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5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58화(258/278)
258화.
대전이 꽉 찼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무거운 공기가 모두를 억누르는 듯 침묵은 길게 이어졌다.
아버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넓은 어깨와 당당한 발걸음, 쏘아보는 듯한 강렬한 눈빛에 모두 숨을 죽였다.
모두가 알고 있는 ‘황제’의 모습이었다.
다만, 지난날과 다른 건 아버지의 눈빛 속에 묻어 나왔던 권태로움은 사라지고 단단한 의지가 느껴졌다는 것이다.
“다들 오랜만이군.”
“황공하옵니다! 폐하!”
어떤 이는 숨을 몰아쉬었고, 누구는 아버지의 얼굴을 슬쩍슬쩍 관찰했다.
혹은 가슴을 두드리는 이들도 있었다.
신하들의 머릿속에는 아마 모두 같은 생각이 들어 있지 않을까?
-제국은 승리한다.
론 칼 레오드의 사전에 패배가 두 번이 기록되는 건 누구에게도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이 시대의 패배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카렌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고 비록 사경을 헤맸지만 지금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셨으니까.’
아버지가 황좌에 앉자 본격적인 조회가 시작되었다.
“전선에 대한 소식들은 모두 듣고 있겠지?”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더 큰 문제가 생겨났다. 왕국 연합에서 기어이 마왕 벨루시가 강림했다.”
“마, 마왕!”
“말도 안 되는!”
황제 앞에서도 자신의 심정을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내는 신하도 있었고, 일부 신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교황이 곧 황궁에 방문할 것이다. 황태자.”
“네. 폐하.”
“왕국 연합에서의 일을 설명하도록.”
나는 앞으로 나서며 왕국 연합에서 겪었던 일들을 차분하게 말했다.
내 설명이 이어질수록 신하들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안색이 꺼멓게 죽는 신하도 보였다.
하긴 쉽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혹은 믿기 싫을 수 있었다.
마왕의 강림이라니.
나는 신하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었다. 어느 때보다 강렬한 눈빛으로 신하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깨를 더 활짝 폈고, 턱은 당당하게 치켜들었다.
마치 기합을 내지르는 듯 말했다.
“들으시오!”
내 말에 신하들의 시선이 단번에 모였다.
“변한 건 없습니다. 제국은 정화의 불꽃단과 전쟁 중이었고, 그들이 막강한 세력을 보유하였다 할지라도 우리는 잘 막아 내고 있었고 적의 심장부를 공격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신하들을 하나로 묶고 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일이다.
다행히 아버지가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폐하와 함께 승리할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의 말에 신하들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은 언제나 ‘승리’했던 국가다.
수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제국의 패배는 없었다. 단 한 번의 패배로 제국 전체가 패배감에 젖어 있었지만, 황태자의 강한 자신감은 저들에게 다시 옛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불가능할 것 같던 전투마저 승리했던 바로 그 기억!
승자의 DNA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이니까.
“황태자의 말이 옳다.”
아버지의 말에 나는 다시 자리로 물러났다.
“황태자는 능력을 증명했다. 짐이 없는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었고 왕국 연합에 세워져 있는 제단을 파괴했다.”
“네, 폐하!”
신하들이 동시에 대답하자 아버지의 말이 이어졌다.
날카롭고 차가운 아버지 특유의 목소리에서 강한 열기가 풍겨 나왔다.
“그리하여 황태자에게 정화의 불꽃단 전쟁을 주관하도록 명령한다.”
다시 한 번 가볍게 한 걸음 내딛었다.
그대로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인 뒤 거침없이 대답했다.
“네. 폐하. 반드시 마왕을 소멸시키고 대륙의 평화와 함께 제국의 안정을 가져오겠습니다!”
스르릉, 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검이 눈부신 자태를 드러냈다.
황실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아버지의 검은 대륙 최고의 명검 중 하나였다.
“황태자는 단상으로 올라오도록.”
차분하게 그러나 사전에 어떠한 말도 없었던 아버지를 떨리는 눈빛으로 보며 계단을 올랐다.
계단 하나, 하나에 오를 때마다 아버지의 눈빛 속에서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아바마마.’
아버지가 몸을 일으킨 뒤 내게 검을 내밀었다.
“황태자를 제국군의 총사령관에 임명한다. 짐을 대신하여 전쟁을 지휘하도록. 총사령관은 황실 기사단의 명령권도 가진다.”
