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3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39화(239/278)
239화.
그레니안은 물론이거니와 지방에서까지 긁어모아도 기병은 만 명이 되지 않았다.
나는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전령이 급히 다가왔다.
“전하!”
전령의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전령의 말을 기다렸다.
“제임스 공작님께서 기병 오만 명을 보내셨습니다.”
전령은 곧바로 서신을 내게 올렸다.
나는 서신을 펼쳤다.
제임스 공작님이 보낸 서신은 간단했다.
언데드 퇴치 소식에 황궁은 물론이거니와 제국 전체가 들썩였고, 귀족들이 앞다투어 사병을 내놓았다.
덕분에 기병 오만 명을 편성하여 보내니 왕국 연합 정복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정도였다.
“본국에서 기병 오만 명을 편성하여 보냈다 합니다. 사흘 정도 지나면 도착한다고 하더군요.”
내 말에 모두가 환호를 질렀다.
기병 오만 명이면 충분히 왕국 연합 수도까지 진격할 수 있는 숫자다.
켄이 입을 열었다.
“작전을 수립하겠습니다.”
언데드 퇴치를 끝내고 그레니안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주변 영지로 도망갔던 주민들 역시 하나둘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제국에서 병력을 지원받은 이상 더 이상 직할령의 병사들을 징집할 필요는 없다.’
직할령을 최대한 안정시켜서 주민들의 삶을 본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
이 전쟁은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는다.
제국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직할령 병사, 나아가 앞으로 정복할 왕국 연합의 병사들도 필요할 수 있었다.
왕국 연합 역시 수도를 빠르게 정복하려는 것 역시 왕국 연합 병사들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서다.
‘왕과 귀족 놈들만 잡으면 병사들은 자신이 사는 국가가 바뀌든, 황제가 바뀌든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으니까.’
슬픈 일이다.
지도자에 대하여 주민들이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뜻이니까.
나는 전쟁 이후도 생각했다.
제국을 좀 더 좋은 국가로 바꾸고 싶다.
내가 살았던 국가처럼 만들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더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는 마음 한구석에 이곳이 내가 쓴 소설, ‘가상’의 공간이라는 마음이 있었다.
내가 의식하지 못했어도 분명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오히려 더 거침없이 행동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모든 게 달라졌다.
나는 칼페온 제국의 황태자다.
언데드 퇴치, 주변 적국 정복은 물론이거니와 제국의 백성들까지 보살펴야 하는 황태자!
“일단 들어가지.”
나의 말에 수하들이 뒤를 따라왔다.
왕궁은 전쟁의 피해가 닿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따로 보수할 필요가 없었다.
주민들이 임시로 머물러 청소를 하는 게 좋았지만, 그런 작은 부분들까지 내가 챙기지는 않았다.
옛 피레온 왕국이 대전으로 사용하던 곳을 회의실로 만들어 모두가 들어와도 충분한 공간이다.
나는 왕좌에 앉았다.
“켄.”
켄을 부르자 켄이 한발 앞서 나왔다.
“네. 전하.”
켄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언데드를 퇴치하고 그레니안을 안정시키는 와중 헤밀튼 단장이 왕국 연합 전체에 조직원들을 파견했습니다.”
헤밀튼은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켄과 같이 한 발 앞으로 나왔다.
“현재 모든 곳에서 정보가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왕국 연합 주요 거점들에서 들어오는 정보는 한결같습니다. 어느 곳도 전쟁에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일이 물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들은 언데드 퇴치 소식을 모르는 겁니까?”
게일은 말하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다.
직할령은 물론이거니와 제국 전체에도 들불처럼 소문이 번지고 있는데 왕국 연합이 모를 리가.
수십만의 언데드들이 등장했다는 소문과 동시에 유일하게 승전고를 울린 직할령이니 소문이 더 빨리 퍼졌다.
“왕국 연합을 버린 듯 보입니다.”
헤밀튼의 대답에 게일이 의문을 담아 물었다.
