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4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40화(240/278)
240화.
시스템은 내 안을 떠났지만, 내가 강해질 방법이 사라진 건 아니다.
또 시스템이 사라져도 정령들의 스킬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었다.
시스템이 있을 때보다 정령들을 활용하는 방법이 오히려 다양해졌다.
당장 이프리트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프리트는 화염으로 이루어진 새인데, 이프리트가 지나가는 곳은 화염으로 휩싸인다.
놀라운 건 바로 나의 ‘의지’다.
정령들은 존재 자체가 바람, 불, 물, 땅이다.
내가 이프리트의 화염으로 아무런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면, 이프리트가 설사 사람들 한복판을 지나간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는다.
반면 내가 사람들을 해할 목적을 가지고 이프리트를 사람들 한복판으로 보낸다면 이프리트의 화염은 모든 이들에게 지옥의 불이나 마찬가지다.
‘스킬’이 아니더라도 정령의 존재 자체로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당연히 정령의 활용 방안이 늘어날 수밖에.
‘더 강해져야 돼.’
물론 정령 활용 방안이 늘어나고, 최상급의 끝자락에서 벽 너머를 바라보는 경지에 올랐지만, 이곳이 끝이 아니었다.
작은 요정으로 변한 운다인이 입을 열었다.
“중간계에 정령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령의 힘?”
“네. 자연의 힘이 어느 때보다 강해졌어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대륙은 언데드들의 침공으로 역사 이래 악의 기운이 가장 강할 때다.
정화의 불꽃단이 부리는 농간으로 인하여 대륙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자연의 힘은 악의 기운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힘이다.
“아무래도 악의 힘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작용 같아요.”
운다인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제가 왕이었다면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을 건데 대략적인 기운밖에 느끼지 못해요.”
“그…… 지금 정령왕들이 있나?”
“네.”
나는 마침 잘 되었다는 듯 물었다.
“만약 운다인이 정령왕이 되면 기존의 정령왕은 어떻게 되는 거지?”
“기존의 정령왕은 정령계를 이루는 순수한 자연의 기운으로 돌아갑니다.”
“나와의 계약은 유지되는 건가?”
“태초의 계약은 그 무엇보다 신성한 것. 제가 왕이 되었다 하여 계약이 파괴되는 일은 없습니다.”
나는 잘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한 가지 시험을 치르셔야 됩니다.”
“시험?”
“왕의 힘은 최상급 정령과는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왕이 중간계로 소환되면 중간계 전체의 자연이 영향을 받을 정도로 강대하죠.”
운다인의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중간계는 균형의 세계. 어느 한쪽의 힘이 강해지면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지금 세계는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스스로 유지?”
“네. 악의 기운을 인위적으로 강화하는 자들은 지속적으로 중간계에 마계의 힘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반면, 자연의 힘은 세계 스스로가 기운을 모으는 것. 속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나는 운다인의 말을 이해했다.
“세계가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려는 힘보다 인위적으로 악의 힘을 강화시키는 게 더 빠르다. 이대로 가면 매우 위험하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나?”
“맹약의 주인이 중간계에 탄생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다인이 결론을 내렸다.
“왕을 중간계에 소환할 수 있다면 중간계가 지닌 자연의 힘이 어느 때보다 강해질 것이고, 자연스레 악의 기운을 물리칠 수 있을 거니까요.”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지금보다 더 강해지는 것.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길은 잡았어.”
내가 느낀 건 바로 바람의 호흡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바람의 호흡법은 내 모든 스킬의 근간이었다.
내가 바람의 정령과 친화력이 가장 높고, 어머니가 내게 남겨준 유일한 ‘마나 연공법’이었으니까.
내게 더 이상 시스템은 없지만 시스템보다 더 좋은 동료들이 있다.
바로 정령들이다.
운다인도 그렇고 이프리트, 노아스 그리고 실피드까지.
최상급 정령들 뿐 아니라 중급 정령들, 하급 정령들까지 모두 수련에 도움이 된다.
“전하!”
문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의문과 함께 말했다.
“들어오도록.”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게일이다.
“게일.”
게일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인가?”
“헤밀튼이 돌아왔습니다.”
“헤밀튼이?”
내가 반가운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왕국 연합 전체가 언데드 왕국이 되었고,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언데드가 국경을 지나고 있다 합니다.”
“모든 병사들을 소집하도록.”
나는 말을 하면서 게일과 함께 그레니안 성벽으로 달렸다.
이미 다른 지휘관들도 소식을 듣고 모두 그레니안 성벽으로 향하고 있었다.
켄이 내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기병들을 우회시키십시오.”
“기병들?”
“네. 기병 삼만을 매복시킨 뒤 달이 중천에 뜨면 언데드들의 진영을 일제히 무너뜨릴 생각입니다.”
켄의 말이 빨라졌다.
“전하와 릴리안 님이 있으니 방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얼마나 피해를 줄이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병의 지휘관은 게일 님이 맡아주십시오.”
게일은 거부하지 않았다.
우리 부대에는 출신이 다양한 기사들이 있지만 게일은 정통 기사 출신이다.
정통 기사의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승마다.
말을 잘 타야 된다.
승마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연히 말을 타고 전투를 하는 것도 잘해야 된다.
“곧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게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
나는 성벽 위로 향했다.
* * *
병사들의 사기는 우려했던 것처럼 나쁘지 않았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을 울리며 다가오는 언데드 군대를 보면 질릴 법도 한데, 성벽 위 병사들은 침만 꿀꺽 삼킬 뿐 활과 창을 꽉 쥐며 의지를 다졌다.
‘오만의 기병이 확실히 효과가 있군.’
언데드들이 점차 가까워졌다.
