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3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38화(238/278)
238화.
언데드 소굴이나 다름없었던 그레니안을 정리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데이비드와 리오덴이 돌아왔다.
“귀족들은 모두 정리했습니다.”
“정리?”
“네. 모두 충성 맹세를 받았습니다.”
리오덴의 말에 데이비드가 거들었다.
“흐름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언데드에 관한 소문이 퍼지면서 생존에 위협을 느낀 모양입니다.”
리오덴이 데이비드의 말에 덧붙였다.
“언데드는 타협 불가능한 존재이니까요.”
나는 두 사람을 격려한 뒤 전체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실에 모인 수하들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밝았다.
어려운 전투에 승리하였으니 기분이 좋은 건 당연한 일, 나는 그들을 격려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죽은 사람은 셀 수도 없었고, 필요한 물자는 여전히 많다.
상황이 단번에 해결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희망’의 빛은 여느 때보다 강하다.
“직할령은 언데드를 물리쳤지만, 제국의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제국은 사방에서 공격을 받는 중이다.
정화의 불꽃단 목적은 명확하다.
제국을 무너뜨리고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려는 것.
인간을 제물로 ‘마왕’을 소환하여 이 땅을 완전히 파괴하는 일이다.
“먼저 북부의 적부터 처리한다.”
나의 무거운 목소리에 켄이 물었다.
“북부의 적이라면 왕국 연합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들은 언데드를 부리는 정화의 불꽃단이지. 왕국 연합은 정화의 불꽃단 본거지나 다름없어.”
“적들은 대륙 전반에 걸쳐 퍼져 있습니다. 그들의 본거지라 확신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켄의 의문 제기는 적절했다.
“제인은 소드 마스터지. 정화의 불꽃단이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였어도 제인 같은 강자를 끌어들이려면 자신들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거야.”
켄은 내 말을 곧바로 알아들었다.
“왕국 연합 건국 자체가 정화의 불꽃단 작품이라 보시는 겁니까?”
모두가 놀랐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왕국 연합을 건국한 그들은 피레온 왕국을 압박하며 릴리안까지 끌어들였어.”
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제인만 왕국 연합 소드 마스터가 아니야. 왕국 연합은 세 명의 소드 마스터가 있었다. 그들에 이어 릴리안까지 끌어들이려다 실패했지.”
켄이 정리했다.
“왕국 연합을 제국의 대항마로 키울 생각이었는데, 일이 꼬인 모양이군요.”
“내 생각에는.”
켄이 동의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왕국 연합 병사 수십만 명을 언데드로 만들 이유가 없지요. 그들에게 왕국 연합은 하나의 도구입니다.”
켄의 말이 이어졌다.
“그들이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게 바로 병사들을 언데드로 만든 일입니다. 그들은 대륙 통일이나, 강대한 제국 건설, 종교 교단을 세우는 일 같은 건 관심이 없습니다.”
켄이 결론을 내렸다.
“이 땅의 모든 인간들을 죽일 생각입니다.”
“그래서 왕국 연합 정복이 필요한 일이다. 그들이 지금 사방에서 제국을 압박할 때 오히려 우리가 본거지를 치는 거지.”
올리비아가 의문을 제시했다.
“병력이 너무 부족해요. 저들이 수십만을 언데드로 희생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병사들이 있잖아요.”
“소드 마스터는 없지. 제인, 카렌은 전장에서 사라졌어.”
나는 남부에서 온 소식을 근거로 들었다.
“남부에서 베레곤 공작이 전사했어. 그를 죽일 수 있는 건 같은 소드 마스터뿐이야.”
데이비드가 입을 열었다.
“같은 소드 마스터라면 어렵습니다. 베레곤 공작은 대륙의 소드 마스터들 중 수위를 다투는 자들이었으니…….”
“카렌이야.”
데이비드와 리오덴은 카렌을 실제로 만나지 못했다.
그들이 후방 귀족들을 통제할 때 카렌이 국경에서 활약했으니까.
“베레곤 공작을 죽인 건 카렌이다. 그는 소드 마스터의 벽을 넘었어.”
