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5화(25/278)
25화.
바람이 요동쳤다.
나도 모르는 사이 한 발 움직였다.
피슉-!
목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내 귓가를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
바람과 대지의 흐름 스킬이 아니었다면 목검이 내 얼굴을 직격했을 것이다.
애써 표정을 관리하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실프를 부르며 켄과 거리를 벌렸다.
‘목검 사거리에서 벗어난다.’
목검보다 정령 스킬의 사거리가 훨씬 길고 당연히 나는 켄과 거리를 벌리는 게 유리했다.
팟-!
내가 뒤로 물러나자 켄 역시 계속 앞으로 쇄도하며 공격을 이어나갔다.
목검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매우 빠른 속도였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제는 모두 거짓이었다는 말인가?
켄의 눈빛은 서늘하게 내려앉아 있었고 그의 목검은 나를 압박하면서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냈다.
몸이 조각나는 듯한 착각은 켄의 기세가 나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나는 켄의 기세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바람의 호흡법을 통해 숨을 가라앉혔다.
정령들 역시 나의 압박감에 공감하고 있었다.
운디네가 소환하지도 않았는데 나타났다.
운디네가 내 심장 부근에 붙고 노움이 땅을 박차고 올라왔다.
고오오오오-!
켄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자신의 기세를 정령들이 자연스레 밀어내고 있는 사실에 경악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압박감에서 한결 벗어났고 켄에게 거리를 주지 않기 위하여 쉼 없이 움직였다.
연무장은 제한된 공간이었지만 얼마든지 빙글빙글 돌면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순간, 다시 한 번 켄의 신형이 사라졌다.
‘스킬이다.’
나는 켄이 익히고 있는 검술 중 하나라고 짐작했다.
마나홀에서 마나가 쑤욱 빠져나가며 바람과 대지의 흐름이 한층 더 강화되었다.
‘오른쪽 옆구리!’
바람과 대지의 흐름은 켄의 기세를 한층 더 민감하게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나는 미리 켄의 공격을 예측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허리를 비틀며 목검을 피해냈다.
목검이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가르는 순간 나는 실프를 향해 크게 외쳤다.
“실프!”
실프는 내 생각을 읽고 칼날이 되어 켄의 뒤를 덮쳤다.
켄이 순식간에 신형을 돌리며 목검을 휘둘렀다.
쾅-!
나는 실프 둘과 계약했다.
기세를 내지 않고 은밀하게 내 앞을 지키고 있었던 실프가 켄을 향해 날아갔다.
켄은 이번에는 뒤를 잡는 실프를 미처 쳐내지 못하고 공격을 허용했다.
커억, 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동시에 나 역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거친 숨과 함께 선홍빛 피를 토해냈다.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바람의 사슬을 무리하게 구현하여 혈맥을 타고 흐르던 마나가 혈맥 자체에 타격을 준 것이다.
“전하!”
소리스가 급하게 나를 향해 다가왔다.
동시에 지켜보고 있던 그림자 걸음 길드원 두 명 역시 켄을 향해 다가갔다.
나는 소리스를 제지하고 말했다.
“괜찮아. 자네들과의 대련은 잠시 뒤에 하지.”
곧바로 바람의 호흡법으로 들끓고 있는 마나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켄 역시 내게 입은 상처를 치료하면서 허탈한 듯 말을 토해냈다.
“이거…… 실전이었다면 꼼짝없이 죽었겠네요.”
바람의 호흡법에 많이 익숙해진 나는 바람의 호흡법을 운영하면서도 말을 할 수 있었다.
“아니야. 내가 힘 조절에 성공해서 생채기에 그친 게 아니라 마나가 부족해서 그 정도에 그친 거야.”
나는 전력을 다하여 바람의 사슬을 사용했지만, 마나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스킬 공격력 자체가 약화되었다.
이미 켄의 기술을 피하기 위해 바람과 대지의 흐름 스킬에서 마나를 대부분 소모했었으니까.
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두 눈으로 보고 겪고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소리스도 마찬가지죠? 전하가 정령과 계약한 건 고작 한 달도 되지 않았습니다.”
내 곁에 서 있던 소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사 이래 전하와 같은 정령사는 없었지.”
