이 불을 크게 일으키고 대지에 물이 젖어 들었다.
크게 일어난 불이 젖은 대지를 일으켜 세웠다.
파파팟-!
‘늪의 요정이 아니라 뭐라 이름을 붙여야 되나.’
확실한 건 저 요정들과 늪의 요정들의 위력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팟-!
요정들은 언데드들을 무참하게 베어버렸다.
그리고 병사들은 드디어 참아왔던 함성을 터뜨렸다.
“와아아아아아!”
나는 크게 외쳤다.
“성문을 열어라! 이곳에 있을 놈들이 아니다.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알려줘라!”
내가 가장 선두에 섰고 올리비아 그리고 게일이 내 옆을 따랐다.
릴리안은 우아하게 하늘을 날았다.
콰아아앙-!
“마음 놓고 마법을 쓸 수 있겠네.”
릴리안은 말을 끝내자마자 지팡이를 휘둘렀다.
수많은 불덩이가 사방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아앙-!
단순한 불덩이가 아니다.
불은 언데드들에게 옮겨붙으면서 그들이 완전히 녹아 없어질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과연 릴리안도 벽을 넘은 마법사.’
그녀가 뒤를 생각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하자 전투는 점점 더 압도적인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 역시 정령들에게 아낌없이 마나를 불어넣었다.
콰아아앙-!
해가 뜨기 전 마지막 남은 언데드마저 사라졌을 때 병사들이 어느 때보다 크게 환호를 질렀다.
“와아아아아!”
이건 지난번의 승리들과 달랐다.
나는 나지막하게 중얼댔다.
“이제 시작이다.”
나는 아룬이다.
칼페온 제국의 황태자다.
항상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 안에는 글을 쓰던 현대인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밤을 기점으로 모든 게 달라졌다.
내 안에 남아 있던 다른 정체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나는 진정한 아룬이 되었다.
내가 쓴 등장인물이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굳이 궁금하지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켄을 불렀다.
“켄.”
“네, 전하.”
“왕국 연합을 정리한다. 그 뒤에 남부로 간다.”
이제 내가 아버지를 도울 차례다.
그는 누구보다 냉정한 듯 보였지만, 사실은 사랑하는 여자를 여전히 잊지 못한 남자이며, 여자가 남긴 아이를 여자만큼이나 사랑한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아룬이 된 거고…….’
두려움뿐이던 아버지에 대한 감정 깊은 곳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그런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나를 이곳에 보내준 이는 느끼고 있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앞으로 새롭게 쓰는 나의 글을 볼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