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4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49화(249/278)
249화.
“총 열다섯 곳의 제단을 파괴해야 됩니다.”
켄은 임시로 마련한 회의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단의 역할은 지금까지 파악한 것으로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어 살아 있는 사람마저 언데드로 만드는 것. 두 번째는 마왕을 소환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네크로맨서로부터 켄이 말한 정보를 얻었고 이제는 새롭게 작전을 수립할 때다.
“본래 계획은 왕국 연합에 있는 제단 다섯 곳을 동시에 파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작전이 바뀌어 왕국 연합을 전면 공격하고 있는 중이죠.”
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이어졌다.
“지금은 단 한 개의 제단이라도 최대한 빠르게 파괴하는 게 중요합니다.”
게일이 물었다.
“어째서?”
“네크로맨서가 전부 말한 건 아니지만 제단은 마왕을 소환하는 장치입니다. 즉, 하나라도 없다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더 알아봐야 될 건 저들이 제단을 특정한 장소에만 세울 수 있는지 혹은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것인지, 제단을 짓는데 어떤 조건이 선제되어야 하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게일이 의견을 제시했다.
“네크로맨서가 꽤 협조적인데 그에게 묻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물론 네크로맨서에게도 추가적인 질문으로 정보를 얻을 생각입니다. 그는 협조적인 게 아니라 우리를 비웃는 겁니다. 자신들의 승리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죠. 그 점을 이용해 심문하면 적잖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켄이 긴말을 끝낸 뒤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전하.”
“말하도록.”
“대군은 게일 경에게 맡기시고 소수의 부대를 이용하여 가장 가까운 제단을 파괴하시는 것을 맡아주십시오.”
적진 한가운데를 일종의 특수 부대로 돌파해달라는 뜻이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도록 하지.”
“마왕이 언제 소환될지 알 수 없지만, 마왕이 소환되면 대륙은 큰 위기에 봉착할 겁니다. 일단 제단을 하나라도 파괴하면 소환 시기는 늦출 수 있겠죠.”
켄이 올리비아에게 말했다.
“전하를 잘 보필해주십시오.”
나는 곧바로 켄에게 물었다.
“자네는 가지 않나?”
“저는 게일 경과 함께 본대를 통솔하겠습니다. 본대의 역할도 중요하니까요.”
켄은 이내 지도를 펼쳤다.
가장 가까운 제단은 왕국 연합 수도 남서쪽에 있는 곳이다.
“이곳의 제단을 파괴하신 뒤 곧바로 본대와 합류해주십시오.”
나는 일단 지도를 자세하게 살폈다.
“꽤나 요새이군.”
주변이 산이고 성 앞에는 강도 흐르고 있었다.
공략하기가 만만치 않은 곳이다.
“이쪽 산을 타고 들어가면 의외로 쉽게 성안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켄이 가리킨 곳은 성 오른쪽의 야산이다.
다른 산들보다 높이가 낮고 성과 붙어 있었다.
“저들의 주력은 언데드입니다. 인간 군대가 지키는 것보다 방어의 효율성은 확실히 떨어지죠.”
“좋아.”
나는 켄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병사는 얼마나 데리고 가면 되지?”
“기병 일만을 이끌고 가십시오. 이번 작전은 속도와 화력이 중요하니까요.”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여 일거에 적을 쓸어버린 뒤 제단을 파괴하는 작전이다.
보병보다는 당연히 기병의 속도가 훨씬 빠르고 화력도 강하다.
“내일 아침에 출발하지.”
켄이 나에게 수정구를 건넸다.
“이건?”
“사흘거리 안에서는 어디에서든지 연결되는 수정구입니다. 저와 게일 경은 본대를 이끌고 이 길로 계속 진격하겠습니다.”
“제단을 파괴한 뒤 왕국 연합 수도 근처에서 본대와 합류하면 되겠군.”
* * *
아침이 된 이후 나는 기병들을 이끌고 제인 가문을 나섰다.
