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4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41화(241/278)
241화.
콰아아앙-!
기병이 언데드 진영을 휩쓸었다.
군마는 일반 말들과 다르다. 잘 훈련된 군마들은 적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거대한 덩치와 빠른 기동력으로 언데드들을 깔아뭉갰다.
일반 창병보다 더 큰 창을 들고 있는 기사들은 단번에 서너 마리의 언데드들을 죽였다.
“공격!”
나는 이프리트와 실피드에게 맹렬히 마나를 불어 넣었다.
이프리트의 화염이 밤하늘을 밝혔다.
실피드의 바람은 언데드 사이를 헤집었다.
서걱-!
나는 언데드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내가 아니라 ‘정령’들이 강해지는 것 같았다.
-보통 언데드들이 아니라 그렇습니다.
실피드의 목소리였다.
내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목소리에 나는 의문을 느끼며 물었다.
-보통 언데드들이 아니라고?
-네. 이들은 자연적으로 생긴 언데드가 아니라 인위적 만들어진 언데드들은 중간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실피드의 말이 이어졌다.
-저들이 소멸함으로써 저들 때문에 약해진 자연의 기운이 회복되고 그 힘이 저희에게 모이는 것입니다.
-자연의 힘이 모인다라.
그럼 언데드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정령들은 점차 강해진다는 뜻일까?
셀 수 없는 언데드들을 죽이면 혹시 왕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나의 의문에 실피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저들의 소멸로 인하여 회복되는 자연의 기운은 당연히 중간계 자연 순환에 사용해야 됩니다.
-따로 자연 순환에 힘을 쓸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하나?
-아닙니다. 저희에게 모였던 기운은 자연스레 중간계 자연에게 돌아갈 겁니다.
나는 실피드의 말을 이해했다.
즉, 언데드들을 죽이고 모이는 자연의 기운이 나의 정령들을 일종의 교착점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정령들에게 모였다가 다시 자연으로 흩어지는 뭐, 그런 느낌이다.
-정확하게 이해하셨습니다.
실피드의 말에 내가 피식 웃었다.
-아주 조금이나마 저희가 더 강해지긴 합니다.
“아주 조금이나마?”
-네. 저희에게 모였던 자연의 기운 중 극소수가 저희의 힘이 되니까요.
단순 교착점 역할만 하지 않고 일부 힘이 모인다는 사실에 나는 곧바로 운다인과 노아스도 소환했다.
네 명의 최상급 정령이 전장을 휩쓸면서 기병과 함께 언데드들을 몰아내고 있었다.
그때 게일이 근처로 다가왔다.
“네크로맨서들이 많습니다.”
“올리비아와 함께 그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범위 공격은 나와 릴리안이 맡겠다.”
“네. 전하.”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안이 달려가는 게일을 향해 말했다.
“주변은 의식하지 말고 네크로맨서, 리치를 공격하는 데 집중해. 그놈들의 마법은 내가 막을 거니까.”
궁수들은 끊임없이 화살을 날렸고, 기병들은 여전히 한 명당 적어도 수십 마리의 언데드들을 감당하고 있었다.
언데드의 숫자는 전보다 더 많고, 네크로맨서, 리치, 데스 나이트, 듀라한 등 강한 놈들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전력 역시 충분히 강했다.
무엇보다 병사들은 언데드와의 전투에 익숙해졌다.
‘경험’은 실로 중요하다.
그레니안 병사들 중 지금까지 살아 있는 병사들은 제국의 강병 못지않게 전투에서 능숙함을 보여주었다.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언데드들은 서너 명이 합공하고, 동료를 공격하는 언데드의 뒤를 노려 단숨에 죽이는 모습도 보였다.
나는 하급, 중급 정령들은 병사들 주위에서 싸우도록 보냈다.
병사들이 위험에 빠지면 도와주는 형식이다.
덕분에 나는 전장 전체를 홀로 감당하고 있는 듯 보였다.
“리치 놈들의 마력은 모두 봉인되었어.”
릴리안의 말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한 겁니까?”
“네크로맨서는 리치와 약간 달라. 그놈들은 마법사와는 다른 종류거든. 하지만 리치는 마법사가 죽어 언데드가 된 존재. 그들의 기본 능력은 마법이지.”
