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5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53화(253/278)
253화.
“진격!”
언데드들이 보이자마자 나는 진격 명령을 내렸다.
기병의 장점은 기동력과 함께 적을 단번에 쓸어버리는 돌파력이다.
나는 그 장점을 충분히 살렸다.
최상급 정령을 기병의 양옆에 배치했고, 바람의 정령은 기병 앞에 배치했다.
콰아아아앙-!
곧장 전투가 벌어졌다.
‘올리비아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무슨 일이 생겼지만, 올리비아는 제단을 지키고 있는 언데드들 무리에서 보이지 않았다.
‘대사제의 기운도…….’
나는 연이어 스킬을 사용하며 언데드들 사이에 올리비아가 있는지 찾았다.
‘분명 어딘 가에 있을 것이다.’
나는 여러 곳을 살펴보았다.
전투는 치열했지만 정령들의 활약 덕분에 기병들의 피해가 극심하지는 않았다.
언데드들의 진영을 완전히 뭉개 놓았기 때문에 전투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저곳은?’
제단 근처에 작은 야산이 보였다.
정찰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적들이 정찰하는 우리를 찾아낸다면 전투가 벌어질 제1순위 장소였다.
나는 즉시 말을 몰았다.
“전하!”
“이곳을 맡도록. 최상급 정령들이 계속 전투를 도울 것이다. 나는 올리비아를 찾겠다.”
“네. 전하!”
부관의 힘찬 대답에 자신감이 넘쳤다.
나는 중급 정령들로 내 앞을 가로막는 언데드들을 뚫고 달렸다.
콰아아앙-!
바람의 칼날 수백 가닥이 언데드들의 몸을 베었다.
확실히 제단 근처의 언데드는 지금까지 만난 언데드들과는 다르다.
구울만 하더라도 바람의 칼날에 쉽게 베이지 않았다.
아무리 중급 정령이라 하여도 바람의 칼날 위력은 내가 강해짐에 따라 자연스레 함께 강해졌다.
그런 스킬로 구울을 단숨에 베지 못하는 건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기동력과 돌파력으로 전투에 우위를 점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밀릴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올리비아를 찾아 구한 뒤, 전투에 복귀해야 된다.
최상급 정령들을 남겨 두었지만 정령왕이 필요하다.
다행히 야산은 멀지 않아 금세 도착했다.
진득한 어둠의 기운이 나를 덮쳐왔다.
‘혼자 오기를 잘했군.’
기사들조차 이 기운을 견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이곳에 대사제가 있거나 혹은 제단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의 힘을 가장 많이 받는 언데드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공간이 왜곡되어 있다.’
곧바로 실피드를 불렀다.
전투에서 최상급 정령 하나가 빠지는 건 큰 손실이지만 지금 이 결계를 뚫을 수 있는 방법은 최상급 정령뿐이다.
정령왕을 당장 소환하기에는 아직 전투가 많이 남아 있었다.
바람의 칼날이 결계의 벽을 할퀴었다.
츠츠츠-!
결계가 갈라지면서 결계 안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올리비아!”
곧바로 틈 사이로 올리비아의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최상급 정령에 더욱 많은 마나를 불어넣었다.
바람의 칼날 위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
콰아아앙-!
결계가 완전히 갈라지고 나는 안으로 즉시 진입했다.
갑작스레 검은색 구체가 수도 없이 나에게 쏟아졌다.
실피드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검은색 구체들을 향해 바람의 칼날을 쏟아 냈다.
콰아아앙-!
“저, 전하!”
올리비아의 목소리다.
“올리비아!”
“이런, 좀 늦었나.”
그리고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검은색 구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노인은 검은색 로브를 두른 채 지팡이를 휘둘렀다.
“악의 근원이 제발로 내 땅에 왔으니 환영해야겠지?”
나는 곧장 정령왕을 불렀다.
바람의 정령왕 ‘아퀼루스.’
새롭게 지은 바람의 정령왕 이름이다.
아퀼루스는 내 부름에 응답하여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고오오오오오-!
아퀼루스가 소환되는 곳의 모든 게 소멸되기 시작했다.