본대는 좀 더 정비를 마치고 출발하기로 되어 있어 나와 올리비아를 켄과 게일이 배웅했다.
나는 올리비아를 향해 말했다.
“이동은 주로 낮에 할 거야. 낮에도 활동하는 언데드들이 있지만 그래도 밤보다는 적으니까.”
“네.”
“언데드들은 아무래도 주요 거점에 몰려 있는 것 같아. 낮에는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고 밤에는 쉬고.”
올리비아가 의견을 제시했다.
“기병 일만이면 규모가 그래도 작지 않은 편인데 쉴 곳이 있을까요? 쉴 때마다 작은 성이라도 점령해야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나는 지도를 펼쳤다.
제단까지 가는 경로를 일직선으로 그렸다.
그게 가장 빠른 길이니까.
중간에 있는 장애물들은 모두 돌파해서 갈 작정이다.
네크로맨서의 말을 듣고 마음이 다급해졌다.
마왕이 소환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정말 대륙이 멸망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피부로 느껴졌다.
내가 아무리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어도 ‘소환’과 ‘강림’은 의미 자체가 다르니까.
‘통상 마왕의 강림은 말 그대로 마왕이 마계에서 가지고 있는 힘을 온전히 갖고 중간계에 오는 것을 말한다. 정령왕 역시 마왕과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지만…….’
문제는 내 능력이다.
나는 정령왕을 오랫동안 이곳에 소환할 수 없었다.
마나의 양이 모자라니까.
정령 역시 중간계로 소환되면 본래의 힘을 모두 발휘할 수 없다.
반면 나는 맹약의 주인으로서 그 제약이 사라졌다.
정령이 온전한 힘을 가지고 중간계에 소환되는 것이다.
당연히 정령왕도 마찬가지였다.
정령왕이 온전한 힘을 가지고 중간계에 소환되니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는 건 필연적인 일이다.
아무리 내 경지가 뛰어나도 정령왕의 힘을 모두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니까.
‘더 많은 마나를 쌓으면 되겠지만.’
그 일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노릇.
지금으로서는 마왕이 소환되지 않게 막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니 시간이 부족했다.
언제 마왕이 소환될지 모르고 제단의 정확한 역할, 만들어지는 과정도 모르니까.
‘켄과 헤밀튼을 믿어야지.’
나는 내 수하들을 믿고 내가 할 일에 집중했다.
“사흘, 사흘 안에 주파한다. 이곳, 이곳, 이곳, 이곳.”
나는 경로에 있는 성 중 네 곳을 찍었다.
모두 규모가 작은 성들이다.
“이곳에서는 휴식을 취한다. 사흘 안에 제단 근처에 도착하고 다음 날 성을 공격, 제단을 파괴할 생각이야.”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병사들에게 전달할게요.”
* * *
나는 굳이 말을 타지 않았다.
질풍도 데려오지 않았고, 말을 타고 달리는 것보다 정령술을 이용하여 달리는 게 오히려 더 편하고 빨랐다.
나의 승마술이 다른 기병들에게 미치지 못해 속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어 애초에 말을 데려오지 않았다.
제인 가문에서 출발하여 첫 번째 거점에 거의 도착했다.
여기까지 올 동안 다행히 전투는 한 번도 없었다.
중간에 잠시 점심을 먹은 것을 제외하고는 쉼 없이 달렸다.
나는 신호를 보냈다.
곧 일만의 기병이 동시에 멈췄다.
“올리비아, 기사들을 포함해서 정찰대 네 개를 편성한 뒤 성 주변을 정찰하도록 해.”
“네.”
올리비아가 곧장 사라졌다.
나는 기병들을 둘러보았다.
아직 우리 쪽에서는 이상 징후가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행여나 제단의 영향을 받아 병사들이 언데드로 변한다면?
‘헤밀튼의 보고에 따르면 제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악한 기운에 최소 이주 혹은 그 이상 노출되면 살아 있는 사람이 언데드로 변한다고 했었다.’
최소한 이주 안에 다섯 개의 제단을 모두 파괴해야 된다는 뜻이다.
