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5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55화(255/278)
255화.
“이제는 친정을 하셔야 합니다.”
제임스 공작의 말에 론이 피식 웃었다.
“자네가 잘하고 있지 않나?”
“폐하께선 건강을 회복하셨습니다. 만천하의 폐하의 건재를 알려야 합니다. 제국은 전쟁 중입니다. 폐하의 회복 소식만 알려져도 병사들의 사기가 크게 오를 것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전선을 살펴보지.”
론의 말에 제임스 공작이 즉시 테이블에 지도를 펼쳤다.
“가장 어려운 전선은 서부입니다.”
“서부? 남부가 아니라?”
“남부는 정화의 불꽃단이 진격을 멈췄습니다. 아무래도 점령한 지역을 완전히 자신들에게 복속시키기 위한 작업이 한창인 것 같습니다.”
“제국의 영토를 자신들의 것으로?”
“네. 곳곳에 신전을 세우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답니다. 정화의 불꽃단 남부 전선의 주요 전력은 남부 연합체의 야만인들과 언데드입니다.”
“그렇지.”
“제국민들을 자신들의 전력에 포함시키기 위함입니다.”
론이 혀를 찼다.
“카렌이 전술적인 머리는 부족한 모양이군. 지금은 점령한 지역을 안정시킬 때가 아니라 단숨에 황궁까지 진격해야 될 시기인데.”
“폐, 폐하.”
론이 빙긋 웃었다.
“왜? 내 말이 맞지 않나?”
“그야 적의 입장에서는 그렇지만.”
“적이 가장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방비도 할 수 있는 법이야.”
론은 지도에서 총 세 곳을 가리켰다.
“점령 지역이 안정되면 카렌은 반드시 황궁으로 진격할 거야. 이 세 곳에 병력을 배치하도록 하게.”
“네. 폐하.”
제임스 공작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모두가 론의 ‘무력’에만 칭송을 보냈지만 제임스 공작은 알고 있었다.
론은 천재적인 전술가였다.
그가 이토록 거대한 제국을 세울 수 있었던 건 무력과 전술적 재능이 합쳐진 결과였다.
언제나 소수로 다수의 적을 압도했던 전공은 무력만큼이나 전술로도 적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지점인 이곳은 많은 병력을 배치할 필요가 없어. 일종의 기만 작전이지. 저들의 주요 전략은 밀고 올라오면서 점령 지역을 안정 시키는 거니까.”
“그렇다면…….”
“관문 하나 통과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려. 첫 번째 관문은 적당히 방어해. 두 번째 관문에 주요 전력을 배치한다.”
론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두 번째 관문은 강을 끼고 있으니 많은 적을 상대할 방법이 많아. 황궁 기사단장을 두 번째 관문에 파견하도록.”
“네. 폐하!”
“세 번째 관문이 돌파되기 전에 아룬이 돌아올 거다.”
“황태자 전하 말씀이십니까?”
“맞아. 제단을 파괴하고 그레니안과 옛 피레온 왕국 전역을 안정시킨 뒤 복귀하겠지. 그때 나와 그 아이가 함께 나가 카렌을 맞이하면 되겠지.”
“폐하 그 말씀은 두 번째 관문까지도 돌파를 당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론은 부정하지 않았다.
제임스 공작은 새삼 카렌의 강함에 대하여 놀랐다.
‘세 번째 관문이라면 황궁 코 앞이다. 관문을 막아 내지 못하면 곧바로 수도로 적이 진격하는데…… 또 저들은 올라오는 과정에서 제국민에게 부정한 종교를 전파하고 있다. 설사 승리한다 하더라도 그 여파가 매우 클 것인데.’
제임스 공작의 걱정을 눈치챈 론이 웃으며 말했다.
“제단이 파괴되면 저들도 급해지는 건 마찬가지야.”
“네?”
“마왕을 소환하겠다는 놈들 아닌가? 종교가 아무리 사람들을 홀려도 한계가 있어. 자신들이 믿는 종교가 언데드들과 함께하고 마왕을 소환한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깨닫게 될 거야.”
“하지만 저들의 종교는 무지한 백성들을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세뇌당한 백성들은 언데드들을 신군이라 칭하며 존경합니다.”
“그게 얼마나 갈 것 같나?”
“적어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가지 않겠습니까?”
