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5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52화(252/278)
252화.
“전하, 척후병이 당도했습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군막을 나갔다.
척후병들이 나를 보고 예를 갖추었다.
“제단 근처 상황은?”
“언데드들로 가득합니다.”
나는 눈가를 좁혔다.
“숫자는 얼마나 되지?”
“족히 만 마리는 됩니다.”
올리비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미 적들이 준비를 마친 듯합니다. 지원군을 기다리시는 게 어떠합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기다릴 시간이 없어. 제단이 발동하면 모두 끝이야.”
“그래도 언데드 만 마리는 너무 많습니다. 기병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전력이 강하다지만 희생이 클 것입니다.”
“내가 가장 앞장서겠다.”
올리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은 게 내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보였다.
아무래도 너무 위험한 작전이니까.
나는 애써 올리비아의 걱정을 무시하고 척후병에게 물었다.
“언데드 말고는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나?”
“대사제가 왔습니다.”
“대사제?”
“네. 언데드들 중 언데드들을 통솔하는 리치가 있었는데 그들이 대사제라 부르는 인간을 보았습니다.”
나는 무척 놀랐다.
“대사제?”
“네. 분명 대사제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
일단 고개를 끄덕인 뒤 척후병들에게 휴식을 주었다.
나는 군막 안으로 들어가 올리비아와 논의했다.
“적들의 대비가 생각보다 빨라.”
“네. 대사제라는 사람…… 정화의 불꽃단을 이끄는 사람 아니던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정화의 불꽃단은 소수의 사제들이 이끌어가는 조직이지. 피레온 왕국만 하더라도 그 후작이 정화의 불꽃단 사제로 왕권을 농락하면서 운영했잖아.”
“네.”
“왕국 연합도 마찬가지고.”
올리비아가 넌지시 말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지원군을 기다리는 건 어떠세요?”
“그럼 전면전이야. 그레니안을 전선으로 방어에 주력하고 우리 별동대가 제단을 모조리 파괴해야 돼.”
나는 한 번 더 다짐했다.
“지금 우리 전선마저 밀리면 적들은 사방에서 제국을 침략하게 돼. 아버지가 회복하셨지만 언제 전투에 나가실 수 있을지는 모르고.”
올리비아도 동의했다.
“그건 맞아요.”
“제단은 정화의 불꽃단이 마왕을 소환하기 위하여 만든 장치이고, 언데드들의 힘도 그 제단에서 나온다고 들었어.”
“정화의 불꽃단의 근본이라 할 수 있죠.”
“그래. 우리 힘만으로 뚫어서 파괴해야 돼. 대사제가 온 건…… 어쩌면 기회야.”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놀랐다.
“기회요?”
“그래. 대사제를 죽일 수 있는 기회. 아바마마가 주시고 간 영단이 큰 도움이 되었어.”
“불의 정령왕을 소환하셨잖아요.”
올리비아가 말을 이었다.
“이름은 정하셨어요?”
“아니. 아직.”
나는 아직 정령들의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
“이름을 정하시고 그들이 이 세계에서 온전한 힘을 발휘하도록 하세요. 그럼 우리의 전력이 한층 강해지잖아요.”
“맞아.”
내가 대사제를 죽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는 건 바로 영단의 힘 덕분이었다.
바람의 정령왕에 이어 불의 정령왕까지!
나는 두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대륙의 정령사 역사를 바꾸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자신감을 가졌다.
‘오만할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내 스스로를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어.’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원군 없이 단독 돌파를 하시겠다고 결정하셨으면 제가 병사들의 사기를 살피고 직접 척후병을 데리고 가서 적진을 살펴볼게요.”
“올리비아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올리비아가 직접 척후병을 운영하는 건 너무 위험해.”
“전하께서도 위험을 자처하시는데 저 역시 황태자비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죠.”
올리비아가 내 다짐을 받았다.
“제가 척후병을 운영해서 직접 눈으로 보고 올게요. 제가 다녀오면 병사들의 사기는 더욱 오를 거니까요.”
하나 같이 맞는 말이다.
올리비아는 단순한 황태자비가 아니다.
제국의 신성 소드 마스터로서 병사들과 기사들이 존경하는 최고의 기사 중 한 명이 되었다.