“버렸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일단 수도에 접근해봐야 알겠지만 주요 거점에서 귀족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나 역시 이번에 처음 보고를 받는 거라 당혹스러웠다.
“귀족들의 모습도 없다고?”
“네. 모두 도망간 모양입니다.”
나는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켄.”
“일단 수도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여야 될 것 같습니다. 기병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 기다리시면 어떻습니까?”
나는 켄의 말에 동의했다.
“좋다.”
이곳 전선은 정리가 되었지만 남부와 서부 전선은 여전히 치열한 전투 중이다.
그럼에도 제임스 공작이 이곳으로 기병을 파견한 건 이번 기회에 북부 전선을 완전히 정리하려는 내 계산을 파악한 덕분이다.
‘제임스 공작이 황궁에 있으니 확실히 좋군.’
중앙에서 제대로 통제하는 사람이 있으니 전선에 있는 입장으로서 무척 편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본다. 기병도 기다리고. 그동안 직할령 치안을 유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네.”
나는 뷔칸에게 시선을 돌렸다.
“뷔칸.”
“네. 전하.”
그는 이번 전쟁을 통해서 대륙 최고의 상단으로 우뚝 섰다.
제국에 많은 재산을 내놓았지만 한 편으로는 많은 이익도 보았다.
무엇보다 나의 입지가 확고해지면서 뷔칸 상단의 입지 역시 그 어느 상단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보급은 얼마나 여유가 있나?”
“보급은 충분합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것을 예측하여 꾸준히 비축하고 있었습니다.”
뷔칸은 역시 유능한 상인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비축 식량 중 일부는 구휼미로 사용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곧 날이 추워진다. 만약 적이 인간이라면 추운 겨울이기에 전쟁이 멈출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의 적은 인간이 아니다.”
언데드는 날씨를 가리지 않는다.
먹지도 않는다.
어느 면으로 보나 불리한 전쟁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자, 움직이도록.”
* * *
그레니안에 기병들이 도착했다.
오만에 달하는 기병들의 위용에 모두가 감탄을 자아냈다.
단순히 말로 오만의 기병이라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오만의 기병은 느낌 자체가 달랐다.
나는 그레니안 성벽 위에서 성문을 통과하는 기병들을 보면서 절로 흡족해졌다.
‘많군.’
일반 보병 오만과도 또 다르다.
모두가 늠름하게 말을 타고 있는 모습에 웃음이 번졌다.
“켄.”
“네, 전하.”
“기병을 보니까 정말 든든하군.”
“기병은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방어만 하다가 이제 공격 시간이죠.”
“헤밀튼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헤밀튼은 복귀하는 조직원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직접 국경으로 나갔다.
국경에서 조직원들의 보고를 받아 취합한 뒤 왕궁으로 돌아오기로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었다.
“오늘 저녁에는 돌아올 겁니다. 왕국 연합 조직원들이 슬슬 돌아올 때가 되었죠.”
켄이 조급함을 가지지 말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기병들을 돌아보며 말을 맺었다.
“기병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고, 말들을 잘 관리하도록.”
“네.”
* * *
헤밀튼은 국경에서 조직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왕국 연합에 침투했던 조직원 중 아직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겼다.’
본래 약속한 날짜가 지났다.
접선 장소는 이곳이 틀림없는데 수하들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나가보도록. 이미 와야 될 시간이 지났다.”
함께 온 수하에게 명령한 헤밀튼은 자신도 직접 밖으로 나갔다.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정보를 캐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신분이 들켰을 때 감수해야 되는 것은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주는 고문이었다.
그래서 정보 조직원들끼리 서로 신분을 확인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
서로 만나는 접선 장소나 후퇴할 때 역시 여러 곳에 거점을 두어 행여나 신분을 들켰을 때를 대비한다.
국경은 그레니안 성으로 복귀하기 이전 마지막 거점인데 현재까지 수하들 중 누구도 복귀하지 않았다.
