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5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57화(257/278)
257화.
벨루시, 정령왕도 그 존재를 알고 있을 정도라면 굉장한 마왕이 아닐까.
굳이 그 사실이 아니더라도 하늘 위에서 커지고 있는 존재감은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다.
‘정령왕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인 것 같다.’
마왕.
말로만 들었던 존재가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하, 피하셔야 됩니다.”
올리비아의 판단은 빨랐다.
나 역시 동의했다.
이미 벨루시의 강림은 막을 수 없었다.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벨루시가 강림하는 여파에 휘말려 온몸이 찢어질 것 같았다.
곧바로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펼쳤고, 올리비아 역시 내 뒤를 따랐다.
고오오오오-!
하늘은 계속 갈라졌다.
마치 세상의 종말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정령들을 소환해 보았지만, 왜곡된 공간 속으로 정령들의 힘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소환하지 않았다.
올리비아 역시 오러 소드를 펼치지 않고 오직 달리는 일에 집중했다.
‘기병들은 무사할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먼저 도망친 기병들도 저 힘에는 대항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다.
벨루시의 강림은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 엄청난 힘으로 주변 전체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나와 올리바아 역시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하여 이를 악물고 있는데 기병들이 저 힘을 버티리란 예상은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후퇴하던 몇몇 기병들은 이미 빨려 들어갔으니.
“전하, 계속 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레니안으로 방향을 잡자.”
내 말에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게 중요해요.”
벨루시 강림 여파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나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다 보니 점점 벨루시의 힘이 끼치는 영향력이 작아지는 게 느껴졌다.
완전히 벗어났을 때 나와 올리비아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여전히 저 멀리 하늘에서 갈라진 공간이 보였다.
실로 엄청난 크기라는 뜻이다.
“마왕이 기어이…… 강림했군요.”
올리바아의 말에 내가 씁쓸하게 대답했다.
“맞아. 제단을 파괴해서 막으려 했지만 결국 대사제의 뜻대로 되어 버렸어.”
“그는 자신이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을까요?”
대사제 역시 벨루시의 힘을 피하지 못했다.
강림의 재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마 몰랐을 거야. 마왕을 신이라고 진정 믿는 사람이었으니까.”
갈라진 공간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지만 오묘한 갈색의 구름은 점점 하늘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왕국 연합은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더 이상 사람이 사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래. 사람들은 모두 언데드가 되어 버렸고…… 저 땅은 이제 마기로 가득차게 될 거니까.”
대륙 역사 이래에 최초로 마왕이 강림했다.
그리고 그 마왕은 아마 온전한 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대사제가 마왕 강림을 위하여 제물로 바친 인간이 몇 명이던가.
왕국 연합에 살던 사람들은 언데드가 되거나 혹은 제단의 제물 신세가 되었다.
죽음의 땅!
이제 대륙 동북부라 불리는 이 땅은 죽음의 땅이라 불릴 것이다.
“당장 마왕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아야 하는데…… 하, 난관이군.”
정화의 불꽃단이라는 사이비 종교와의 전쟁이 이제는 인류의 종말을 놓고 싸우는 전쟁이 되었다.
마왕 강림 이전까지는 그나마 버틸 수 있었지만 제국은 과연 저 힘을 막아 낼 수 있을까?
나는 문득 두려워졌다.
지금까지 빠르게 성장하였지만 그 모든 게 헛된 일이 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라는 공포가 번졌다.
또한 처음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들을 잃을까에 대한 두려움도 엄습했다.
“전하.”
올리비아의 목소리에 나는 다짐했다.
“마왕에게 대륙이 멸망당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야. 내가 지켜야 할 건 너무나도 많으니까.”
“네. 저도요.”
“가자. 그레니안으로. 켄과 상의한 뒤 황도로 가야 될 것 같아.”
“네.”
나와 올리비아는 길을 재촉했다.