나와 그녀가 중심인 이 별동대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실로 크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무사히 돌아와. 굳이 올리비아 눈으로 대사제를 확인할 필요는 없어.”
올리비아가 배시시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척후병은 말 그대로 척후병이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척후병들을 편성하여 다녀와. 오늘 다녀온 척후병들이 길과 적의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 이번에도 편성하고.”
“네.”
어느 정도 논의가 마무리되자 나는 이제 정령들의 이름을 고민했다.
“아무래도 이름 짓는 게 쉽지가 않아. 정령왕들의 이름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니까.”
“정령계의 힘을 이곳에서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바로 이름이라 하셨어요. 결코 간단한 의미가 아니죠.”
“맞아.”
나는 올리비아의 생각을 물었다.
“올리비아는 생각나는 이름이 있어?”
“전하께서 짓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네.”
올리비아의 단호한 대답에 나는 멋쩍게 웃었다.
“그래야지.”
올리비아가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저는 척후병 편성을 위해서 잠시 병사들을 보고 올게요.”
올리비아가 군막을 나갔고 나는 홀로 남아 고민에 잠겼다.
정령왕의 이름을 짓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뭐라고 지어야 하지. 바람의 정령왕과 불의 정령왕이니 그에 관련한 의미가 있는 단어가 좋겠는데.’
수많은 단어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정령왕은 소환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마나를 소모하고 주변의 끼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
다른 정령들처럼 가볍게 소환할 수가 없었다.
반드시 필요할 때만 소환하는 게 좋았다.
‘좀 더 고민하자. 지금은 어차피 기다리는 시간이니까.’
대사제의 존재, 언데드들의 정확한 규모를 알아내기 위하여 올리비아가 내일 다녀올 것이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적들이 대비하고 있는 이상 서두르면 더욱 낭패를 보니까.
정확한 적의 전력을 파악한 뒤 나는 첫 번째 제단을 향해 돌파할 생각이다.
“하루만 참으면 된다.”
나는 낮게 중얼댔다.
“대사제를 곧 보게 되겠지.”
* * *
척후병을 편성하여 첫 번째 제단 근처 산에 오른 올리비아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만 마리도 넘어 보이는군.”
어제 아룬에게 보고했던 척후병이 말했다.
“단 하루 만에 언데드가 더욱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저기 보십시오.”
척후병의 안내에 따라 시선을 돌린 올리비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제단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의 기운이 언데드들을 강화시키고 또 새롭게 만드는 모양이네.”
“맞습니다.”
“제단을 반드시 파괴해야 돼. 제단이 그대로 존재하면 온 세상이 언데드로 가득 찰 거야.”
척후병 중 한 명이 말했다.
“저들은 언데드를 신의 병사라 부르며 이 땅에 신을 강림시킬 것이라 합니다.”
“그래? 어디서 들었지?”
“남부 전선에서 들려 온 소문입니다.”
“남부 전선?”
“네. 그쪽은 제국민이 훨씬 많고 야만인들에게도 언데드들을 그리 설명한다고 들었습니다.”
올리비아가 피식 웃었다.
“미친 자들이군.”
“그렇습니다.”
“우리는 저 미친 자들로부터 제국을 지키고 나아가 대륙을 지켜야 한다.”
올리비아는 적 진영을 계속 살폈다.
수도 없이 많은 언데드들 사이로 검은색 옷을 입은 노인이 눈에 띄였다.
“저자가 대사제인 모양이군.”
확실히 대사제는 범상치 않았다.
기골이 무척 장대하여 멀리서 보아도 그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지팡이를 들고 있는 대사제가 뭔가 중얼거리자 제단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의 기운이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돌아간다. 적의 규모를 파악하고 대사제의 존재도 확인했으니 더 이상의 정보를 캐는 건 무의미하다.”
올리비아가 말을 돌렸다.
그때였다.
피융-!
하늘을 수 놓는 수많은 화살에 올리비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발각되었다! 모두 달려!”
올리비아의 검에서 순백의 오러가 흘러나왔다.
콰아아앙-!
산 위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쳐내며 올리비아는 말을 거칠게 몰았다.
두두두두-!
땅이 흔들렸다.
언데드들이 추격을 시작한 것이다.
