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4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46화(246/278)
246화.
어머니를 뵙는 건 처음이다.
물론 어머니의 영혼이 내 앞에 나타난 건 아니다.
이건 일종의 ‘환영’이다.
릴리안이 함께 있었다면 이 마법이 어떤 마법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었겠지만.
사실 어머니의 환영이 어떤 마법으로 인하여 생겨났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바로 어머니의 환영이 하는 말이다.
-론, 아마도 당신이 이곳을 발견할 확률이 더 높겠지? 당신은 검술도, 마법도, 정령술도 천재적이니까.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일정한 수준 이상이 되어야 이 마법이 발동되는 모양이네.’
-하지만 우리 아들도 만만치 않으리라 생각해. 우리 아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나보다 정령 친화력이 높았으니까.
아, 나는 새싹부터 달랐구나.
나름대로 재능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친화력만 높지 정령술 재능은 없어 당신과 달리 어릴 때 정령 하나 소환하지 못했지만.
나는 애써 웃었다.
‘어머니, 참 명확하시네요.’
-어쨌든 내가 이곳을 남긴 건 당신이나 혹은 우리 아룬이 만약에 검술, 마법이 아니라 정령술로 최상급 너머의 경지를 허물었을 때를 위함이야.
나는 집중했다.
어머니는 최상급 너머의 경지에 대해서 알고 계셨던 걸까?
생전 어머니는 ‘상급 정령사’였다.
아버지도 상급 정령사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검술, 마법을 정령술보다 우선순위에 둔 건 아버지는 다른 두 개보다 정령술 경지가 조금 미흡하기 때문이다.
‘미흡하다니…… 평생을 중급 정령사조차 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버지는 소드 마스터, 6서클 마법사, 상급 정령사이니.’
작금의 위기는 그런 사람조차 생사를 헤맬 정도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정령술에 깊이 심취했어. 그리고 정령술을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 연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정령술은 검술이나 마법과 다르게 정령이라는 새로운 존재의 힘을 빌려 사용하는 것을 뜻해. 그리고 그 힘을 빌리는데 가장 밑바탕이 되는 건 역시 마나 호흡법이지.
바람의 호흡법이다.
나 역시 최근 예전보다 바람의 호흡법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시스템이 사라진 뒤 바람의 호흡법은 물론이거니와 ‘스킬’로 정의되는 정령술들도 하나같이 다른 느낌을 주었다.
바람의 호흡법은 단순 마나 호흡법이 아니었다.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건 바람의 호흡법이 가지는 효과야. 당신의 마나 호흡법은 내 것과 다르지만 내가 연구한 결과를 본다면 당신은 곧바로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해. 당신은 천재니까. 그리고 아룬이 본다면, 우리 아들은 당연히 바람의 호흡법을 익혔겠지?
어머니가 미소를 머금었다.
아버지가 사랑했던 어머니의 미소는 기억 속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어머니는 이내 바람의 호흡법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최상급 너머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과연 바람의 호흡법이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길을 알려주셨다.
나는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바람의 호흡법을 실행하면서 마나를 운용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운용법이라 낯설었지만, 속도를 조절하면서 마나를 한 바퀴 돌리는 데 집중했다.
이내 정수리 부근의 벽에서 다시 한 번 마나의 흐름이 막혔다.
-최상급을 넘으면 벽이 약해지는데 그때 바람의 본질을 가지는 게 중요해.
바람의 본질?
어머니의 말이 이어졌다.
-예전에는 강한 흐름으로 벽들을 부쉈다면 정수리의 벽은 마치 바람이 통과하는 듯 허무는 거야.
-잔잔한 바람이 조금씩 커져 마침내 돌풍이 되듯 아주 천천히.
나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눈을 감았다.
바람의 호흡법을 다시 한 번 어머니가 알려준 대로 하면서 마나를 몸속에 몇 바퀴나 돌렸다.
그때마다 새로운 감각들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마치 몸이 하늘을 나는 느낌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머니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정수리 부근이 따뜻해졌다.
살그머니 고개를 들자 어머니의 환영이 미소와 함께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론, 아룬, 너무 일찍 내가 있는 곳에 오지는 말아.
어머니의 말과 동시에 정수리의 벽이 바람과 함께 흩어졌다.
고오오오오-!
단계를 넘을 때마다 당연하듯 찾아왔던 고통 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실피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맹약의 주인이시여.”
“실피드.”
나는 눈을 뜨고 실피드를 바라보았다.
실피드의 형체는 온데간데없었다.
바람의 본질에는 ‘형체’가 없으니까.
정령들은 중간계로 소환할 때 각자의 형상을 갖추고 나온다.
한데 지금 실피드는 자신이 본모습 그대로 소환된 것이다.
“실피드.”
“음, 왕은 이름 없이 그저 왕이라 부르지만, 맹약의 주인께서는 편하신 대로 부르시지요.”
“왕이라고? 정령왕이 된 거야?”
솔직히 실피드에게서는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질문에 실피드가 형체를 드러냈다.
최상급 정령 실피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실피드가 설명했다.
“지금은 왕의 모습이 아닌 최상급 정령의 모습으로 형체를 만들었습니다. 왕의 모습을 드러내면 맹약의 주인께서 마나의 소모가 극심할 겁니다. 무엇보다 왕의 존재감은 주변의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쳐 자칫 다른 인간들이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아!”
나는 곧바로 수긍했다.
“다른 이들은?”
“왕이 된 건 저뿐입니다.”
실피드가 덧붙였다.
“현재 맹약의 주인 상태로는 다른 정령들을 소환할 수 없습니다. 주인께서 벽을 허물고 진정한 맹약의 주인으로 거듭났기에 모두가 정령계에서 새로운 존재로의 진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운다인, 이프리트, 노아스 모두 왕이……?”