모두가 신음을 삼켰다.
애써 드러내지 않았던 사실이다.
소드 마스터의 벽을 넘은 건 지금까지 오직 아바마마 한 명뿐이었다.
아바마마보다 강할지도 모르는 사람의 등장은 모두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릴리안이 손을 들었다.
“나도 아홉 번째 고리가 생겼는데. 좀 흐릿하긴 하지만.”
릴리안도 벽을 넘은 건 맞다.
그리고 한 명 더 있었다.
“나도 최상급의 벽을 넘었다. 즉, 지금은 카렌이 돌아와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뜻이지.”
켄이 말했다.
“왕국 연합 소드 마스터 세 명 중 두 명은 전사했고, 한 명은 자리를 비웠죠. 그리고 카렌도 남부에 갔고요. 충분히 그들이 돌아오기 전 정복할 수 있을 겁니다.”
켄의 작전은 간단했다.
“주요 거점을 돌파하는 형식으로 수도를 단숨에 제압해야 됩니다.”
“그 정도 기동력이 우리에게는 없다.”
게일이 덧붙였다.
“기병이 너무 부족해. 모두 보병들 뿐이고, 많이들 지쳤다.”
내가 나섰다.
“기병을 최대한 긁어모은 뒤 그들로만 왕국 연합 수도로 진격한다.”
“전하.”
게일은 말리는 목소리였다.
“허울뿐인 왕이지만 왕국 연합의 왕을 잡으면 왕국 연합을 정복할 수 있다.”
“굳이 왕국 연합을 정복해야 되는 건 정화의 불꽃단 본거지이기 때문입니까?”
게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분명 왕국 연합 수도에 뭔가를 준비하고 있을 거다. 네크로맨서 연구실이라도 있겠지.”
네크로맨서는 정화의 불꽃단 힘의 근원이다.
“최대한 빨리 왕국 연합을 정복한다.”
이건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수하들 역시 반론을 하지 않았다.
‘당장 남부로 내려가는 것보다 이곳 전선을 확실히 정리한다.’
나는 아버지를 믿었다.
아무리 카렌이 남부로 갔어도 아버지의 패배는 생각하지 않았다.
론 칼 레오드, 나의 아버지는 대륙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니까.
* * *
론 칼 레오드는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림자단,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함께했던 이들이다.
“검을 잡았을 무렵 한 가지를 직감했어.”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 론이다.
갑작스레 말을 꺼내자 그림자단 단장이 고개를 들었다.
“인간이 검술을 만들어낸 이후 나보다 강한 자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단장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폐하의 검술은…….”
론이 단장의 말을 잘라냈다.
“이제 그 가능성을 지닌 이들이 나타나고 있어. 세상은 넓은데 내가 너무 자만했더군.”
“폐하.”
“베레곤은 괜찮은 제목이었어.”
베레곤의 전사는 론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다른 이들 앞에서는 내색한 적 없지만, 그림자 단장에게는 달랐다.
그는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수하였으니까.
“그녀가 죽은 뒤 내 삶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복수였어. 더 이상 강해지는 것도 무의미하고, 관심도 없었지. 그녀가 남긴 아이가 있지만……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어.”
“황태자 전하는 누구보다 훌륭한 재목이십니다.”
“그 아이가 바람의 정령과 친화력을 보여주었을 때 깨달았네. 다른 아이와 다르게 그 아이만큼은 내가 정을 준 자식이라고.”
“네.”
“테드가 저들의 네크로맨서로 전락했을 때 한 가지 더 깨달았지.”
단장의 눈동자에 의문이 떠올랐다.
“정을 주지 않았던 아이들도 모두 내 자식이라는 사실을.”
론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폐하.”
단장은 론의 심상치 않은 기색에 당황했다.
“카렌이라는 그 청년…… 좀 더 키울 생각이었어. 내게 강해지는 즐거움을 선사했으니까. 시간이 좀만 더 지나면 충분히 나와 대등한 실력을 갖출 재능이었거든.”