대전 안에 쿵, 하고 큰 소리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황실 기사단이라고?
내가 들은 게 정말인가? 황실 기사단은 제국법에 의거하여 오직 황제만을 위한 기사단이다.
아버지의 압도적인 무력은 본인의 힘도 있었지만 가장 강력한 정예라 할 수 있는 황실 기사단도 단단한 기반이었다.
파르르 떨리는 눈썹이 느껴질 정도로 나는 아버지의 말에 무슨 대답을 해야 될지 몰라 당혹스러웠다.
“나아가 나를 호위하는 이들은 황태자 역시 호위하고 황태자의 명령을 따르도록!”
아버지는 내게 다가와 내 어깨를 툭, 툭 두드렸다.
“짐은 앞으로 있을 마왕과의 전투에 대비하여 당분간 명상에 들어갈 생각이다. 그때까지 황태자가 국정을 이끈다. 나머지 회의는 황태자가 진행하도록.”
대전 신하들이 재빨리 황좌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의자까지 준비했다고?’
이건 단순한 총사령관 임명 선언이 아니다.
황제를 대신하여 전쟁을 수행하고 국정마저 내게 맡긴다는 건 곧 황제의 자리를 내게 넘긴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아버지는 아직 젊고, 건강도 회복하여 선위할 이유는 찾기 힘들었다.
‘뭐지?’
나는 의문을 느꼈지만 아버지가 나가 버리자 모든 신하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악하고 당혹스러운 건 신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하.”
제임스 공작이 나섰다.
“네. 공작.”
“전선에 대한 것을 점검하시고 적절한 병력 배치가 필요합니다. 일단 회의를 주관하십시오. 폐하의 의중은…… 나중에 파악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정화의 불꽃단과의 전쟁과 마왕의 행보를 예측하는 것이죠.”
* * *
“자료는 좀 찾았나?”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책들 속에서 릴리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런 표정 없는 릴리안의 얼굴에서 생각을 읽기란 불가능했다.
론은 차분하게 책들을 밀어냈다.
‘지극히 평범하다. 나도 이 마법사의 기운을 전혀 읽어 낼 수 없다.’
릴리안이 론을 거들었다.
“발전이 그래도 조금은 있는 모양이네. 폐하.”
언제나 론을 호위하는 그림자 1호가 나섰지만, 론이 손을 들었다.
릴리안은 인류의 보물이다.
마왕이 강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절망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릴리안과 아론, 올리비아 덕분이었다.
9서클의 마법사와 최상급 너머의 정령사,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길을 확고히 연 올리비아.
세 사람이라면 마왕도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멀었지.”
“맞아. 나와 아론, 지금보다 더 발전한 올리비아라면 마왕을 상대할 수 있어. 거기에 폐하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까지 오르면 그때는 마왕을 사냥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올리비아는 몰라도 나는 힘들 듯싶은데.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그리 쉬운 건 아니라서.”
론은 대수롭지 않게 책을 연이어 제자리에 꽂았다.
릴리안도 자신의 말은 별거 아니었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
“벨루시는 마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왕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마왕이야. 마계에 총 열 명의 마왕이 있는데 그중 수위를 다투지.”
“그런 놈이 인간들이 사는 세계에는 뭐 하러 강림하고 지랄이야.”
론의 말에 릴리안이 손을 가리고 웃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황제와는 너무나도 다르지 않은가.
툴툴거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기가 자기들 놀이터도 아니고. 인간이 신이라 떠받들어 주니까 정말 자신이 신이라 생각하는 건가?”
“벨루시가 중간계에 강림한 이유는 하나야. 바로 자신이 유일한 마왕이 되기 위해서이지.”
“유일한 마왕?”
“중간계는 굉장히 특별한 곳이야. 모든 세계의 균형을 조율하는 곳이 바로 중간계이지.”
론이 책장에 등을 기댔다. 좀 더 편안한 자세로 귀를 열었다.
릴리안도 들고 있던 책을 덮었다.
황궁 도서관에 온 뒤 수도 없이 라인하이드 관련 서적과 마계에 관련한 서적, 대륙의 역사 서적을 뒤적였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고력은 짧은 시간 내에도 책을 모두 읽고, 이해하게 만들어 주었다.
