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4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43화(243/278)
243화.
나는 마법진을 타고 황궁으로 향했다.
제임스 공작은 곧바로 만날 수 있었다.
피로가 가득한 공작의 얼굴은 그동안의 업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공작님, 괜찮으십니까?”
내 말에 제임스 공작이 옅게 웃었다.
“네. 업무가 과중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다행이네요.”
나는 곧바로 화제를 전환했다.
“다른 전선 상황은 어떻습니까?”
“남부에서는 폐하께서 직접 나서셨는데 고착되어 있습니다. 동북부 전선에 있던 카렌과 제인이 내려간 게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최신 소식입니까?”
“네.”
아버지가 직접 내려간 전선이 고착 상태라니.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하긴, 카렌 역시 벽을 넘었으니. 만만치 않으니까.’
나는 이어서 서부 전선도 물었다.
“서부 쪽은 어떻습니까?”
서부는 내 정치적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마이크 후작이 다시 내려갔지만, 서부의 전력만으로는 요정을 막아낼 수 없었다.
다행히 오스틴 공작이 서부 전선으로 파견 나가 있었지만, 믿음직하지는 못했다.
정화의 불꽃단과 연관 고리도 있었고, 오스틴의 충성심은 그리 강하지 않으니까.
베레곤 공작이 전사한 지금 냉정하게 오스틴 공작은 나의 유일한 정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얀 공작은 베레곤 공작이 전사하면서 힘이 자연스레 약해졌다. 얀은 애초에 베레곤 공작과 한 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현재 단독으로만 황실을 위협할 세력은 오스틴 공작의 리버힐 가문뿐이었다.
더구나 언데드와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리버힐 가문의 마법사들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오스틴 공작이 지금 상황에서 반란 같은 건 꿈꾸기 힘들 거다. 그도 바보가 아닌 이상 언데드와의 전쟁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니까.’
제임스 공작이 입을 열었다.
“서부 전선은 밀리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전력 자체가 밀리니까요.”
“리버힐 가문 전력 대부분이 서부에 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병사의 전력이 부족한 것이지 정예만 놓고 본다면 서부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제국이 세 곳의 전선을 감당하고 있다 하더라도, 리버힐 가문은 황실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한 가문이다.
그들이 가 있는데 요정들에게 밀린다?
고착 상태라면 몰라도 밀리는 건 위험하다.
어느 한 곳의 균형이라도 깨지게 된다면 제국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추가로 병력을 파견했습니다. 남부에 지원하기로 되어 있었던 얀 가문의 기사들을 서부 쪽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어렵군요.”
제임스 공작의 얼마나 머리가 아플까.
그나마 제임스 공작이 황궁에 있어서 전체 전선 관리가 가능한 것이다.
사소한 판단 하나가 전체 전선을 무너뜨릴 수 있는 무거운 자리다.
“혹시 황궁에 오신 건 원군 파견이나 혹은 다른 문제가 있어서입니까?”
제임스 공작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왕국 연합에 다섯 곳의 제단이 있습니다.”
나는 차분히 제임스 공작에게 왕국 연합의 상황을 설명했다. 다섯 곳의 제단을 파괴하는 건 다른 전선에도 영향을 끼친다.
왕국 연합은 정화의 불꽃단의 본거지나 다름없으니까.
정확한 건 아니지만 나는 제임스 공작에게 내가 의심하는 부분을 말했다.
“아무래도 저들은 이동 마법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동 마법진이요?”
“네. 왕국 연합과 남부로 이어지는 이동 마법진이요. 그게 아니라면 카렌이나 제인의 이동, 그리고 남부의 언데드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고민에 잠겼다.
“왕국 연합과 남부는 거리가 엄청 멀지 않습니까? 그 정도 거리의 이동 마법진이라면 최소한 오스틴 공작 정도의 마법사가 필요합니다.”
제임스 공작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법사 중 오스틴 공작 정도의 실력이 있다는 이야기겠죠.”
나는 결론을 내렸다.
“어쨌든 왕국 연합에는 이동 마법진과 제단이 있습니다. 이동 마법진의 위치는 모르지만 제단의 위치는 알고 있으니…… 반드시 파괴해야 됩니다.”
“병력이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화이트가의 기사들이 필요합니다.”
화이트가의 기사들은 전선에 참여하다가, 제임스 공작의 황궁 복귀와 함께 복귀했다.
제임스 공작의 중앙 통제력을 높이기 위한 일이었다.
가문의 힘이 모두 전선에 나가 있는 상태라면 제임스 공작의 통제력이 약해진다.
무력이 기반 되지 않는 권력은 나약하다.
귀족들이 왜 제임스 공작의 말을 잘 듣겠는가?
언제든지 화이트가의 정예가 자신의 가문에 올 수 있으니까.
특히나 이런 전시 상황에서는 가문의 전력을 얼마나 유지느냐에 따라 권력의 크기가 달라진다.
나는 제임스 공작님의 중앙 통제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전하, 화이트가의 정예가 파견을 가면 제 통제력이 약해집니다. 이곳에서 전선을 관리하는 게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역시 제임스 공작이다.
“얀 공작이 있지 않습니까.”
“얀 공작?”
“네. 이번 작전은 믿을 수 있는 이들과 함께 해야 됩니다. 얀 공작의 기사들이 아니라 화이트가의 기사가 필요한 이유죠.”
나는 설명을 빠르게 이어나갔다.
“공작님께서는 얀 공작을 회유하십시오.”
“얀 공작을 말씀이십니까?”
“네. 베레곤 공작이 전사하고 오스틴 공작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얀 공작은 황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을 겁니다.”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남부에는 아바마마가 계십니다. 얀 공작과 그 기사들이 빠져도 괜찮을 겁니다.”