신기한 건 그토록 많던 언데드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려했던 것처럼 기병들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함께 온 정예 기병을 벨루시 강림 여파로 모두 잃은 것이다.
뼈아픈 타격이었다.
임무를 잘 수행하다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는데, 허망하게 죽었다.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시신조차 남기지 못하다니.’
후우,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미 죽은 이들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 같은 것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다.
마왕이 강림한 이상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이 막아 내는 건 불가능하니까.
‘전쟁에서 단 한 명도 죽지 않는 일 같은 건 없다. 마지막 전쟁이라 생각하고 승리한다. 그리고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밖에.’
얼마나 달렸을까?
왕국 연합 국경이 보였다.
“전하, 국경입니다.”
올리비아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의미 없는 국경이 되었지만.”
왕국 연합이 멸망한 이상 국경은 의미가 없게 되었다.
“거의 다 왔군.”
여기서도 벨루시 강림의 흔적이 보였다.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화의 불꽃단의 염원이었던 마왕이 강림했다.
우습게도 나는 그들이 벨루시가 강림한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대사제는 죽어 버렸고, 남부와 서부에 있는 정화의 불꽃단에 이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니까.
‘자신들이 그토록 바라던 존재가 신이 아니라 마왕이고, 대륙의 멸망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어리석은 인간들의 괴이한 믿음에 대하여 고민했다.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순 없었다.
이미 나와 아버지, 제국을 악으로 규정하여 제국을 침범한 이들이 아닌가.
“좀 쉬었다가 그레니안으로 복귀하자.”
“네.”
한 번도 쉬지 않고 국경까지 달리느라 피로가 많이 쌓였다.
오늘 밤이면 그레니안에 도착할 수 있으니 서두를 건 없었다.
‘벨루시의 그림자도 못 보고 도망쳤는데…… 그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겠군.’
벨루시가 강림하면서 막연하게 대륙을 멸망시킨다고 생각했을 뿐 정작 그와는 말 한 마디 나눠 보지 못했다.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죽었으니……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막연한 두려움을 애써 씻어 내기 위하여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 * *
오랜만에 만난 켄의 얼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켄은 집무실에서 그동안 그레니안에서 행했던 일들을 보고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많은 일들을 우려하여 릴리안까지 남겨 놓았는데 생각보다 큰일이 없어 다행이었다.
‘릴리안이 함께 갔다면 기병들을 살릴 수 있었을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야. 마왕의 강림을 막아 내지 못했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에 관련하여 황궁에 보고했습니다.”
똑똑-!
노크 소리에 내가 짧게 답했다.
“들어오도록.”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릴리안이다.
“릴리안!”
릴리안은 달라졌다.
켄의 보고로 알게 되었지만 막상 눈으로 릴리안을 보니 인간을 초월한 존재를 보는 느낌이었다.
소드 마스터나 혹은 7서클, 8서클 마법사를 보는 것과는 달랐다.
“벨루시가 강림했는데 무사히 돌아왔네.”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앞으로는 전쟁의 양상이 달라질 거야. 지금 벨루시는 강림의 여파를 수습하고 있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대충 느껴져.”
릴리안에게 나는 자리를 권했다.
“일단 앉지.”
나와 켄도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벨루시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더 많은 기록들을 찾아봤어.”
릴리안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마왕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니까.”
“라인하이드 가문은 벨루시의 강림을 막기 위하여 세워진 가문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들의 기록에 벨루시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을 거야.”
“그럼 황궁으로 함께 가지. 황궁 도서관에는 라인하이드 가문의 아이템만이 아니라 마법서 혹은 일기 형식의 기록이라도 있을 거니까.”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안으로도 불가능하나?”
내 질문이 무엇인지 릴리안은 곧바로 깨닫고 미소를 머금었다.
“상대는 마왕이야. 단독으론 불가능하지. 그나마 전하가 정령왕을 소환하고 올리비아 그리고 황제 폐하 둘 중 한 명이 완벽한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르면 벨루시를 소멸시킬 수 있을 거야.”
