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4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48화(248/278)
248화.
제인 가문을 지키고 있는 언데드들을 보면서 나는 더 이상 왕국 연합을 인간의 왕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왕국 연합 최고의 가문이라 불리는 제인 가문도 언데드들이 보이자 마지막 희망을 버렸다.
‘왕국 연합은 정화의 불꽃단에 떨어졌다. 아니, 시작부터 그들은 정화의 불꽃단이 만든 국가일 가능성이 더 높지.’
론 칼 레오드, 나의 아버지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뭉친 여러 소규모 왕국들의 연합체가 왕국 연합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의 탄생은 그럴듯했다.
제국에 맞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왕국들이 하나로 뭉친 거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 상황을 돌이켜보면 그들은 그저 정화의 불꽃단의 도구였을 뿐이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정령술을 펼쳤다.
정령들은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을 가리지 않고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만약 다른 정령사가 있었다면 아마 나를 괴물로 생각하지 않을까?
‘소리스가 그립군.’
문득 소리스가 생각났다.
그는 제임스 공작을 도와 황궁에서 여러 업무를 보고 있는 중이다.
뷔칸이 전국적으로 보급을 보내는 일에 집중하는 중이고, 소리스의 업무는 바로 그 ‘보급’의 적정량을 판단하는 일이다.
행정가로서 뛰어난 그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나만이 아니라 황궁 행정가들에게도 인정받고 있었다.
오랜만에 소리스를 떠올리자 나는 다른 정령사들도 만나고 싶었다.
워낙 대륙에 정령사가 없으니, 제법 많이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소리스 이외에 정령사는 만나지 못했다.
‘아, 요정들이 있었지.’
요정들은 대부분이 정령사니까.
물론 그들과 정령술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딴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나의 정령들은 언데드들을 휩쓸었다.
제인 가문의 정문은 아주 활짝 열려 있었다.
언데드는 성문을 막고 성벽을 이용하여 방어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오직 ‘양’으로만 밀어붙였는데, 저들의 계산 착오는 바로 ‘나’의 전력이다.
그 사이 올리비아와 게일이 신호를 보냈다.
그들에게 네크로맨서 생포를 명령했는데 벌써 잡은 모양이다.
해가 중천에 있을 때 시작된 전투는 노을이 지기도 전에 끝났다.
족히 만 마리가 넘는 언데드였지만 큰 희생 없이 몰아낼 수 있었다.
나는 제인 가문 정문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오늘은 성안에서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도록.”
“네. 전하.”
켄이 대답한 뒤 덧붙였다.
“경계병들은 따로 편성하겠습니다.”
이곳은 적진이다.
그레니안을 방어할 때보다 경계의 중요성은 당연히 더 크다.
“기사들에게 경계를 철저히 하라 이르도록.”
켄이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제인 가문의 본가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게일과 올리비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네크로맨서를 감옥에 가둬두었습니다.”
“직접 심문해야겠군.”
내 뒤를 게일과 올리비아가 따랐고, 기사들에게 명령을 전달한 켄도 얼른 따라왔다.
제인 가문의 감옥은 지하에 있었는데, 상당히 음습했다.
감옥이라는 장소가 본래 음습한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제인 가문의 감옥은 뭔가 특별했다.
‘어둠의 기운이 더 강한 느낌이다.’
올리비아가 설명했다.
“아무래도 감옥을 금지된 마법 연구 장소로 사용했던 것 같아요.”
“그래?”
“네. 곳곳에 마법의 흔적이 있고, 통로도 제법 많았어요.”
“네크로맨서가 탈출할 가능성은?”
아무래도 네크로맨서의 연구실이었으니 감옥에 가두더라도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게일이 말했다.
“탈출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마나 홀을 완전히 파괴했고, 사지를 결박해 두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이내 네크로맨서가 갇혀 있는 감옥에 도착했다.
네크로맨서는 한 명이 아니었다.
모두 열 명이었는데 그중 세 명은 이미 정신을 잃고 사경을 헤매는 듯 보였다.
나는 굳이 그들을 살릴 생각이 없었다.
일곱 명 중 눈빛이 가장 또렷한 네크로맨서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무엇이지?”
내 말에 네크로맨서가 피식 웃었다.
나도 옅게 웃었다.
“이 상황이 웃긴 모양이군?”
“웃기지. 정화의 신을 믿지 않고 신도를 이리 박대하는데 자신의 말로가 곱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불쌍한 영혼을 보니 절로 웃길 수밖에.”
게일이 나섰다.
“감히!”
나는 게일을 말렸다.
“아, 괜찮아.”
나는 쪼그려 앉아 네크로맨서와 눈을 맞췄다.
“그래서 네가 자랑하는 그 신은 어떻게 이 대륙을 정화시킬 생각이지?”
“신의 종들이 대륙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악의 제국 칼페온은 머지않아 무너질 것이다. 당장 악의 우두머리 황제가 우리의 사제님에 의하여 쓰러졌지.”
“그래. 폐하께서는 쓰러지셨지. 내가 폐하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나?”
“악의 종자로군.”
네크로맨서의 비웃음이 진해졌다.
“그 신의 종들이 대륙 곳곳 어디에 있는 거지?”
“당장 이 땅에 다섯 군데에서 신의 힘이 발휘되고 있다.”
순진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감의 발로일까.
제단 이야기를 꺼내는 네크로맨서를 보면서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다른 곳도 있나?”
“요정의 숲, 야만인의 땅도 다섯 군데에서 신의 힘이 발휘되고 있지.”
“그럼 그 신은 이 땅에 강림하지 않는 것인가? 그냥 힘만 빌려주고?”
네크로맨서가 고개를 저었다.
