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5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50화(250/278)
250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황궁 침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그때 아버지의 몸 상태는 정말 좋지 않았다. 죽을 고비였다.
그런데 며칠 만에 황궁도 아니고 왕국 연합에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버지는 기병들을 직접 격려했다.
중요한 임무를 맡은 기병들은 갑작스러운 황제의 등장에 감격을 금치 못하였다.
아버지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제국 전체에 퍼져 기병들도 알고 있었는데 막상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들을 격려하다니.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표정들이었다.
그건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버지가 기병들을 둘러보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의 뒤를 조심스레 따라다녔다.
그림자단이 아버지 곁을 호위하고 있었다.
격려를 마친 아버지가 나에게 눈빛을 보냈다.
“들어가지.”
“네. 폐하.”
아버지의 목소리는 나쁘지 않았다.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나는 내심 아버지를 대신하여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정령왕까지 소환하면서 이제 제국에 아버지가 없어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내니 내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병사들을 잘 이끌고 그들에게 큰 사기를 불어넣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버지와는 차이가 컸다.
등장만으로도 병사들은 당장이라도 목숨을 던질듯한 각오와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해졌다.
‘역시 론 칼 레오드인가.’
제국 건국과 함께 그동안 쌓아 온 절대자의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와 올리비아 그리고 아버지는 내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레니안도 들렀고 본대에도 잠시 들렀다.”
아버지가 앉으면서 하는 말에 내가 짧게 대답했다.
“네.”
나와 올리비아도 자리를 잡았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물었다.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전투에 나설 정도는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
아버지의 입으로 몸 상태를 들으니 나름대로 안심이 되었다.
“내가 쓰러져 있을 때의 일은 대충 들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제가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나의 겸손에 아버지가 빙긋 웃었다.
아버지의 미소는 언제 보아도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차가운 인상만이 기억 속에 강렬히 남아서 그런 것 같았다.
아버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덕분에 제국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제국과 대륙의 운명이 네 손에 달려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구나.”
“폐하.”
나는 당혹스러운 듯 눈가를 좁혔다.
“나는 카렌에게 패배했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올리비아까지 표정이 굳어졌다.
카렌에게 패배하여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아버지가 패배를 인정하는 말은 충격을 주었다.
“폐하.”
“네가 정령왕을 소환했다는 소식도 알고 있다. 나는 칼페온을 건국하면서, 건국하고 난 이후에도 수많은 강자들을 상대했다.”
아버지의 말이 차분하게 이어졌다.
“모두 내 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규모 전투가 아니라면 마법, 정령술을 굳이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검 한 자루로 모든 강자들을 무릎 꿇렸으니까.”
아버지의 업적이 왜 신화적이겠는가.
그의 전설적인 행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행보가 처음으로 막혔다.
단 한 명의 청년에게.
“내가 아는 모든 검술, 마법, 정령술을 동원해도 그 청년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그 청년의 검술은 내 모든 능력을 막아냈어.”
올리비아가 나섰다.
“하지만 폐하께서 왕국 연합에서 그를 상대할 때만 하더라도…….”
“올리비아, 네 말이 맞다. 그때 그 청년은 이제 막 소드 마스터에 도달한 애송이였지. 하지만 그 이후 그 청년은 이해할 수 없는 속도로 성장했다.”
아버지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룬, 마치 너처럼 말이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카렌은 아마도 ‘시스템’의 힘으로 그토록 단시간에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시스템의 존재를 설명하기란 어려웠다.
차라리 불가사의할 정도로 빠르게 강해지는 카렌의 능력이 재능에 기인한 것임을 시인하는 게 더 이해하기 쉬웠다.
“나는 그 청년의 성장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이제 막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대한 갈피를 잡았지만 그 정도로만으로는 그 청년을 이길 수 없지.”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강렬해졌다.
“반면 너는 다르다, 아룬.”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너의 성장 속도는 그 청년의 성장 속도보다도 더 빠르다. 그리고 이제 정령왕까지 소환했지.”
아버지가 그림자단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림자단 수장이 다가와 상자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무엇입니까?”
“아주 오래전 가문의 보물로 내려온 것 중 하나다.”
“가문이라면…….”
“내가 제국을 세우기 전에 살았던 나의 가문. 나는 사용할 필요가 없지만 지금의 네게는 꼭 필요할 것이다.”
아버지가 진하게 웃었다.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지만 마나가 부족하여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없지 않나?”
아버지는 역시 아버지였다.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짚어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나를 증폭시켜주는 보물 중 하나다. 이번 작전이 끝난 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흡수하도록해라.”
나는 상자를 끌었다.
‘영단 같은 모양이네?’
애초에 이 대륙에는 판타지, 무협, 별 설정들이 다 들어가 있었다.
영물의 내단이라고 없을까.
나는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영단을 보면서 물었다.
“이건…….”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영단이다. 내게 마나의 양은 중요하지 않았다.”
“폐하께서 흡수하신 뒤 몸을 회복하시는 게…….”
아버지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네 몫이다. 우리 가문에서 내려오는 것이긴 하지만 이리엘이 찾아 준 거니까.”
“아!”
* * *
밤이 지나는 동안 언데드가 습격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새벽에 다시 황궁으로 돌아가셨다.
날이 밝자마자 나는 기병들을 이끌고 또다시 질주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올리비아와 대화를 나누었다.
“화이트 가문이 서부로 간다면 큰 걱정을 덜겠어.”
