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5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51화(251/278)
251화.
몸이 뜨거웠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기운이다.
영단은 내 온몸을 태울 듯 무섭게 마나를 증폭시키고 있었는데, 나는 불현듯 한 가지가 떠올랐다.
정령에는 네 가지 속성이 있고, 정령사의 마나는 친화력이 높은 정령에 따라 속성이 달라진다.
바람의 정령과 친화력이 높다면 마나의 성질 자체가 바람과 닮아 가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마나의 속성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았다. 그래서 네 속성 정령과 모두 계약할 수 있었다. 바람의 정령과 친화력이 유독 높았지만 그렇다 하여 내 마나 속성이 바람의 정령과 비슷하게 변하지는 않았다.’
영단이 뿜어내고 있는 마나는 기존의 내 마나와 성질이 완전히 달랐다.
몸을 뜨겁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마치 내 심장마저 태울 것 같았다.
불의 성질.
뜨겁고 모든 것을 태우는 불.
나는 이프리트를 불렀다.
불의 최상급 정령 이프리트에게 영단의 마나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고오오오오오-!
공간이 일그러졌다.
본래 내가 정령을 소환하면 내 의지에 따라 정령들은 즉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간이 걸렸다.
내 몸을 뜨겁게 만들던 영단의 마나가 무섭게 정령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이프리트!”
나의 목소리에 드디어 이프리트가 모습을 서서히 드러냈다.
불사조와 같았던 이프리트의 형체는 온데간데없었다.
세상을 태울 듯한 화염이 넘실거리며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느낌이 아주 달라졌는데, 맹약의 주인.”
목소리만큼은 이프리트와 똑같았다.
“이프리트?”
“후우, 실피드가 먼저 왕이 되어 꽤 불만스러웠는데 마지막 순간 주인의 마나 성질이 갑자기 변하면서 내가 힘을 받았어.”
“그럼?”
“맞아. 왕이 되었지. 저들이 주인의 적인가?”
화염의 거인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불의 정령왕!
가볍게 손을 뻗자 불길이 화르륵 일어나며 언데드 기병을 향해 날아갔다.
온 세상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콰아아앙-!
쾅-!
언데드 기병에 불이 붙으며 순식간에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수십, 수백 마리의 기병들이 일순간 연기로 사라지는 장면은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영단의 마나는 지속적으로 불의 정령왕을 향해 흘러갔다.
올리비아가 말했다.
“전하!”
“올리비아, 남은 언데드들을 모두 정리해.”
“네.”
올리비아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불의 정령왕이 활약하자 전투는 싱거울 정도로 빠르게 끝났다.
언데드 기병들은 무서운 속도와 기세로 달려들었지만, 그들은 아무런 활약을 하지 못했다.
병사들의 사기 역시 어느 때보다 높아 두려움 없이 언데들과 맞섰다.
전투가 끝난 뒤 나는 불의 정령왕을 정령계로 돌려보냈다.
-바람의 정령왕도 나도 주인에게 이름을 받으면 더 강력해질 수 있어.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불의 정령왕 목소리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름?’
-맞아. 이름. 우리만의 고유한 이름. 정령계에서 우리는 왕이지만 중간계에서는 맹약의 주인을 따르는 몸. 주인에게 신성한 이름을 부여 받는다면 정령계에서의 권위를 그대로 중간계까지 가져올 수 있지.
그럼 바람의 정령왕도 불의 정령왕도 중간계로 소환되면서 힘이 약해졌다는 뜻인가?
절로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곧 불의 정령왕이 정령계로 돌아갔고, 전투는 완전히 종료되었다.
“올리비아, 저녁때까지는 제단 쪽으로 행군할 생각이야.”
“네. 전달할게요.”
올리비아는 내 부관 역할도 잘해 내고 있었다.
병사들에게 명령이 전달되었고, 우리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질주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름이라.’
올리비아에게 슬쩍 물었다.
“정령왕이 이름을 부여 받으면 중간계에서도 본래의 힘을 모두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어.”
“이름이요?”
나와 올리비아는 무섭게 질주하고 있었지만 대화를 나누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딱히 목소리를 키울 필요가 없었다.
목소리에 마나를 담으면 귓가에 목소리가 똑똑히 꽂히게 만들 수 있으니까.
‘거리가 멀어지면 이런 대화도 불가능하지만.’