대사제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마 모르겠지. 내가 정령왕을 소환한다는 건 들었겠지만, 설마 정령왕이 온전한 힘으로 중간계에 소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장담했을 거다.’
나 역시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아퀼루스에게 빨려 들어가는 마나의 양이 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두 정령왕을 동시에 소환하는 건 꿈도 못 꾸겠군.’
최상급 정령들마저 저절로 정령계로 돌아갔다.
아퀼루스가 소모하는 마나가 많은 탓도 있지만 아퀼루스 이외의 정령들이 아퀼루스의 존재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곳은 정령계가 아니라 중간계라 아퀼루스 휘하 정령들이 영향을 크게 받는 모양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아퀼루스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는 숨이 멈추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과연 폭풍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고대 문헌에서 본 단어였는데 나는 바람의 정령왕 이름을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대사제의 얼굴이 급격하게 일그러지면서 아퀼루스를 향해 수백 개의 검은색 구체를 쏟아냈다.
아퀼루스가 일으키는 바람에 검은색 구체는 말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검은색 구체만이 아니다.
주변 공간에 진하게 퍼져 있던 어둠의 기운이 바람에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어둠의 기운, 마족의 기운과 상극은 정령의 기운입니다.
아퀼루스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는 반드시 죽여야 해.”
아퀼루스가 손을 들었다.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아퀼루스의 모습에 위엄이 넘쳤다.
대사제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실로 악의 근원답구나.”
“아무리 보아도 내가 지금 악을 정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 말에 대사제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대답은 또렷하게 들려왔다.
“곧 신이 너희를 징치할 것이다.”
나는 올리비아에게 급히 다가갔다.
“괜찮아?”
“네. 전하.”
“아퀼루스, 언데드들을 처리해 줘.”
아퀼루스의 모습이 바람으로 변했다.
나는 올리비아를 부축하면서도 아퀼루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순식간에 언데드들 무리 가운데에 모습을 드러낸 아퀼루스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 * *
거대한 지진과 함께 제단이 무너져 내렸다.
제단 인근에 퍼져 있던 어둠의 기운은 모두 사라졌다.
“사람이 다시 살 수 있을까요?”
올리비아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어.”
당장 땅의 하급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열심히 땅속을 누비며 어둠의 기운에 잠식되어 있는 땅을 정화하고 있었다.
정령왕처럼 비약적으로 정화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조금씩이나마 정화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땅의 정령들은 쉬지 않았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이 땅은 다시 예전처럼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변화할 것이다.
“정령들은 세계의 균형을 위하여 자연의 힘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존재야. 제단이 무너졌으니 이 땅은 다시 정령들의 힘으로 회복될 거야.”
올리비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쩌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운명?”
“네. 정화의 불꽃단이라는 마족 숭배 집단이 나타났고 그들은 오랫동안 뒤에서 여러 나라에 영향력을 끼쳤죠.”
“맞아.”
“황후마마를 시해하고 제국마저 무너뜨리려던 자들이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듣지 않는 듯하면서도 부관들이나 기사들은 올리비아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운명이라는 단어가 주는 신비로움과 올리비아의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마왕을 소환하기 위하여 이런 제단까지 짓고 실제로 그 가능성을 높여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건 전하의 존재였습니다.”
올리비아의 말이 차분하게 이어졌다.
“전하는 급격하게 성장하셨고 전하의 성장에 따라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정화의 불꽃단이 수면 위로 올라왔죠.”
“내가 저들을 막을 운명을 타고났다, 이런 말이야?”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께서는 이제 정령을 단순히 소환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령왕 자체를 중간계로 부를 수 있는 존재가 되셨습니다. 마족의 기운, 저 어둠의 기운과 상극인 정령의 기운을 가장 강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죠.”
막상 나도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정말 그런 걸까?’
운명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나를 위해 정령서를 남겨 놓은 것부터 시작이었다.
나는 시스템을 통하여 강해졌고 카렌의 존재가 등장하고 나를 이곳에 보낸 존재의 의지에 따라 완전히 칼페온 제국의 황태자가 되었다.
그리고 더욱 강해져 시스템의 한계를 돌파하고 정령왕을 소환하는 정령사로 거듭났다.