“중간계가 어느 한쪽의 기운으로 무너지면 세계의 균형이 무너져. 하나의 차원은 천계, 마계, 중간계 그리고 정령계로 이루어져 있는 건 알지?”
“신은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사제 놈들이 신성력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천계는 존재하고, 흑마법사 놈들이 있으니 마계도 있고 정령이나 중간계는 말할 것도 없고.”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무식하지는 않네.”
“이런, 릴리안. 나 역시 마법사야. 보통 머리로 마법을 연구하고 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론은 천재다.
불세출의 천재.
릴리안은 자신이 9서클에 이르렀지만 론이 자신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설명을 생략했다.
“벨루시는 중간계를 멸망시켜 어둠의 기운을 폭발적으로 늘릴 생각이야. 그러면 나머지 마왕을 모두 억누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지.”
“결국 인간을 멸망시킬 거라는 이야기네.”
론이 간단하게 정리했다.
툭, 툭 바닥을 발로 차며 론은 생각에 잠겼다.
릴리안 역시 눈빛을 가라앉혔다.
두 천재는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론보다 더.
“마왕 벨루시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건 무엇 때문이라 생각해?”
“중간계를 관망하고 있는 거지. 이제 막 강림한 놈이야.”
“그래?”
“여러 흑마법사의 기록을 살펴보면 벨루시는 강함과 동시에 굉장히 영악한 마왕이야. 보통 마왕은 인간에게 힘을 빌려주지 않아. 하지만 대륙 역사에 강력했던 흑마법사는 모두 벨루시의 힘을 받았어.”
“본래 중간계에 관심이 많았던 마왕이라는 뜻이군.”
“맞아. 놈은 지금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단숨에 중간계를 멸망시킬 준비.”
릴리안이 아론의 이야기를 꺼냈다.
“황태자는?”
“정화의 불꽃단과의 전쟁을 맡을 거야.”
“당신과 나는 황궁에서 움직이면 안 돼. 벨루시는 중간계, 인간의 역사에 관해 잘 알고 있어. 흑마법사를 통해 그는 정말 많은 정보를 수집했거든.”
“간사한 놈이군.”
“인간은 고작 백 년을 살면서 권력을 위하여 무슨 짓이든 하지만 마왕 벨루시는 족히 수천 년을 유일한 마왕 자리를 위하여 노력했어.”
론이 눈가가 미미하게 떨렸다. 가슴이 무거웠고,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그토록 간사한 놈이 인내심마저 갖추었다.
이제 중간계에 강림했으니 최고의 기회라 생각하고 용의주도하게 움직일 생각이 틀림없었다.
“그가 움직이는 순간 중간계는 멸망할 거야. 그래서 반드시 우리가 먼저 벨루시를 토벌해야 돼.”
“정화의 불꽃단이 문제가 아니군.”
“아니. 그들도 문제야. 그들이 언데드를 데리고 다니면서 일으키는 어둠의 기운은 모두 벨루시의 힘으로 돌아가니까.”
릴리안이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나와 당신은 여기서 마왕 벨루시를 견제하고 아룬과 올리비아는 정화의 불꽃단을 막아야해.”
“제국의 모든 힘을 동원해야 되겠어.”
“그래. 시간이 없어. 벨루시가 움직이기 전에 정화의 불꽃단은 멸망시켜야 돼.”
“차라리 당신과 내가 움직이는 건 어때?”
릴리안이 고개를 저었다.
“마왕 벨루시를 견제하고 있는 강력한 존재가 필요해. 우리마저 없다면 놈은 왕국 연합에서 제국 북부로 내려와 모든 인간들을 죽일 거야.”
“어렵군.”
“상황은 파악됐고 이제 남은 건 행동이야. 정보를 아룬에게 공유해 줘.”
“그래.”
릴리안이 눈을 반짝였다.
“좀 더 알아보면 마왕 벨루시의 약점이 분명 있을 거야. 라인하이드 가문은 평생을 걸쳐 흑마법사를 잡았고, 마왕 벨루시에 대해 알아보았어. 분명 그들의 서적에 뭔가 남아 있겠지.”
“찾으면 좋겠군.”
론은 황제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릴리안을 응원했다.
황제로서 자신의 제국을 지켜주기 위한 사람으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는 릴리안이 위대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존경심 덕분이었다.
“교황은?”
론의 말에 릴리안이 눈을 치켜떴다.
“교황?”