올리비아의 대답이 들렸다.
“단지 이름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정령왕들의 힘이 더 강해진다는 뜻이네요?”
“그래. 아무래도 뭔가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네.”
올리비아가 슬쩍 물었다.
“폐하께서 하사하신 영단은요?”
“영단의 마나로 불의 정령왕을 소환했어. 지금 남아 있는 영단의 마나는 몸속에 차분히 흡수되는 중이고.”
“굉장한 영단이네요.”
나의 말에 올리비아는 혀를 내둘렀다.
“정령왕을 소환할 정도의 마나를 담은 영단이라면 결코 쉽게 흡수할 수가 없는데 다행이네요.”
“뭔가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 같아. 처음에는 굉장히 뜨거웠는데 정령왕을 소환한 뒤 기운이 절로 안정되었어. 지금은 자연스럽게 몸 안을 휘감고 있고.”
덕분에 나는 몸이 좀 뜨거운 기분이었다.
열이 오르는 느낌이랄까?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이었다.
두두두두-!
나와 기병들은 점점 더 속도를 더했고 우리는 어느 때보다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해가 졌을 때 나는 적당한 곳을 찾아 군영을 설치하라고 명령했다.
첫 번째 제단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오늘 밤 마지막으로 점검한 뒤 내일은 첫 번째 제단을 직접 공략할 생각이었다.
‘언데드들이 얼마나 많으려나.’
적들도 이제는 우리의 존재를 눈치챘을 것이고 대비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자신감이 넘쳤다.
병사들의 사기는 넘쳤고, 나의 능력도 한층 더 강해졌다.
아버지가 다녀가신 뒤 후방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정화의 불꽃단이라…… 이제 정면 승부야.’
나는 후우, 숨을 몰아쉬었다.
이 전쟁은 내 인생에 있어 마지막 전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화의 불꽃단과의 전쟁이 끝나면 대륙이 안정되리라 믿었다.
이미 제국은 큰 영토를 가졌고 나머지 소국들의 힘은 정화의 불꽃단의 힘이나 다름없었다.
소국들 중 가장 규모가 큰 왕국 연합만 하더라도 정화의 불꽃단 수족이었다.
‘요정들마저 그들의 수족인데.’
대륙의 지도는 제국과 정화의 불꽃단, 이렇게 둘로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이 대륙의 지도에서 국가는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완벽한 세상은 만들 수 없지만…… 괜찮은 세상은 만들 수 있다. 지금보다 더 괜찮은…….’
황태자로 살아가며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그리고 이제 나만의 목표가 뚜렷하게 세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 * *
카렌은 처음으로 모든 ‘사제’들을 만났다.
정화의 불꽃단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정식 사제들이 모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반갑습니다. 새로운 대사제에 오른 카렌입니다.”
카렌의 말에 열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대사제님은 신이 이 땅에 강림하시기를 기다리며 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계십니다.”
“오! 드디어 정화의 불꽃 신께서!”
“신이시여!”
사제들이 일제히 기도를 올렸다.
카렌 역시 눈을 감고 진심으로 신에게 기도했다.
‘이 땅의 악의 무리가 창궐하여 모든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저는 신의 부름을 받은 사제로서 나의 불꽃으로 그들을 물리치고 정화의 힘이 이 땅에 강림하기를 기다립니다.’
총명했던 카렌의 눈동자는 어느새 광기에 물들어 있었다.
그에게 이제 이 땅은 정화해야 될 악의 땅이었다.
대륙의 인간들 중 대부분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한 악의 무리뿐이었다.
신의 병사들과 함께 전쟁에 투입하여 그 죄를 씻게 하거나 혹은 처단하여 신께 바쳐야 될 제물일 뿐이었다.
“최근 우리의 신성한 땅에 악의 제국 칼페온의 황태자 아룬이 침입하여 제단을 파괴한다고 합니다.”
“그런 천벌을 받을 자가!”
카렌이 말을 이었다.
“제단을 지키기 위하여 대사제님이 신성한 땅에 가셨습니다. 우리는 악의 제국 칼페온을 남쪽에서부터 정화하며 올라갈 것입니다.”
“전선이 대사제님 덕분에 쉽게 풀리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백성들도 우리를 환영해주고 있습니다. 비록 타락한 이들이지만 신의 병사와 함께 전쟁에 나서 그 죄를 씻기를 청한답니다.”