단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론이 자신만큼이나 강해질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카렌이 처음이었다.
아룬이 압도적인 재능을 보이면서 성장했어도 자신을 뛰어넘으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렌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자신과 눈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청년을 통해 더 강해질 생각이었는데 이제 그 재능을 거둬야겠어. 정화의 불꽃단 놈들이 그 청년을 필두로 자꾸만 선을 넘으니.”
단장이 동의했다.
“네.”
“내일 준비하게. 카렌을 부를 생각이야.”
단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직접 말씀이십니까?”
“일기토만큼 병사들의 사기에 도움이 되는 게 있나? 또 일기토를 한 지가 오래되어서.”
“폐하. 일기토는…… 격이 맞지 않습니다.”
제국의 황제와 무명의 소드 마스터.
아무리 일기토라 할지라도 서로의 명성이라는 게 있다.
카렌이 최근 대륙에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지만, 론과 비교하기에는 모자라다.
왕국 연합 제인 가문 소속으로 알려진 카렌은 론과 비교할 때 애송이다.
그런 애송이와 제국 황제의 일기토라니!
단장이 다시 한 번 말렸다.
“폐하, 그 청년과의 일기토가 병사들의 사기를 올려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병사들의 사기 때문만은 아니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더 크면…… 나조차 뛰어넘을 재능이기에.”
론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저 한 명의 적이었다면 나를 뛰어넘기를 기다렸을 거야. 하지만 놈은 정화의 불꽃단 소속…… 정화의 불꽃단이 놈을 필두로 제국을 계속 공격한다면 제국이 버틸 수 있을까?”
“폐하!”
단장의 목소리에 론이 빙긋 웃었다.
“아직은 내가 더 강하니 싹을 잘라야지. 제국의 명운을 걸고 숙명의 적이 강해지기를 기다릴 정도의 여유는 없으니까.”
단장은 몸을 떨었다.
“그 정도로…….”
“제국은 위기야.”
“그림자들을 움직이겠습니다. 차라리 암살을 하심이…….”
론이 고개를 저었다.
“암살로 죽일 수 있는 자가 아니야. 그림자들은 대사제를 찾는 데 주력하게. 그놈은 어디에선가 분명 제단을 쌓고 있을 거야.”
“제단 말씀이십니까?”
“언데드들을 부리는 놈들의 목적은 하나지. 마계의 어떤 존재를 소환하는 것.”
“아!”
“대사제를 찾지 못하면 더 이상 제국만의 문제가 아니야.”
“네. 폐하.”
단장이 고개를 숙였다.
“자네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이처럼 큰 위기는 없었어.”
건국부터 지금까지 제국은 파죽지세였다.
론을 필두로 모든 전쟁에서 승리했고, 영토를 넓혔다.
단장 역시 오늘 론의 말들을 통해 보통 위기가 아님을 느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는 승리할 것이네. 아들놈도 꽤 잘하고 있으니까.”
“황태자 전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삼십만이 넘는 언데드들을 모조리 소멸시켰다더군.”
단장의 볼이 미미하게 떨렸다.
남부에서조차 아직 언데드들을 모두 몰아내지 못했다.
“아마 그놈은 왕국 연합까지 정복하려 들 거야. 제국의 전선을 축소 시킬 요량으로.”
“차라리 남부로 내려오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론이 고개를 저었다.
“왕국 연합은 정화의 불꽃단의 근거지나 마찬가지. 제인 가문도 그쪽에 있고. 아룬이 왕국 연합을 정복하면 그들의 힘이 크게 약화 될 거야.”
론이 웃으며 덧붙였다.
“그놈 이외에 맡길 사람도 없고.”
단장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황제의 미소에 저절로 마음이 뿌듯해졌다.
황후가 죽은 뒤로 한 번도 웃지 않았던 론이 아룬의 소식에 미소를 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날부터 론의 얼굴에 감정이 생겨났다.
모두 ‘황태자’ 소식을 들을 때였다.
“북쪽은 그 아이가 맡을 것이고 우리는 내일 야만인들을 그들의 땅으로 돌려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