‘더 앞으로 가 봐야 하나? 어차피 다음 거점에도 적들이 있을 가능성은 낮다. 제인은 떠났고, 에릭 가문은 멸문했으니.’
헤밀튼이 고민하는 순간 수하가 빠르게 다가왔다.
“단장님, 4호가 복귀했습니다.”
“4호?”
헤밀튼의 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수하와 함께 다시 접선 장소로 돌아가자 4호의 모습이 보였다.
헤밀튼의 입이 벌어졌다.
“다, 단장님.”
4호는 죽어가고 있었다.
“헬리안!”
헤밀튼은 정보 조직의 수장으로 수하들에게 가장 먼저 말했던 수칙마저 어겼다.
정보 조직원이 된 순간부터 모두가 이름을 잊고 오직 1, 2, 3호 등 숫자로만 불렀는데 자신도 모르게 4호의 이름을 말했다.
“와, 왕국 연합에는 절대…… 언데드들이…….”
헤밀튼은 헬리안의 말을 들으며 재빨리 응급처치를 했지만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는 없었다.
“바, 방어에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언데드들이 왕국 연합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헬리안이 핏물을 삼켰다.
하지만 곧 컥, 하고 신음을 내뱉으며 울컥 피를 토했다.
“족히 수십만…… 그 이상의 언데드들이 왕국 연합을 점령했습니다. 수도도 이미…… 병사들만이 아니라 주민 전체가 언데드가 되었습니다.”
헤밀튼은 치료하는 것을 포기했다.
“헬리안…….”
헬리안은 끝까지 정보 조직원으로서의 소명을 다했다.
“곳곳에 네크로맨서가 있고 언데드 종류도 다양합니다.”
헬리안의 발음이 또렷해졌다.
어느새 혈색조차 좋아진 것 같았다.
헤밀튼은 헬리안의 마지막 순감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단장님, 방어 준비를 철저히 하셔야 됩니다. 네크로맨서들이 언데드들을 규합하고 있습니다. 곧 남하할 것입니다.”
“그래. 헬리안 고맙다.”
헬리안이 이내 진한 미소를 지었다.
편안하게 눈을 감은 헬리안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헤밀튼이 주변 수하들에게 말했다.
“헬리안을 이곳에 묻으면 네크로맨서들이 다시 그를 일으켜 언데드로 만들 것이다. 시신을 가지고 그레니안으로 복귀한다.”
“네. 단장님!”
“서두르도록!”
그때 밖을 경계하던 수하가 소리쳤다.
“단장님! 언데드입니다!”
헤밀튼이 급히 밖으로 나갔다.
“이런.”
헤밀튼의 눈앞에 펼쳐진 건 언데드 무리였다.
셀 수 없는 언데드 무리!
그리고 그 중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듀라한과 데스 나이트, 곳곳에 네크로맨서는 물론이거니와 리치까지 보였다.
‘미친.’
왕국 연합 병사, 주민 전체가 언데드가 되어버렸다는 헬리안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이건 후퇴해야 돼.’
직할령이 문제가 아니었다.
직할령을 버리고 제국으로 후퇴해서 저 언데드들을 막아야 한다.
헤밀튼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가자.”
저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좋았다.
헤밀튼은 헬리안의 시신을 들고 그레니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아룬에게 전해야 된다.
피슝-!
헤밀튼이 걸음을 멈췄다.
언데드가 날린 화살이 수하의 등에 정확하게 꽂혔다.
“다, 단장님…….”
피슝-! 피슝-!
화살 수십 개가 날아왔다.
‘그냥 언데드들이 아니다. 이 장소를 정확하게 알고 이곳을 노리고 통과해 그레니안으로 가는 중이야.’
헤밀튼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피슝-!
또다시 수하가 쓰러졌다.
“버, 버리고 가십시오.”
허벅지를 꿰뚫은 화살을 뽑으며 수하가 말했다.
“빨리 가십시오!”
헤밀튼은 헬리안의 시신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단호하게 돌아섰다.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피슝-! 피슝-!
화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수하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살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