론이 대답했다.
“다른 교단에서도 여러 가지를 준비 중이야. 내 권력이 강해지면서 여러 교단들의 힘이 약해졌지만 그들도 종교인. 사이한 종교가 제국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두고만 볼 리는 없지.”
“교황이…… 움직였습니까?”
“언제나처럼 제국이 승리할 것이라 생각한 모양인지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었지. 약간의 성기사만 파견하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번째 관문까지 돌파당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야.”
론은 이미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교황도 급해질 거야. 제국이라는 우산이 있어야 그들 역시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니까. 어쨌든 다음은 서부인가?”
론이 서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쪽은 결사 항전 중이라지?”
“네. 오스틴 공작이 전사했지만 서부 영주들이 나름 잘 버텨 주고 있습니다.”
“좋은 일이군. 황태자의 신하들이 잘해 내고 있어.”
“폐, 폐하 황태자의 신하라뇨. 모두 폐하의 신하들입니다.”
론이 고개를 저었다.
“서부는 황태자의 정치적 기반이야. 요정들을 상대로 잘 버티고 있는 건 황태자 덕분이지. 그쪽에서 나는 특산물이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 황태자 전하께서 서부 방문 당시 발견한 샘물은 치료 효과가 뛰어나 전쟁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서부는 지원군을 파견하는 정도로 하고, 나머지는 그들에게 맡겨두는 게 좋겠군. 요정들이 생각보다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네. 폐하.”
“그럼 아룬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볼까. 아마 시간이 맞을 거야.”
“황태자 전하는 왕국 연합으로 들어가셨으니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습니까?”
“자네 딸, 나에게는 며느리이군. 올리비아의 소식을 듣지 못했나?”
제임스 공작은 갑작스레 올리비아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런, 듣지 못한 모양이군.”
론이 환하게 웃었다.
“전령을 통해 보고를 받았네. 황태자비가 소드 마스터의 벽을 넘어섰다는군.”
제임스 공작이 목소리를 떨었다.
“오, 올리비아가…….”
응당 존칭해야 하지만 제임스 공작은 너무 놀라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제임스 공작은 자신의 실수조차 느끼지 못하고 말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길로 접어드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완전히 그래드 소드 마스터에 오르지는 않은 것 같네. 다만, 확실히 벽을 넘었다는 이야기야. 검술을 놓고 보면 그 아이가 제국 최고라는 뜻이지.”
“허허.”
제임스 공작은 할 말을 잃었다.
그토록 어린 자신의 여식이 검술의 끝에 다다르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왕국 연합 일은 금세 정리될 거야. 정령왕을 소환하는 정령사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다다른 기사가 함께하고 있으니.”
* * *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제단을 파괴할 때까지도 적들의 저항은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데드 숫자가 줄어든 기분마저 들었다.
너무 쉽게 제단들을 파괴해서 나는 내심 당혹스러웠다.
“대사제가 왕국 연합을 포기한 건 아닐까요?”
올리비아의 말에 내가 고심하며 대답했다.
“글쎄. 마지막 제단에서 승부를 볼 생각일 수도 있고…… 왕국 연합을 버린다라.”
제단은 하나같이 대단한 어둠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런 제단을 대사제가 포기할 수 있을까?
더구나 정화의 불꽃단이 왕국 연합을 점령하기 위해서 들인 공과 세월이 어느 정도인가?
과연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이유가 무엇일까?
‘올리비아가 너무 강해져서 대사제가 으레 포기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마지막 제단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 방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힘을 주었다.
“아무래도 마지막 제단에 모든 힘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 같아.”
“네.”
나는 후우, 숨을 몰아쉬었다.
“왕국 연합 전체가 어둠의 땅으로 물들어 버렸군.”
제단을 파괴하고 파괴하지 않고를 떠나서 왕국 연합은 이미 사람이 살기 힘든 땅이 되었다.
내가 네 개의 제단을 파괴하면서 정령들이 열심히 자연의 기운을 순환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땅이 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이미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토록 강성했던 왕국이 언데드 천지가 되어 버리다니.’
정말 무서운 놈들이 아닌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언데드로 만들어 버린다.
정화의 불꽃단은 이 땅에서 반드시 몰아내야 할 악의 무리다.