릴리안의 지팡이가 빛났다.
“마법사의 특징 중 하나가 하위 마법사는 결코 상위 마법사에게 이길 수 없다는 거야. 그 숫자가 몇 명이라도.”
전황은 손쉽게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
릴리안의 마법이 곳곳에서 활약했으니까.
나는 잠시 숨을 돌렸다.
정령들이 모습을 감추자 기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나는 기사들을 믿고 바람의 호흡법을 운용하며 비어 버린 마나 홀을 채웠다.
‘후우, 쉽지 않군.’
그나마 정령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안도감을 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더 강해진다.
적들도 여전히 강력한 전력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우리는 무너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마나 홀이 찼을 때 나는 실피드만 소환했다.
새벽이 점차 가까워졌다.
이 새벽이 지나면 해가 뜰 것이고, 해가 뜸과 동시에 언데드들은 물러난다.
나는 병사들에게 희망을 노래했다.
“단 한 마리도 살려 보내지 않는다!”
내 말에 병사들이 더욱 힘을 내어 전투에 매진하고 있었다.
실피드는 바람이 되어 언데드들을 통과했다.
서걱-!
날카로운 바람은 연약한 언데드의 살집을 헤집었다.
“전하, 헤밀튼이 깨어났습니다.”
도착 직후 정신을 잃고 치료를 받던 헤밀튼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치료하도록.”
“전하를 뵙겠다고 합니다. 급한 일이라고 반드시 할 말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병사의 말에 나는 의문을 느꼈다.
‘뭐지?’
지금 상황을 모르는 건가?
그래도 일단 나는 병사에게 답을 내려주었다.
“금방 간다고 전하도록.”
전황이 나쁘지 않으니 나는 일단 성벽 아래로 내려왔다.
헤밀튼이 조직원들에게 뭔가 특별한 보고라도 받은 걸까?
그가 언데드들 무리에서 살아 돌아왔으니 뭔가 건진 정보가 있는 모양이다.
“릴리안, 잠깐 부탁해. 나는 헤밀튼에게 다녀오지.”
“걱정하지 마.”
릴리안의 말에 나는 안심한 뒤 왕궁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 * *
헤밀튼은 나를 보자 겨우 몸을 일으켰다.
“누워 있게.”
“전하.”
“언데드에 쫓겼나?”
“국경 거점에서 언데드를 발견한 뒤 그레니안으로 곧장 후퇴했지만, 일부 조직원들을 잃고 말았습니다.”
“괜찮아.”
정보 조직원들의 희생이 안타까웠지만, 나는 헤밀튼이 살아 있어 다행이라고 느꼈다.
“왕국 연합에 잠입했던 모든 이들이 희생되었습니다.”
나는 그 말에 신음을 삼켰다.
헤밀튼의 정보 조직은 헤밀튼이 오랫동안 시간과 열성을 투자하여 만든 조직이다.
정보 조직은 지금까지 큰 공을 세웠다.
그 조직이 통째로 무너졌다는 소식에 나는 당혹스러웠지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헤밀튼.”
부하를 잃은 그에게 어떤 위로를 해야 좋을까?
“그들의 죽음이 많은 이들을 구할 것이다.”
조직원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들의 죽음이 숭고했음을 알려주는 것밖에 없었다.
굳이 한 가지를 더 찾자면,
“유족들에게는 내 직접 위로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전하.”
헤밀튼은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다.
나는 이 전쟁이 끝나면 유공자 개념을 새롭게 만들 작정이었다.
칼페온은 물론이거니와 대륙 문화에는 유공자가 없었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귀족을 기리는 문화가 있었지만, 말 그대로 귀족을 위한 문화다.
내가 생각하는 건 현대의 유공자를 기리는 문화다.
귀족만이 아니라 전쟁에 참여한 모든 병사들을 위로하고, 전사한 병사들을 기리는 문화.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리할 필요가 있지.’
“전하.”
헤밀튼의 목소리에 나는 상념을 지웠다.
“왕국 연합에 잠입했던 조직원들 중 한 명이 이 지도를 남겼습니다.”
헤밀튼이 꺼낸 지도에는 몇 군데 표시가 되어 있었다.
총 다섯 군데였다.
“뭐지 이건?”