나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악의 무리들이 다시 한 번 이 땅에 침범했다.”
주변은 고요했다.
쿵-! 쿵-!
언데드들이 진군하는 소리가 들렸다.
“왕국 연합이 언데드 왕국이 되었다. 주민은 물론이거니와 귀족, 왕실 할 것 없이 모두 저렇게 변해버렸다.”
이프리트가 하늘을 날면서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이프리트의 화염 아래에 보이는 언데드들은 그 숫자가 끝이 없었다.
“우리가 이곳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족조차 저 꼴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죽음도 출구가 될 수 없다. 저들은 시체를 일으키는 게 취미니까.”
도망갈 곳도, 죽음도 끝이 아니다.
언데드와의 전쟁에서 유일한 출구는 바로 승리다.
“왕국 연합은 언데드 왕국이 되기 이전에도, 언데드 왕국이 되었음에도 우리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다.”
나는 차분하게 말을 맺었다.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다.”
이프리트가 과감하게 언데드 진영을 갈랐다.
마나가 회전하면서 상당히 많은 양이 이프리트에게 빠져나갔다.
고오오오오-!
이프리트의 화염이 마치 태양처럼 이글거렸다.
“끄어어억!”
콰아아앙-! 쾅-!
이프리트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언데드들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리치로 보이는 마법사들과 원거리로 공격하는 언데드들이 이프리트를 공격했지만, 소용없었다.
“와아아아아!”
“모두 쏴라! 단 한 마리도 더러운 언데드들이 이 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만들어라!”
내 말과 함께 궁수들이 일제히 활을 당겼다.
투석기가 작동했고 언데드들을 향해 거대한 돌덩이가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쾅-!
나는 실피드도 소환했다.
‘마나를 아낀다.’
병사들에게는 당장이라도 승리할 듯 말했지만, 나는 오늘의 전투 역시 해가 뜰 때까지 지속될 것임을 느꼈다.
언데드 숫자는 지난번보다 더 많았고, 강한 언데드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듀라한, 지난번에 한 마리밖에 없었던 데스 나이트는 언데드 진영 군데군데에서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들은 휘하 언데드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마치 인간 기사처럼.
릴리안은 이프리트를 보고 자극이라도 받은 듯 화염계 마법을 펼쳤다.
거대한 불화살이 언데드 진영 곳곳으로 날아갔다.
콰아앙-! 쾅-!
“제법 괜찮은 리치가 있나 봐.”
릴리안이 내 옆으로 오며 말했다.
“리치?”
“리치만 노려서 던졌거든. 근데 막아낸 놈들이 제법 많네.”
릴리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리치는 내가 맡을게. 저놈들이 우리 쪽에 마법을 사용하면 골치가 아파.”
“알겠다.”
올리비아와 게일이 다가왔다.
“저희는 양쪽으로 퍼져서 성벽 거점을 막겠습니다.”
“조심하도록.”
나와 올리비아가 눈이 마주쳤다.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올리비아 역시 내 마음을 느꼈으리라 믿는다.
곧 두 사람이 양쪽으로 흩어지면서 성문이 있는 성벽 위로 향했다.
콰아아앙-! 쾅-!
그 사이 실피드와 이프리트는 언데드 진영을 마음껏 누볐다.
언데드들은 가만이 당하지 않고 이프리트와 실피드를 꾸준히 공격했다.
나는 이프리트를 역소환했다.
동시에 노아스가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해자 앞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줘.’
머릿속으로 노아스의 음성이 꽂혔다.
-얼마나 깊어야 하나?
‘저놈들을 충분히 묻을 정도로.’
노아스의 움직임에 따라 땅이 들썩거렸다.
“쏴라!”
나는 다시 한 번 궁수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실피드에게 마나를 불어넣었다.
바람의 칼날.
내가 정령사로서 처음으로 능력을 자각하고 개방시킨 스킬이다.
지금도 충분히 위력적인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시스템은 없어졌지만 스킬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다.
스킬은 정령들의 능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실피드가 언데드 진영 중앙에서 사방으로 바람의 칼날을 날렸다.
동시에 내 마나를 쑤욱 빼가더니 회오리를 일으켰다.
“전하, 신호를 보내십시오.”
켄이 다가오며 말했다.
그의 손에도 활이 들려 있었다.
언데드들은 아직 성벽까지 기어오르지 못했다.
지금이야 잘 막아내고 있지만 저들은 곧 압도적인 숫자로 성벽 근처까지 도달할 것이다.
나는 최대한 그 시간을 늦추기 위해서 노아스에게 해자 앞에 하나의 장애물을 더 설치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벌써 기병을 동원하다니?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아닙니다. 지금입니다.”
나는 켄의 판단을 믿었다.
그가 이 군대의 군사였고 그의 판단이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이프리트를 재소환했다.
이프리트가 동쪽 하늘을 향해 날았다.
하늘에서 화염의 비를 뿌리는 게 신호였다.
단숨에 마나 홀의 절반이 비어버렸다.
콰아아앙-!
화염의 비에 녹아내리는 언데드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순식간에 족히 천 마리가 넘는 언데드가 시신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땅이 울렸다.
매복하고 있었던 기병들이 이프리트의 신호를 받고 언데드 진영을 향해 달렸다.
켄이 릴리안에게 말했다.
“릴리안 마법사님.”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캐스팅을 시작했다.
9서클에 도달한 마법사가 캐스팅까지 하면서 펼치는 마법이 무엇일까?
곧 마법의 정체가 드러났다.
달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순백의 구체가 언데드들 사이로 떨어졌다.
콰아아아앙-!
기병들이 언데드 진영을 가로질렀다.
“전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총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