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5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54화(254/278)
254화.
첫 번째 제단을 파괴하는 건 의외로 쉬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사제를 놓쳤다는 것이다.
“대사제는 간만 보려고 했던 게 아닐까?”
내 말에 군막 안에서 올리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간이요?”
“응. 올리비아는 대사제 입장에서 뜻밖의 수확이라 생각했을 것 같아.”
나는 내 생각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대사제는 우리가 제단을 파괴하려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어. 함정을 팔 수도 있었는데 그냥 기다렸다는 말이지.”
올리비아도 내 말에 동의했다.
“맞아요. 그는 기다리고 있었을 뿐 특별한 함정을 설치하거나 혹은 매복하지 않았어요.”
“분명 이상한 점이지. 그는 그럴 기회가 충분히 있었어.”
적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대사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에게 제단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확실히 대사제의 행동을 해석하기가 힘들었다.
“대사제는 기다렸어. 올리비아가 정찰에 나섰고 그는 자신이 만난 사람이 올리비아라는 사실에 굉장히 기뻤을 거야.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까.”
“횡재했다는 내색을 숨기지 않았죠.”
“다행히 올리비아를 무사히 구했어. 애초에 대사제는 나와 올리비아의 전력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아.”
“첫 번째 제단 방어에서 얻으려는 건 우리의 정확한 전력 파악뿐이었다는 말씀이세요?”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비아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사제의 행동은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제단은 다를 거야. 대사제가 우리의 전력을 파악했다고 판단하겠지. 그에 맞는 준비를 할 거고.”
“네.”
“문제는 우리가 대사제의 전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거야.”
올리비아가 말했다.
“제가 생각할 때는 릴리안 수준은 아닌 것 같았어요. 흑마법이 다른 마법보다 위력이 더 강함에도 릴리안과는 거리가 확실히 멀어 보였거든요.”
“내가 상대할 때도 그렇게 느꼈어. 하지만 대사제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어.”
“두 번째 제단에 도착하면 알게 되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두 번째 제단을 파괴하기 위하여 직접 부딪치면 알게 될 것이다.
“오늘은 이만 쉬자. 다친 곳이 없어 정말 다행이야.”
내 말에 올리비아가 싱긋 웃었다.
“네. 전하께서 때마침 와주셨으니까요.”
올리비아가 말을 이었다.
“제가 전하를 지켜드려야 하는데 도움만 받았네요.”
“서로를 지키는 거지.”
나는 간단하게 올리비아를 위로했다.
최근 그녀의 검술이 답보 상태인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정찰에 지원한 것도 어쩌면 올리비아는 스스로를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붙여 막혀 있는 벽을 넘어 볼 생각인지도 몰랐다.
실전은 언제나 큰 경험이고, 실전을 통하여 한 단계 진일보하는 건 흔한 일이니까.
다만, 지금의 그녀가 너무 강하기에 그녀의 앞에 있는 벽도 크고 두껍다.
“올리비아, 너무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아도 돼. 올리비아는 이미 큰 성취를 이루었어.”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최근 답답해하는 게 느껴져. 그럴수록 돌아가야 돼.”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한계를 깨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야. 더구나 올리비아는 지금 소드 마스터잖아. 수많은 기사들이 평생을 걸고 도전하는 길에 이미 올리비아는 올라 있고, 이제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잖아?”
“네.”
“아바마마조차 그 벽을 조금씩 허무는 중이야. 올리비아가 벽에 막혔다 하여 무능하다는 게 아니라는 뜻이지.”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으로 일가를 이룬 폐하께서도 아직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르지 못하셨는데 제게는 좀 이른 일이죠.”
“그런 뜻이 아니야. 깨달음은 당장 내일이라도 올 수 있어. 아바마마가 못 하셨으니 올리비아도 못 한다는 말이 아니야. 올리비아도 충분히 재능 넘치고 지금도 강하다는 뜻이지.”
올리비아가 싱긋 웃었다.
“감사해요.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나는 슬그머니 한 가지 조언을 던졌다.
“실전보다는 명상 쪽에 주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명상이요?”
“화이트 가문만의 마나 호흡법이 있잖아? 마나 호흡법을 처음 배우던 시절로 돌아가 차분히 스스로를 관찰하는 거야.”
올리비아가 집중했다.
이건 내가 한계를 넘을 때의 경험이다.
물론 나는 정령사이고 올리비아는 기사이지만, 근본적으로 마나 호흡법을 통하여 마나를 마나 홀에 쌓고 그 양을 점차 늘리는 것은 같았다.
“나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호흡법을 통하여 강해졌어. 마나 호흡법은 제각기 모두 다르지만 목표는 결국 같아. 바로 마나 홀의 크기를 늘리고 더 많은 마나를 마나 홀에 담는 거지.”
“네.”
“그 과정에서 마나가 흐르는 길이 넓어지잖아.”
“맞아요. 혈맥의 크기가 함께 커지죠. 자연스레 마나를 밖으로 발출할 수 있는 속도도 빨라지고.”
나와 올리비아는 어느새 ‘마나’에 관한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올리비아는 확실히 나보다 이론적인 부분에서 뛰어났다.
다만 지금까지 그녀는 자신의 이론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여 강해지다가 마지막 순간 시스템의 한계를 벗어나며 깨달음을 성취했다.
덕분에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었다.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던 올리비아의 눈이 점점 감겼다.
곧 그녀의 몸에서 아지랑이 같은 연기와 함께 열기가 피어올랐다.
순백의 마나가 올리비아의 몸을 감싸 안았다.
나는 즉시 정령들을 소환했다.
지금 올리비아는 나와의 대화를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었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도록 나는 철통같이 경계했다.