“주인의 친화력이 바람과 가장 높아 제가 가장 먼저 왕이 되었습니다.”
실피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중간계에는 단 한 명의 왕만 소환하실 수 있습니다. 중간계의 균형을 위해서요.”
“그럼 최상급 정령들과 다시 계약을 해야 되겠군.”
실피드가 빙그레 웃었다.
“왜?”
내 질문에 실피드가 대답했다.
“주인께서는 더 이상 태초의 계약에 얽매이실 필요가 없습니다. 맹약의 주인이라 함은 중간계와 정령계를 잇는 존재니까요.”
“그럼?”
“맹약의 주인은 중간계가 무너질 때를 대비한 존재입니다.”
실피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금 중간계는 도탄에 빠졌고 자연의 흐름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다시 중간계가 흐름과 균형을 되찾는 날…… 맹약의 주인께서는 정령의 힘을 잃게 될 겁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내 얼굴이 절로 굳어졌다.
* * *
늦은 밤, 나는 그레니안으로 향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자연 속에 있는 정령이 보이는 걸 넘어서 자연의 본질 자체가 보였다.
쉽게 말하면,
“바람이 저렇게 생긴 줄은 몰랐어.”
내 말에 실피드가 대답했다.
“모두가 모습을 갖추고 있지요.”
“그래. 가자. 한창 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
최상급 그 너머의 경지를 정확하게 무엇이라 부를까?
소드 마스터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는 용어가 있었다.
인간 중 누구도 도달한 적이 없지만, 적어도 소드 마스터의 이상의 경지를 정의하는 단어 자체는 있는 것이다.
마법은 서클이 경지의 개념이다.
정령술은 그런 게 없었다.
최상급 정령사 그뿐이다.
‘용어가 뭐 중요하겠어.’
곧 그레니안 성벽에 도착했다.
병사들이 내 모습을 발견하고 환호를 질렀다.
“전하께서 오셨다!”
“황태자 전하시다!”
“황태자 전하!”
강한 기사 한 명의 존재가 병사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 나는 온몸으로 느꼈다.
“실피드.”
나는 성벽에 오름과 동시에 실피드를 불렀다.
이제는 최상급 정령이 아니라 왕이 된 실피드는 언데드들 한가운데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내 몸에서 어마어마한 마나가 빠져나갔다.
켄이 놀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전하!”
“올리비아와 게일이 보이지 않는데?”
“매복 중입니다. 이제 막 신호를 보내려 했습니다.”
실피드가 온전한 형체를 보였다.
콰아아아앙-! 쾅-!
실피드의 모습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말 그대로 태풍이다.
투명했지만 인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피드를 중심으로 태풍이 불고 있었다.
구울도, 듀라한도, 데스 나이트, 리치, 네크로맨서까지.
언데드의 종을 가리지 않고 태풍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모든 게 갈라졌다.
성벽마저 흔들릴 정도의 태풍에 나는 ‘후우’하고 한숨을 머금었다.
콰아아아앙-!
이제는 성벽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고 내 몸도 마찬가지다.
잠시 소환했을 뿐인데 이미 마나 홀이 바닥을 드러냈다.
쾅-!
실피드가 이내 점점 작아진 뒤 정령계로 돌아갔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그레니안 전체가 침묵한 듯 누구도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누가 먼저였을까?“
“우아아아아!”
한 명의 함성이 곧 전체의 함성이 되었다.
“황태자 전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연호하면서 병장기를 흔들었다.
정작 나는 다리에 힘을 주고 간신히 서 있는데 옆에 있던 켄이 주저앉았다.
“전하.”
“왜 그래?”
“제가 본 게 현실이 맞긴 한 겁니까?”
켄은 나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그건 뭡니까? 정령입니까?”
“바람의 정령왕.”
“바람의…… 정령왕?”
켄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정령왕이 맞는 겁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성벽 밖에서 올리비아와 게일이 휘하 병사들과 함께 말을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올리비아와 게일이 돌아온 모양이야.”
“네.”
나는 켄과 함께 두 사람을 맞이하러 성문으로 향했다.
곧 성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역시 전하셨군요.”
게일의 말에 나는 웃으며 물었다.
“보았나?”
“네.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정령왕이 맞는 겁니까?”
게일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맞아.”
“정말 어마어마한 기운이었습니다. 제가 두 눈으로 보아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올리비아는 걱정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전하는 괜찮으세요?”
“괜찮아. 마나 소모가 극심하긴 하지만.”
곧 나는 올리비아와 게일, 켄을 대동하고 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달이 중천에 떠 있었다.
정령왕의 소환 한 번으로 오늘 전투가 끝난 것이다.
‘제단을 부수지 않는 이상 언데드는 계속 생겨난다. 그래도 당분간 시간을 벌었으니 다행이야.’
오늘의 전투는 의미가 매우 컸다.
먼저 그레니안을 방어할 시간을 벌었다.
릴리안이 마음 놓고 방어 마법진을 그리는데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마법진이 모두 완성되면 제단 파괴 작전을 실행할 수 있다.
최상급의 경지를 넘어선 지금은 한 가지 더 작전이 생겼다.
“켄.”
“네.”
“정면 공격으로 왕국 연합 제단을 파괴할 작전을 구상해봐.”
“정면 공격이요?”
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충분히 왕국 연합을 정면으로 공격할 수 있어.”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력을 점검한 뒤 다시 한 번 작전을 구상해보겠습니다.”
“간단하게 회의를 마치고 나는 다시 황궁에 돌아가야 돼. 그곳에서 할 일도 만만치 않으니까.”
나는 내 권한을 제임스 공작님에게 넘겨주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정령왕과 계약한 정령사가 황궁에만 머물러 있는 건 너무 심한 전력 낭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