“그래. 어쩌면 운명이라 할 수도 있겠지.”
확실한 건 내가 정화의 불꽃단과 상극이라는 사실이다.
신성력이 어둠의 기운과 상극이라는 게 상식이지만 사제의 숫자는 극히 적다.
그리고 그들은 전투보다는 치료에 훨씬 능하다.
신성 기사들의 숫자는 너무나 한정적이고 그들 중 신성력으로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제국에 없었다.
반면 나는 다르다.
정령사도 사제만큼 적지만 나는 정령왕까지 소환할 수 있고 전투가 특성이나 마찬가지였다.
“진짜 운명이군.”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동의했다.
“네. 하늘이 전하를 제국에 보내셨어요.”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오늘 올리비아와 나눈 대화는 들불처럼 소문으로 번질 것이다.
최근 거듭된 패배로 제국 국민들은 자존감이 낮아졌다.
아버지와 함께 언제나 승리만 하던 이들에게 연이은 패배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자연스레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예전에는 별로 없었던 탈영병들도 속출했다.
올리비아는 그러한 모든 것들을 감안하여 운명론을 꺼내 들었다.
이제 남은 제단은 네 개.
운명론은 잠시 제쳐 두고 남은 제단을 파괴하는 일을 서둘러야 했다.
“오늘은 근처에서 군막을 친 뒤 휴식한다. 그리고 전령을 보내 그레니안에 소식을 전하도록.”
그레니안에는 켄을 주축으로 릴리안도 있다.
“네.”
부관의 대답에 나는 한 가지를 더했다.
“가는 김에 서부와 남부 상황도 알아 오도록.”
이곳이 적의 본토라 생각하고 거침없이 공격했지만 제국의 본토 역시 바람 앞의 등불이다.
서부는 이미 거의 밀렸고 남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도까지는 밀리지 않아야 하는데.’
나는 제임스 공작님을 믿었다.
게일도 있고 무엇보다 아버지도 회복 중이다.
속절없이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곧 적당한 공터에 병사들이 군막을 치기 시작했다.
올리비아가 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운명에 관한 이야기는 켄에게 따로 하라고 말해 두었어요.”
“소문을 의도적으로 퍼뜨릴 생각이야?”
역시 올리비아는 운명론을 무척 신봉하여 말을 꺼낸 게 아니다.
정치적 승부수 중 하나였다.
“네. 제국 국민들의 사기를 높일 필요가 있으니까요. 폐하의 패배는 아주 큰 충격이니 그것을 상쇄할 정도의 소문이 필요해요. 그리고 전하의 운명론은 충분히 먹힐 소재이고요.”
나는 피식 웃었다.
“대단하네.”
“켄도 아퀼루스를 보았다면 분명 운명론을 생각해 냈을 거라 짐작했어요. 정령왕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했으니까요.”
“소드 마스터조차 전율할 정도의 존재감이라!”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마치 상위의 존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천사나 악마가 직접 이 땅에 현신하면 그런 느낌이 아닐까…….”
올리비아가 한 가지를 물었다.
“저들이 소환하는 마왕이라는 존재도 그 힘을 중간계에서 전부 발휘하지 못하니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 거잖아요?”
“맞아.”
“전하께서는 정령왕이 온전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소환하시니 마왕이 소환되어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정령왕을 소환하는 것이지만 저들은 마왕을 강림시키는 거야. 그 차이는 매우 클 거야.”
“소환과 강림이라…….”
“힘 차이는 없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강림은 중간계에 계속 마왕이 머문다는 뜻이야. 당장 제단만 하더라도 사람들을 언데드로 만들었어. 만약 마왕이 강림하여 그런 어둠의 기운을 전 세계에 퍼뜨린다면?”
올리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니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마왕 강림 자체를 막아야 해. 그게 우리가 할 일이지.”
속마음은 굳이 올리비아에게 내뱉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로 내게 주어진 운명일지도 모르지.’
마왕 강림을 막은 이후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좀 더 살기 좋은 제국을 만드는 것.
그건 세계를 파괴할 위험을 막은 이후 할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을 꼭 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