* * *
올리비아는 사흘 동안 명상에 빠졌다.
나는 사흘 동안 올리비아를 지켰다.
덕분에 병사들은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제단 파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지만, 올리비아의 명상은 그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큰 가치가 있었다.
올리비아가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빛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할 것 같아요.”
소드 마스터 역시 몸 안에는 여전히 노폐물이 남아 있었고, 명상을 통하여 그 모든 게 빠져나왔다.
나는 잠시 군막 안에서 벗어났다가, 올리비아가 정돈이 끝났을 때쯤 들어갔다.
“올리비아!”
올리비아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한 단계 더 성취했어요.”
“그러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올리비아에게는 항상 ‘소드 마스터’로서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올리비아는 정말 평범해 보였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된 거야?”
나는 긴장하고 물었다.
사실 올리비아가 소드 마스터 경지를 완전히 뛰어넘었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제국이 아니라 대륙 역사에 남을 일이다.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된 사람은 없었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길은 확실히 잡았어요.”
“길?”
“네. 벽이 있었는데 반 이상 허물었다고 하는 표현이 가장 정확해요.”
“아!”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당장 아버지보다 더 강하다는 뜻이다.
나는 진심으로 축하했다.
“정말 축하해. 올리비아.”
“모두 전하 덕분이에요.”
“아니, 올리비아가 잘한 거지.”
우리는 곧 군막을 허물고 두 번째 제단으로 길을 잡았다.
나와 올리비아는 이 전쟁을 통하여 한층 더 강해졌다.
올리비아가 달라진 건 다른 기사들도 느꼈다.
“출발한다!”
내 말에 기병들이 일제히 출발했다.
그리고 올리비아의 강함을 증명할 기회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 제단으로 향하는 길을 재촉하던 중 언데드 무리를 만났다.
대사제가 따로 보낸 건 아니었다.
왕국 연합 전체가 이미 언데드의 땅이 되어 버려서 어디를 가도 언데드를 볼 수 있었다.
“전하, 제가 한 번 검술을 시험해보고 싶어요.”
올리비아의 말에 내가 물었다.
“여러 마리인데 괜찮겠어?”
족히 천 마리는 넘어 보이는 언데드들이 한 도시를 점령하고 있었다.
도시라기보다는 유령 도시라는 말이 더욱 어울렸다.
언데드들로 가득한 도시로 진격하는 올리비아가 곧 폭발적인 기세를 뿜어냈다.
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다른 기사들은 그 자리에서 말을 멈출 정도로 압도적인 기세였다.
‘어마어마한 기세다.’
정령왕 정도는 아니었지만 도저히 한 명의 인간이 뿜어내는 기세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올리비아의 검에서 순백의 오러가 일어났다.
콰아아앙-! 쾅-!
폭발과 함께 거의 허물어져 버린 도시의 성벽이 이제는 완벽하게 무너졌다.
나는 서서히 말을 몰고 도시로 향했다.
올리비아의 오러에 언데드들이 반응하여 일제히 올리비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그긋-!
“전하, 아무리 황태자비 전하께서 강해지셨다 하더라도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위험한 건 언데드들이야.”
곧 부관의 눈동자가 찢어지도록 커졌다.
“저, 저건?”
오러 블레이드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올리비아의 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백의 오러 블레이드는 전보다 훨씬 더 날카롭게 느껴졌다.
파파팟-!
횡으로 날아가는 순백의 오러 블레이드가 언데드들을 일제히 베었다.
족히 수백 마리의 언데드가 일 검에 쓰러졌다.
‘이건…….’
나조차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겉으로 볼 때는 오러 블레이드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 위력은 보통 오러 블레이드가 아니었다.
오러 블레이드는 세상에 베지 못할 게 없는 마나로 이루어진 ‘검’이다.
기사가 마나를 응축하여 현실에 재구성한 검이다.
기사들이 미스릴 검을 선호하는 이유 역시 마나를 쉽게 응축시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오러 블레이드를 막을 수 있는 건 동급의 오러 블레이드뿐인데 지금 올리비아의 오러 블레이드는 달랐다.
언데드를 베는 것만이 아니라 마치 주변의 공기마저 베는 것 같았다.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다.’
실제로 올리비아의 오러 블레이드 흐름에 따라 공간에 확실히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건……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범위다.’
올리비아가 천 마리에 가까운 언데드를 정리하기까지 고작 삼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돌아온 올리비아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던데. 그건 오러 블레이드가 맞아?”
“오러 소드. 저는 이름을 그렇게 붙였어요.”
“오러 소드?”
“네. 마나에 마치 영혼을 담는 느낌이거든요.”
올리비아는 현시점에서 가장 강한 기사다.
결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카렌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올리비아의 수준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오러 소드의 위력은 압도적이었다.
“영혼을 담는 오러 블레이드라.”
나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카렌도 아직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완전히 도달한 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설사 카렌이 그 경지에 오른다 하더라도 나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빠르고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올리비아를 믿었다.
정령왕이 중간계에서 온전히 힘을 발휘하고 올리비아와 함께라면 카렌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전략은 간단히 수립된다. 내가 대량 학살을 맡고 올리비아가 카렌을 견제하면 정화의 불꽃단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나는 크게 말했다.
“두 번째 제단으로 가는 길을 서두른다.”
말을 빠르게 몰며 덧붙였다.
“올리비아가 우리와 함께한다!”
“와아아아아아!”
기병들의 사기가 한층 더 올랐다.
병사들의 함성과 함께 나는 더욱 말을 거칠게 몰았다.
병사들 역시 뛰어난 기병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나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가자!”
나의 외침과 함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이제는 대사제가 무슨 준비를 했던 상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