릴리안이 덧붙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예상이지 확실한 건 아니야. 마왕의 힘은…… 나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니까.”
현재 나와 릴리안은 엇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릴리안이 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건 릴리안이 나보다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릴리안은 오랜 세월 마법사였고, 마법을 연구했다.
반면 나는 단시간에 빠르게 강해졌다. 정령왕도 소환할 수 있지만 정령술 자체의 깊이는 깊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은 제국의 전선을 유지하면서 교황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도 중요해.”
“교황?”
“그래. 그들은 진짜 사제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켄, 릴리안 두 명과 함께 현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뒤 그레니안에 최소한의 병력만 남기기로 결정했다.
벨루시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지만 여기에 병력을 두는 것보다 이곳 병력 역시 전선에 투입하는 게 더 나은 판단이니까.
그리고 오늘 밤에 나와 올리비아, 릴리안은 황궁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 * *
황제의 집무실.
단촐한 집무실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아버지가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릴리안에 대해서였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희망이 발견되었군. 오스틴 공작이 끝내 잡지 못했던 길을 그대는 잡은 모양이야.”
릴리안은 황제라 하여도 그 말투가 변하지 않았다.
“폐하가 칭찬해 주니 고맙네.”
그림자들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법에는 나도 일가견이 있는데 그대와 같은 경지는 생각하기 힘들었어.”
“마법, 정령술, 검술 세 가지를 그 정도까지 구사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신의 영역이지. 거기다가 폐하는 검으로써 그 끝을 보려는 중이니까.”
“고맙군. 그래, 황궁 도서관에 가서 어떤 기록을 찾을 생각이지?”
간단한 건 미리 전령을 보내어 알렸기에 아버지도 현안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라인하이드 가문의 기록. 벨루시에 관해 알아야 하니까.”
“벨루시라…….”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카렌에 이어 마왕까지. 제국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는군.”
“정화의 불꽃단은 문제가 아니야. 벨루시가 문제이지. 그를 막지 못하면 제국이 아니라 대륙의 역사는 그날로 끝인 거야.”
“알고 있다. 대사제가 죽었다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바마마. 벨루시가 강림하는 과정에서 그의 힘에 빨려 대사제는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그럼 완전한 강림이 아닌가?”
릴리안이 아버지의 말에 동의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 대사제는 마치 벨루시가 온전한 힘을 가지고 강림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사제의 생각이고.”
아버지가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카렌이 준비된 제물일 가능성이 높아.”
조용히 있던 제임스 공작이 나섰다.
“준비된 제물이라는 것이…? 벨루시를 위해 대사제가 카렌을 끌어들였다는 뜻입니까?”
“카렌만이 아니라 정화의 불꽃단 자체가 벨루시를 위한 제물일 가능성이 높아. 왕국 연합은 폐허가 되었어. 그 많은 인간들이 모조리 제단의 제물이 되었지.”
아버지의 말이 이어졌다.
“일단 지금은 모든 게 가능성이야. 릴리안, 황궁 도서관에 가서 모든 서적을 읽어 보도록. 그곳에는 우리가 해석하지 못한 라인하이드 가문의 기록도 많으니까.”
릴리안이 몸을 일으켰다.
“나는 도서관으로 갈게.”
릴라인이 자리를 비우자 제임스 공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 그럼 남부 전선은?”
“만약 카렌이 벨루시를 위한 제물이라면 반드시 우리가 먼저 죽여야겠지.”
내가 나섰다.
“그럼 저는 올리비아와 함께 남부로 내려가겠습니다. 이제 카렌과 승부를 볼 때가 된 것 같아요.”
아버지도 동의했다.
“나와 릴리안이 벨루시를 주시하겠다. 만약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벨루시를 막을 사람은 현재로선 릴리안과 나 그리고 제임스 공작 정도니까.”
어느 정도 전쟁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