나는 그래도 혹시나 병사들에게 이상이 있을까 우려되어 기사들을 불렀다.
“병사들의 상태를 잘 확인하도록. 왕국 연합에 들어오고 이틀이 지났다. 행여나 이상 징후를 보이는 병사들은 격리하도록.”
기사 중 한 명이 말했다.
“언데드가 될 기미가 보이면 바로 처형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기미가 보인다고 바로 처형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병사들의 상태를 자네들이 상세히 살피도록.”
“네, 전하!”
나는 곧 정령들을 소환했다.
나 역시 하늘로 올라가 성을 내려다볼 작정이었다.
실프들이 내 몸을 지탱하고 하늘로 올려보냈다.
곧 성 주변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언데드가 있군.’
성안에는 언데드들이 보였다.
네크로맨서나 인간은 보이지 않았다.
언데드들은 그저 의미 없는 몸짓으로 성안을 배회하고 있었다.
‘약 오백 정도인가?’
본래 성안에 살던 사람들이 아닐까?
제단의 영향으로 언데드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막상 언데드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보자 다시 한 번 병사들이 걱정되었다.
‘반드시 제단을 파괴해야 되겠군.’
나는 굳은 결심과 함께 땅으로 내려왔다.
올리비아가 그사이 정찰 부대를 보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들 위주로 편성해서 보냈어요.”
“잘했어.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잠시 휴식하지.”
병사들이 말들의 상태를 살피고 장비를 점검하는 동안 정찰 부대들이 돌아왔다.
작은 성이고 언데드가 먼저 공격하지 않아 정찰 자체는 쉬웠다.
내가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보고를 하는 정찰 부대 기사들의 말에 나는 즉시 기병들을 준비시켰다.
“곧장 성을 돌파한다!”
이내 모두가 다시 말에 올라탔다.
나는 가장 선두에 서서 성을 향해 내달렸다.
일만의 기병이 성으로 들이닥치고 있었지만 언데드들은 방어의 개념이 없어 성벽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
‘이 정도 성이면 성벽이 크게 의미가 없지만.’
낡아 달아빠진 정문을 거침없이 통과하고 나는 곧바로 바람의 칼날을 펼쳤다.
서걱-!
언데드들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콰아아앙-!
서걱-!
오백의 언데드들은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애초에 전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전력 차이가 워낙 나서 마치 성안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느낌이었다.
몸에 먼지가 쌓이기도 전에 끝난 전투다.
“모두 쉴 곳을 마련하도록! 이곳에서 오늘 밤을 묵는다.”
병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조각난 언데드들은 모두 따로 모아 태우고, 경계병들을 자체적으로 선별하여 성벽 위를 지켰다.
무너진 성문은 어느 정도 보수했다.
노을이 지고 점차 어두워질 때쯤 야전 천막이 모두 세워졌다.
나는 올리비아와 함께 천막을 사용했다.
말들은 모두 따로 모아 두었는데 잘 훈련 받은 군마들이라 그런 듯 통제가 어렵지는 않았다.
전장의 꽃이 기병인 이유를 나는 새삼 느끼고 있었다.
작은 성안에 병사들과 말들이 모두 들어올 수가 없어 말들은 성 외곽에 묶어 두었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나는 성벽 위도 올라가서 경계병들을 위로할 작정이었다.
돌아가면서 근무를 서지만 적진에서 경계를 서는 건 언제나 피곤한 일이니까.
올리비아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강자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이 아니군.”
멀지 않은 곳에서 강렬한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나와 올리비아를 제외하면 기사들도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즉시 정령들을 소환했고, 올리비아 역시 검을 뽑았다.
강렬한 마나의 기운은 점점 가까워졌다.
대담하게도 정문 방향이었다.
훌쩍 성벽을 뛰어내렸다.
그리고 마나의 주인이 점차 눈에 들어왔다.
“저들은…….”
올리비아가 말끝을 흐렸다.
다가오는 이들의 얼굴은 몰랐지만 복장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폐하의 그림자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