“도망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마치 옆집 할아버지와 같은 인자한 목소리가 올리비아의 귓가에 또렷하게 들렸다.
‘대사제?’
“제 발로 걸어왔구나. 황태자가 신성한 땅에 침입하였으니 그 목을 취할 생각이었는데 일이 쉽게 되겠어.”
무슨 마법을 사용한 걸까?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사제의 목소리는 마치 바로 옆에서 말하는 사람처럼 들렸다.
놀라운 건 부하들은 대사제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 오직 달리고만 있었다.
‘너무 방심했나?’
올리비아는 말을 몰며 후회했다.
왕국 연합 땅에 들어 온 뒤 연전연승하여 작은 방심을 했던 탓인가. 정찰이 발각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두두두두-!
언데드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실로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기병보다도 더 빠른 기동력에 올리비아는 진지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전하!”
척후병 중 한 명이 화살을 맞았다.
컥,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다시 한 번 비처럼 쏟아졌다.
올리비아가 크게 외쳤다.
“전속력으로 달린다! 부상당하는 병사들은 두고 간다.”
척후병의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적에게 발각되고 부상병이 발생하면 위험에 빠진다.
올리비아가 할 수 있는 건 날아오는 화살들을 막는 게 전부였다.
챙-! 챙-!
파파팟-!
“잡았군요.”
갑작스레 나타난 대사제의 모습에 올리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황태자비라니. 대어를 건졌습니다.”
올리비아는 말을 멈추었다.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면서 주변의 언데드들과 수하들은 보이지 않았다.
‘마법인가?’
인자하게 웃는 대사제의 얼굴에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기회?”
“신께 귀의하시지요.”
올리비아는 대답 대신 순백의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냈다.
고오오오오-!
오러 블레이드가 일렁거리며 주변의 공간을 갈랐다.
“커억!”
“으악!”
수하들의 비명 소리가 갈라진 공간 사이로 새어 들어왔다.
‘역시 마법으로 공간을 분리한 모양이군. 저자의 모습은 환영인가 아니면 실체인가.’
올리비아는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곧바로 말을 달려 대사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기회를 그냥 걷어차다니.”
대사제가 손을 흔들자 검은색 구체가 사방에서 올리비아를 향해 쏟아졌다.
동시에 순백의 오러 블레이드와 구체가 만나며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쾅-!
“부질없는 발버둥입니다. 소드 마스터에 올랐다고는 하나, 신의 힘 앞에서 인간은 언제나 나약하죠.”
“말이 많군요.”
올리비아는 말에서 내린 뒤 직접 대사제를 향해 쇄도했다.
‘환영이든 실체이든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저자를 죽여야 한다.’
올리비아의 검에서 순백의 오러 블레이드가 좀 전보다 더 크게 솟구쳤다.
대사제가 감탄을 터뜨렸다.
“과연 화이트가의 핏줄이군요! 그 나이에 벌써 그 정도의 경지라니.”
대사제는 여유가 넘쳤다.
검은색 구체는 더욱 많이 늘어났고 이제는 땅도 흔들리고 있었다.
올리비아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당신도 대단해요. 그 나이에 아직도 정정하다니.”
대사제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올리비아가 크게 검을 휘둘렀다.
검은색 구체를 향해 수백 가닥의 오러 블레이드가 날아갔다.
콰아아앙-! 쾅-!
전투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불안했다.
‘밖의 상황을 알 수 없다. 이런 마법을 사용할 정도면 릴리안보다 더 윗줄의 마법사라는 건가?’
* * *
“올리비아가 늦는군.”
나의 말에 부관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미 해가 지고 있습니다.”
“전군에게 준비 명령을 내려라. 곧장 제단이 있는 곳으로 돌격한다.”
“네. 전하!”
역시 올리비아를 보내는 게 아니었나?
나는 불안감에 한숨을 머금었다.
그녀가 자청했지만 끝까지 말렸어야 했다.
차라리 자신과 함께 싸우고 있다면 걱정이 덜 할 건데.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그녀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기병들의 준비가 끝났다.
나는 가장 앞장서서 제단으로 향했다.
고오오오-!
제단이 가까워질수록 어둠의 기운도 강해졌다.
곧바로 정령들을 소환하여 앞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