“네. 아버님께서는 오스틴 공작과 다르니까요.”
“오스틴 공작이 딴생각을 하지 않아야 할 건데. 폐하의 상태를 알고 자신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덮기 위하여 반기를 들 수도 있으니까.”
올리비아도 그 점을 우려했다.
“폐하께서 몸 상태가 정상이시라면 오스틴 공작이 감히 반기를 들지 못하겠지만…….”
“제임스 공작님은 그 부분을 해결하신 뒤 서부로 가시겠지.”
어제 아버지는 제임스 공작에게 서부를 맡긴다고 말했다.
내게는 왕국 연합을 무너뜨리는 데만 집중하라고 당부하셨다.
제국은 남부와 서부를 충분히 막을 힘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아버지의 조언대로 지금 내게 주어진 일에만 집중했다.
바로 제단 하나를 빠른 시간 내에 파괴하는 것.
다다다-!
일만의 기병들이 질주하자 땅이 흔들렸다.
그때였다.
정령들이 속삭였다.
-언데드!
-언데드!
나는 바람의 정령들이 말하는 목소리에 즉시 외쳤다.
“전군 공격 준비!”
나의 말에 기병들이 일제히 창을 들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적을 공격하는 내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곧 앞을 까맣게 뒤덮은 언데드의 모습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한 번 외쳤다.
“모조리 짓밟고 간다! 이 대륙의 주인이 언데드가 아님을 알려주어라!”
“우와아아아아!”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러댔다.
올리비아가 순백의 오러를 뿜어냈고, 나는 모든 정령들을 소환하며 달렸다.
이내 언데드와 기병이 만났다.
콰아아앙-!
군마들은 언데드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치 앞에 있는 장애물은 치워버리면 그만이라는 듯 맹렬하게 말발굽으로 언데드의 몸을 직격했다.
쾅-! 쾅-!
그리고 병사들은 말 위에서 거침없이 창을 휘둘렀다.
-땅속에 함정이 있습니다.
땅의 정령이 하는 말에 나는 즉시 마나를 뽑아냈다.
‘언데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군.’
함정까지 팠다면 언데드가 아니라 네크로맨서 혹은 언데드를 지휘하는 인간이 있다는 뜻이다.
언데드의 지능으로 ‘함정’ 같은 건 만들 수 없으니까.
땅의 정령들이 내 마나를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였다.
나는 바람의 칼날을 펼치면서 땅의 정령들에게 말했다.
“함정이 발동하지 못하도록 막아!”
기병들의 발이 묶이면 전력이 반이나 감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올리비아를 향해 외쳤다.
“올리비아, 네크로맨서를 찾아!”
소드 마스터는 기사들보다 훨씬 더 마나에 예민하기 때문에 흑마법을 사용하는 네크로맨서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숫자가 많아요! 적어도 열 명 이상인 것 같아요.”
나는 숨을 골랐다.
‘일만의 기병들 대부분을 살려서 가야한다.’
앞을 막은 언데드는 우리보다 숫자가 많았다.
이건 단순한 매복이 아니라 정면 승부다.
여기서 발이 묶이거나 혹은 큰 피해를 입는다면 제단까지 가기도 전에 모든 병사들을 잃을 수도 있었다.
나는 즉시 ‘실피드’를 소환했다.
고오오오오오-!
돌풍이 언데드들 사이를 갈라놓았다.
마나 홀이 거칠게 흔들렸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여기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정령왕 소환 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게 좋았다.
나는 올리비아를 불렀다.
“올리비아.”
“네. 전하.”
“나를 지켜줘. 실피드가 마무리할 거야.”
올리비아는 네크로맨서를 쫓는 것을 그만둔 뒤 내 곁에서 오러를 뽑아냈다.
돌풍은 더욱 커졌고 그에 휩쓸리는 언데드의 숫자는 더 많이 늘어났다.
이내 정령왕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고오오오-!
돌풍은 병사들 사이를 지나치며 오직 언데드만을 찢어놓고 있었다.
네크로맨서들이 무엇인가 마법을 사용한 것 같았지만 정령왕의 바람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돌풍은 모든 것을 빨아들였고, 찢어놓았다.
그리고 내 마나 홀은 곧 바닥을 드러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정령왕을 유지하기 위하여 마나 홀을 쥐어 짜냈다.
콰아아아앙-!
셀 수 없는 언데드들이 바람에 의하여 형체를 감췄을 때쯤 나는 결국 주저앉았다.
정령왕 역시 정령계로 돌아갔다.
올리비아가 주저앉은 나를 부축했다.
“남은 언데드들을 정리하도록!”
올리비아가 나 대신 명령을 내렸고, 기병들은 차분하게 남은 언데드들을 정리했다.
남은 언데드는 채 백 마리도 되지 않았다.
정령왕이 소환되고 얼마 되지도 않아 일만이 넘는 언데드가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정령왕의 위력을 느낀 기병들은 나를 경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두두두-!
땅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
올리비아의 눈동자도 땅과 함께 흔들렸다.
“언데드…… 기병이에요.”
“언데드 기병?”
“네. 숫자가…….”
올리비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정령왕을 너무 섣불리 소환한 모양이다.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어제 아버지가 주고 간 영단을 품속에서 꺼냈다.
“모두 대기!”
나는 크게 외친 뒤 즉시 영단을 삼켰다.
어마어마하게 뜨거운 기운이 몸속을 휘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