“제단이라고 했습니다.”
“제단?”
“네.”
헤밀튼의 말이 이어졌다.
“네. 제단을 통해 악의 기운이 모이고 그 기운이 왕국 연합 주민들을 언데드로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제단을 파괴하지 않으면 왕국 연합 전체가 언데드 왕국으로 변할 겁니다.”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왕국 연합 전체?
처음 왕국 연합 병사 삼십만이 언데드로 변했을 때부터 의문을 느꼈어야 했다.
그 정도 숫자가 단번에 언데드로 변한 건 아무리 네크로맨서가 많았어도 하기 힘든 일이었는데.
정화의 불꽃단은 이미 어떤 ‘장치’들을 마련해 두었던 것이다.
“그럼 그 제단을 파괴해야 되겠군.”
헤밀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쉬도록. 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하지. 자네는 당분간 쉬어.”
“아닙니다. 다시 조직을 재건하겠습니다.”
정보 조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정화의 불꽃단은 숨겨진 조직이었고, 그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냈지만 여전히 감춰진 게 많았다.
신출귀몰하게 이동하는 그들의 이동 경로도 파악해야 되는데, 따로 인력을 배치할 여유가 되지 않았다.
헤밀튼이 정보 조직을 재건해준다면 고맙지만, 지금은 헤밀튼 본인의 치료가 더 급했다.
“자네는 몸을 추슬러. 마법진을 타고 황궁으로 가게. 가서 황궁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고 복귀하도록.”
“전하.”
“명령이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창문 밖에는 해가 뜨고 있었다.
나는 지도를 챙긴 뒤 헤밀튼의 방에서 나왔다.
밖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를 향해 말했다.
“켄을 불러오도록.”
“네. 전하.”
나는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밤사이 전투의 피로도 풀 겸 와인 한 잔을 따랐다.
테이블에 지도를 펼친 뒤 자세하게 살폈다.
‘다섯 군데…… 왕국 연합 수도를 감싸고 있는 형태군.’
다섯 군데의 제단을 선으로 그리면 원의 형태가 되었다.
제단마다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지도로 볼 때는 가깝지만 아마 실제로 말을 타고 달려도 족히 일주일 이상은 떨어져 있는 거리다.
‘단숨에 다섯 군데를 파괴하긴 힘들어. 하지만 단숨에 파괴하지 않으면 나머지 제단의 경계도 더 강해질 거고.’
그레니안을 공격하는 언데드만 하더라도 수십만인데, 저들을 뚫고 왕국 연합으로 가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똑똑-!
“전하 켄입니다.”
나는 문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대답했다.
“들어오도록.”
켄은 전투의 흔적도 수습하지 못했다.
옷은 잔뜩 더러워져 있었다.
얼굴에는 피곤함도 역력한 게 밤샘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려주었다.
켄은 우리 군대의 군사로서 전체 전투를 지휘하는데도 직접 전투에 나서면 되지 않을 정도로 언데드 숫자가 많다는 뜻이다.
“헤밀튼은 좀 어떻습니까?”
“황도로 보내서 치료할 거다.”
“네.”
나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지도.”
테이블을 가리키자 켄이 지도를 보았다.
“뭐죠?”
“제단. 저 제단이 왕국 연합 주민들을 언데드로 만들고 있다고 하더군.”
켄의 눈이 가늘어졌다.
“정화의 불꽃단 능력이 생각보다 더 대단하군요. 보통 언데드라함은 시체를 일으켜 세우는 건데…… 살아 있는 사람을 언데드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을 언데드로 만드는 제단이라니요.”
“맞아. 어쨌든 저 제단을 파괴하지 않으면 앞으로 왕국 연합 주민 전체가 언데드가 되어 그레니안으로 내려 올 거다.”
나아가 제국까지 침범할 가능성이 높았다.
왕국 연합이 아무리 제국보다 작은 나라라고 하지만, 인구수를 따지면 백만을 가뿐히 넘긴다.
‘현대가 아니기에 정확한 인구를 셀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보다 몇 배는 많은 언데드들이 양산된다는 뜻이지.’
켄이 결론을 내렸다.
“파괴해야 되겠군요.”
“방법은?”
내가 켄을 부른 이유다.
파괴해야 되는 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방법이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