“일단 폐하께 전령을 보내겠습니다.”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어차피 당장 실행할 수 없는 작전이다.
나는 그레니안에서 버티고 있는 동안 제임스 공작님이 황궁에서 여러 일을 해주어야 한다.
이내 몸을 일으켰다.
“그레니안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
황궁에서의 일을 마무리한 뒤 나는 그레니안의 방어에만 집중했다.
수도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작전을 위한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제임스 공작을 믿고 있으니까.
충분히 내 뜻을 전달했으니 잘 움직여줄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황궁에서 전선의 전체를 관리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듬직한 일이다.
밤사이 언데드의 공격을 막아내고 나는 흐르는 땀을 닦은 뒤 연무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작전 시작 전까지 나는 최대한 더 강해지기 위해서 노력했다.
‘후우우.’
바람의 호흡법은 정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신비로운 호흡법이었다.
완전히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느낌이 달랐다.
‘호흡에도 강약이 있다.’
호흡에 따라 마나가 흐르고, 그 흐름은 혈맥을 따라 온몸을 휘젓는다.
어느 곳에서는 강하게, 어느 곳에서는 약하게.
나는 눈을 감고 차분하게 마나의 흐름을 관찰했다.
아직 꽉 막혀 있는 정수리의 벽!
‘이곳마저 뚫으면…… 한층 더 강해질 수 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예전에 막힌 혈맥을 뚫으면서 강해졌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몸속의 마나를 강하게 회전시켜 그 힘으로 막힌 벽을 뚫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굳이 몸속의 마나를 무리하게 빨리 흐르게 만들지 않았다.
강약을 지켜가며 차분히 정수의 벽을 건드렸다.
벽이 흔들릴 때마다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급한 마음을 먹을 필요는 없다.’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고통을 자처하지 않았다.
이 정도까지 한 뒤 벽이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니 굳이 더 시도하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몸속 전체에 마나를 회전시켰다.
마지막으로 마나 홀에 도착한 마나가 고요하게 쌓였다.
그리고 이내 절로 꿈틀거렸다.
‘뭐지?’
나는 의문을 느꼈지만 당황하지 않고 마나의 흐름에 호흡을 맡겼다.
뺨에 바람이 스치는 것 같았다.
언젠가 한 번 느꼈던 느낌이다.
그때와 다른 건 바람이 마치 몸 안에도 부는 것 같았고, 마나는 바람처럼 흘렀다.
이내 정수리의 벽이 흐물흐물하게 변했다.
고오오오-!
바람이 가라앉았다.
나는 눈을 떴다.
세상의 정령 기운이 좀 더 선명해졌다.
실피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에 한층 더 가까워지셨군요.”
육성으로 말하는 실피드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런 것 같군.”
이어서 이프리트, 운다인, 노아스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약간의 성취를 이루셨군요.”
운다인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이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한 편으론 놀라운 일이다.
정령들이 스스로 정령계에서 계약자의 힘을 통해 중간계로 나온 거니까.
“바람의 정령왕 힘이 약해졌습니다.”
운다인의 말을 실피드가 받았다.
“제가 좀 더 왕에 가까워졌습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실피드의 힘이 강해진 건 나도 느끼고 있었지만, 왕에 가까워졌다고?
운다인이 웃으며 내 표정에 대답했다.
“벽을 넘으셔야 될 겁니다. 지금은 좀 더 강한 정령이 된 것뿐이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 돌아가. 이따 밤에 또 언데드들과 신나게 싸워야 되니까.”
죽이는 언데드 숫자가 많아질수록 정령들의 힘이 조금씩 강해졌다.
‘오늘 수련 결과가 훨씬 크다. 언데드를 아무리 죽여도 정령이 강해지는 건 한계가 있어.’
나는 정령들이 돌아간 뒤 마지막으로 바람의 호흡법을 운용한 뒤 몸을 일으켰다.
이제는 완연히 밤낮이 바뀌었다.
밤에만 싸우게 된 지 제법 시간이 지났으니까.
침실로 가자 올리비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안 잤어?”
“네. 기다리고 있었죠.”
올리비아가 커튼을 쳤다.
겨울의 햇살도 여전히 따갑고 잠을 자기에 불편하다.
커튼을 치자 침실이 어두워졌다.
“제단 파괴 작전까지는 얼마나 남았어요?”
“글쎄. 일단 준비가 모두 끝나야지.”
나도 확신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따로 임무를 수행하게 되겠네요.”
올리비아도 작전이 실행되면 따로 부대를 지휘해야 된다.
소드 마스터인 그녀는 최고의 지휘관이니까.
나는 올리비아와 함께 침대에 누웠다.
이 전쟁이 길어질수록 모두가 지쳐가고 있었지만, 나와 올리비아는 지친 기색조차 낼 수 없었다.
“전하, 전하!”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또 뭔가 일이 터졌나?
문을 여니 전령이 무릎을 꿇었다.
“폐하께서…….”
아버지의 이야기에 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폐하께 무슨 일이 생겼나?”
“폐하께서 큰 부상을 입고 황도로 호송 중이라 하십니다. 남부가 완전히 뚫렸습니다.”
나와 올리비아, 그리고 소식을 전하는 전령의 표정도 비슷했다.
“마, 말도 안 돼.”
올리비아의 말이 나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부상을 입었다고?
“자세한 소식은 들어 온 게 없나?”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비아 준비해. 황도로 간다. 자네는 가서 켄을 불러오도록.”
“네!”
“방어는 릴리안과 게일에게 맡긴다.”
“네!”
전령이 빠르게 사라지고 나는 올리비아와 함께 곧장 마법진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