웃기는 건, 저들 역시 나를 악의 무리라 지칭하며 제국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가 선이고, 악인지는 명백하지만…… 승자가 선이 되겠지.”
내 중얼거림에 올리비아가 말했다.
“전하께서 반드시 승리하실 겁니다. 나아가 이 땅마저 회복시키고 더 넓은 제국을 이룩하실 겁니다.”
“말만 들어도 좋은 일이야.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당분간은 전쟁의 폐해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겠지.”
나는 남부의 상황이 걱정되었다.
왕국 연합이 이 지경인데 정화의 불꽃단 본진에 점령당한 남부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하루 빨리 제단을 파괴하고 돌아가야겠어.”
네 개의 제단을 쉽게 파괴하였다고 그냥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제단은 마왕 소환진이나 다름없으니, 이곳에서 제단을 파괴하고 나아가 대사제를 죽인다면 후방이 안전해진다.
“가자. 마지막 제단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네. 전하.”
나는 곧 다시 올리비아와 함께 말을 몰았다.
기병들이 우리의 뒤를 따랐다.
기병의 수는 처음 왕국 연합에 들어올 때보다 줄어들었지만 피해를 따지자면 그리 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백 명 정도의 사망자만 내고 왕국 연합 영토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대단한 성과였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이 전력을 보존하고 싶었다.
한 명의 병사라도 더 살려서 집에 무사히 돌려보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나와 올리비아가 있으니 대사제가 아무리 대단한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이겨 낼 수 있다.’
먼지를 날리며 진격하는 기병들에 의하여 땅이 흔들렸다.
두두두두-!
나는 더욱 빨리 말을 몰았다.
머지않아 마지막 제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제단은 정말 거대했다.
‘인간이 지은 게 맞는 건가?’
실로 어마어마한 건축물이다.
마치 탑처럼 동그랗게 생긴 제단의 봉우리는 구름에 걸려 있었다.
‘마법의 힘인 모양이군.’
그리고 제단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의 기운은 다른 제단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기병들이 컥, 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기사들마저 이 어둠의 기운을 쉽게 이겨 낼 수 없었다.
나는 재빨리 정령을 소환했다.
바람의 정령왕 아퀼루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강렬한 바람과 함께 어둠의 기운을 날려버렸다.
“공격!”
나는 기병의 장점을 살려 돌파를 시작했다.
기병들은 아퀼루스가 뿜어내는 청량한 기운 덕분에 더 이상 어둠의 기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올리비아. 부탁해. 나는 아퀼루스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네. 전하 걱정 마세요.”
나는 온몸에 휘몰아치고 있는 마나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아퀼루스에게 전달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아퀼루스가 매섭게 마나를 빨아들여 말을 모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영단의 기운을 내 마나로 융합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만약 그 마나마저 모두 내가 제대로 융합시켰다면 아퀼루스를 훨씬 더 쉽게 유지할 수 있을 건데.
‘마나가 바닥나면 영단의 기운을 사용한다. 불의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으니까.’
영단 덕분에 이프리트는 불의 정령왕이 되었다.
물론 정령왕 둘을 동시에 소환하는 건 불가능했다.
내 육체가 버티지 못하니까.
‘지금은 아퀼루스만으로도 충분해. 올리비아도 강해졌으니까.’
마지막 제단에서 검은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앙-! 쾅-!
검은색 빛은 구체 형태로 변하더니 이내 언데드로 변했다.
빛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기병들과 언데드들이 만나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제단을 직접 공격해.’
나는 아퀼루스에게 내 의식을 보냈다.
아퀼루스가 손을 저으며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앙-!
“과연, 정령왕인가?”
대사제가 방어막 뒤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령왕의 공격을 막아 냈다고?’
나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존재감만으로 언데드들을 갈가리 찢었던 정령왕이 아닌가.
그런데 대사제의 방어막에 바람이 막혔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대사제가 긴 수염을 휘날리며 웃었다.
“황태자, 뭘 그리 놀라나.”
이내 대사제의 지팡이에서 검은색 빛이 모여들었다.
빛은 점점 덩치를 키워 구체가 되었다.
“제단을 파괴해서 꽤 기뻤겠지?”
대사제의 말이 이어졌다.
“모두 허울뿐인 제단이었어. 신께서 모습을 드러내실 것이다. 이미 이곳은 신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