“그분께서는 곧 오신다. 모든 준비가 갖춰졌으니까. 이제 이 대륙은 정화의 불꽃으로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들을 건 다 들었다.
요정의 숲, 야만인의 땅 그리고 왕국 연합 수도 근처의 다섯 개의 제단.
빨리 파괴하지 않으면 ‘마왕’이 소환된다.
그리고 그때는 아무리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어도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이다.
인간들의 피해가 어마어마하게 커짐은 말할 것도 없었다.
* * *
론은 꿈을 꾸고 있었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꿈이다.
그리고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도 그리웠던 사람, 이리엘을 다시 보았으니까.
론은 이곳이 꿈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영원히 살고 싶었고, 또 그러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 현실일 수 없었다.
-아룬을 잘 부탁해 론.
-이리엘!
-당신과 나의 아이잖아. 내 숨결이 그 아이에게 닿아 있다고 생각해. 그럼 믿을게 론.
-이리엘.
론은 점점 투명해지는 이리엘을 붙잡았다.
-이리엘!
-너무 일찍 오지는 마, 론.
론 칼 레오드, 그는 침대에서 거친 비명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헉, 하는 소리에 황제를 지키고 있었던 신관들이 눈을 부릅떴다.
“폐하!”
“폐하!”
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목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아 손을 뻗었다.
신관 한 명이 즉시 론에게 물을 대령했다.
론을 물을 마신 뒤 목을 가다듬었다.
여전히 목이 메마른 느낌이었고, 말하는 데 힘이 들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황궁인가?”
“네. 폐하.”
“남부 전선은?”
신관들은 눈치를 보다가 대답했다.
“폐하, 지금은 심신의 안정을 취하실 때입니다. 정사는 추후에…….”
론이 신관의 말을 잘라냈다.
“되었다. 지금 누가 정사를 이끌고 있지?”
“제임스 공작이 대전 회의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데려오도록.”
신관들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네.”
신관 중 한 명이 소식을 전하러 나가고, 나머지 한 명은 론에게 물었다.
“폐하, 한 번 상태를…….”
“괜찮다. 지금부터는 내가 알아서 해도 된다. 지금까지 고생이 많았다.”
신관이 움찔 몸을 떨었다.
차가운 황제는 신하에게 칭찬을 할 줄 몰랐다.
“신관들의 공이 적지 않다. 전쟁이 무사히 끝나면 충분히 보답하리라. 그대도 나가보도록.”
신관은 감격과 함께 허리를 숙인 뒤 나갔다.
홀로 남은 론은 힘겹게 몸을 일으킨 뒤 창문을 열었다.
이제는 완연한 겨울이다.
차가운 바람에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다.
“폐하, 제임스 공작이옵니다.”
“들어오도록.”
문이 열리고 제임스 공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제임스 공작의 말에 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미안하군. 그림자단과 황궁 기사단은 모두 황궁에 있나?”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단은 폐하 곁을 계속 지키고 있습니다. 황궁 기사단은 출전 준비 중입니다.”
론이 쓰게 웃었다.
“몸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림자단의 기척을 느낄 수가 없군.”
제임스 공작의 표정이 굳어졌다.
론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당장 전쟁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근거리에 있는 그림자단의 은신조차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제임스 공작은 불안해졌다.
‘누워 계실 때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폐하가 일어났음에도 위엄을 갖출 수 없다면…… 전선이 모두 밀리고 있는 와중에 딴생각을 품는 귀족들이 나올 수 있다.’
론이 피식 웃었다.
“불안한 모양이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곧 회복할 것이다. 전선은?”
“남부는 적들이 진군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서부는…… 오스틴 공작이 패배했습니다. 서부 귀족들이 황궁으로 피신하는 중입니다.”
“아룬의 정치적 고향이 쑥대밭이 되는군.”
제임스 공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동안 론에게서는 전혀 들을 수 없었던 말이다.
“왜?”
“아닙니다.”
“대전 회의를 아룬이 주관하다가 자네에게 넘기고 다시 전선으로 갔다지?”
“그렇습니다. 지금 왕국 연합 국경을 넘었고 제인 가문 본가를 멸문시켰습니다.”
“이기고 있는 건 그쪽뿐인가?”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전 회의를 열게. 그리고 오늘 밤 은밀히 나갈 준비를 해주게.”
“폐하?”
“아룬은 제인 가문에 머물고 있나?”
“네.”
론이 그림자단 수장을 불렀다.
“1호.”
천장에서 남자가 뚝 떨어졌다.
부복하는 남자를 보면서 론이 말했다.
“제임스 공작과 함께 아룬에게 갈 채비를 하도록.”
“네. 폐하.”
곧 1호가 사라졌다.
제임스 공작이 우려를 표했다.
“아직 움직이시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론이 고개를 저었다.
“카렌은…… 나조차 이길 수 없는 상대야. 그리고 나는 답보하고 있는 상태이고 길이 보이지 않아. 반면 그 아이는 계속 성장 중이지.”
제임스 공작은 그제야 아룬을 떠올렸다.
“전하께서는…… 정령왕을 소환하셨습니다.”
론의 얼굴에 경악이 번졌다.
“정령왕?”
“네. 그레니안 방어 전투에서 정령왕을 소환하여 언데드 오만 마리를 일거에 쓸어버리셨다고 합니다. 보고는 그렇게 들어왔고…… 아마 사실일 겁니다. 목격자가 적지 않으니까요.”
“그 아이의 어깨에 제국의 운명이 달려있군.”
론은 꿈을 떠올렸다.
이리엘에게 속삭였다.
‘내가 아니라 그 아이가 나를 지켜줄 것 같아. 이리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