두 길드원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싱긋 웃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고, 점심 식사 이후 두 사람과 번갈아 가면서 대련하지.”
확실히 대련을 통한 수련이 실력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켄과 대련을 통해 전투라는 것 자체에 익숙해졌고, 스킬 운영도 크게 늘었다.
‘보자.’
나는 남몰래 상태창을 켰다.
일단 내 상태창 변화를 확인했다.
바람의 사슬과 물의 장벽의 레벨은 변함이 없었지만 바람과 대지의 흐름 레벨은 3이 되어 있었다.
대련 한 번으로 단숨에 2레벨이 오른 것이다.
무척이나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대련을 복기하면서 스킬 레벨이 2나 오른 이유를 추측했다.
‘실전과 같은 대련이라 숙련도가 한꺼번에 많이 오른 모양인 것 같고…… 마나가 꼬일 정도로 격렬하게 스킬을 구현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물론 내 추측이다.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영웅 카렌을 집필했을 때 사용한 설정 중 하나가 바로 실전이 실력 향상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주인공 카렌은 상태창이라는 사기적인 시스템과 더불어 끊임없는 실전을 통하여 최종 보스와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나는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두 사람 모두 나보다 실력자이고 내 실력을 가늠했으니 오후에는 두 명과 동시에 대련을 하는 게 좋겠다.”
내 말에 소리스가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전하, 그건 무리입니다.”
“암살자가 한 명이라는 법은 없잖아. 내 자신을 지키려면 그대와 그대 길드원들과 같은 유능한 인재도 필요하지만 내 본 실력도 당연히 필요하다. 대비를 해서 나쁠 건 없지.”
내 말을 켄이 거들었다.
“좋은 방법입니다. 아예 저까지 껴서 세 명과 동시에 대련하는 형식이 좋겠습니다.”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좋지.”
-아룬 칼 레오드(Lv15)
-하급 정령술사
-황태자
-현재 보너스 스탯 0
재능
-S 바람의 동반자(Lv3)
-S 물의 수호자(Lv2)
-S 대지의 친우(Lv2)
스킬
-S 바람의 호흡법(Lv10)
-A 바람의 사슬(Lv5)
-A 물의 장벽(Lv5)
-A 바람과 대지의 흐름(Lv5)
현재 진행 퀘스트
-F 게일에게 끈기 인정받기
-F 출발이 반이다
-B 봄 평가 대회 성적
-A 보이지 않는 손길로부터의 해방
욕실에서 거울을 보며 확인한 내 상태창을 보며 나는 환하게 웃었다.
스킬 레벨이 목표했던 5레벨을 모두 맞췄다.
재능 레벨도 정령과의 추가 계약이 없었음에도 바람의 동반자, 물의 수호자가 각각 하나씩 올랐다.
나는 상태창을 통해 확실히 내가 바람의 정령과 가장 친화력이 높다고 생각했다.
재능도, 스킬도 모두 바람의 정령과 관련된 것이 다른 것보다 레벨이 훨씬 잘 올랐으니까.
스킬을 사용함에 있어서도 바람의 사슬 같은 경우가 가장 편안했다.
“F급 퀘스트 두 개는 조만간 끝날 예정이고.”
벌써 이주일이 넘도록 세 명과 동시에 대련하는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 성과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세 명의 공격을 막는 것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흘리거나 피하고 반격까지 간간이 가능했다.
물론 내가 켄을 포함한 그 세 명을 이기긴 요원했지만 실력이 부쩍 향상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 궁 밖으로 나간다.
칼페온 제국에 온 뒤로 내 행동 반경은 황태자궁에 국한되어 있었다.
황태자궁을 벗어난 건 황제의 집무실을 방문한 게 유일했다.
별로 답답하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나가려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내가 집필했던 칼페온 제국의 수도 거리를 직접 볼 수 있게 되었고 더불어 중세 판타지 세계의 사람들의 일생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들뜨지 말자.’
나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놀러 나가는 게 아니었다.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 내가 레벨이 오르고 너무 자만한 모양이군. 방심은 금물이야.’
스스로 다짐했고, 상태창을 종료한 뒤 욕실을 나왔다.
켄은 여전히 내 옆방에 머물고 있었다.
게일과 켄이 내 침실 바로 양 옆 방을 차지하고 있었고, 한 칸 건너 방은 소리스의 차지가 되었다.