카렌이 빙그레 웃었다.
“맞습니다. 조금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악의 제국 칼페온 남부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습니다.”
카렌의 눈빛이 빛났다.
“남부의 주요 요충지를 모두 장악한 뒤 서부에서 참전한 요정들과 합류하여 제국의 수도를 공략할 것입니다.”
“대사제께서 이미 황제에게 승리하지 않았습니까? 이 기세 그대로 황궁으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어느 사제의 제안에 카렌은 고개를 저었다.
“저 악의 무리를 결코 만만히 보아선 안됩니다. 황제의 예기는 꺾였지만, 여전히 제국은 크고 강한 이들이 많습니다.”
카렌이 잠시 숨을 몰아쉰 뒤 말을 이었다.
“제국의 공작이라는 자들 중 여전히 강자들이 남아 있고 최근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황태자가 이미 황제를 넘어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신의 축복을 받은 사제님만은 못할 것입니다.”
“그래 보았자 황제의 아들이 아닙니까? 악의 무리가 강해보았자 얼마나 강하겠습니다.”
카렌이 사제들을 진정시켰다.
“야만인들을 잘 통제하고 서부 전선이 완전히 뚫린 뒤 움직여도 늦지않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신성한 땅에 집중할 때입니다. 그 곳에 대사제님이 계시지만 황태자가 침범했으니 결코 만만치 않겠죠.”
카렌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쪽 동향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그동안 사제님들은 사람들을 다독거리고 신의 병사들을 잘 관리해주십시오.”
“네. 대사제님!”
모두가 카렌에게 고개를 숙였다.
카렌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이만하시죠.”
사제들도 몸을 일으켰고, 카렌에게 허리를 숙인 뒤 회의실을 나갔다.
홀로 남은 카렌이 한숨을 머금었다.
‘신성한 땅의 일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그 자…… 결코 쉽지 않은 자다.’
황태자 아룬에 대한 생각이 카렌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 자가 두각을 나타낸 건 몇 년 되지도 않았다. 십 년 동안 무능한 자로 황제의 눈길 한 번 받아본 적 없던 황태자가 지금은 정령왕을 소환한다라…… 가능한 일일까?’
카렌은 잠시 자신이 신에게 받은 힘의 근원을 떠올렸다.
“그 자도…… 행여나 나와 같은 힘이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아룬이 갑자기 그렇게 강해진 게 설명된다.
‘만약 나와 같은 힘을 지녔다면 결코 만만치 않은 자다. 나는 어릴 때 이 힘을 깨달아 지금에 이르렀지만 그는 최근 일 년 만에 이 힘을 이용하여 그 정도로 강해졌다는 뜻이니까.
카렌이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카렌의 뺨을 스쳤다.
‘신께서 도와주시겠지.’
카렌은 믿음을 강화시켰다.
아룬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던 자신은 신과 함께한다.
이 땅의 악의 무리를 몰아내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온몸이 타 버려도 카렌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곧 만나게 되겠지.”
카렌은 대사제와 신의 병사들이라면 아룬이 이겨 낼 수 없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아룬과의 만남을 기대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와 꼭 만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과연 그를 만났을 때 나는 그를 이길 수 있을까?’
황제와의 대결에서도 운이 작용한 측면이 컸다.
황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 문턱에 올랐다.
카렌은 황제의 강함에 전율했었다.
과연 악의 제국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인간이었다.
그러나 결국 신의 힘을 받은 자신에게 패배했다. 운마저도 카렌은 신이 도와주었다고 생각했고, 황제와는 다시 만나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이제는 자신의 실력이 황제와 대결을 펼쳤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으니까.
반면 아룬은 다르다.
황제의 실력은 정체되어 있지만 아룬은 다르다.
들려오는 소식마다 아룬이 강해졌다는 이야기뿐이었다.
황제만 무너지면 악의 제국이 통째로 무너질 줄 알았는데, 아룬이 나타나면서 황제를 대신하고 있었다.
‘결국 그와 나의 대결이 될 것이다.’
그리고 카렌은 자신의 승리를 믿었다.
아룬은 혼자이지만 자신은 신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정화되어야 할 대악이다.”
카렌은 검을 고쳐 잡았다.
언제가 만나게 될 아룬을 베기 위하여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