나는 소리스를 꽤 신뢰하게 되었는데, 이유는 휘하 길드원들의 능력이 내 생각보다 뛰어났다.
그림자 걸음 길드원들은 황태자궁을 감시하고 있는 시선들을 찾아냈고, 그들의 소속마저 정확하게 알아냈다.
사실 감시하는 시선을 찾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황태자 직위를 노리고 있는 황자들과 관련된 세력의 대부분이 황태자궁을 주목하고 있었다.
물론 연무장 안까지 들어와 내 수련을 직접 보거나 혹은 궁 근처를 얼씬거리는 건 아니었다.
내가 놀란 건 켄의 계획을 구현하는 길드원들의 능력이었다.
궁 밖으로 나가는 명분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유일한 신하인 게일을 위해서였다.
황제에게 부여받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게일을 위하여 명검을 선물한다는 게 내가 궁 밖으로 나가는 이유였다.
황태자가 궁 밖으로 나가는 것 역시 행사라면 행사 중 하나였기 때문에 아버지께 보고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게일 핑계를 대었고 아버지는 딱히 의심 없이 허가를 내주었다.
‘의심이 없다기보다는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군.’
아직 나는 아버지의 기준에 한참 모자라는 인간이니 관심을 받을 리가 없었다.
어쨌든 수도 남쪽에 제국 최고의 대장장이가 있었고, 나는 그곳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황궁에서 대장간까지의 동선에서 암살 시도가 있을 만한 장소는 모두 열 군데가 넘었다.
그중 소리스 길드원은 두 곳으로 추려주었다.
지난 일주일은 본격적으로 암살 대비 수련을 진행했다.
‘연습은 충분하다.’
막상 목숨을 걸고 하는 도박이 내일이라는 사실에 나는 가슴이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소설로 읽는 것과 영상으로 보는 것, 혹은 상상하는 것.
즉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서의 압박감은 현실이 주는 압박감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떨리는 손을 붙잡았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침착하자.’
이미 한 번의 암살 시도에서도 무사히 벗어나지 않았는가.
나는 스스로를 믿었고, 켄과 소리스, 그림자 걸음 길드원들을 믿었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아무래도 오늘 잠을 자기는 힘들 것 같았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무척 긴장되었다.
지구보다 몇 배는 큰 달을 보면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이제는 완전히 차가워진 겨울바람이 무척이나 상쾌하게 느껴졌다.
‘할 수 있다.’
론 칼 레오드의 아들인 이상 본 편의 주인공 카렌과의 대립은 피할 수 없고, 그는 뱀의 독 길드나 첸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강자가 된다.
본신의 실력도 세력도 거대한 제국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니까.
지금 당장 카렌을 막을 수 있는 힘은 내게 없으니 차근차근 미래를 대비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는 게 최선이다.
스슥-!
바람결 사이로 아주 미약한 소리가 내 귓가를 스쳤다.
‘뭐지?’
나는 본능적으로 창틀에서 멀어졌다.
스스슥-!
이번에는 소리가 좀 더 뚜렷하게 들렸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암살자였다.
‘설마?’
내일 궁 밖으로 나가는데 그 기회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또다시 황태자궁에서 직접 일을 벌일 생각인가?
만약 그렇다면 나와 켄은 허를 찔린 것이다.
나는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스스슥-!
소리가 살짝 멀어졌다.
‘내 방이 아니다?’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 뒤 창틀로 가까이 다가갔다.
달빛에 여러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최소 열 명 이상이었다.
‘이런 미친!’
암살은 보통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하는데, 열 명이 넘어가면 그건 암살이 아니었다.
열 명이 넘는 그림자가 반 갈래로 켄과 소리스의 방으로 향했다.
나는 크게 외쳤다.
“켄! 소리스!”
누구인지 정체를 모르지만, 한밤중에 황태자궁 벽을 타는 건 의심스럽다 못해 불순한 의도를 확신할 수 있었다.
내 외침에 그림자 몇 명이 곧바로 내 침실 창문으로 다가왔다.
복면을 쓴 세 명의 남자가 순식간에 창문을 넘어오는 순간, 내 의식이 정령과 이어졌고 동시에 말이 터져나왔다.
“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